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의 산
포항 침곡산(725.4m)
숲 좋고 물 좋은 낙동정맥의 산
백두대간 천의봉에서 갈라져 부산 몰운대까지 위풍당당한
기세를 뻗어가는 351.2km의 낙동정맥 줄기에 침곡산이 바늘처럼
꽂혀 있다. 이름과는 달리 그리 뾰족하지도, 험하지도 않은 걷기
좋은 산세를 가진 침곡산은 산 전체에 굴참나무, 상수리나무 등의
참나무과 수목이 아주 많이 자라고 있다. 덕분에 눈맛 시원하게
조망 트이는 곳이 드물긴 하지만 아기자기한 계곡과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수더분한 능선이 우리네 삶과도 닮은
멋들어진 산이다.
기북면에서 오르는 침곡산 산행은 막실마을 위에 있는 용전지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용전지 둑 이르기 약 200m 전에 길은 용전지
둑의 양쪽 끝을 향해 나뉘는데, 왼쪽이 서당골재로, 오른쪽이
막실골지나 막실재로 이어진다.
왼쪽 길로 들어서면 이내 작은 개울을 건너게 되는데,
용전지에서 내려오는 물길이다. 비가 오면 이 길은 물에 잠기게
되어 이용할 수 없다. 막실마을에서부터 이어지던 콘크리트
포장도는 용전지 둑과 나란한 지점에 이르러 끊어지고, 호젓한
흙길이 나타난다. 손수레 한 대가 지날만한 넓이의 산길은
얼마간 아주 평탄한데다 양옆으로 잡목숲이 우거져 걷기 좋다.
앙상한 가지만 남은 덤불 속에서 청미래 덩굴 열매가 빨갛게
익어 동행한 이문희(대구시 수성구, 43세)씨와 서유미(대구시
동구, 28세)씨의 걸음을 자꾸만 멈추게 한다. 둘은 2005년 가을
대구등산학교 정규반 68기 수료생들로, 요즘 한창 산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 요 며칠 따뜻해진 날씨 때문인지 계곡을 따라
이어지던 두꺼운 얼음장이 군데군데 녹아서 개울물 소리가 정겹다.
넓던 임도가 차츰 좁아진다 싶더니 곧 개울 건너 오른쪽으로
이어진다. 첫번째 개울을 건넌지 5분 정도 가면 나뭇가지에 덮인
모둠터로 보이는 돌로 둘러친 둥근 구조물이 나오고, 여기서
계곡을 버리고 왼쪽 산 능선으로 오른다. 이후 서당골재에
이르기까지 오르막길이 이어지지만 가파르진 않으며, 모둠터에서
서당골재까지는 약 25분 걸린다.
서당골재는 낙동정맥이 지나는 마루금인만큼 뚜렷한 산길이
나있다. '포항 팔도산악회'에서 파란색 바탕의 플라스틱 이정표를
제작해 나무에 걸어 두었다. 왼쪽으로 한티재 1시간 40분, 산불초소
40분, 오른쪽으로 침곡산 30분, 올라온 길로 기북면 1시간이라는
내용이 친절하게 적혀 있다.
서당골재에서 오른쪽으로 정맥길 따라 5분 가면 송전철탑이
나온다. 능선에는 상수리나무, 떡갈나무, 산갈나무 같은 참나무과
수목이 많이 보이고, 그 사이에 듬성듬성 소나무들이 모여 자라고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조망이 트이는 곳을 찾기가 힘들어 보인다.
송전탑 아래를 지나 25분 가면 침곡산이다. 헬기장이 있는
정상부는 하지만 돌보지 않아서인지 산딸기나무 같은 덩굴식물이
많이 자라고 있다. 정상부 주변으로 굵은 나무들은 잘라내고,
1m 정도 높이의 그루터기만 남겨 놓았다. 덕분에 그동안 울창한
숲으로 막혔던 조망이 약간 트인다. 2004년 4월4일 포항시
팔도산악회에서 세운 아담한 크기의 대리석 표지석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삼각점이 보인다. 표지석 뒤 작은 나무에도
팔도산악회에서 만들어 걸어둔 파란색 이정표가 있다. 한티재
2시간, 산불초소 1시간, 성법재 4시간, 덕동수련장 1시간40분이라 적혔다.
정상에서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은 지능선을 따라 죽장면
침곡리 점말로 이어지고, 오른쪽이 막실재, 벼슬재, 성법령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이다. 오른쪽으로 걸음을 떼자마자 양지바른
사면에 무덤 한 기가 나오고, 주변으로 너른 터가 나타난다.
정면으로 702봉이 보이고, 그 뒤로 차례대로 572봉, 628봉,
639봉, 426봉 등 용전지를 중심으로 부챗살 모양으로 퍼지며
둘러싼 봉우리들이 가지만 남은 나목들 사이로 조망된다.
