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년이 시작되었다. 처음으로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나 이미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를 둔 학부모도 모두 모두 마음이 분주해지는 때이다. 학부모라면 누구나 학교가 어떻게 운영이 되고 있는지, 우리 학교에는 학부모들이 모이는 단체가 어떤 것이 있는지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편으로는 학교에 드나들면 다른 학부모들 눈에 이상하게 비춰지는 것은 아닐까 망설여지기도 한다.
나도 몇 년 전에 첫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나 스스로 올바른 학부모의 역할을 해보자, 학부모도 당당한 교육의 한 주체인데 분명히 학교에 도움을 줄 일이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하였다. ''학교운영위원회''라는 통로는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내게는 반가운 것이었지만 막상 학교운영위원이 되어서 겪게 되는 어려움은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차라리 청소와 같은 봉사활동을 하라하면 그 편이 더 나을 듯 하였다.
그러던 차에 98년에 학교에서 그 동안 잠자고 있던 학교도서실을 운영하고자 하니 어머니 중에 도서실 운영을 도와주실 분들을 찾는다는 가정통신문을 받았다. "아! 바로 이거구나!''하면서 도서실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자청하였다. 4월부터 거의 1년 동안 어머니 도서위원들과 학교 도서실을 운영하면서 도서실 전산화 작업도 마치게 되었다. 학부모가 관심과 열의만 가지고 있다면 학교 도서실은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할 수 있다.
주걱같이 생긴 물건(바코드)을 대출증에 대면 내 이름이 컴퓨터에 나타나고 빌리고 싶은 책에 대면 책이름이 나타나는 것을 신기해하는 아이들은 시간만 나면 도서실 문을 밀고 들어온다. 한 번에 두 권 밖에 빌리지 못하는 것과 도서실 컴퓨터가 1대밖에 없기 때문에 빌리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을 빼면 도서실 모습은 활기차고 바쁘다.
이제 도서실이 학교의 문화공간으로 자리잡는데 주춧돌을 세운 셈이다. 그 공간 안에서 재미나는 이야기도 들려주고 새로운 그림책 슬라이드도 보고 음악도 곁들이는 것이 올해 우리 어머니 도서위원이 해야 할 일이다.
학부모가 학교에 꼭 해야 할 일을 꼽으라면 나는 서슴치 않고 도서실 운영이라고 말하겠다. 그만큼 학부모의 손이 아니면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교사가 수업을 하면서 도서실을 아이들과 운영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대다수 학교의 도서실이 잠자고 있다고 생각한다. 학부모의 힘, 이제 학교 도서실 살리기로 모아보자.
1. 도서실개관
개관 준비- 도서담당 선생님 주관으로 도서실 자원봉사자를 모집(15명)하고 기존의 도서실에 있던 책과 기증되는 도서를 모아 대출, 반납하기로 결정
도서위원- 어머니 도서위원(15명/ 하루에 3명씩)은 오전 쉬는 시간에 대출·반납업무를 담당하고 도서실 환경 꾸미기, 도서목록 작성 등의 일을 하기로 함. 어린이 도서위원(19명)은 오후에 도서실 열람 업무를 하기로 함.
서가 배치- 서가는 학년별로 배치하고 도서실을 처음 이용할 때 책을 한 권씩 기증하고 책을 빌릴 수 있게 하여 기증된 책은 학년 수준에 맞게 구분하여 서가에 배치하였다. 책에는 학년 표시 라벨을 일일이 붙였다.
대출 방법-쉬는 시간에 책을 빌리고(1,2교시에는 1,2,3학년/ 3,4교시에는 4,5,6학년)대출 반납 장부에 학년, 반, 이름, 책이름을 써놓고 가면 어머니 도서위원들이 정리
도서실 개관식-4월 15일 도서실 개관식을 치렀다. 도서위원들이 풍선과 먹거리를 간단히 준비하고 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도서실을 둘러보았다.
도서실 대출, 반납 방법 홍보- 도서실 담당 선생님께서 매일 아침 방송으로 홍보(2주일 간)
2. 학년별로 도서로 도서실 운영(5월-9월)
대출 업무를 손으로 기입하는 방법- 학년별로 도서로 대출 반납
어머니 도서위원 월례회의 정례화- 도서실 운영과 동화공부 모임 논의
어머니 동화공부 모임 결성- "동화책을 어떻게 볼 것인가"로 공부하고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10시 30분에 도서실에서 하였다.
