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박금리가 집필하고 있는 역학소설 [무애행]이라는 작품 속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소설의 일부분입니다.
이승만 윤보선 박정희 김영삼 이병철의 사주팔자
“이게 누구누구의 명조인지는 알겠지?”
사주 위에 적힌 당사자들의 이름을 가만히 살펴보니 역대 대통령들과 근대를 장식한 몇몇 인물들의 사주간지였다. 무애스님을 향하여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애스님은 말없이 [하락이수]를 펼치더니 각 사주 해당자의 명운에 속하는 경문들을 다시 써내려갔다. 여러명의 명운이 담긴 경문인 탓에 꽤나 길었음에도 스님은 얼마되지 않아 그 많은 경문을 모조리 화선지에 담아 놓았다.
“이보게 민하, 우선 우리나라의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과 김영삼의 사주를 보도록 하세. 두 사람을 같이 보는 건 두 사람의 운명괘가 같기 때문이야.”
“네? 이승만과 김영삼의 명조가 같다고요?”
“명조는 각각 다르지. 사주팔자의 간지는 다르지만 [하락이수]의 관법으론 동질의 팔자를 지닌 같은 운명괘란 얘길세. 두 사람의 살아온 바를 살펴보면 일면 맞는 얘기야. 자, 여기 명조와 경문을 보게나.”
건명(乾命), 이승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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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 |
月 |
日 |
時 |
천간 |
을(乙) |
기(己) |
정(丁) |
경(庚) |
지지 |
해(亥) |
묘(卯) |
해(亥) |
자(子) |
천간의 수(하도수) |
2 |
9 |
7 |
3 |
지지의 수(낙서수) |
1·6 |
3·8 |
1·6 |
1·6 |
건명(乾命), 김영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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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 |
月 |
日 |
時 |
천간 |
무(戊) |
을(乙) |
기(己) |
갑(甲) |
지지 |
진(辰) |
축(丑) |
미(未) |
술(戌) |
천간의 수(하도수) |
1 |
2 |
9 |
6 |
지지의 수(낙서수) |
5·10 |
5·10 |
5·10 |
5·10 |
“[하락이수]로 원명괘를 작괘하기 위해선 천간과 지지에 하도와 낙서의 수를 대입한다 하였네. 우선 이승만의 사주에 배정한 하도낙서수중 천수를 내는 홀수를 더하면 9+7+3+1+3+1+1=25인데 이를 ‘천수(天數)의 나머지수 배정표’에서 찾아보면 나머지수가 5로 이는 중앙수에 속하네. 중앙수는 ‘나머지수가 5(중앙)인 경우의 괘배정표’에서 소성괘를 찾는데 이승만은 1864-1923년 사이에 태어났으니 상원에 속하네. 이때는 양년에 태어난 남자든 음년에 태어난 남자든 공히 소성괘가 간괘(艮卦)로 배정되었네. 이승만은 양년인 무진년생이니 천수에서 나온 소성괘를 상괘로 쓰면 될 것이야. 만일 음년생이라면 천수에서 나온 괘를 하괘로 써야 함은 이미 말하였네.
다시 지수를 내는 짝수를 더하면 2+6+8+6+6=28인데 이를 ‘지수(地數)의 나머지수 배정표’에서 찾아보면 나머지수가 8이 되네. 8에 해당하는 소성괘를 ‘나머지수에 따른 8괘표’에서 찾아보면 간괘(艮卦)가 배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네. 아까 말한 대로 이승만은 양년생이니 지수에서 나온 소성괘를 그냥 하괘로 쓰면 되네. 음년생이었다면 상괘가 되겠지. 상괘와 하괘 모두가 간괘이니 이는 중산간(重山艮)괘가 되네. 이승만의 선천괘는 중산간괘가 되는 것이야.
