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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이연정(y-3167@hanmail.net)
“미래를 함부로 개발하지 말라! 재난과 재앙은 아직 입도 열지 않고 있다”
(유역주민께 올리는 여섯 번째의 글)
경부운하에 대하여 삼가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6)
#1)
자연의 본성은 인간의 본능까지 품어 왔습니다만, 그 본능의 형식이 ‘도’와 ‘경게’를 넘고자 할 땐 자연은 인간과의 공존을 거부합니다. - 山은 자연의 살림살이에 기초가 되는 골격이며 살점입니다. 江은 여기에 생명을 순환시키는 핏줄이자 젖줄입니다. 이중에서 江의 본성은 자연이 만들어내는 물의 생성을 온전히 거두어 들여 나누고, 보태고, 모으고, 또한 보내어 주는 순환의 길터입니다. 강의 곳곳에 사행형이 이루어져 굽이치게 하는 것과 여울치게 하는 것은 물이 더러워지게 되는 부자연스러움에 대한 자연의 염려와 배려가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물이 지닌 본능과 본성도 이와 다를 바 없이 생명력을 가지는 것과 더불어 그 생명력의 존재력으로 ‘흐름’을 끊임없이 추구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저마다의 감성기준과 이성기준이 합치하는 가치관에서 ‘자연스러움’을 최상위의 안목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다시 말해 자연의 자연스러움이 없는 곳에서 우리들 삶속에 만들어야 할 자연스러운 정신세계는 자리 잡을 수 없다고 봅니다. 우리의 본능 속에 ‘개발’과 ‘발전’과 ‘경쟁’이란 요소가 중요하고 그것들을 통해 ‘행복’과 ‘만족’을 찾을 수 있다면, 우리들 의식 속에 깊이 잠재되어 있는 본성인 인간과 사회적관계에서의 인간다움과 자연스러움의 향배는 과연 본능의 그것들과 함께 만족할 수 있을지 심히 의문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의 ‘선’과 어디까지의 ‘도’와 ‘경계’가 요구되는 것입니다.
#2)
작금의 경부운하계획은 그 우선순위에서 우리가, 국민이, 국가가 찾아야 할 진정한 ‘발상’과 ‘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얼마 전에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제가 하는 일이 사시사철 낙동강을 비롯한 우리의 주요 강과 하천을 훑고 다니며 강도 만나보고 사람들도 만나면서 그곳에서 일어난 일들과 그곳의 생각을 짚어 보는 일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려워진 살림살이와 나랏살림걱정을 하고 있지만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주변의 농공단지에서 생겨나는 어떤 물질의 값이 아니고, 물질적성과가 만들어 내는 제반 악순환의 고리가 하루 빨리 제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깊다는 것입니다. 개발과 발전 뒤에 함께 공유되어야 할 혜택들이 그들에게 나눠지고 지속되기에는 우리의 사회적 구조나 정치와 정책이 턱도 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이제사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고도성장기에 얻어진 경제성장은 어느 특정인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온 국민의 열망으로 이루어 낸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성장의 시간이 지난 뒤, 썰물처럼 빠져나간 젊은이와 이웃들을 이야기하면서 자조 섞인 표정이 얼굴에 가득합니다. 개발과 발전이 가져다 준 뒷자리의 허망함들이 곳곳에 웅덩이처럼 파여져 있습니다. 마을마다, 집집마다, 우리가 지켜가야 할 ‘선’과 ‘도’와 ‘경계’를 비록 늦었지만 이제사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잘 닦여진 고속도로에 차들이 쌩쌩 달리지만 그 곁의 국도와 지방도로가 텅 비워진 현실에서 그들은 그들만의 삶을 거울처럼 쳐다보며 비교하고 있습니다.
강과 하천 곁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논리를 좋아하진 않습니다. 그들은 순리를 믿는 분들입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논리의 폭력들이 현장에서 살아 꿈틀거리는 순리를 얼마나 많이 짓밟았나를 누구보다 잘 아는 분들입니다. 「경부운하계획」에서 치솟아 올라온 각급 각종 호언들에 대해 그들은 코웃음 치는 모습을 여기저기서 보았습니다. 물론 이 계획에 환호하고 기대하는 분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불초소생이 잠 못 이루는 이유 중에 이 같은 ‘상이현상’이 정치적 바람을 타고 쉽게 꺼질 것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라경제를 새로이 발전시키려면 그 주체가 바로 국민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작금과 미래의 상황은 심각한 이해충돌, 인식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것이 확실합니다. 국민의 마음을 한데 모으는 것이 진정한 정치라면 경부운하 계획은 시작도 되기 전부터 심각한 장애를 갖고 있는 것입니다.
#3)
‘위천공단계획’이 지역 간 갈등이었다면 ‘경부운하계획’은 국민 간 갈등과 새로운 분단의 씨앗이 될 것입니다. - 많은 국민들이 염려하고 있습니다. 경부운하를 통해 일어날 소지가 큰 생태계 파괴․교란, 수량의 인위적 관리에 대한 한계와 그 피해와 사회적 부담, 수질오염의 악순환 현상, 만성적인 홍수사태와 제방붕괴 등 그간 주민들이 지켜보면서 깨달은 강의 안전망에 대해 많은 염려들을 하고 있습니다.
