본당 탐방
GRAPE STORY
- 압구정동 청년성서모임 - |
강예원 데레사, 김남진 마르세리노, 김설 로사, 김수연 글라라, 박정민 율리안나, 송혜련 안젤라, 유혜동 세실리아, 이세나 엘리사벳, 한미진 세실리아, 홍선경 요세피나 (이상 압구정동 성서가족) 고희정 레지나, 박경화 마리안나, 유동균 안드레아, 임지연 소화데레사 (이상 편집부)입니다. |
번쩍거리는 네온사인과 몰려다니는 인파로 조금은 혼잡한 압구정 한복판. 화려한 불빛과 시끌벅적한 소음을 뒤로 하자 고요히 자리 잡고 있는 압구정 본당이 눈에 들어왔다. 빨간 벽돌이 듬직이 올라선 성전은 하느님 사랑이 가득해 보였다. 그 안에서 하느님 말씀을 바로 새기며, 서로 사랑하는 압구정 본당 청년들. 애정 어린 성서모임에「GRAPE」라는 별칭까지 붙여 놓은 그들의 새콤달콤한 성서모임 이야기를 지금부터 들어보자.
첫 번째 포도알. 그룹원은 포도 봉봉! 그룹 봉사자는 포도 쥬스! 그래서 우리는 GRAPE!!
올해로 20주년을 맞는 압구정 본당 청년성서모임은 1983년에 몇몇의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그룹을 조직하여 그룹나눔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러던 1984년, 본당에서 독자적으로 생겨난 영어 성서모임과 통합하여 청년성서모임이 본격적으로 생겨났다. 84년 5월에서 8월까지는 성서모임의 아부지 홍인식 마티아 신부님께서 본당 보좌 신부님으로 카리스마 넘치는 강론과 마지막까지 힘차게 부르셨다는 마침 성가 봉헌으로 본당 청년들과 함께 하셨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 압구정 본당은 OT 때 100명 이상이 참가하고, 그룹수도 10개가 넘어서 절정의 기록을 보이며, 96년엔 여름 만남의 잔치를 성공적으로 이루는 영광까지 안았다. 그러나 98년 압구정 본당, 압구정1동 본당, 논현 2동 본당으로 분당되면서 그룹원 수와 그룹 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침체기에 빠지기도 했다.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었겠지만 봉사자들은 더 열심히 기도하고 그룹원 모집과 그룹나눔에 열성을 기울여, 2004년 현재 70여명의 그룹원들이 창,탈,마 17개 그룹으로 나뉘어 압구정 본당을 이루고 있다.
두 번째 포도알. 우리는 하느님 사랑으로 자라나요!!
압구정 본당이 작지 않은 규모를 자랑하며 꾸준히 유지되는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 이유는 개방적인 본당 분위기일 것이다. 꼭 본당 식구가 아니어도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압구정 성서모임은 ‘오는 사람 안 막는다’라는 모토 아래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래서인지 유독 나이 지긋하신(?) 그룹원들이 교통의 요지라서, 회사 근처라서, 또는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는 모임 시간 등 배려 깊은 압구정 사람들 때문에 압구정 본당을 찾는 것 아닐까? 그러나 개방적인 분위기가 편리성만으로 가능할까? 봉사자들은 언제 어디서나 성서모임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으시는 본당 신부님들과 수녀님들 덕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진행 중간에 함께 자리하신 보좌 신부님을 뵈어도 압구정 본당에서 성서모임이 얼마나 사랑 받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성서모임의 근간에서부터 함께 하신 영원한 도움의 성모회 수녀님들께서 본당 수녀님으로 상주하시면서 손수 그룹원을 이끌고 오시고, 그룹도 맡아 봉사자 역할도 해 주시고, 수녀님들이 여러 모로 봉사자들에게 힘이 되어 주셨다. 11월에도 수녀님께서 봉사하시는 요한 그룹 모임이 생길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그룹원 모집 기간이 되면 미사 시간에 공지해 주시고, 연수 지원도 아낌없이 해주시는 주임 신부님과 보좌 신부님도 압구정 성서모임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여기에다 압구정 성서모임은 ‘30대가 넘으면 이젠 어버이로 넘어와야 하는 거 아니야’하시며 짓궂게 농담을 던지시는 어버이 성서모임과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어머니들이 자녀 대신 성서모임에 신청서를 작성하시고 꼭 공부하라고 하시는 모습, 때때로 그룹모임을 위해 빵과 음료수 등의 간식을 준비하시는 모습, 연수 파견미사에 본당 수녀님을 모시고 함께 하는 모습은 듣는 이의 부러움을 살만 했다. 신부님과 수녀님 그리고 본당 신자들에게도 관심과 사랑을 많이 받으며 성서모임이라고 하면 으레 책임감 있고, 건실한 청년으로 인식되는 압구정의 성서모임이다.