이제 원당을 찾아야 후천괘를 짓고 이승만의 운에 해당하는 효사와 경문을 알 수 있겠지? 이승만은 술시(戌時)에 났고 이는 하육시에 속하며 4음괘이니 앞서 말했던 도표 ‘하육시의 원당효’에서 찾아보면 양효1에 원당이 있다 하였네. 중산간괘의 양효1은 세 번째 효에 있으니 이승만의 선천괘 원당은 중산간괘 구삼에 되는 것이야. 노심초사해서 거듭 말하지만 혹시 괘를 짓다가 6양괘(중천건괘)와 6음괘(중지곤괘)를 얻은 사람의 원당을 구할 때에는 다소 까다로우니 항시 유의해야 하네.
이제 이승만의 후천괘를 구해 보도록 할까? 중산간 구삼이 양효에서 음효로 변하고 상괘와 하괘의 위치를 바꾸니 상괘는 곤괘가 되고 하괘는 그대로 간괘가 되었네. 하여, 후천괘는 지산겸괘가 되고 원당은 효가 변한 6효 이른바 상육이 되는 걸세.
김영삼의 명조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작괘(作卦)하면 똑같이 선천괘로 중산간 구삼과 후천괘인 지산겸 상육을 얻게 되네.
그러면 이 사람들이 얻은 선천괘의 원당효에 해당하는 경문이나 들여다봄세. 이승만과 김영삼은 중산간괘의 세 번째 효, 즉 구삼을 원당효로 얻었는데 원당효는 전체 운명의 기본 바탕으로 생각해도 될 정도로 중요하다 이미 말했네. 이 사람들이 얻은 중산간괘 원당효의 효사와 경문에는 다음과 같은 뜻이 있네.”
<이승만, 김영삼; 선천괘 중산간 구삼 원당효사 및 경문 해설>
九三 艮其限 列其夤 厲 薰心 象曰 艮其限 危 薰心也
구삼 간기한 열기인 려 훈심 상왈
구삼, 그 허리에 그친지라, 그 등뼈를 벌림이니 위태하여 마음이 찌는 듯 하도다.
此爻是不當止而止 失時之極者也
차효시부당지이지 실시지극자야
이효가 나타낸 것은 그침을 부당하게 그치는 것이니 때를 극도로 잃은 자이다.
故 叶者 必爲顯宦執柄 貪得不足 敗君誤國
고 협자 필위현환집병 탐득불족 패군오국
그러므로 운에 따르는 사람은 반드시 높은 자리에 올라 권세를 잡게 되나 탐하여 얻었음에도 항시 부족하게 여기며 군주로써 패하고 나라를 그릇되게 한다.
阻隔正路 而上下之情不通 敗逆之罪難患
조격정로 이상하지정불통 패역지죄난환
바른 길을 막아서 군주와 아랫사람들의 뜻이 통하지 못하게 하니, 나라를 무너뜨리고 거스른 죄를 면키 어렵다.
不叶者 富藏金谷 必起强梗 惡事常行 善緣不作
불협자 부장금곡 필기강경 악사상행 선연불작
운에 따르지 않는 사람은 부자가 되어 금곡의 재산을 모아 반드시 세차고 강경하게 일어서나, 모진 일을 항시 행하고 착한 인연은 짓지 못한다.
“위의 경문에서 ‘필위현환집병(必爲顯宦執柄)’은 반드시 권병을 잡는 벼슬이나 지위에 오르게 됨을 뜻하니 대통령직에 당선됨을 말한 것이네. 다른 사람이 이 효를 얻었을 경우 그 수와 이치에 따라 다르겠지만 수와 이치가 좋은 경우에는 어느 한 분야의 수장이 된다고 파악하면 되네. ‘탐득불족(貪得不足)’은 탐하고 모사하여 이미 얻었음에도 만족할 줄 모르고 항시 부족하게 여긴다는 뜻으로 이승만의 전적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야. 김영삼 전 대통령이 어떤 길을 걸을지는 아직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지만······.”
“스님! 김영삼 전 대통령이 IMF를 초래하여 그토록 망신을 당했는데도 또 다시 정치에 미련을 갖는단 의미입니까?”
무애스님은 대답대신 엷은 미소로만 간단히 응답하고는 계속해서 경문을 풀이해 나갔다.
