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서린 헤일즈(N. Katherine Hayles)
<우리는 어떻게 포스트휴먼이 되었는가: 사이버네틱스, 문학, 정보과학에서의 가상 신체(How we became posthuman: Virtual bodies in cybernetics, literature, and informatics)>
1999,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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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도의 <하이퍼미디어시대의 인문학>(생각의 나무, 2003)에 소개된 헤일즈의 약력은 다음과 같다. (김성도의 책에서는 헤일즈와의 대담 내용을 싣고 있다. 그녀의 관심사와 학문적인 행적, 이론적 내용들을 개괄할 수 있는 내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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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헤일즈(1943년 생) 교수는 현재 UCLA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그녀는 학부에서 영문학과 화학을 동시에 전공했으며, 미국 최고의 명문 공대인 칼텍에서 화학 석사를 취득한 후 박사 과정을 수료하기도 했다. 그리고 미국 로체스터 대학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헤일즈 교수의 주요 연구 분야는 20세기 과학과 문학의 관계를 비롯한 전자 텍스트 이론과 사이버네틱스의 사회사이다. 인공생명의 내러티브, 사이버스페이스, 사이보그 및 가상현실에 대해서도 다수의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그녀는 현대 과학 이론 및 테크놀로지, 인문학 담론 및 문학 작품 사이의 상관관계를 체계적으로 파악한 이 분야에서 가장 독보적인 연구자이다. 최근에는 정보 이론과 로봇학에서 제기된 포스트휴먼 개념에 대한 체계적이며 비판적[인] 성찰을 내놓기도 했다.
국제 판타스틱 예술 학회에서 주는 학술상과 록펠러 재단에서 수여하는 펠로우를 비롯하여 20여 개의 국제 학술상과 펠로우를 수여한 바 있다. 주요 저작물로는 <우주의 망(Cosmic Web)>(1984), <결속된 카오스(Chaos Bound)>(1990), <카오스와 질서(Chaos and Order)>, <우리는 어떻게 포스트휴먼이 되었는가(How We Became Posthuman)>(1999) 등이 있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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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포스트휴먼이 되었는가>는 정보가 탈물질화되는 과정을 기술하고, 그 과정에서 문제로 부상하는 것들은 무엇인지, 또 사이버네틱스 담론은 어떻게 문학 텍스트에 반영되어 있으며 사이버네틱스에서 얻은 통찰을 통해서는 SF의 지형도를 어떻게 파악할 수 있는지, 그리고 사이버네틱스 이론이 진전됨에 따라 기존의 주체 개념은 어떤 문제제기를 받게 되었는지, 테크놀로지에 의해 변모한 세상에서 기호학 이론들을 어떻게 재구성할 수 있는지('점멸하는 기표(flickering signifier)'의 개념) 등의 주제를 다루는 책이다. 무엇보다도 저자가 관심있게 살펴보고 있는 내용은 사이버네틱스 이론이 진전됨에 따라 체현으로부터 '자유로와진' 정보라는 개념이 갖는 난점들이다.
어떤 '난점' 들인가? 가령 인간은 지능적인 기계 혹은 프로그램에 의해 대체되게 될 것이라는 공포, 혹은 인간의 신체와는 매우 다른 신체를 갖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이 인간에게 이식됨으로써 새로운 존재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 아니면 반대의 경로로 우리의 '정신'이라는 정보패턴이 유기체적인 몸을 떠나 보다 견고한 하드웨어로 이식됨으로써 영원한 삶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 등. 이를테면 테크놀러지의 발전으로 인간이 문자 그대로의 종말을 맞거나 그를 이용해 탈-인간하는, 새로운 존재(포스트휴먼)로 거듭난다는 상상이다.