세 번째 포도알. 우리는 찬양을 사랑하는 「기쁜 소리」입니다!!
그룹나눔 시간, 강의 시간, 식사 시간…. 연수를 다녀온 우리에게 그 어떤 시간이 소중치 않을까 싶지만 여기 연수의 찬양을 너무 사랑해서, 잊지 못해서 세상 속에서 찬양의 목소리를 드높이는 이들이 있으니 그들이 바로 기?쁜?소?리!! 1995년 처음 생겨난 기쁜 소리는 압구정 성서모임 소속의 찬양 모임이다. 지금은 약 10명의 봉사자들과 그룹원들이 함께 하고 있다. 그저 찬양이 좋아서 모이게 된 이들이 95년 성모의 밤, 성모송 봉헌이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찬양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주로 성서모임 OT 때 새로 오신 그룹원들 앞에서 찬양과 율동찬양으로 성서모임을 홍보하고, 보좌 신부님께서 하시는 예비자 교리반에선 예비자들의 성가 연습을 돕고 있다고 했다. 연수 성가집의 찬양곡이나 생활 성가 등 미사시간에는 자주 접할 수 없는 찬양들을 함께 부르며 하느님께 한 마음으로 기도한다는 기쁜 소리. 하느님께서는 그 기쁜 소리가 너무 예쁘셨는지 올해 주임 신부님의 부탁으로 미사 중 영성체 후 묵상시간 때 신자들에게 특송을 선사할 수 있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고 한다. 정기적으로 본당에서 공연을 갖고 있다는 이들. 성서모임과 그 안에서 찬양으로 하느님께 찬미 드리는 기쁜 소리는 압구정 성서모임의 또 하나의 자랑거리이다.
네 번째 포도 알. 가슴에 남는 말, 마음에 담는 말
이번이 두 번째 그룹 봉사인데요. 첫 봉사 때는 진도도 딱딱 맞추고, 그룹원들도 모두 연수에 보내고…. 제 계획에 따라 봉사를 한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 들어 ‘내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요. 제가 그룹원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을 위한 기도인 것 같아요. - 박정윤 율리안나 -
작년에 탈출기 공부를 압구정 본당에서 시작했어요. 처음엔 제 본당이 아니라 어색한 마음이 들기도 했는데, 기쁜 소리에서 함께 찬양하게 되어 너무 기뻤어요. 혼자서 찬양하기는 힘들잖아요. 그런데 다 함께 찬양하는 순간에는 그 기쁨이 두 배가 되는 것 같아요. 찬양과 함께 나눔도 하고…. 요즘은 연수 때 느낌을 그대로 느끼며 공부하고 있어요! - 김수연 글라라 -
여기에서는 제가 제일 최근에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한창 힘들 때 연수를 받게 되어서 그런지 연수 안에서 정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리곤 기쁜 소리에 참여 하게 되었어요. 처음엔 모임에 자주 빠지고 그랬는데 지금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그룹 봉사는 아직 시작 못했지만 내년엔 그룹 봉사도 꼭 해보겠습니다! - 송효련 안젤라 -
연수 전에는 찬양하는 것이 너무 부끄러웠어요.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도 그렇고요. 그런데 연수를 체험하고 나니, 봉사도 하고 싶고, 찬양도 하고 싶고…. 그런 것들이 모두 나를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찬양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부끄럽지 않더라고요. 성서모임에서 용기를 얻어, 지금은 교사회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기쁘게 일하고 있어요. - 김설 로사 -
집에서도 저 혼자만 신자고, 잘 몰라서 미사도 잘 빠지고 그랬어요. 그래서인지 연수 첫째 날, 너무 힘들었죠. 무얼 하는지도, 제가 왜 연수에 있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런데 어느 순간 불현듯 ‘내가 연수에 와 있구나!’하는 마음이 들면서 모든 것이 자연스러워졌어요. 연수 마지막 날이 되어서는, 연수원을 떠나기가 싫더라고요. (^^) - 강예원 데레사 -