“경문에서 ‘패군오국(敗君誤國)’은 두 가지의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네. 하나는 ‘군주로써 패하고 나라를 망친다.’는 해석이고 또 하나는 ‘군주를 패하게 하고 나라를 그릇되게 한다.’는 해석이지. 전적으로 그렇다고 보지는 못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정서를 빌어 판단하건대 이승만은 정권욕에 눈이 멀어 부정선거를 저질렀고 김영삼은 IMF를 초래하여 나라의 앞날을 어둡게 만들었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군주로써 패하고 나라를 망쳤다.’는 ‘패군오국(敗君誤國)’의 문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야.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의 해석인 ‘군주를 패하게 하고 나라를 그릇되게 한다.’는 의미를 음미해 볼 필요가 있네. 그것은 이승만이 ‘탐득불족(貪得不足)’으로 계속하여 욕심을 부리던 연령이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도 아직 창창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지. 결국 ‘조격정로(阻隔正路) 이상하지정불통(而上下之情不通) 패역지죄난환(敗逆之罪難患)’의 여정을 걷게 되는지 아니면 이 모든 것이 재임시절의 잘못에 해당하는 문구로써 끝나는지는 앞으로의 세월이 알려줄 것이네.”
“경문 자체가 두 사람의 인생사나 마찬가지군요. 그러고보니 두 사람의 경향은 비슷한 데가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독립운동을 한 이승만이나 민주화 운동을 한 김영삼이나 그 방식도 유사한 데가 많은 것 같구요. 김구 선생이 독립운동의 현장에 서신 분이라면 이승만은 미국에서 편하게 독립운동을 한 사람 아닙니까? 살아가며 겪은 일들은 서로 다르겠지만 두 사람이 같은 운명괘의 틀 속에서 유사한 성향의 인생을 산 것을 보면 참으로 하락이수의 효사와 경문은 신비롭습니다.”
“그게 하락이수의 장점이지. 그런데 말이야, 중산간 구삼은 전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후천 원명괘이기도 해.”
“아니, 어떻게 그런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까? 이병철은 재물을 많이 모은 경우인데 대통령을 지낸 정치인들과 무슨 연관이 있을런지요?”
“이보게, 중산간 구삼의 경문중 ‘운에 따르지 않는 사람(不叶者)’에 해당하는 문구를 보게나. ‘운에 따르지 않는 사람은 부자가 되어 금곡의 재산을 모아 반드시 세차고 강경하게 일어서나, 모진 일을 항시 행하고 착한 인연은 짓지 못한다.’라고 되어 있지 않은가?”
“아하! 그렇군요.”
“이승만과 김영삼은 중산간 구삼이 선천괘의 원당효일세. 그러나 이병철은 지산겸 상육이 선천괘의 원당효이고 중산간 구삼은 후천괘의 원당효란 말이지. 즉 선천괘와 후천괘가 거꾸로 바뀌어 있다네. 그러니 어느 분야에서 수장 노릇을 하는 경향은 유사하다고 볼수 있지만 분야는 다르게 된 것이야.”
“그런데, 스님께서는 이승만과 김영삼은 협자의 경문을 택하고 이병철은 불협자의 경문을 택해서 명운을 결부시켰는데 이 또한 명조의 격과 관계된 것인지요?”
“그러하다네.”
“명조를 풀어 괘를 짓는 것은 숙달되면 어렵지 않겠으나 효사 및 경문을 당사자의 격에 맞춰 풀이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겠습니다.”
“세상 어떤 일이든 쉬운 게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그 또한 격을 논하는 하락이수의 이론을 철저히 익히고 실제 임상경험을 부단히 쌓다보면 저절로 체득케 된다네. 내 이병철의 명조를 알려줄테니 시간이 날 때 다시 괘를 지어 풀어 보게나.”
