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신궁 남이가 구사하는 곡사(曲射)는 휘어 날아가 예측 불가능한 공격을 할 수 있어 매복에 유리하며, 적이 미처 방어할 틈 없이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 보통 화살의 1/3 크기에 불과할 정도로 작은 애깃살은 속도와 힘, 사거리를 동시에 갖춘 강력한 병기로 빠르게 날아가 단숨에 적의 숨통을 끊는다. 이에 맞서는 대륙의 명궁 쥬신타는 신체를 절단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힘을 지닌 화살인 육량시를 사용한다. 일반 화살촉이 10~11g정도인데 비해 육량시는 촉의 무게만 240g에 달하며 실제로 적의 방패를 부수기 위한 용도로 쓰였을 만큼 육중한 힘을 자랑한다. 각기 다른 기능과 매력을 지닌 활들이 펼치는 다이내믹한 활 액션은 그 동안 볼 수 없던 새로운 액션 쾌감을 선사할 것이다.
영화 속 활들을 실제 전장에 어울릴 법한 진짜 ‘무기’로 만들고자 한 김한민 감독과 장춘섭 미술감독은 대한궁술원의 지원 하에 전통 활을 개조해 리얼리티를 살렸다. 또한 배우들은 추운 날씨 속에서 합숙 훈련을 불사할 정도로 강도 높은 궁술 훈련을 소화해 한층 속도감 있고 스펙터클한 추격 액션을 완성했다. 남이와 쥬신타는 물론, 무장의 딸인 자인 역시 위급한 순간에는 자신을 보호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활을 겨누며 목숨을 건 활의 전쟁을 펼친다. 대한민국 최초로 시도되는 활 액션은 기존의 칼과 총보다 빠르고 강력한 힘을 과시하며 그 동안 볼 수 없던 시원한 액션으로 관객들의 마음마저 관통해버린다.
지난 2007년 <극락도 살인사건>으로 제 28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과 각본상, 제 27회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주목할 예술상을 휩쓰는 등 흥행과 비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며 환상의 호흡을 과시했던 김한민 감독과 박해일. 그들이 4년 만에 다시 뭉쳤다.
오래 전부터 역사적 고난 속 한민족 특유의 불굴의 정신이 담긴 시대물을 만들고자 했던 김한민 감독은 <최종병기 활>을 준비하며 활 한 자루로 청나라 정예부대(니루)에 맞서는 신궁 남이 역에 박해일을 점찍었다. 뛰어난 신궁이면서도 역적의 자식이라는 피할 수 없는 신분 때문에 자신을 숨긴 채 살다, 단 하나뿐인 누이를 구하기 위해 전쟁의 한 복판에 뛰어드는 남이가 지닌 드라마틱함과 배우 박해일이 가진 이미지가 자연스레 매치되었기 때문이다. 박해일 역시 처음에는 김한민 감독과 절친한 사이로 시나리오 모니터링을 해주다 활의 매력에 사로 잡혀 출연을 결심했다. 박해일은 촬영 전은 물론 촬영 중에도 쉬는 시간마다 혼자 묵묵히 활 쏘는 연습을 하며 정석대로의 활쏘기가 아닌 ‘남이만의 활쏘기’를 몸에 익혀나갔다. 여기에 그의 주특기인 표정 연기와 강렬한 눈빛이 더해져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아온 조선의 신궁 남이를 200% 표현해냈다.
<최종병기 활>이 돋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김한민 감독과 박해일이 처음 도전하는 액션 사극이라는 점이다. <극락도 살인사건>과 <핸드폰>으로 한국영화의 불모지였던 스릴러 장르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우뚝 선 김한민 감독은 사극이지만 현대극을 뛰어넘는 스릴과 속도감 있는 액션을 원했고, 박해일은 몸을 던지는 명연기로 김한민 감독의 까다로운 요구를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치밀한 스토리에 시원한 액션이 어우러진 <최종병기 활>은 대한민국 최초로 시도된 활 액션과 산 속을 달리고 직접 절벽을 뛰어넘는 등 리얼한 액션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것이다.