이것을 단순히 공상과학 텍스트에 등장하는 상상적인 세계의 문제로 생각하기보다는 정말 진지한 '실천'의 대상으로 고려하는 사람들이 있는가라는 의문이 곧바로 떠오른다. 다소간 당황스럽기 짝이 없게 여겨지는 발상들이지만, 다음과 같은 페이지를 보면 굳게 믿고 있는 사람들이 없잖아 있음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Anders Transhuman Page
하이테크 시대의 오컬티즘이나 초월주의 숭배는 낯설지 않은 현상이지만 헤일즈의 이 책에서는 그런 발상이 어느 정도 퍼져있는지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는 듯하여 조금 아쉽다. 대부분은 SF 텍스트에 기반하여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책을 아직 다 읽지 못했기 때문에 확실한 것은 아님.) 비중이 그다지 크지 않다 하더라도 이런 현상이 갖는 의의에 대해서는 고찰해 볼 수 있겠는데, 개인적으로 아직 거기까지는 관심이나 사고의 기반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에 훗날의 기획으로 돌려야 될 듯 하다. 어쩌면 기술적 진전들을 내가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데서 기인하는 진단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대신 무엇보다도 나에게 다가오는 이 책의 미덕은 사이버네틱스 이론의 형성과 발전 과정을 잘 개괄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지 책을 접할 당시 가졌던 가장 큰 기대는 체현의 문제를 비중있게 다룬다는 사실이었으나 책을 일부 읽어 본 결과로는 흡족하지 못한 대답만을 내어 놓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이를테면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실정과는 다소 유리된 듯한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하고 있는 듯 보일 뿐만 아니라 체현이 중요함을 논증하는 과정에서도 부족한 듯 보이는 이유만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생명체는 진화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거나 (구체적으로 진화의 역사를 가짐으로써 무엇이 어떻게 되었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그닥 설명하고 있지 않는 듯) 인공생명은 코드 그 자체여서 물질적 체현을 통해 표현형이 발현되는 것도 아니고 단단한 (물질적) 기반을 갖고 있지 않다는 의미에서 어디까지나 '상상된 것'일 뿐 실제 생명체와는 같을 수 없다는 설명 등이 그렇다. (이건 설명해야 할 대상을 설명으로 내어 놓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사실 내가 기대했던 것은 패턴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잉여'를 좀 더 구체적인 이미지로 자세히 그려 주기를 바랬던 것이었는데, 적어도 내가 지금껏 읽은 부분에서는 그런 문제는 다뤄지지 않았다.
또 흥미로운 점으로는 인지과학에서 제기되고 있는 분산된 인지, 혹은 체현된 인지와 같은 개념들이 기존의 '이성' 혹은 '의식(consciousness)' 중심적 인간 이해에 제기하는 문제들을 짚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이 책의 해당 챕터(6, 9장)를 통해 개괄한 후 바렐라나 마투라나 등의 책을 참고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물론, SF에 관심있는 사람이나 테크놀로지-문학의 관계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역시 한 번 읽어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사이버네틱스 이론과 상관관계를 갖는 문학 텍스트에 대한 분석이 여러 챕터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가령 필립 딕), 이들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구도를 제시한다. 구체적으로는 기존의 기호학적 개념과 헤일즈 자신의 기호학적 고안인 현존-부재와 패턴-임의성의 상호작용을 통해 창발되는 물질성, 정보, 돌연변이, 파생실재(hyperreality)의 각 문제를 제기하는 텍스트들을 분석하는데, 이들 텍스트는 각각 <Galatea 2.2>(Richard Powers), <Snow Crash>(Neal Stephenson), <Blood Music>(Greg Bear), <Terminal Games>(Cole Perriman)이다.
하나 덧붙이자면 사이버네틱스의 이론 변천을 보는 과정에서 헤일즈는 과학 이론 변천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려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과학이론의 역사는 누적적이거나 단절적인 변화보다는 연속적 계열화(seriation)의 형태를 취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한 이론이 꾸준히 발전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이론이 선행 이론을 급작스럽게 대체하는 것도 아니며, 한 이론의 팽창기에는 다음 세대의 이론이 예비되는 형태로 소수적인 목소리로 등장함과 동시에 이전 세대의 이론이 완전히 잠식되지는 않고 역시 소수적인 목소리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런 형태가 사이버네틱스 이론의 역사를 설명하는 데 특히 적합하다고 판단한다. 가령 사이버네틱스 1, 2, 3세대 이론을 특징짓는 키워드들은 항상성(homeostasis), 자기반영(reflexivity: 관찰자를 체계 내에 포함시킴)-자기제작(autopoiesis), 창발(emergence)-진화가능성(evolovability)-가상성(virtuality) 등인데 사이버네틱스 제 2 물결의 시기, 즉 자기제작을 핵심으로 한 이론과 실증 연구들이 융성했던 당시에도 항상성에 대한 연구는 있었으며, 창발에 대한 논의들이 전개되기 시작했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 각각의 개념들은 완전히 독립된 영역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간에 교차하면서 새롭게 직조된다.) 헤일즈는 이런 착상(과 용어)을 고고학에서 빌려왔는데 과거 유적이나 화석 증거가 발견되는 양식과 유사하다는 이유에서다. 맨 처음 챕터에서 이 점을 열심히 설명하고 매 챕터마다 역시 그렇다..라는 식의 토를 달고 있는데, 이게 얼마나 획기적인 발상인지는 나는 잘 모르겠다. 여튼.
분량은 그리 많지 않지만(본문이 300페이지 미만) 자간과 행간이 다소 빽빽하여 보기보다는 많다. (영어라는 압박을 고려하면.) 하지만 흥미로운 정보들을 많이 포함하여 술술 잘 읽히도록 명쾌하고 재미있게 쓰여졌기 때문에 큰 문제는 되지 않는 것도 같다. (그런데도 아직 다 읽지 못했음. 책을 산 것은 옛날옛적인데. -_-; 곧 읽고 본격 서평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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