건명(乾命), 이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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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 |
月 |
日 |
時 |
천간 |
경(庚) |
무(戊) |
무(戊) |
임(壬) |
지지 |
술(戌) |
인(寅) |
신(申) |
술(戌) |
천간의 수(하도수) |
3 |
1 |
1 |
6 |
지지의 수(낙서수) |
5·10 |
3·8 |
4·9 |
5·10 |
무애 스님은 이병철의 명조를 능숙한 솜씨로 화선지에 옮겨 적어 내게 내밀었다.
“자, 그럼 이번에는 윤보선의 운명괘를 들여다보기로 할까? 이제 괘를 짓는 방법이나 원당효를 구하는 방법은 자네가 독학하여 완벽하게 터득하도록 하게. 거기에 대해선 이제 설명치 않겠네.”
무애스님은 화선지에 적은 윤보선 전 대통령의 운명괘를 간단히 설명하고 효사와 경문에 실린 의미를 설하기 시작했다. 무애스님의 입을 통해 나오는 역대 대통령들의 명조에 대한 하락이수의 경문은 구구절절이 맞는 내용들 뿐이었다.
건명(乾命), 윤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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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 |
月 |
日 |
時 |
천간 |
정(丁) |
무(戊) |
임(壬) |
계(癸) |
지지 |
유(酉) |
신(申) |
인(寅) |
묘(卯) |
천간의 수(하도수) |
7 |
1 |
6 |
2 |
지지의 수(낙서수) |
4·9 |
4·9 |
3·8 |
3·8 |
윤보선은 선천괘는 주역 64괘중 19번째 괘인 지택림(地澤臨 )이며 원당은 두 번째 효인 구이를 얻게 된다. 후천괘는 원당이 있는 하괘의 구이가 변해 진괘가 되어 상괘로 가고 상괘였던 곤괘가 하괘가 되어 뇌지예(雷地豫)괘가 되며 원당은 다섯 번째 효인 육오가 된다. 그러면 윤보선의 선천괘의 원당인 지택임괘 구이와 후천괘의 원당인 뇌지예괘 육오의 효사와 경문을 읽어보자.
<윤보선; 선천괘 지택임 구이 원당효사 및 경문 해설>
九二 咸臨 吉 无不利 象曰 咸臨吉无不利 未順命也
구이 함림 길 무불리 상왈 함림길무불리 미순명야
구이, 느껴서 임함이니, 길해서 이롭지 않음이 없느니라. 상에 말하기를 ‘느껴서 임함이니, 길해서 이롭지 않음이 없음’은 명령에 순히 하는 아니니라.
此爻 是擬其逼陰之象 而深與之者也
차효 시의기핍음지상 이심여지자야
이 효는 양이 음을 핍박하는 상을 비유한 것이고 이를 깊이 찬양한 것이다.
故 叶者 進德之勤 行道之力
고 협자 진덕지근 행도지력
그러므로 운에 따르는 사람은 근면하게 덕을 시행하고 힘써 도를 행한다.
以順出逆 以仁易暴 道可行 志可伸
이순출역 이인이포 도가행 지가신
순리로써 거역하는 것을 몰아내고 어짊으로써 포악한 것을 바꾸니 도가 행해지고 뜻을 펼 수 있는 것이다.
而動無所括 事可立 功可成 而行無所阻
이동무소괄 사가립 공가성 이행무소조
행동함에 맺힌 것이 없으니 일을 잘 처리해 공을 이룰 수 있으며 자신의 뜻을 펴나가는데 막힘이 없다.
不叶者 亦作善士 能起家業 而營畜其利
불협자 역작선사 능기가업 이영축기리
운에 따르지 않는 사람도 또한 선량하고 능력있는 사람으로 가업을 일으키고 경영하는 일에 이득을 축적할 수 있는 사람이다.
<윤보선; 후천괘 뇌지예 육오 원당효사 및 경문 해설>
六五 貞疾 恒不死 象曰 六五 貞疾 乘剛也 恒不死 中未亡也
육오 정질 항불사 상왈 육오 정질 승강야 항불사 중미망야
육오는 바르되 병에 걸리나, 항상 죽지 않느니라. 상에 말하길 ‘육오는 바르되 병이 들음.’은 강함을 만났기 때문이요, ‘항상 죽지 않음’은 중이 없어지지 아니함이니라.
