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대한민국 연예인들의 이혼 세태 보고서

[깜찍공주]

지난 한해는 연예인들의 이혼 소식이 줄을 이었다. 보통 사람들이나 연예인이나 이혼율이 점점 증가하는 건 매 한가지지만 왜 유독 사람들은 연예인들의 이혼에 관심을 갖는 것일까? 한 편의 영화처럼 극적인 연예인 이혼 스토리의 안과 밖을 들여다보았다.

최근 고현정을 포함한 연예인들의 이혼 소식은 화려한 웨딩마치와 대비되는 연예인 이혼의 실상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 1년은 연예인들의 이혼 사건이 톱뉴스가 되었던 기록적인 한 해였다. 그 시발은 지난 2월 9일 개그우먼 이경실이 남편에게 야구방망이로 구타당해 병원에 실려갔다는 충격적인 뉴스였다. 금실 좋은 부부로 소문났던 두 사람은 결국 이 일로 남남이 되었다. 3월, 최진실과 조성민의 파경 소식도 충격적이었다. 2000년 결혼 당시 톱 탤런트와 스포츠 스타와의 결합으로 화제를 모았던 두 사람은 축복받아야 할 둘째 아이의 출산을 앞두고 원수가 되었다. 아직 이혼 수속을 밟진 않았지만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사랑을 싹틔웠던 두 사람은 이제 남남이나 다름없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특히 재벌가로 시집간 연예인들의 결혼과 이혼은 화려한 결혼 뒤의 힘겨운 삶과 비극적인 이혼이 마치 한 편의 드라마처럼 느껴진다. 얼마 전 자서전 파문을 일으킨 펄 시스터즈 출신의 배인순씨. 당대 최고의 인기 가수였던 배씨는 1976년 전 동아그룹 최원석 회장과 결혼해 화제가 되었다. 23년간 재벌 회장의 부인으로 불렸던 그녀는 결국 결혼 생활을 청산하고 97년 쓸쓸히 재벌가를 떠났다.

87년 미스코리아 진 출신으로 미스 유니버스 2위에 입상하기도 했던 장윤정은 미모와 세련된 진행 솜씨로 사랑받았던 인기 MC였다. 지금은 재혼해서 잘 살고 있지만 장윤정 역시 한때 준재벌의 아들이었던 한 은행원과 결혼했다가 3년 만에 이혼하는 아픔을 겪었다. 황신혜 역시 국내 굴지의 제화업계 2세와 결혼했다가 헤어지고 다시 재혼한 케이스다. 94년 미스코리아 진 출신의 한성주는 SBS 아나운서 출신으로 지난 99년 6월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의 아들과 결혼해 ‘제2의 고현정’으로 불리며 부러움의 대상이 됐지만, 결국 10개월 만에 이혼하는 비극의 주인공이 됐다.




재벌과 결혼한 연예인들의 이혼이 특별히 잦은 이유는 뭘까. “재벌가로 시집가는 연예인들이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제 힘에 벅찬 일들을 속으로만 삭여야 한다는 겁니다.” 고현정 이혼 사건에 대해 배인순씨가 남긴 한마디는 신데렐라를 꿈꾸던 연예인들의 비극이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 보여주고 있다.

재벌가로 시집간 연예인들의 대부분은 시집에서 인격적인 무시나 심한 통제를 당하며 산다. 평소 자유로운 생활이 몸에 배어 있고, 자존심과 인기를 먹고 살던 스타들에게 이보다 더 큰 고통이 있을까. 더군다나 이들에게는 늘 불화설 같은 소문들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연예계를 떠나 자연인으로 돌아가 살고 싶어도, 연예계 출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끝없는 루머와 구설수에 발목을 잡히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백마 탄 왕자’가 폭군으로 변해버릴 때 신데렐라의 꿈은 산산조각이 되고 만다. 사랑이 아닌 단순한 호감이나 신분상승욕으로 결합된 관계는 재벌 남편의 액세서리에 불과하다는 걸 깨달았을 때 쉽게 깨져버린다.

이혼은 이들 재벌가 연예인들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인 셈이다. 불행하게 사느니 차라리 이혼을 선택하는 편이 낫다는 것. 그리고 그들에게는 언제라도 돌아갈 수 있는 ‘연예계’라는 든든한 친정집이 있다.




고현정의 이혼 소식이 전해지기가 무섭게 연예계에는 그녀의 복귀설이 나돌았다. 평소 친분이 있던 PD가 연출하는 드라마에 이미 출연 예약이 됐다는 소문이었다. 전남편의 스캔들을 책으로 폭로했던 배인순씨는 새해 초 새 음반을 내고 가수로 컴백할 예정이다. 팬클럽까지 생겼을 정도로 요즘 주부들 사이에서 그녀의 인기는 높다. 한성주 역시 지난 여름 복귀해 라디오 진행을 맡고, TV 오락 프로에 출연하는등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이러한 현상은 물론 재벌가에 시집갔던 연예인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이경실, 금보라 등 많은 연예인들이 이혼의 아픔을 겪은 후 오히려 더 인기를 얻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지난 5월 이혼한 후 한동안 라디오 프로만 진행하던 방은희는 최근 브라운관에 복귀, 각종 프로그램의 패널로 활동하고 있다. 결혼과 함께 방송 활동을 그만두었다가 지난 2000년 3월 이혼한 미스코리아 출신 MC 김예분도 최근 다시 방송에 복귀했다.

