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덕꾸러기 뉴 논스톱은 문화방송의 효자 프로입니다. 아주 저렴한 제작비로 시청률 12-15%를 달리구요. 많은 청춘 스타들의 산실이 되었으니까요. 한때 드라마 만들 재주 없는 애들이 가서 만드는게 시트콤, 이라는 얘기로 드라마보다 한 수 아래 대접받았는데요. 현재는 월화 미니 시리즈나 수목 드라마보다 더 반응이 좋구요. 일욜 재방은 본격 드라마 SBS 수호천사랑 맞짱떠서 이기기도 하지요...
요즘도 가끔 선배들이 묻습니다.
"야, 너 혼자 연출하기 힘들지 않니? 개편 때 가서 도와줄까?"
본론에 들어가며...
제 자신 시트콤 마니아라 시트콤 연출을 맡았다는 글을 몇 번 쓴 적이 있습니다.
물론 시트콤, 좋아하지요... 미친듯이.
하지만 산업적 측면에서 시트콤의 미래가 어둡다고 느껴졌다면
아마 저는 시트콤 연출을 하지 않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밥은 먹고 살아야잖아요?)
작년 비록 청춘 시트콤이 망하고 있었지만,
시트콤이라는 쟝르 자체의 미래가 불투명한 것은 아니라고 저는 판단하고 있었습니다.
그 논거를 조목조목 들어보지요.
시트콤의 장미빛 미래 1. -다매체 다채널 시대의 도래-
이제 위성 방송 디지털 방송이 본격화되면 채널의 수가 백여개 이상 늘어납니다.
컨텐츠 제작자 시장은 아직 진입장벽이 높은데 (아직 주로 공중파가 잡고 있으니까...)
컨텐츠 방송 시장(채널수)은 자꾸 늘어만 갑니다. 온갖 케이블과 위성과 디지털 채널로...
그렇다면 결국 지상파 콘텐츠를 재가공해서 방송하는 것이 가장 눈에 보이는 답인데,
그 경우 한달 전 뉴스를 보시렵니까? 한달 전 시사 교양 다큐를 보시렵니까?
결국 드라마와 시트콤의 재가공이 가시적인 답인데, 이때 우위를 점하는 것이 시트콤입니다.
이미 결말이 난 드라마, '저러다 저 여자 죽었지...' 이걸 알고보는 드라마
글쎄요, 보긴 봐도 흡인력이 좀 떨어지지 않을까요?
하지만 절라 유쾌 코믹극 (카피를 좀 베꼈슴다)인 시트콤은 콘텐츠 재가공에 있어 막강한
위력을 발휘 할 겁니다.
(만약 인성 경림의 이야기만을 그들의 만남부터 지금까지 모아서 케이블에서 재방송한다면
현재의 결말을 알고 다시봐도 그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즐겁지 않을까요? 나만의 생각인가?)
시트콤의 장미빛 미래 2. -10대,20대 시장의 선점효과-
요즘 뉴논의 친구들이 하는 광고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프로그램이 잘 나가서? 주인공들이 떠서?
가장 확실한 이유는 시트콤 연기자들은 10대와 20대라는 확실한 소비자 타겟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즐겨보고 친숙한 캐릭터, 즉 시트콤 연기자는
10대 시장을 공략하는 최고의 열쇠라는 것이죠. 새로운 스타를 키우고, 청소년 층의 새로운 아이돌을 만들수 있는 포맷. 바로 청춘 시트콤입니다.
(참고로 광고 출연은 연기자에게 확실한 보너스입니다.
연기 열심히 하는데 엄청난 동기부여가 되지요.)
저는 뉴논 녹화중 다른 스케쥴 잡는 것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데 광고 촬영은 접어줍니다.
(연기자들도 먹고 살아야잖아요?)
시트콤의 장미빛 미래 3. -인터넷 효과-
현재 imbc.com에서 프로그램 게시판 접속 건수가 가장 높은 프로는?