此爻 是縱己之豫 以自溺者也
차효 시종기지예 이자익자야
이 효는 자신의 사사로운 기쁨에 마음이 해이해져서, 스스로 빠져들어가는 자이다.
故 叶者 或作貴人 正當憂阻
고 협자 혹작귀인 정당우조
그러므로 운에 따르는 사람은 혹 귀인이 되어 정당하게 행동하나 막히는 근심이 있다.
志多柔奸 權出他人 事不由己 在世雖顯 有疾延壽
지다유간 권출타인 사불유기 재세수현 유질연수
심지가 유약하고 남에게 의지하여 구하려 하니, 권세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나오고, 자신의 일인데도 자신이 처리하지 못한다. 세상에서 높은 직위와 명예를 누리나 항시 병을 가지고 살며, 병치레를 하며 살더라도 장수한다.
不叶者 柔懦不能自立 多見疾患臨身
불협자 유나불능자립 다견질환림신
운에 따르지 않는 사람은 유약해서 자립하지 못하고, 질환을 항시 몸에 달고 산다.
선천괘와 후천괘의 원당에 해당하는 효사와 경문을 보면 윤보선 전 대통령이 살았던 삶의 격을 읽는 듯하다. 선천괘의 원당효에 나와 있듯이 ‘순리와 어짊’이라는 유순한 방법으로 이승만 독재에 항거하며 나름대로 정치적 지도자로 입지를 키워나가는 인물이 되었지만, 후천괘의 원당에 해당하는 효사와 경문처럼 심지가 유약한 탓으로 자신의 정치적인 힘을 펼쳐내지 못해 박정희 군사정권에게 권력을 넘기고 마는 윤보선의 일생과 조금도 어긋나지 않는다. 윤보선의 생애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아는 사람은 하락이수에 실린 그의 운명괘가 얼마나 적확하게 들어맞는지 한번쯤 무릎을 칠만도 하다.
앞서 말했듯이 하락이수는 효사와 경문의 문구를 해당 사람의 인생과 무 자르듯이 그대로 대비시켜 보아서는 안된다. 효사와 경문에 담긴 명조의 격(格)을 느낄줄 알아야 하며 선천괘와 후천괘의 원당효에 들어있는 깊은 뜻을 잘 융합하여 그물의 벼리끈 같은 그 명조만의 맥을 짚어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 대통령중 가장 곡절이 많고 칭송과 비난을 동시에 받고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원명괘는 어떠할 것인가? 박정희의 원명괘에 대한 내용은 고명 서정기 학인이 풀이하고 신지평이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ꡔ해설 하락이수ꡕ라는 서책에도 소개된 바 있다. 거기에서는 대연수이진법(大衍數移進法) 즉, 토정수(土亭數)라는 추산법을 사용하여 세운(歲運)까지 뽑아 박정희가 5.16군사혁명을 일으켰던 해와 시해사건이 있던 해의 경문까지 싣고 있는데 이는 가히 놀라워 함께 소개하기로 한다. 우선 박정희의 원명괘인 선천괘와 후천괘의 원당효사와 경문을 탐미해 보면 다음과 같다.
건명(乾命), 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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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 |
月 |
日 |
時 |
천간 |
정(丁) |
신(辛) |
경(庚) |
무(戊) |
지지 |
사(巳) |
해(亥) |
신(申) |
인(寅) |
천간의 수(하도수) |
7 |
4 |
3 |
1 |
지지의 수(낙서수) |
2·7 |
1·6 |
4·9 |
3·8 |
천수는 합이 31이니 나머지가 6으로 건괘를 얻었고, 지수는 합이 24이니 나머지가 4로 역시 손괘를 얻었다. 음년생 건명이니 상하괘가 바뀌어 풍천소축괘를 얻게 된다. 인시생이니 원당효가 구삼을 얻어 후천괘는 택풍대과괘 상육을 얻었다.
