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숲과 문화 학교 원문보기 글쓴이: 숲과사람(강영란)
숲속바람의 숲이야기 |
영화 「괴물」을 보면서 우리가 진정 두려워해야 하는.. (0) | 운영자 | 2006.09.08 |
영화 「괴물」의 흥행 기록은 놀랍지 않은가? 개봉 38일 만에 역대 최다인 ‘왕의 남자’ 관객수 1,235만명을 돌파했다. ‘괴물’은 영화 속에서만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것이 아니라, 영화 밖에서도 수많은 스크린과 각종 흥행기록을 먹어치우고 있다. 「괴물」의 첫 장면은 미군 부대 병영 내에서 미국인 책임자가 한국계 미군 병사에게 독극물 표시가 뚜렷한 포름알데히드를 병 채로 하수구로 부어버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얼마 후, 낚시꾼들이 이상하게 생긴 물고기(후일 괴물로 나타나는)를 잡았다가 놓아주는 장면이 나오면서, 주인공인 ‘괴물’이 미군 부대 독극물 방류에 의해 탄생했다는 것을 영화는 암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 장면은 이제 거의 잊혀졌던 지난 2000년 ‘미군부대 독극물 방류 사건’을 기억 속에서 다시 끄집어내었고, 때마침 영화가 개봉된 7월에 불거진 미군부대 주둔지 토양오염 문제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면서, 영화 「괴물」이 공전의 대 히트를 기록하는 데 일조하게 된다. 이 영화의 뛰어난 영화적 상상력은 높이 평가해야 마땅하지만, 환경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는 몇 가지 면에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를 보면 미군부대 독극물 방류만이 ‘괴물’을 탄생시킨 것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정말 우리나라 환경오염의 주범이 미군이고, 우리는 여기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일까? 오늘도 우리 가정에서는 각종 약품이 아무렇게나 버려지고, 염색약이 하수도로 들어가고 있는데…, 실험실에서는 무심코 버리지는 수많은 실험폐액이 그냥 하수도로 흘러가고 있는데…, 저기 수천의 사업장에는 화공약품 폐드럼들이 그냥 딍글고 있고 비만 오면 거기서 독성물질들이 토양으로 하수로 유입되고 있는데…, 오늘날 우리 농사는 농약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고 각종 제초제와 살충제가 우리 환경 속으로 들어와도 우리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데… 게다가 우리는 이런 독성물질이 어떤 경로로 움직이는 지도 모르고, 얼마나 우리 환경으로 들어오는 지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도 없다. 나라 전체에서, 도시와 농촌에서, 실험실과 공장에서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이런 독성물질들은 어느 날 수천의 또 다른 모습의 ‘괴물’들로 탄생하게 될 것이다. 영화여서 그러리라 하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이 ‘괴물’이 이렇게 구체적인 모습으로, 그리고 거대하지만 단 한 마리로 묘사되는 것이 마땅치 않다. 환경 독성물질들에 의한 피해는 영화 「괴물」에서 보듯이 운 나쁜 몇 사람만 당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20세기 중반 발생한 수은중독에 의한 ‘미나마타’병과 카드늄 중독에 의한 ‘이따이이따이’병에서 보듯이 해당지역 전체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게 한다. 영화 「괴물」이 환경오염의 무서움을 사람들에게 구체적으로 심어준 것은 사실이지만, 혹시라도 시민들이 ‘괴물’과 같이 구체적 모습의 생물체만 나타나지 않으면 환경문제가 없다거나, 나타나도 마주치지 않고 잘 피하기만 하면 안전하다고 생각할까 봐 두렵다. ‘환경문제’가 괴물처럼 구체적이고 눈에 잘 보이고, 그 한마리만 잘 처리해서 해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우리가 두려워하는 괴물은 바이러스보다도 작아서 우리 눈으로는 보이지도 않고, 어느 날 문득 죄 없는 수만의 사람들 몸속으로 침투하는 ‘괴물’인 것이다. 그것도 미군이 아니라 우리가 버린 오염물질을 먹고서... 1991년 2차례나 페놀오염사건이 발생했던 낙동강에서 근래 다시 PCB, DDT 등 환경호르몬 물질이 검출되었고, 먹이사슬을 통해 농축되는 것을 확인했다는 보도는 영화 「괴물」을 보고 느낀 여러 가지 우려들이 사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정말 무섭지 않은가? 이제부터라도 ‘내 탓이요’라고 고백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오염물질의 투기를 ‘내가 먼저’ 나서서 방지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괴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