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으로 읽는 주역>

지은이∙신원봉/펴낸날∙2009년 4월 24일
판형∙신국판/쪽수∙696쪽/값∙23,000원
<책 소개>
동양 고전 중에서도 가장 읽기 어렵고 추상적이라는 주역. 당대의 뛰어난 학자라면 주석서 한 권은 냈을 정도로 그 영향력이 대단하지만 그만큼 해석이 다양해 어떤 것이 제대로 된 풀이인지 알기 어렵고, 64괘 괘효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논리적으로 설명한 책도 드물다. 이 책은 주역에 대한 고금의 뛰어난 해석을 한자리에 모아 수미일관된 체계로 풀이하고자 노력한 결과물로 고대 한자에 대한 문헌적 고증, 역사적 사례를 적용한 괘효사에 대한 명쾌한 해석, 논어 등의 고전을 폭넓게 적용한 인문적 관점의 주역 읽기를 시도한다.
<출판사 서평>
고금의 뛰어난 해석을 한자리에 모아 주역의 본뜻을 구한다!
주역은 하늘의 뜻을 알아보기 위한 책이라느니 경서(經書) 중의 최고의 경서라느니 하는 선입견을 걷어 내고 나면 평이한 용어로 기술되어 일상의 인간사와 그에 대한 정제된 지혜와 교훈을 담고 있는 한 편의 오래된 문학 작품이다. 주역의 이런 가치를 제대로 밝히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작업은 괘효사의 정확한 뜻을 드러내는 것으로, 저자는 주역이 쓰인 당시의 언어로 그 뜻을 밝히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괘효사를 풀이한다.
- 고대 한자에 대한 문헌적 고증과 고고학적 성과를 반영한다
요즘은 거의 사용하지 않거나 다르게 쓰이는 고대 한자를 설문해자 등을 통한 문헌적 고증과 백서본 주역의 발견과 같은 고고학적 성과에 힘입어 괘효사의 풀이에 폭넓게 반영한다. 그 한 예로 사괘(師卦) 육사효 “師左次, 無咎(사좌차 무구)”에 대한 해석을 들 수 있다. 이 효사에서 논란이 많은 ‘좌차(左次)’에 대해 왕필, 이정조, 정이천 등 주역 해석의 대가들은 ‘상황이 여의치 않아 때를 기다린다’고 하거나 ‘옛사람들은 우측을 숭상했기에, 좌차란 물러선다는 뜻이다’라고 해석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최근에 발견된 백서본 주역을 받아들여 좌(左)를 ‘보좌한다’는 뜻으로 풀이한다.(본문 120-121 참조) 저자는 이처럼 권위 있고 널리 알려진 주석의 사례를 보여 준 후 고고학적 근거와 다른 효사들과의 관련성을 살펴 가며 가장 합당한 뜻을 취해 괘효사를 논리적으로 새롭게 해석한다.
- 역사적 사례와 풍부한 고전 인용으로 해석을 뒷받침한다
단순하고 상징적인 언어로 표현된 주역의 뜻을 더 풍부하게 뒷받침하기 위해 이 책에서는 사기, 자치통감 등에 등장하는 역사적 사례를 들어 설명을 덧붙이거나 논어, 맹자, 주례, 시경과 같은 고전에 나오는 적절한 예를 끌어와 괘효사의 뜻을 더 폭넓게 풀이한다. 예를 들어 몽괘(蒙卦) 괘사를 설명하는 방식을 보자. 정치적 혼란기를 거쳐 새 왕조가 성립되면 본격적인 교화가 이루어지는데 그 과정을 다룬 몽괘 괘사에는, “처음 물으면 일러주나 재삼 물으면 모독하는 것이니, 모독하면 일러주지 않는다<初噬告,再三, 瀆,瀆則不告. 利貞>”는 구절이 나온다. 이는 유치함을 다스려 가는 교육의 측면을 밝힌 것으로, 저자는 이 구절을 설명하면서 공자가 『논어』 술이 편에서 말한, “나는 분발하지 않는 자는 열어 주지 않고, 끙끙대지 않는 자는 계도하지 않으며, 한 모퉁이를 들어 주어도 세 모퉁이로 반응하지 않는 자에겐 다시 가르치지 않는다<不憤不啓, 不悱不發, 擧一隅, 不以三隅反, 則不復也>”는 부분을 인용하며 교육의 본뜻을 명쾌하게 밝히며 괘사의 의미를 부연 설명한다.
- 주역에 내재되어 있던 원칙을 드러내어 일관된 해석 틀로 풀이한다
이 책은 64괘를 크게 착괘(錯卦, 음양이 정반대가 되는 괘)와 종괘(綜卦, 위아래를 뒤집어 놓은 괘)로 32개 짝을 지어 비교하며 설명하는 방식을 취한다. 저자는 당나라 학자 공영달이 『주역정의』에서 밝힌 이 관점의 유의미함을 강조하며, 이 방식은 구체적인 형태를 갖춘 사물이나 추상적인 개념을 전체적인 시각으로 파악할 때 공자가 사용한 사물의 양 끝을 두드리는 방식과 유사하다고 본다.