<박정희; 선천괘 풍천소축 구삼 원당효사 및 경문 해설>
九三 輿脫輻 夫妻反目 象曰 夫妻反目 不能正室也
구삼 여탈복 부처반목 상왈 부처반목 불능정실야
구삼은 수레의 바퀴살을 벗김이며 부부가 반목함이로다. 상에 말하기를 ‘부부가 반목함’은 집안을 바르게 하지 못함이라.
此爻 是剛健太過 而見畜於小人者也
차효 시강건태과 이견축어소인자야
이효가 나타낸 것은 지나치게 강건하여 오히려 소인에게 묶여버리게 되는 자이다.
但小小營謀 而貪高望大之有反遭傷害
단소소영모 이탐고망대지유반조상해
다만 소소하게 경영할 일이지, 하는 일에 지나치게 탐욕이 크면 도리어 상처와 해로움을 당하게 된다.
剛健太過 拘執不通 諫則不從 終當見阻
강건태과 구집불통 간즉불종 종당현조
지나치게 강건하고 고집불통이어서 충언을 해도 듣지 않으니, 당연히 하는 일이 막히게 된다.
或君臣疏遠不孚 或夫妻乖違不睦 或朋友是非 血氣損傷
혹군신소원불부 혹부처괴위불목 혹붕우시비 혈기손상
혹 군주와 신하간에 믿지 못해서 소원해지고, 혹은 부부끼리 불목해서 어긋나고 빗나가며, 혹은 친구 사이에 시비를 벌여 혈기를 손상시킨다.
박정희의 원명을 좀더 깊게 파헤쳐 들여다 보면 다음의 해석들도 가능하게 된다.
‘단소소영모(但小小營謀)’는 ‘무릇 하는 일을 작게 계획하고 운영해해야 한다.’라는 의미이며, ‘이탐고망대지유반조상해(而貪高望大之有反遭傷害)’는 너무 야욕에 사로잡혀 일을 벌이면 끝이 좋지 않아 상처와 해로움을 당하게 됨을 경계한 말이다.
‘강건태과(剛健太過) 구집불통(拘執不通) 간칙불종(諫則不從)’이란 말그대로 박정희의 강건한 이미지, 독재적인 근성을 꼬집은 말이다.
‘혹군신소원불부(或君臣疏遠不孚)’는 군주와 신하간에 믿음이 없어 멀어지게 된다는 말로 예를 들면 박정희 집권시의 중앙정보부장 김형욱과의 불편한 관계 등을 예시한 말이다.
‘혹부처괴위불목(或夫妻 乖違不睦)’는 부부끼리 화목하지 못하여 헤어지게 된다는 말과 ‘신체가 어그러져서 떠나간다.’는 괴위(乖爲)’의 의미를 지닌 말로 박정희는 처음에 만난 처와 헤어짐은 물론이요, 재혼한 육영수 여사까지도 ‘괴위(乖爲)’하게 되었음이다.
‘혹붕우시비(或朋友是非) 혈기손상(血氣損傷)’는 친구간에 시비를 벌여 피를 흘리고 기를 손상시킨다는 말로 이는 친구였던 김재규의 총에 맞아 운명을 달리하는 사건을 지칭함이다.
<박정희; 후천괘 택풍대과 상육 원당효사 및 경문 해설>
上六 過涉滅頂 凶 无咎 象曰 過涉之凶 不可咎也
상육 과섭멸정 흉 무구 상왈 과섭지흉 불가구야
상육은 지나치게 건너다 이마를 멸함이라. 흉하니 허물할 데 없느니라. 상에 말하길 ‘지나치게 건너다 이마를 크게 다치게 되어 흉함’은 허물할 데가 없느니라.
此爻 是儗以死難之象 而因以致其許國者也
차효 시의이사난지상 이인이치기허국자야
이효가 나타낸 것은 어려운 시국에 목숨을 바치는 상을 비교하여,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사람을 말한 것이다.
故 叶者 有德有位 當大難臨大危 而殺身以成仁 舍生以取義.