중견 탤런트 유지인 역시 이혼 후 드라마에 컴백해 전성기 못지않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들 이혼한 연예인들의 성공적인 연예계 복귀의 원동력은 물론 본인의 노력이겠지만, 이혼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관대해진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아픔을 딛고 꿋꿋이 일어선 연예인들은 오히려 ‘강한 여자’,‘당당한 여자’의 상징물로 받아들여진다. 이혼 후 영화배우 겸 CF 모델로 전성기를 맞은 이미연이 대표적인 예. 이미연은 홀로 된 후 영화 ‘흑수선’, ‘중독’, 사극 ‘명성황후’등에 출연해 대한민국 최고의 여배우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아무리 비밀리에 이뤄진 이혼이라도 결국 세상에 알려지기 마련이다. 대다수의 연예인들이 만약 이혼한다면 굳이 숨길 이유가 없지 않겠냐고 장담하지만, 정식 이혼 발표를 한 예는 손에 꼽을 정도. 대부분의 경우 연예 담당 기자들의 집요한 취재와 보도에 의해 사실이 탄로나는 경우가 많다.재밌는 것은 이혼 보도의 실마리가 이혼 당사자나 측근들이 아니라 측근의 친구나 아내, 기타 지인들의 입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이들은 술자리나 식사 자리에서 연예인 측근들로부터 우연히 들은 이야기를 친한 기자들에게 전한다.

가끔씩 제보자가 동료 연예인인 경우도 있는데 이들은 비인기 연예인들인 경우가 많다. 바쁜 스케줄 탓에 잠도 못 잘 정도로 바쁜 톱스타들은 동료들의 비밀을 들을 기회도 없을 뿐만 아니라 관심도 없기 때문이다. 일단 제보를 받은 연예 담당 기자는 주변 취재를 통해 사실 확인에 들어간다. 확증이 잡히면 마지막으로 당사자를 직접 만나 최종적으로 확인을 하게 되는데, 정식 인터뷰 요청을 하면 눈치 채기 마련이므로 촬영 장소나 대기실 등을 갑자기 찾아가 ‘자백’을 받아낸다. 하지만 순순히 자백을 받아낼 확률은 1%도 안된다. 구체적인 증거를 들이밀어도 당사자는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시치미를 떼버린다.

특히 연기자들은 숙련된 ‘표정 연기’로 기자들을 당황하게 한다. 황당하다는 듯 농담까지 곁들이는 바람에 순간적으로 잘못 안 것 아닌가 하는 혼돈에 빠질 정도. 기자가 만난 탤런트 K씨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인데, 이혼한 날짜까지 들이밀었지만, K씨는 동명이인 아니냐며 능청을 떨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그녀는 이혼 소송을 담당했던 변호사를 통해, 보도를 연기해달라고 사정했다.




연예인의 결혼이 모두 비극적인 파경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70~80년대 최고의 영화배우 정윤희는 중앙산업 조규영 회장과 결혼한 후 세 아이의 엄마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역시 배우 출신인 고은아도 곽정환 서울극장 사장과 결혼해 남편과 함께 영화 사업을 하고 있다. 아픈 상처를 갖고 연예계에서 사라졌던 오현경은 전 계몽사 홍승표 대표와 결혼, 아이를 낳고 행복한 삶을 되찾았다. ‘완전한 사랑’으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김희애 역시 한글과컴퓨터 이찬진 사장과 결혼, 단란한 가정 생활과 배우로서의 인기라는 두 가지 행복을 함께 누리고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의 이재웅 대표와 결혼한 아나운서 황현정 역시 일과 사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은 경우다.

이들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미시족 스타들은 ‘행복한 아내’의 이미지로 CF 업계에서 대환영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주부 탤런트인 하희라, 신애라, 전인화, 유호정, 오연수는 동료 연예인인 최수종, 차인표, 유동근, 이재룡, 손지창과 결혼했다. 채시라, 유호정, 신애라는 주부 사이트 아줌마닷컴이 기혼 여성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CF 모델 선호도 조사에서 1, 2,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행복한 가정 생활을 하고 있는 주부 스타들은 브라운관에서의 연기와 실생활에서 보여주는 신뢰감이 결합돼 CF 모델로서 한층 더 가치가 높아지게 된다.




부부 생활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보통 사람이나 연예인이나 지지고 볶고 살기는 매한가지.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의 결혼 생활은 드라마나 영화처럼 많은 사람들이 즐기듯 바라보는 감상의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연예인들의 결혼과 이혼, 그 이후의 위자료, 거취 문제, 컴백 등에 관한 기사를 보며 재밌어하는 우리 사회는 어쩌면 그들의 사생활을 통해 또 한 편의 드라마를 보고 싶어하는지도 모르겠다. 유난히 이혼 기사가 많았던 지난 한 해였다. 하지만 연예인들의 이혼 스토리는 새해가 밝아도 끝나지 않는 네버 엔딩 스토리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