바로 논스톱입니다. 인터넷 노출이 큰 10대 20대 층이 주요 시청층이기도 하지만 다들 방송 시간대때문에 vod 다시보기를 이용하는 이들이 많은 탓이기도 하지요. (그리고 몇번씩 다시보는 왕팬들도 있구요.) 앞으로 인터넷 상의 콘텐츠를 상업적으로 개발하고, 대본 다운받기, 연기자 캐릭터 상품 온라인 판매, 등의 사업을 실시할 경우 무한한 시장성이 있는 포맷이 바로
청춘 시트콤입니다.
시트콤의 장미빛 미래 4. -중간광고-
시청자 열분들은 아마 중간 광고 시행을 반대하시겠죠? 저도 물론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 프로그램 중간에 미국 아이들처럼 뚝 끊고 들어와 광고하는 것은 싫습니다. 하지만... 산업적 측면에서 보면 광고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요즘같은 광고 회피용 채널 서핑이 많은 시점에서 방송국 수입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중간광고의 도입을 찬성하는 편입니다. (그래요, 우리도 먹고 살아야잖아요...) 궁극적으로 방송 선진국처럼 중간광고가 도입된다면, 그 효과가 가장 큰 프로가 저는 시트콤이라고 생각합니다. 드라마와 달리 중간에 광고가 나가도 흐름이 크게 끊기지는 않고 뉴스나 다큐와 달리 끝까지 봐야하는 동기는 확실하니까... (걱정마세요, 중간광고 그렇게 빨리 오지는 않을거니까...)
시트콤의 장미빛 미래 5. -머쳔다이징-
앞으로 방송국이 그냥 프로그램만 만들어, 광고수입만으로 먹고 살려고 한다면 미래는 불투명할 것입니다. 수익 모델 다변화가 필요하지요. 이때 저는 시트콤의 경우, 유관 사업의 수익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의 캐릭터를 상품화하거나, 출연자의 코디를 상품화하거나, 뉴논스톱의 논 스티커를 팔거나 (이거 대박이다,그쵸?), 비디오나 게임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장사거리가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Love Maker라는 게임을 만들어, 게이머가 직접 인성 경림의 사랑을 가꾸어 나가게 하면 어떨까... 이를테면, 어떤 선물을 하면 경림의 마음이 더 인성 쪽으로 갈까, 경림이가 어떻게 말하면 인성이의 호감도가 더 커질까... Princess Maker같은 육성 시뮬레이션... 대박나겠죠?)
허접한 고찰을 마무리하며...
작년 뉴 논스톱에 조연출로 합류하면서, 올해 초 연출로 데뷔했을때,
저의 각오는 자못 비장했습니다. 이번에도 청춘 시트콤 말아먹으면 안되는데...
뉴 논스톱 하나만 말아먹는게 아니라, 자칫 시트콤이라는 쟝르 자체가 재미없는 포맷이 되면
안되는데... 다행히 뉴논의 반응이 좋아 앞으로 시트콤 열기는 당분간 지속되겠죠.
하지만 이럴때 자칫 '시트콤? 그거 드라마보다 좀 적은 제작비로 좀 덜 알려진 연기자로 손쉽게 만들어 돈버는 프로아냐?'라는 방만한 기획으로 재미없는 시트콤이 쏟아져 나온다면...
시트콤의 장미빛 미래는 다시 바래지겠죠?
저는 뉴논 뿐 아니라 다른 청춘 시트콤을 제작하는 분들도
이러한 생각, 이러한 위기감을 공유하길 바랍니다.
그래서 모든 청춘 시트콤이 대박내고, 앞으로도 시트콤이라는 쟝르가 많은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주고 시트콤 역시 쟝르로서 꾸준히 사랑받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 재미없는 글도 열심히 읽고 있는 여러분 가운데서, 미래의 시트콤 산업을 이끌어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