<최종병기 활>을 기획하면서 김한민 감독은 병자호란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충분히 살리기 위해 과감하게 만주어 대사를 도입했다. 만주어는 중국 현지에도 10여 명만이 사용하고 있다고 알려진 사어(死語)다. 하지만 다행히도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에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고, <최종병기 활>의 제작진은 그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미세한 대사의 억양까지 살리기 위해 촬영 전 모든 대사를 만주어로 소화해야 했던 류승룡은 물론, 한 두 마디 대사가 있는 조•단역 배우까지도 모두 한 강의실에 모여 만주어의 자음과 모음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수업을 들어야 했다. 비록 만주어가 우리말과 어순도 같고 비슷한 단어들도 많지만, 워낙 생소한 언어였던 만큼 충분히 습득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배우들은 꾸준한 연습 끝에 극중에서 실제 청나라 인처럼 자연스럽게 대사를 구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실제 촬영장에서 만주어 대사를 구현하는 것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갑자기 대사가 추가되거나 수정될 때마다 서울에 있는 연구원 분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하고, 녹취를 하고, 다시 대사를 받아 적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난감한 상황을 반복해야 했다. 하지만 만주어는 강한 남성의 언어가 가진 특유의 매력으로 배우들을 단숨에 매료시키기도 했다. 류승룡은 ‘만주어는 발음이 남자답고 북방의 기질이 담겨 있어 매력적’이라고까지 말했다. 배우들과 스탭들의 끈질긴 노력이 완성시킨 만주어 대사는 영화에 리얼리티를 더해줌과 동시에 색다른 재미를 준다는 점에서 관객들에게 보다 높은 만족감을 선사했다.
<최종병기 활>은 연기력과 열정을 동시에 갖춘 배우들의 힘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박해일, 류승룡, 문채원, 김무열 등 스크린의 별들이 뭉쳤다. 특히 박해일은 <극락도 살인사건>을 함께했던 김한민 감독과의 인연으로 이미 시나리오 작업 단계에서부터 남이 역에 내정되어 있었다.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하는 박해일은 완벽주의자답게 촬영 전 궁술과 승마 훈련에 매진했고, 그 결과 거의 모든 액션을 대역 없이 촬영할 수 있었다. 쥬신타 역의 류승룡 역시 청나라 정예부대(니루)의 수장 역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무술 훈련과 만주어 공부를 하며 촬영을 준비했으며, 외적으로는 변발로의 과감한 변신을 시도했다.
드라마 [바람의 화원], [찬란한 유산] 등에서 우아하고 청순한 캐릭터를 소화해 온 문채원은 현명한 무장의 딸 자인으로 분해 여장부다운 기개로 적장 앞에 칼을 들고 맞서는 등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당찬 모습을 선보인다. 뮤지컬에 이어 스크린에 도전하는 김무열은 하루아침에 신부를 빼앗긴 서군 역을 맡아 애절한 감정연기와 다이내믹한 액션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이 외에 감초 연기의 달인 이한위, 드라마 [추노]를 통해 ‘미친 연기력’을 인정받았던 박기웅, 모 도너츠 광고로 우리에게 익숙한 일본 배우 오타니 료헤이 등이 가세해 한층 깊이 있는 드라마를 완성했다.
