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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앞두고 향정신성(마약성) 의약품에 대한 남용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일명 다이어트 약이다. 국내에 허가된 대표적 약물은 마진돌, 팬디메트라진, 펜터민, 디에틸프로피온(암페프라몬) 등 4개 성분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식욕억제를 목적으로 처방된 향정신성의약품은 해마다 처방량이 늘고 있다. 2009년 614억원에서 2010년 555억원으로 잠깐 감소했다가 2011년 676억원, 2012년 763억원으로 다시 증가했다. 2013년에는 상반기만 427억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식욕억제 향정약이 인기를 끄는 것은 다른 약물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밥맛을 줄여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강한 중독성도 약물 수요를 늘리는 요인이다.
가장 빠르게 성장세를 보이는 약물은 펜터민 성분 계열이다. 2012년 기준 성분별 약물 매출은 펜터민 404억원, 펜디메트라진 325억원, 디에틸프로피온 20억원, 마진돌 14억원 등이다. 위험한 향정약 드림파마가 싹쓸이 펜터민 계열로 허가된 약물은 30여종(2013년 말 기준)으로 향정 식욕억제제 중 가장 많은 품목이 등록돼 있다. 이 중 지난해 상반기 기준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한 품목은 드림파마의 푸리민정(35억원)과 판베시서방캡슐(27억원)이다. 펜디메트라진 성분은 23개 약물이 등록돼 있으며, 역시 드림파마의 푸링정이 가장 높은 64억원(2013년 상반기 기준)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체 향정 식욕억제제 중에서도 가장 높은 매출이다. 디에틸프로피온 성분은 10개 약물이 등록돼 있으며 드림파마의 테뉴에이트정(2013년 상반기 5억원)이 매출 1위다. 가히 드림파마 제품이 관련 시장을 싹쓸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밖에 마진돌 성분은 2개 품목이 등록돼 있는데, 유일하게 드림파마가 아닌 대원제약의 사노렉스정(2013년 상반기 3억원)이 가장 많이 팔렸다. 중독성과 부작용 우려, 선진국은 판매 중단키도 문제는 이들 약물을 오남용하거나 잘못 복용할 경우 심각한 중독성과 부작용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드림파마 푸링정의 경우 사용상 주의사항을 보면, 다른 식욕억제제와 병용할 수 없고, 단기간만 사용해야 한다. 3개월 이상 투여할 경우 폐동맥 고혈압, 판막심장병 등의 위험을 동반할 수 있다.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하거나 흥분상태에 있는 환자, 약물 남용의 병력이 있는 환자는 투약할 수 없으며, 건강한 환자인 경우 BMI(체질량지수) 30 이상(키 160cm에 체중 80kg정도면 31.3)의 비만인 자에게만 처방토록 허용하고 있다. 이같은 주의사항은 다른 향정신성 약물들도 대동소이하다. 중독성에 따른 오남용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를 아예 사용하지 못하도록 승인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향정신성 식욕억제제 4개 성분은 영국, 프랑스, 독일 등 A7국가(의약분야 주요 선진국)을 포함해 5개국 이상에서 부작용 위험이 커 판매를 중단했거나 도입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현재 처방량을 보면 결코 위 경고대로 처방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된다. 2012년 한 해 동안 1억6735만정의 향정신성 식욕억제제가 공급됐는데, 식약처 권고대로 하루 1정을 복용할 경우 400만명이 약 1년 동안 복용할 수 있는 양이다.
이런 오남용 때문에 부작용으로 인한 의료사고도 종종 이슈로 떠오른다. 지난 2010년에는 30대 여성이 펜터민 중독으로 사망한 사례가 보도된 바 있으며, 한 여성은 약물을 장기 복용했다가 IQ 61의 지적장애 판정을 받기도 했다. 대한비만학회 김성래 홍보이사(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는 “우리나라에서 장기간 안전성이 입증된 것은 오르리스타트 제제밖에 없고, 향정신성 약제는 공식적으로는 단기간만 투여해야 한다”며 “법적으로 기간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통상 3개월 이상은 투여하면 안된다”고 조언했다. 김 이사는 “향정약은 원래 목적이 비만치료가 아니라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나온 것이다. 비만은 만성질환이라 잠깐 치료를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향정신성의약품은 요요현상을 피하기 어렵다”고 주의를 촉구했다. 의사 오프라벨 처방 책임 못물어 따라서 불필요한 처방을 줄여야 하지만, 장기간 처방되거나, 다른 약물과 함께 처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처방은 대부분 의사의 소신에 의한 오프라벨 처방이 많은데, 설령 과잉처방을 했다해도 의사에게 법적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오프라벨은 허가 또는 신고범위를 초과해 처방하거나 시술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더 이상 치료방법이 없는 환자가 있을 경우, 임상단계의 약물을 의사 판단에 따라 처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홍영균 변호사는 “(오프라벨 처방에 의한 의료사고시) 민사상 가중 대상은 없고, 민사적으로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조문은 없다. 형사는 향정신성 약품 관리 위반시 가중처벌 개념은 아니고, 걸리느냐 안걸리느냐 문제만 있고, 결국 민형사항 가중처벌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형사에서 형량을 정할 때 죄질이 안좋다고 봐 약품관리를 고의로, 소홀하게 해서 사고를 내면 엄하게 처발될 수 있다는 것이 홍 변호사의 설명이다. 오르리스타트 줄고, 일반약·한방제제는 성장 이런 이유 때문인지 식약처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성분으로 허가받은 오르리스타트 성분의 약물은 처방이 감소하고, 위험한 약물의 매출은 갈수록 늘고 있다. 오르리스타트는 자주 방귀와 기름변이 나오는 불편함이 있어 여성들이 꺼려할 뿐 아니라, 미국과 달리 육식을 많이 섭취하지 않아 살을 빼는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2012년 기준, 문제가 된 식욕억제 목적의 향정신성의약품 처방액은 763억원에 달했으나, 오르리스타트 매출은 82억1954만원에 불과했다.
이 밖에 일반의약품인 알긴산과 한방의약품인 방풍통성산, 기타 보조제들이 시판되고 있다. 이들 약물의 2012년 매출은 총 238억3108만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