고 협자 유덕유위 당대난림대위 이살신이성인 사생이취의
그러므로 운에 따르는 사람은 덕과 지위가 높은 자로 큰 어려움과 큰 위기를 당해서, 살신성인의 자세로 목숨을 바쳐 바른 것을 취하니,
名標靑史 望重華夷
명표청사 망중화이
이름이 청사에 길이 남고 덕망이 온 세상에 떨치게 된다.
不叶者 志大謀小 輕動妄擧 取禍招孼 難容於世
불협자 지대모소 경동망거 취화초얼 난용어세
운에 따르지 않는 사람은 뜻은 크나 지모는 작아서, 경거망동하여 화를 부르고 망하게 되니, 세상을 어지럽게 하는 자이다.
박정희의 후천괘 원당효에 들어 있는 경문을 세밀히 뜯어보자. ‘당대난(當大難) 임대위(臨大危)’는 국가적인 대난과 큰 위기를 말함이니 이는 가난에 배를 주렸던 5.16 시기의 국가적인 어려움도 있지만 4.19를 통한 혼란한 정국도 의미함이다. 또한 북한과의 대치적인 상황과 핵개발의 필요를 느껴 미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핵개발을 강행하여 불거진 대치국면도 포함될 것이다.
‘이살신이성인(而殺身以成仁)’의 의미는 비록 독재를 하였다고는 하나 한때 그가 이룩한 업적은 가히 살신성인하는 자세였다고 보는 사람들의 생각과 통할 수 있는 말이다. 하여, 박정희의 생애가 ‘명표청사(名標靑史)’ 즉 ‘청사에 이름이 남는다.’에 결부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하락이수는 선천괘와 후천괘를 종합한 원명도 추산할 수 있지만 음효는 6년 양효는 9년을 붙여 6년 또는 9년별로 각 해당 효사 경문을 근거로 그 운을 판단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락이수에서는 이를 대상운(大象運)이라 하며, 좀더 세밀하게 쪼갠 한 해의 운을 세운(世運), 각 월의 운을 월운(月運), 각 일의 운을 일운(日運)이라 칭하여 각 운을 구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대상운을 붙이는 방법은 앞서도 얘기하였다.
박정희의 선천괘와 원당인 풍천소축괘 구삼에 대상운을 붙여보았다. 구삼은 원당이며 양효니 박정희 삶의 전체적인 경향성도 되지만 1세부터 9세까지의 대상운이기도 하다. 다음에는 효를 위로 옮겨 네 번째 효인 육사(음효이므로 6년)가 10세부터 15세까지의 대상운이며, 다시 효를 옮겨 다섯번째 효인 구오(양효이므로 9년)가 16세부터 24세까지의 대상운이다. 이와같이 음효는 6년을 더하고 양효는 9년을 더하며 대상운을 유행하다가 맨 위의 효에 올라가면 다시 아래로부터 시작하여 원당효 전 까지의 효에서 선천괘의 대상운이 모두 끝나게 된다. 선천괘가 끝나면 후천괘로 넘어가 후천괘의 원당에서부터 계속하여 대상운을 배정하여 정하면 된다.
박정희의 경우 선천괘인 풍천소축은 음효가 하나(6×1=6년) 양효가 다섯(9×5=45년)으로 이를 모두 합하면 51년이 되어 박정희는 각 대상운을 겪어가며 선천괘에서 51년을 살고 후천괘인 택풍대과괘로 넘어가게 된다. 이미 선천괘에서 51년을 살았으므로 택풍대과괘의 원당인 상육(음효이므로 6년)에서는 52세부터 시작하여 57세까지, 상육은 맨 위의 효이므로 다시 아래로 내려가 택풍대과 초육에서 58세부터 63세의 대상운을 살게 되며 나머지도 이와 같음이다.
