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시작한 전주국제영화제(JIFF)는 부산국제영화제가 놓친 '마이너' 정신을 잘 살려 기획돼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영화제가 끝난 후 운영, 성과를 놓고 적잖은 진통을 겪으면서 급기야 프로그래머가 사퇴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제2회 영화제가 그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하고 27일 개막한다.
프로그래머의 자리는 서동진(서울 퀴어영화제 집행위원장), 안해룡(비디오 저널리스트), 앙트완 코폴라(프랑스 액상프로방스대 교수)씨등 3명의 프로그램 어드바이저가 채웠다.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대안영화제, 디지털영화제, 아시아 인디영화제라는 큰 틀은 바뀌지 않았다. 30개국에서 210편의 영화가 5월3일까지 시네마 스케이프 등 5개의 메인 프로그램, 섹션 2001, 특별기획으로 나눠져 상영된다. 개막작은 데뷔작 <세 친구>로 역량을 인정받은 여성감독 임순례의 <와이키키 브라더스>.
■주요 부문과 상영작
'시네마 스케이프'는 현재 진행중인 세계 각국 영화의 대안적 움직임을 조망한다.
해외영화제 수상작이 많아 일반인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기획. 베를린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린첸성 감독의 <아름다운 빈랑나무>,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각색한 <상그라도르>와 햄릿의 재해석을 시도한 <햄릿 2000>, 남미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아모레스 페로스>, 중국 6세대 감독의 떠오르는 주자 왕 샤오사이의 <북경 자전거>, 알렉산더 소쿠로프의 근작 <돌체> 등 라인업이 화려하다.
'N비젼'에서는 고전 <블레이드 러너>를 패러디하면서 <공상과학 포르노그라피>를 표방한 슈리칭 감독의 , 미국 디지털영화의 대표주자인 토드 버로우의 <언제나 변함없는 여왕>, 마술적 사실주의와 디지털의 만남을 꾀한 멕시코 아르투로 립스테인 감독의 <그것은 인생> 등이 눈길을 끈다.
'아시아 인디영화 포럼'은 아시아 독립영화의 진면목을 조감한다. 대만 청년감독 정문당의 <약속의 땅>과 <강과 나> , 일본 미이케 다카시의 <죽거나 살거나>, 인도 카비타 란케시의 <나의 누이 데브리>, 스리랑카 아소카 한다가마의 <이것은 나의 달> 등이 초청됐다.
'다큐멘터리 비엔날레'도 다양하다. 다양한 다큐의 어법을 들어보는 <오늘의 다큐멘터리> 는 옥수수 유전자 변형을 연구하는 괴짜 박사의 이야기 <하이브리드>, 코소보 전장터를 기록한 <죽음과 희망의 계절> 등을 준비했고, 중국공산당 선전작가 충신인 왕수보이의 <다큐메이션>(다큐와 애니메이션의 결합)세계를 알아보고,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 15년'도 조망한다.
'오마주와 회고전'의 주인공은 영화를 통해 자본주의를 우울한 방식으로 해부해온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중국식 룰렛> <마리아 브라운의 결혼>등 15편)와 일본 다큐의 전설인 오가와 신스케(<일본해방전선> <산리츠카의 여름> 등 11편).
'미드나잇 스페셜'에서는 340분 짜리인 피터 왓킨스의 <꼬뮌>을 비롯해 뮤직다큐의 새 장을 연 <소니마쥬>, 호러의 거장 호세 모지카 마린스의 작품들을 준비했다.
'한국영화 회고전'은 류승완 감독의 <다찌마와 리>의 '선조'를 찾는 기획. 신파활극 <명동 44번지> <팔도사나이> 등을 상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