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고개
조선조 광해군때 양반들이 권세 다툼을 하던 시절에 그 여파가 전국으로 퍼졌고 시골 호족이나 양반에게도 뿌리가 깊이 다툼이 일때마다 일어나고 있었다. 더구나 영남의 우도는 퇴계문하생과 남명 문하생이 대립하고 있어 그물결이 거세었다. 퇴계 문하생은 벼슬하는 쪽으로많이 흘렀고 남명의 문하생은 학문 그 자체를 연구하여 지행일를 근본으로 하였으나 양가의보이지 않는 알력은 계속되었던 듯이 전해옹고 그 대표적인 이야기가 옥종면 종화리의 개천보와 안계리의 보를 막은 곳의 고갯길 이야기이다.
시집을 가던 두 꽃가마가 외길인 이곳을 지나다가 서로 마주치게 되었다. 한쪽은 퇴계 문하의 집안이었고 다른 한쪽은 남명 문하의 집안이었다. 좁은 고갯길은 피하기도 곤란하지만 서로 길을 비켜서는 것을 양보하지 않고 버티게 되었다. 그리고는 서로 길을 피하라는 길 다툼이 벌어졌다.
(우리가 먼저 왔으니 길을 비켜서는 것이 아닌가?) 남명 문하 쪽에서 말했다. (먼저 왔다면 여기서 마주 칠 이유가 없는 것이니 어서 길을 피하여 주게.) 퇴계 문하쪽도 만만치 않았다.
(허허 뒤에 온 사람들이 앞에 가마가 오는 것을 보면 둑길로 오지 않고 섰다가 지나간 후에야 길을 가는 예의쯤 알것인데 이렇게 고집이니 도데체 무슨 학문을 그렇게 배웠는가?) 남명 문하 쪽의 힐책이 매섭다. (저런, 누가 할 소릴 하고 있나?) 퇴계 문하 쪽도 지지
않는다.옥신각신하다 그만 한 변의 가마가 못에 빠져 죽었다. 이 일이 있은 이후 이곳을 가마고개라고 불리워 온다.
고래들
하동읍 두곡리 앞 들판을 고래들이라 부른다. 옛날 큰 홍수가 났을 때 고래가 들어와 놀았다고 해서 연유된 이름이다.
꽃집들
금남면 갈사리 나팔부락에 있는 꽃집터는 밭 한가운데 우뚝솟은 바위를 말한다. 이 바위는 사람의 손이 닿기만 하면 비가 오지 않는다는 전설이 전해 오며 지금도 그 바위엔 누구도 접근을 꺼려하고 있다. 섬진강 하구에서 남해바다가 어울려 배알섬을 만들고 동편으로 빗섬
곧 연막, 나팔, 서근, 니도가 있어 마치 칡과 같다고 하여 갈사도라고 한다는 말이 있다.
저 멀리 남해의 섬이 우뚝 솟아 있고 뱃길로 두서너 시간이면 전남여수에 닿는다.뱃길따라 인정을 심었고 삶의 터전을 닦았던 나팔부락이라고 불리워졌다. 지금은 건너 태인도에 제2제철 공장의 해머 소리에 낮이 가고 밤이 오지만 그 옛날엔 김과 백합과 바다의 갯내음으로 풍류가 있었던 곳이다.옛날 정씨라는 사람이 기와집을 짓고 살았다고 한다. 그에겐 요술 이라는 특별한 재주가 있었고 그것을 이용해서 섬진강을 오르내리며 배를 털어 도둑질로 살았다고 한다. 조정에서는 전국적으로 포도청에 체포령을 내렸으니 갖가지 요술 때문에 그를 잡을수가 없었다. 어떤때는 아름답게 수를 놓았고 서너마리 갈매기가 뱃전을 감돌고 있었다. 이포졸은 잠시 바다를 바라다 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걸음을 재촉하여 요술장이 정씨가 사라진쪽으로 달려갔다. 언덕을 돌아가니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고 들판 가운데 기와집이 외롭게보였다. 저녁 때의 하늘로 한가롭게 저녁밥 짓는 연기를 굴뚝에서 내뿜으며 서 있는 기와집이 외롭게 보였다 저녁때의 하늘로 한가롭게 저녁밥 짓는 연기를 굴뚝에서 내뿜으며 서있는기와집은 마치 한폭의 산수도였으며. 포근한 느낌마저 안겨주는것이었다. 더구나 시장기마저 느끼게 하니 이 포졸은 그 기와집 앞에서 주인을 찾게 되었다."급한 공무로 여기까지왔으나 해는 저물고 인가는 멀리 떨어져 있읍니다. 하룻밤 재워 주셨으면 합니다." 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그 포졸이 고개를 들어 보니 대문을 열고 다소곳이 머리를 숙이고 있는 사람은 아릿다운 처녀였으며 그의 입가에 흘러나오는 웃음에 넋을 빼앗기는 것 같았다. "들어오
셔요. 마침 저녁준비가 다 돼어 있으니 요기나 하세요." 대문을 열고 길을 비껴 선 그녀의 옆을 지나 포졸은 넓은 대청위에 걸쳐 앉았다. 눈을 들어 본 집은 화사하리 만큼 아름답게 꾸며졌고 품격이 있어 보였다. 한참 두리번 거리고 있을 때 인기척을 느낀 포졸은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 거기엔 조금전 대문을 열어주던 그 아름다운 여인이 미소를 머금은 채 밥상을 들고 서 있었다. 포졸은 멈칫거리며 일어섰다. 그녀는 사뿐히 걸어 대청에 밥상을 놓았다. 그리고는 "찬이 없어요. 많이 드세요." 은방울 구르는 듯한 낭낭한 목소리로 포졸의
가슴을 설레이게 했다. 포졸은 기대어 잠이 들었다. 뒷날 포졸은 갯가에서 시채로 발견되었다. 또 다른 애기는 포졸이 요술장이 정씨를 잡으러 배를 타고 건너 망덕에서 나팔부락쪽으로 건너오고 있었다. 화창한 날씨에 바다도 자잔하여 휘파람이라도 불고 싶은 그런 날이었다. 이 포졸은 잠시 졸고 있었다. 그는 꿈에 친우를 만났다. 그래 기분좋게 둘이는 술을마시고 기분이 거해지자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게 되었다. 그런데 친구는 자꾸 뒤로 물러서면서 춤을추었고 자기는 자꾸만 그를 따라 갔던 것이다.노래하고 춤추고 또 술을 마시고 그러는동안에 그는 만취가 되었다. 어디에서 아련히 포졸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났다.