그러면 대상운 말고 세운과 월운 일운 등은 어떤 방식으로 구하는가? 우선 그 방법을 따지기에 앞서 박정희의 인생을 통해 하락이수가 말하는 세운을 먼저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미리 말했듯이 박정희가 5.16 군사혁명을 일으켰던 해의 세운을 하락이수는 어떻게 예단하고 있을까? 그 해는 신축년으로 1961년이었다. 다음은 박정희의 명조와 관련하여 고명 서정기 학인이 대연수이진법으로 풀이한 신축년의 세운이다.
世應相生 人快順
세응상생 인쾌순
세효와 응효가 상생하니, 남과 하는 일이 쾌하고 순조롭게 되도다.
世爻入墓 事多暗昧
세효입묘 사다암매
세효가 고묘에 들어가니, 일에 암매함이 많도다
入內臺而陞遷
입내대이승천
내대에 들어가서 승진하여 옮기도다.
見機解組
견기해조
기회를 보아서 인끈을 풀도다.
위에서 ‘입내대이승천(入內臺而陞遷); 내대에 들어가서 승진하여 옮기도다.’는 이를 풀이하면 당시 야전사령관의 신분에서 중앙관서에 높이 오른다는 말로 이해하여 볼 수 있다. ‘견기해조(見機解組); 기회를 보아서 인끈을 풀도다.’는 상당히 놀라운 어구인데 어구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 당시의 상황을 간략히 정리해 본다. 혁명에 성공한 후 박소장은 실권을 직접 주도 관장하면서 외형적으로는 당시 참모총장 장도영에게 군사혁명위원회 위원장의 자격을 부여하여, 그로 하여금 모든 법령의 포고 내지는 내무적인 행정명령까지도 대행발표하여 실무를 처리하게 한다. 당년 11월의 세모에 세운이 바뀌어질 무렵, 전격적으로 이를 해임시키고 자신이 전면에 신분을 노출하여 당무에 임하니, 당시의 박소장은 ‘견기해조(見機解組)’의 어구처럼 1961년 신축년 하반기에 그 안위의 기회를 봤다가 인끈을 풀어 실권을 행한 결과가 되었다.
이번에는 박정희가 김재규에게 살해된 시해사건이 일어난 해의 세운을 들여다보자. 그 해는 기미년으로 1979년이며 그의 나이 63세가 되던 해였다.
隨官入墓 目下有災
수관입묘 목하유재
관귀를 따라 묘고에 들어가니, 눈 앞에 재앙이 있도다.
世爻發動 改作信失
세효발동 개작신실
세효가 발동하니 신실을 고쳐 짓도다
身爻逢空 作事不成
신효봉공 작사불성
신효에 공망을 만나니, 짓는 일이 성사를 못하도다.
但喜中有憂 甚至人財破損
단희중유우 심지인재파손
다만 기쁜 중에 근심이 있으니, 심한데 이르면 사람과 재물이 파손되도다.
有五馬戎馬之兆
유오마융마지조
다섯 말중에 오랑캐 말이 있는 징조이도다.
관귀, 묘고, 세효, 발동, 공망 등의 용어는 명리학이나 육효, 귀곡법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지만 이들 용어를 모르는 일반 사람들도 경문의 해석을 읽어보면 시해사건이 일어난 해가 박정희에게 얼마나 불리한 세운이었는지를 직감할 수 있다. 특히 ‘유오마융마지조(有五馬戎馬之兆)’의 ‘다섯 말중에 오랑캐 말이 있다.’는 말은 궁정동에 돌연히 저격한 중앙정보부장인 김재규를 뜻하니 하락이수의 세운 경문도 참으로 의미심장한 구석이 많은 것이다.
나는 역대 대통령들의 명조와 하락이수 경문을 비교해 보며 헤어날 수 없는 의문에 사로잡혔다. 그 의문은 하락이수가 담고 있는 경문이 그들의 발자취를 너무나도 흡사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더욱이 나의 이성을 마비시켰던 것은 하락이수가 기본 골격은 주역의 괘사와 효사를 따랐으므로 학문적 정통성과 검증의 시간을 갖었다 하겠으나 경문만큼은 진희이가 짓고 소강절이 체계화한 것인데 어떻게 그것이 인간의 운명과 궤를 같이 하는가하는 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