그룹 봉사나 기쁜 소리 활동을 하면서 실수를 부끄러워하고, 보이는 것에 집착하고 그랬어요. 그래서 찬양하면서 실수하면 창피하고, 그룹원들이 연수에 못 들어가게 되면 모두 다 제 책임인 것 같아 힘들어하고…. 그런데 내가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걸 하느님께 봉헌하는 것이라고 깨닫게 된 뒤 맘이 편해졌어요. 기쁜 마음으로 봉사하고, 봉헌하는 시간만큼은 최선을 다하게 되었어요. 성서공부를 하면서 또 그룹 봉사를 하면서 제 자신이 많이 깨지는 걸 느껴요. - 한미진 세실리아 -
가끔 성서모임이 없었다면 저의 모습이 어땠을지 생각해봐요. 저는 성서모임에서 힘을 많이 얻어요. 성서모임은 저에게 큰 힘을 주고, 다른 곳에도 에너지를 전해 줄 수 있는 뿌리나 모태라고 할 수 있어요. 지금은 다른 단체에서 봉사하고 있는데, 성서모임을 시작으로 두고 성서모임에서 힘을 얻는다는 사실이 기뻐요. (^^) - 홍선경 요세피나 -
저는 건물을 짓는다고 해서 목장갑 끼고 연수에 들어갔어요. 지금도 제일 후회되는 것은 열심히 연수에 임하지 못했다는 사실이죠. 다시 연수 들어가겠다고 떼쓰고 그랬죠. (^^) 첫 그룹 봉사 때, 꼭 제 모습과 같았던 그룹원이 파견 날 펑펑 울며 고맙다고 했을 때 저도 정말 감격했어요. 요즘도 그룹원들에게 “연수 가면 다 알어!”하면서 수영복과 축구화를 챙겨 보냅니다. - 김남진 마르세리노 -
어린 시절을 미국에서 보내서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적응하기가 힘들었죠. 성서모임을 만났기에 지금처럼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었어요. 성서모임은 제 삶의 중심이에요. 무언가를 나눌 수 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저는 너무 행복하고 기쁘답니다. - 유혜동 세실리아 -
신학교 시절 연수를 체험했죠. 그 때는 연수가 신학교의 한 프로그램인 줄 알았습니다. 성서모임을 보면 성령께서 함께 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성서를 잘 모르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과 같죠. 말씀과 함께 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늘어났으면 합니다. - 이상범 바오로 보좌 신부님 -
늦은 시간까지도 지치지 않는 그들의 나눔은 계속되었다. 지금처럼 본당에서 성서모임이 단단히 자리 잡기까지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언급했듯이 본당의 분할로 그룹원이 감소하면서 성서모임은 흩어지고 기쁜 소리도 사라질 뻔했던 위기도 있었다. 오랜 시간을 함께한 봉사자가 어느 날 연락이 두절된 적도 있었고, 본당 단체와 크고 작은 마찰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바뀌는 대표 봉사자들의 재량을 인정해 분위기를 달리하며 성서모임을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은 압구정 식구들의 서로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려움 속에서도 오히려 서로를 걱정하며, 하느님께 의탁하고, 기도했을 그들이었기에 지금의 안정된 성서모임이 되었을 것이다. 압구정 본당을 개방과 개성이라는 단어로 표현하면 어떨지. 활짝 열려 있는 본당문과 개인의 고유한 색깔이 살아 숨쉬는 곳, 하느님께 더 좋은 것을 내어 놓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는 곳. 톡톡 튀는 개성을 가진 압구정 본당 청년성서모임 식구들은 오늘도 이슬비와 따사로운 태양 아래서 주님의 귀한 포도 열매로 한 송이, 한 송이 영글어가고 있다.
"내 안에 머무시오. 나도 그대들 안에 머물겠습니다.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않고도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는 없는 것처럼, 그대들도 내 안에 머물지 않으면 열매를 맺을 수 없습니다. 나는 포도나무요 그대들은 가지입니다. 내 안에 머무는 사람, 그리고 내가 그 안에 머무는 사람, 그런 사람은 열매를 맺습니다. 나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요한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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