여름 방학에는 휴관
3. 도서실 전산화 사전 작업 -9월
도서실 전산화 연수-도서실 담당 선생님이 과천 도서관에서 도서실 전산화에 대한 연수를 받고 어머니 도서위원들과 간담회 가짐
도서실 전산화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 교장 선생님, 도서실 담당 선생님, 어머니 도서위원들이 전산화 필요성 요구
''학교 도서관 협의회''에 문의 -한 일간지의 학교도서관 살리기 운동에 도움을 주고 있는 ''학교도서관 협의회''에 도움을 요청하였다.
도서실 전산화 결정-학교 도서관 협의회에서 9월 28일에 학교를 방문하여 도서실을 살펴보고 교장 선생님과 만나서 도서실 전산화 프로그램과 자원봉사자들을 지원키로 하여 전산화를 결정
4. 도서실 전산화 작업(10월-11월)
전산화 작업 시작(10월 8일)
*학교측의 지원-컴퓨터 2대와 재정지원 (폐휴지 매각금) 일부 하기로 함
*학교도서관 협의회측의 지원-도서실 전산화 프로그램(경일 시스템 MAE5.0) 무상 지원과 문 헌정보과 학생 5명 지원
*도서분류- 학년별 도서분류대신 한국십진분류법 (KDC)에 따른 도서분류를 문헌정보과 자원봉사자들이 하였다.
*전산 입력-경일 시스템 MAE5.0프로그램에 4500여권 입력하면서 양질의 도서만 입력하기로 하였다.
*어머니 도서위원의 역할-전산 입력된 도서에 바코드 라벨과 키퍼 붙이고 장서인과 등록번호 찍기
*전산화 기금 마련 도서바자회 실시(10/20-22일)-전산화 작업과 관련된 비용이 100여만원이 넘는 관계로 도서 바자회 실시
*어린이 전문서점에 의뢰하여 수익보다는 줗은 책을 알리는 효과에 중점을 둠
*학교운영위원회에 제안을 하여 학예회 행사가 있는 날 하기로 함.
*수익금 전액을 학교발전기금으로 기탁-수익금 106만원을 도서실 전산화 비용으로 기탁
*전산화 관련 비용- 바코드 라벨과 키퍼(40여만원), 스캐너(40여만원), 넘버링과 대출증 관련 문구(20여만원), 자원봉사자 교통비
*전산화 작업이 이루어지는 동안 학교에서 점심을 제공하여 주었다.
*도서 대출증 작업-1500여명의 학생, 교사 도서대출증 만들기 주민등록번호가 바코드로 입력된 대출증을 학년별로 제작하였다. 학년별로 색을 달리하여 코팅하였다.
*서가 배치-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등록된 책을 서가에 배치하였다. 서가는 공공 도서관 기준으로 배치하였다.
*전산화 작업 완료(11월 7일)- 총 장서 4300여권에 달하는 책을 정리하고 학교 도서실에서 교사, 학부모 모여 도서실 전산화 과정을 보고하고 자축하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5. 전산화된 도서실 운영(11월 -12월)
대출 반납 방법- 바코드 스캐너로 대출, 반납하므로 대출 업무가 신속해졌다.
-일일 평균 250여명 학생이 이용
도서실 운영 모범사례로 알려짐-중앙 일간지에 소개되고 지역신문과 시민단체, 각 학교에서 많은 관심과 견학을 함
향후 도서실 운영 계획-좋은 어린이 책과 어른도서(교사용 도서) 확충
-도서실 공간 활용 행사 유치-독서지도, 동화작가 초청 강연, 그림책 멀티슬라이드 쇼
-교과 단원별 권장도서목록 작성 비치
-도서실 소식지 발행
학교에 있는 도서실, 도서실을 살리는 학부모
박이선(참교육학부모회 고양지부장/ 고양 낙민초등학교 학부모)
도서실이 있는 학교
처음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 미리 아이 손을 잡고 학교 구석구석을 돌아보게 된다. 교실과 과학실, 음악실, 컴퓨터실, 양호실, 예절실 그리고 도서실을 둘러보며 아이가 호기심을 가지고 학교에 다니게 되면 이런 곳을 다 이용할 수 있을 거란 기대에 부풀게 된다.
지난 겨울 방학때 학교 도서실에서 봉사하는 날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웬 할아버지 한 분이 손자되는 아이 손을 꼭 붙들고 도서실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첫마디가 “ 아이고 이런 좋은 곳이 다 있네. ○○야, 어떠니?. 이건 사전이구만. 나도 중국어를 조금 했다니까...허허허” 하고 웃으셨다.
아이는 “ 할아버지 ○○학교보다 좋은 것 같아요.” 했다.
도서실 이곳 저곳을 안내해드리는 동안 책은 아이들이 많이 보느냐, 몇 명이나 오느냐 등을 물어보셨다.