또 주역을 해설한 ‘십익’의 해석 틀을 수용하여 64괘를 설명했는데, 십익이 내용적으로는 주역을 더 어렵고 난삽하게 만들지만 해석의 틀로는 나름대로 일관성과 보편성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한다. 여기서 나오는 해석 방식으로는 각 효의 위치에 음양을 적용하는 위(位)의 개념, 각 효의 길흉을 판단하는 원칙으로 응(應)과 중(中)의 개념 등이다. 이와 더불어 주역 해석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던 내괘와 외괘의 개념 등을 이용해 64괘 괘효사 전체를 일관되게 해석한다.
주역을 어떻게 읽어야 하나?
주역은 해석자에 따라 풀이 방법이 다 다르듯 그 가치를 어디에 두고 읽을 것인지도 각양각색이다. 어떤 이는 주역을 세상을 살아가는 처세의 책으로 읽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점을 쳐서 불안한 미래를 알아보는 방편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주역이 세상사에 대처하기 위한 전천후적 방법이 아니며, 일의 미세한 조짐을 사전에 감지하는 데 치중한다고 밝힌다. 주역의 가치가 이렇다면 기능도 그에 한정해야 한다. 이 책 머리말에서 저자는 우리가 주역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보여 준다. “주역의 가르침은 다른 가르침과 병행될 때 비로소 그 가치를 드높일 수 있다. 아울러 조짐의 파악은 합리성과 결합되어야 한다. 조짐에 매몰되어 합리성이 결여된다면 도리어 주역을 읽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 아니 못할 뿐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다. (…) 주역은 삶의 지혜를 계발해 줄 수 있는 책으로 어떤 결정에 앞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나 이후 변화에 대한 거시적 관점을 제시해 줌으로써 보다 합리적인 판단을 가능케 한다. 주역의 가치가 이렇다면 그 기능도 그에 한정해야 한다. 삶의 주인은 자신이지 주역이 아니며, 우리가 주역에 끌려다닐 때 주역은 더 이상 지혜의 책이 아니다.”
<저자 소개>
신원봉 1955년 경남에서 출생하였다. 서울대학교를 거쳐 한국정신문화연구원 부속 한국학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중국 요녕대학교 한국학과에서 객원교수로 근무하였다. 현재 영산대학교에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최한기의 철학과 사상』(공저), 『혜강 최한기』(공저), 『윷경』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남회근 선생의 『주역강의』, 『역경잡설』, 『금강경강의』, 『정좌수도강의』, 『불교수행법강의』가 있다.
<목차>
머리말
이 책을 읽기 전에
상경
1 건乾 2 곤坤
3 준屯 4 몽蒙
5 수需 6 송訟
7 사師 8 비比
9 소축小畜 10 리履
11 태泰 12 비否
13 동인同人 14 대유大有
15 겸謙 16 예豫
17 수隨 18 고蠱
19 임臨 20 관觀
21 서합 22 비賁
23 박剝 24 복復
25 무망無妄 26 대축大畜
27 이 28 대과大過
29 감坎 30 리離
하경
31 함咸 32 항恒
33 둔遯 34 대장大壯
35 진晉 36 명이明夷
37 가인家人 38 규
39 건蹇 40 해解
41 손損 42 익益
43 쾌 44 구
45 췌萃 46 승升
47 곤困 48 정井
49 혁革 50 정鼎
51 진震 52 간艮
53 점漸 54 귀매歸妹
55 풍 56 여旅
57 손巽 58 태兌
59 환渙 60 절節
61 중부中孚 62 소과小過
63 기제旣濟 64 미제未濟
참고문헌
<책 속으로>
배움은 스스로 노력해서 얻는 것이다. 이것저것 틈만 나면 꼬치꼬치 물어 대는 것은 배우는 자의 태도가 아니다. 묻기 전에 온 마음을 다해 고민함으로써 이미 스스로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 다음 묻는다면 어떤 스승이 대답해 주지 않겠는가? 소식(蘇軾)은 『동파역전(東坡易傳)』에서 이런 뜻을 좀 더 명확히 밝혀 아이를 교육하는 방법으로 자득(自得), 자오(自悟), 자승(自勝), 자달(自達)의 ‘사자(四自)’를 강조한다. (본문 82쪽)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감화의 방법으로 임한다면 백성들이야 당연히 기뻐하며 따르겠지만, 처음부터 일이 그렇게 순조롭게 돌아가지는 않는다. 타인을 감화시키는 것은 입으로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소신을 지키며 꿋꿋이 대처해 나갈 때 비로소 타인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다. 더욱이 부당한 듯한 공격을 받으면서도 포용력 있게 수용하며 문제를 풀어 가는 그런 모습으로 임해야 비로소 타인을 감화시켜 낼 수 있다. 효사에서 “곧음을 견지하면 길하다”고 한 것은 이 때문이다. (본문242쪽)
병에는 원인이 있다. “망령됨이 없이 생긴 병”이란 원인 없이 생긴 병으로, 일종의 비유다. 예를 들면 스스로 잘못한 것도 없는데 모두 자신을 비방하는 그런 상황이다. 사람들이 자신을 이유 없이 헐뜯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서서 변명해 봐야 힘만 들 뿐 사태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도리어 사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본문 302쪽)
위험한 상황에 처해 한 번에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 봄은 서서히 다가온다. 오늘보다 내일이 조금이라도 나을 수 있다면 어려움은 극복되고 있는 것이다. 구이효는 습감(習坎)의 정신을 밝히고 있다. 바로 어려움의 한가운데에서도 희망을 확신하며 조금씩 상황을 반전시켜 나가는 정신이다. (본문 33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