낙동강본류가 만수위되어 거창방면에서 거세게 치고 들어오는 물 폭풍을 이겨내지 못해 부셔져버린 김천철교사태와 구포다리붕괴, 본류 만수현상에 겹쳐 일어나는 해일현상과 역천현상에다 상류댐(안동댐․임하댐)에서 수위조절을 위해 엄청난 양의 방류량을 하류에 쏟아 부으면서 생긴 고령제방 붕괴, 성주제방붕괴, 한림제방붕괴 등은 이곳에 살아가는 유역주민에게 강에 대한 올바른 인식의 계기였고, 소중한 깨우침의 전기였습니다.
아시다시피 낙동강의 ‘위천공단사례’는 대표적인 지역갈등의 사례이자 환경과 경제 분야의 충돌사례였습니다. 60년대 초 우리나라가 받아들인 국가산업구조의 변화(농경산업-공업화산업)에서 낙동강 중부내륙의 대구․구미는 산업화 동력의 중심이 되었고, 이곳으로부터 기획된 낙동강 산업벨트는 동해 중부의 포항산업단지, 동해 하부의 울산산업단지, 남해서부의 창원․마산산업단지와 거제산업단지가 구축되었습니다. 이 벨트의 꼭지점인 부산지역은 수출의 소통망 역할을 하였습니다. 산업구조가 투입되면 인구가 이동되고 도시가 팽창되면서 도시환경형식이나 용량이 달리지고 하천과의 이해관계도 달라집니다.
대구, 경산, 영천의 젖줄인 금호강이 환경압박에 시달리면서 심각하게 오염되는 시기와 맞물려 대구의 대표적 노동집약산업인 섬유산업도 시들시들 대외 경쟁력을 잃게 되었습니다. 이 같은 경제압박과 환경위협은 급기야 금호강의 낙동강합수지에서 약 20여km 떨어진 하류지점인 「위천」에 국가산업단지개발계획이 수립되었고, 이 과정에서 낙동강수질의 위기감에 처해있는 부산, 경남 등 하류지역주민들은 상수원보호에 목을 매달고 결사반대하였습니다. 대구지역은 경제적 목적의 생존권을, 부산․경남지역은 상수원 보호와 환경권의 생존권을 걸고 거대한 충돌을 불러일으킨 것입니다. 강과 물을 대하는 살림살이의 이해관계가 다르고 우선순위가 달랐기 때문입니다. 「위천공단사건」이 어떤 사물을 대함에 있어서 지역간의 갈등과 분쟁이었다면, 「경부운하」는 국민간 갈등의 씨앗이며 그 아무도 추스려 담지 못할 분단의 진앙지가 될 것입니다. 학문간 분단을 비롯하여 우리가 그토록 소중히 여겨왔던 문화의 분단까지, 악순환은 꼬리를 물고 발생할 것입니다.
정부와 각급조직이 애써 만들어 놓았던 정책과 제도와 프로그램들이 분단의 화염 속에 부유할 것이고, 결국은 국가의 원천적 자산인 국민정신까지 교란의 와중에 휘둘릴 것입니다. 위천공단의 상황도 심각했지만 경부운하는 이보다 더 근본적 문제로서, 이 땅에서 일어난 각종 분쟁과 갈등을 훨씬 뛰어넘는 국력낭비를 불러 올 것이기 때문에 많은 국민들은 밤잠을 못 이루는 것입니다. 국운융성, 4만불시대, 경제발전의 원대한 야망이 중심 잃은 부유성에서 찾아질 수 있겠습니까? 사사건건 충돌되는 논리에서 만들어지겠습니까? 경제지향의 과학․기술과 생태주의․문화주의가 결결이 부딪치는 곳에서 이루어질 수 있겠습니까? 국민의 마음이 둘․셋으로 갈라진 환경에서 그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루어 질 수 있겠습니까? 양적 성장가치와 질적 성장가치가 얽혀있는 대한민국의 겉모습․속모습은 곧 바로 일본이나 중국의 예리한 시선에 갇혀버릴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많은 국민들은 염려하고 있습니다. 몇 차례의 정부가 바뀌었지만 국민의 힘을 모으지 못하고 정치적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는 정치풍토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마음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의 ‘정치 따로’ ‘국민 따로’가 아닌 ‘우리 함께’란 것입니다. 이제 두 번 다시 어떤 목적이든지간에 국민을 분리시킬 권한은 아무에게도 부여될 수 없는 것입니다. 유력 대선주자이자 경부운하를 계획하고 있는 이명박님께서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하늘이 주신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됩니다. 몇 차례 말씀드렸습니다만, 다수의 국민이 원하지 않는 것은 접을 수 있고, 대신 다른 차원과 목표에서의 국민 에너지를 이끌어내는 지혜가 발휘되어야 할 것입니다. 다수의 국민은 이와 같은 지혜와 계기와 전기적 조치를 여망하고 있습니다. 계획의 철회와 더불어 국민에게서 진정 지지 받을 수 있는 대안적 방법을 찾아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참고/ 제6편은 시기적으로 특정정당의 경선에 따른 민감성을 감안하여 한참 뒤늦게 보내드리는 검 양해를 구합니다. 죄송합니다.
2007년 8월 24일
김상화
(사)낙동강공동체 대표/낙동강네트워크 상임대표/
강살리기네트워크 공동대표/국토이용에 관여할 책임이 있는 유역주민 모임(가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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