이제 학부모 입장에서도 학교에 도서실이 있느냐 없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나부터도 학교에 아이가 마음놓고 읽을 책이 있다는 것이 참으로 기분 좋고 즐거운 일이 되었다.. 내가 봉사하는 날에는 아이도 도서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책상에 앉아 책을 읽으면서 말이다. 학교에 도서실이 있으면 그 도서실을 제대로 운영해야 하는데 여기에 학부모의 도움이 없이는 안되는 일이다. 도서실 업무를 맡아하는 선생님 혼자서 보통 1500명이 넘는 학생들의 도서실을 관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도서실 문부터 열고 아이들을 만나자
학교 도서실이 없는 학교도 많다. 설사 있다 해도 먼지 묵은 책들이 한곳에 쌓여있는 버려진 공간으로 있는 학교도 많다. 학부모들이 나서서 도서실 먼지를 털고 서가를 정리하고 책을 정리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내가 학교도서실 봉사를 하게 된 경위도 이런 마음에서 시작된 듯하다.
첫아이가 학교에 들어갔을 즈음만 해도 도서실은 학교 건물 4층 한쪽에 문이 잠겨있는 먼지투성이 공간이었다. 선생님께 물어보면 아무도 그 일을 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나 혼자라도 먼지 털고 그 공간을 활용해 보고 싶던 차에 새로 전근 오신 선생님 한 분이 도서실 업무를 맡아 하겠다고 하셨다. 우선 전교생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내 자원봉사하실 수 있는 학부모들을 모았다. 15명이 신청하셨고 요일별로 나올 인원을 배정하고 도서실 청소와 학년별 책 정리를 하고 도서실 문부터 열었다. 선생님께서 다른 학교의 운영방법을 알아오셨고 그 때 그때마다 좋은 방법으로 하기로 하였다. 사탕도 준비하고 풍선도 달고 예쁜 그림도 붙이고 꽃도 가져다 놓고 ..... 학부모들은 도서실 문을 연다는 기대에 열심히 준비하였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도서실 문을 밀고 들어왔고 아이들이 왔다간 도서실 서가는 어수선하기만 하였다. 학년별 공책에 아이가 빌려간 책이름과 아이 이름을 쓰는 일부터 반납 받을 때는 공책에서 빌려간 사항을 확인하고 반납 도장을 찍는 힘든 과정을 반복했다. 매달 1번씩 어머니 도서위원 월례회를 열고 선생님, 교장 선생님과 함께 도서실 운영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 방법을 개선하면서 1학기를 보8냈다.
여름방학 중에 학교도서관협의회가 새로 생겼다는 한 신문 기사를 보았다. ‘도서실을 만들고 싶은 분들은 연락주시면 도와드리겠습니다.’라는 내용이 눈에 확 들어와 전화를 걸었다. 학교도서실 사정을 이야기하고 도움 줄 수 있는 내용을 물어보았다. 무엇보다 손으로 일일이 대출 반납 상황을 기록해야하는 일이 힘들었기 때문에 전산화가 가능하다는 얘기에 눈이 번쩍 뜨였다. 학교 선생님께도 상의하고 학교와 학교도서관 협의회가 일단 만날 수 있게 주선하였다.
그렇게 2학기의 시작은 ‘도서실 전산화’라는 커다란 일이었다. 학교에서는 재정적인 어려움부터 이야기하고 학부모 도서위원들은 여러 방법을 의논하다가 ‘도서바자회’를 선택하게 되었다. 그때까지 학교에서 하는 도서바자회에 대해서 학부모들이 가지는 반감이 매우 컸다. 우선 수익금이 적더라도 좋은 책을 홍보하는 장으로 도서바자회를 활용하자는데 의견을 모으고 어린이 전문서점의 도움을 받기로 하였다. 도서바자회는 대성황을 이루었고 책을 사가는 학부모들도 ‘이런 좋은 책을 팔 줄은 몰랐다.’며 만족해했다. 결국 그 덕분에 바자회 수익금 전액을 ‘학교도서관전산화 관련 비품 구입’ 명목의 학교발전기금으로 접수하고 무사히 전산화를 마치게 되었다. 전산화를 마치고 도서실 문을 다시 열던 날 , 아이들은 슈퍼에서 과자봉지 사듯 책에다 스캐너를 대면 “삐릭. 삐릭” 소리가 나니까 너무 좋아하였다. 그리고 2년 정도 지난 지금까지 도서실 환경은 눈부시게 달라졌다. 교장선생님의 독서교육에 대한 열의로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도서실 서가와 검색용 컴퓨터 1대, 냉.난방기, 수시로 좋은 책을 선정해 구입하는 일까지 순조롭게 도서실이 운영되고 있다.
책을 읽어라 강요만 하는 독서교육보다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정성스레 운영해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런 도서실이 있다면 아이들은 책을 만나러 열심히 도서실 문턱을 밟을 것이다.