<최종병기 활>은 총 제작비 90억 원이 투입된 대작으로 국내 최초 활 액션, 전국 일주를 방불케 한 대규모 로케이션, 국내에서 촬영된 영화 중 최다 말 등장 등 올 여름 블록버스터 최강의 볼거리를 자랑한다. 그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단연 활 액션이다. 활 액션을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었던 것은 배우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첨단 장비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로 도입된 ‘펜텀 플렉스’ 고속 카메라와 두 개의 프로펠러로 작동되는 ‘프로펠러 와이어 캠’ 등이 시속 300Km로 날아가는 활의 모습을 포착했다. 이 외에도 남이와 쥬신타 일행이 직접 절벽을 뛰어넘고, 호랑이에게 습격을 당하는 등 한국영화는 물론 외화에서도 본 적 없는 참신하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 장면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최종병기 활>은 실제 활을 쏠 수 있는 넓은 공간이 필요했던 탓에 야외 촬영이 많을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해 가급적 개발이 많이 안 된 곳을 찾아야만 했다. 촬영 장소 헌팅을 위해 3개월 간 7대의 차량이 16만Km 이상을 달렸을 정도. 실제 촬영 역시 서울 아차산부터 전라북도 완주까지 국토대장정을 방불케 하는 대규모 로케이션 촬영이 이어졌고, 이렇게 넉 달 동안 이동한 거리만도 10,000Km에 육박한다. 엔딩을 장식하는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는 천연기념물로 등록된 곳으로 촬영허가를 받기가 쉽지 않았다. 태안군청, 국토해양부, 문화재청, 지역 환경단체와의 협의 끝에 인상적인 엔딩 화면을 담을 수 있었고, 문경새재 제 1관문 역시 촬영이 불가한 곳이었으나, 문화재청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촬영에 성공했다.
마지막으로 <최종병기 활>의 막강한 비주얼을 완성 지은 것은 말이다. 기마민족인 청군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국내에서 촬영된 영화중에서는 가장 많은 수의 말이 동원됐다. 그 수는 한 회 최다 80필, 총합 400필에 달한다. 그저 달리기만 해도 시선을 압도하는 스펙터클한 화면이 완성되었다. 그렇기에 <최종병기 활>은 보는 이를 압도하는 규모와 비주얼로 올 여름 블록버스터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하기에 충분했다.
강력한 힘과 빠른 스피드의 활 액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최종병기 활>이 지닌 가장 강력한 무기다. <최종병기 활>의 제작진은 리얼리티 넘치는 추격전을 담기 위해 핸드헬드로 촬영하고, 최첨단 기기로 빠른 속도의 활 액션을 포착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배우들이 달리면 카메라도 함께 달린 탓에 <최종병기 활>의 촬영감독들에게는 각각 ‘팔로우 김’과 ‘줌 박’이라는 애교 섞인 별명이 붙기도 했다. 무거운 장비를 들고 가파른 산 속을 뛰어야 했던 그들에게는 가혹한 일이었지만, 흘린 땀만큼 기대 이상의 영상을 만들어냈다.
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은 특수 장비의 힘을 빌렸다. 특히 <최종병기 활>을 통해 국내 최초로 사용된 ‘펜텀 플렉스’ 카메라는 1920*1080 HD해상도에서 초당 최대 2800프레임까지 촬영 가능한 고속 카메라로, 눈 깜짝할 새 날아가는 화살의 움직임과 화살에 의해 활시위가 끊어지는 장면, 남이의 주특기인 곡사 등을 효과적으로 담아냈다. 또한 ‘프로펠러 와이어 캠’은 카메라가 움직이는 속도를 높여 빠르게 날아가는 화살을 찍었다. 일반적으로 200m 길이의 와이어를 사용하는 것에 반해, <최종병기 활>은 600m 특수 자일을 수입하여 촬영에 사용했다. 두 개의 프로펠러로 작동되는 이 장비는 고공 크레인으로 양쪽 끝을 잡아주며 카메라의 무선 컨트롤러를 이용해 촬영할 수 있는 장비다.
이 외에도 장비 사용이 어려운 산 속에서 특수효과팀이 고안한 ‘와이어 하우징’으로 카메라의 각도를 조절하고, 낙석이 심했던 절벽과 실제로 날아가는 화살의 위험성에 대비해 2m 크기의 아크릴 박스를 이용하는 등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다양한 장비들이 동원됐다. 스탭들의 뜨거운 열정과 기술이 만들어 낸 시원한 액션과 영상미는 액션 사극 장르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誇言)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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