8분 거리인 702봉은 하나가 몇 개의 조각으로 깨진 듯한
바위들이 있다. 3분 가면 길은 오른쪽으로 꺾이더니 곧 가파른
내림길이 나타난다. 습설이 샇인 매우 미끄러운 곳이라
모두들 거북이 걸음이다. 조금 가더니 서유미씨가 도저히
안되겠다는 듯 크램폰을 착용한다.
702봉에서 20여분 가자 길 오른쪽으로 묵무덤이 보이더니
몇 걸음 더 떼자 왼쪽으로 잘 가꾼 한 쌍의 무덤이 석상까지
갖추고 자리잡았다. 월성최씨 무덤이다. 여기서 572봉 지난
안부인 막실재까지는 6분 정도 거리다. 막실재에서 직진하면
628봉 지나 북쪽으로 꺽이며 낙동정맥이 이어지고, 오른쪽
희미한 등산로로 내려서면 막실골을 따라 용전지가 나온다.
막실재를 내려서는 길은 양지라서 눈은 보이지 않지만,
참나무과 수목들의 낙엽이 수북이 쌓여 많은 곳은 무릎까지
차오른다. 가파른 사면이라 걸음을 조심해야 한다. 이곳 역시
상수리나무, 떡갈나무 등이 주종을 이룬 가운데 군데군데
일본잎갈나무와 소나무가 섞여 자라고 있다.
10여분 내려서면 길 오른쪽에 '처사 월성김씨' 무덤이 나온다.
비석(묘갈)과 석상, 향로석, 망주석까지 갖춘 무덤인데, 지형적
영향인지 봉분에 풀이 자라지 않는다. 뒤로 너른 터가 있다.
월성김씨 무덤에서 5분 더 내려서면 마른 계곡을 만나고, 곧 차례로
나타나는 3기의 무덤 지나 합수지점에 닿는다. 여기서부터 길은
아주 완만해지며, 주변에는 옛 집터가 몇 곳 보인다. 계곡을
좌우로 오가며 이어지는 이 길 양쪽에는 찔레나 산딸기 같은
덩굴식물이 많이 자라 길이 쉽지 않다. 막실골 끝자락에는 키
큰 일본잎갈나무가 숲을 이루며 많이 자라고 있다.
합수지점에서 30여분 내려서면 막실골이 끝나고, 왼쪽으로
새로 지은 콘크리트 다리가 나온다. 이름없는 이 다리를 건너면
다시 콘크리트 포장도가 용전지를 따라 이어지고, 10여분이면
산행을 출발했던 갈림길에 닿는다.
*산행길잡이
막실-(35분)-서당골-(25분)-첫 계곡-(30분)-서당골재-(5분)
-송전철탑-(25분)-침곡산-(8분)-702봉-(25분)-월성최씨 무덤-
(5분)-막실재-(10분)-월성김씨 무덤-(10분)-합수지점-(35분)-
용전지 위 다리-(15분)-막실
용전지 둑 200여m 전에 길은 양쪽으로 나뉘는데, 왼쪽이
서당골, 오른쪽이 막실골로 이어진다. 두 길 어느 쪽을 들머리로
이용하더라도 침곡산을 거쳐 원점회귀 산행이 가능하다. 서당골을
따라 약 50분 가면 힘들이지 않고 낙동정맥이 지나는 서당골재에
닿는다. 여기서 능선 따라 왼쪽은 한티재, 오른쪽으로 30분 가면
침곡산이다. 침곡산 정상에서 길이 나뉘는데, 오른쪽 무덤 있는
길을 이어간다. 다소 가파른 길을 내려선 후 702봉, 월성최씨
무덤을 지나 약 40분이면 막실재에 닿는다. 서당골재에서
막실재까지가 낙동정맥에 해당된다. 막실재에서 좁은 비탈길을
따라 20분 내려서면 두 계곡이 만나는 합수지점이 나온다. 여기서
용전지 아래 갈림길까지는 산책로 길을 따라 50분 걸린다.
*교통
버스는 포항종합터미널에서 기북까지 1일 12회(05:40, 06:05,
07:10, 07:50, 09:05, 10:20, 11:10, 12:30, 14:05, 15:20, 17:00,
18:45) 다닌다. 1시간10분 걸리며, 1,00원. 기북에서 포항으로
나가는 버스도 1일 12회(06:40~19:50) 다닌다. 기북에서
기계까지는 15분. 성원여객 054-277-8086~90.
기북에서 막실까지는 버스가 다니지 않는다.
승용차로는 대구-포항간 고속국도 서포항나들목을 나온 후
31번 국도를 따라 청송 방면으로 가다가 921번 지방도를 만나
오른쪽 기북면 소재지까지 간다. 기북중학교 가기 전에 왼쪽으로
난 길을 따르면 막실까지 콘크리트 포장도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