도서실을 복합 문화공간으로
학교도서실에서 자원봉사하는 학부모들은 대부분 책을 빌려주고 반납 받는 일만을 생각한다. 대출과 반납 업무는 기본이다. 그 외에도 학부모들이 도서실을 중심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학부모들만의 힘으로 할 수 없다. 도서실 담당 선생님과 사전에 논의하고 학부모들의 의견도 모아서 해야 한다. 작년과 올해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학부모들이 했던 일들을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99년 가을 독서 주간 행사를 기획할 때 교장선생님과 도서실 담당 선생님께서 어머니 도서위원들이 함께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해 주기를 부탁했다. 1,2학년은 독서감상화를 그려서 내면 어머니들이 심사를 하고, 3,4학년은 독서퀴즈 문제를 직접 내서 진행을 하고, 5,6학년은 각 반별로 독서연극을 하고 어머니들이 무대장치와 진행을 맡아 하는 것이었다. 어머니 도서위원들이 모두 “어떻게 우리가 이런 일을 할 수 있느냐”며 고개를 내저었지만 결과는 무사히 행사를 치러냈다. 이 행사 내내 도서바자회까지 했다.
독서감상화는 어머니들이 심사기준을 정해 아이솜씨로 그린 그림을 우선으로 하였고 그림을 낸 아이는 모두 상장을 받을 수 있게 하였다. ‘ 책을 읽는 어린이는 아름답습니다’로 시작하는 상장 문구도 어머니들이 직접 만들었다. 독서퀴즈 대회를 준비하면서 어머니들이 도서실에 있는 책을 모두 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250여명이 넘는 아이들을 ○,× 퀴즈로 걸러내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아이들의 상식도 대단해 나중에는 진행하다가 문제가 모자라는 일도 있었다.
독서연극을 맡은 어머니들도 힘들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러나 어머니 도서위원들은 이런 행사를 같이 하면서 보람도 많이 느끼고 학교행사를 같이 진행하는 어려움을 직접 느끼고 자원봉사의 뿌듯함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올해 6월에는 ‘빛그림이야기’라는 행사를 운동장에서 했다. 전교생들이 가족과 함께 여름 저녁 운동장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그림책으로 보던 것을 커다란 스크린으로 보며 동화구연하는 사람의 목소리로 듣는 행사였다. 또 도서실에서 아동문학가를 초청하여 선생님들이 아이들 책을 어떻게 고를 것인지를 주제로 강연을 듣기도 하였다.
이렇듯 도서실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다채로운 행사를 진행할 수도 있고 여건이 닿으면 소식지도 만들어 낼 수 있다. 학교 인터넷 홈페이지에 좋은 책소식을 올릴 수도 있고 도서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책 읽는 소모임이 진행된다면 더더욱 좋을 것이다. 선생님들께서도 도서실을 이용한 수업을 진행할 수도 있겠다. 이웃의 한 학교는 어머니 도서위원들이 한 달에 한번씩 좋은 책 소식을 알리는 소식지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나누어주고 있다. 도서실에서 인터넷으로 정보검색을 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아이들을 도서실로 끌어 모으는 방법이 된다. 이제 학교 도서실이 책만 보는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행사도 열고 토론도 하는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전문가의 필요성
사실 이렇게 도서실이 운영이 되려면 도서실의 중요성과 정보 이용과 자료 수집에 힘을 투여할 수 있는 전문적인 사서는 꼭 있어야 한다. 학부모들만의 힘으로는 어려움이 너무 많다. 3년 정도 도서실 자원봉사를 하면서 보니까 학부모들이 제아무리 사명감과 봉사정신으로 새로 들어오는 책을 등록하고 서가를 정리하고 파손된 책을 보수하는 일을 해낸다 해도 아이가 졸업하거나 집안에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그만두는 일이기 때문에 이 일을 지속적으로 해낼 수 없었다. 학교 선생님 또한 담임을 맡고 있으면서 도서실을 운영해내는 일이 굉장히 힘들게 보였다. 학부모중에 문헌정보학을 전공한 분이 있어서 자발적으로 도서실 운영을 해보겠다면 다행한 일이지만 이것도 지속적인 도서실 운영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나는 아이 학교 도서실에서 봉사한다는 것만으로도 학교운영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다. 도서실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자기 대출증을 찾아 고른 책을 들고 컴퓨터 앞으로 오는 아이들을 보면 하나같이 예쁘다. 방학중 에도 책을 볼 수 있는 학교, 그 학교에서 봉사하는 어머니들. 그들 마음속에 봉사하는 마음이 얼마나 내 삶을 풍요롭게 하는 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