그는 눈을 떴다. 주위를 둘러보니 자기가 바다가운데 떠내려 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국적 정씨는 요술에 뛰어났고 그의 거처를 아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그렇다고 섬진강을 오가는 배가 무사한 것도 아니며 날마다 도적에게 빼앗겼다는 보고만 들릴 뿐 도둑의
흔적마저 찾을 길이 없었다. 조정에서 온갖 수단을 동원하였으나 도둑의 행방은 오리무중일뿐,근절할 대책을 전혀 세울 수 없었다. 하루는 젊은 뱃사공이 많은 물품을 싣고 하동시장으로향해 섬진강을 오르고 있었으며 그 무서운 도적의 생각을 잊고 있었다. 신방촌쯤 이르니 갑자기 펑하는 소리가 울리더니 괴상한 형상을 한 도적이 나타났다. 삽시간에 젊은이는 꽁꽁 밧줄에 묶여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이때 젊은이는 생각했다. 내가 숨을 죽이고 죽은 형상 을 하고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젊은이가 눈을 떠보니 배는 여전히 흘러가고 바다 냄새가 왈칵 코를 찔러 왔다.발자국 소리가 들려 눈을 감고 있으니 도둑은 젊은이를 바다에 던져 버리는 것이고 젊은이는 바다에 떨어지자 눈을 떠 얼마쯤 물 밑을 헤엄쳤다. 그리고는 고개를 내어 배를 바라보았다. 배는 나팔 부락을 향해 갔고 선창에 닻을 내리고 있었다.
나중화
옛날 신선이 하동읍 고서동에 숨어살고 있었다. 낮에 누구가 보아도 사람이 사는 흔적이 없으나 밤중엔 등불이 휘황찬란하게 비쳤다. 그때에 해적들이 그 앞을 지나가다가 침입하여 살펴 보았으나 확실히 소재를 알지 못했으므로 뒷사람이 그 동리의 이름을 나동이라 칭하게되었다.
이 동리는 군의 진산인 구자산 아래 있는 분지봉 기슭에 있다. 골짜기 길게 뻗어 양편으로 인가가 산재하고 고저굴곡이 많아 지금도 그 동리 앞에서 바라 보면 백여호가 사는 집이 집여호 밖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해망 후 고서동으로 바뀌었다.
노루목이야기
화개골에 봄이 왔다. 화개천의 맑은 물은 소리가 한층 높았고 재빛으로 변했던 산들은 파아랗게 생기가 돋아 나고 있다, 꿩이 구성진 산새 소리에 어울려 이따금 저 멀리 산쪽으로 날고 있었다. 철쭉은 골마다 붉디 붉은 색깔을 피우고 밤이년 두견새가 구슬피 운다.
아직은 지리산의 눈바람이 찹게 불어 오지만 그래도 봄 기운은 뚜렷했고 망아지는 꽃나무는 촉촉히 생동감을 피우고 있었다. 화개면 운수리 신촌과 정금의 두 동네사이에 크게 튀어 나온 노루묵이라 한다. 이노루묵엔 옛부터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다.
지리산록의 이곳은 준엄하게 깍아지른 악산이었고 깊은 골엔 항시 무서운 짐승과 하늘을 찌를 듯한 아름드리 고목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언젠가는 산이 걸어 나와 이곳이 도읍지가 될 것이고 수많은 나라가 조공을 바치며 나라가 크게 영화를 누린다는 그런 전설이
있는 곳이다. 그러나, 아직은 침침한 숲 사이로 그 준험한 산을 걸어 나올 줄 몰랐고 영험스러운 기운만 항시 드리우고 있었다.
여기 저기 흩어진 절은 18만 8천개가 넘었고 저녁이면 그 종소리에 아늑하리만큼 고요는 찾아 왔다. 스님들은 언젠가 있을 그 날을 위해 항시 법문을 외웠고 모든 사람은 조심스럽게 이루어질 날은 은근히 기다리고 정성과 기대로 가슴은 뛰었다. 그렇기에 이 곳에 사는 사람 들은 그 풍요로운 날들을 조심스럽게 이야기 하면서도 신의 뜻이 언젠가는 이루어져 이 좁은 고을이 넓게 터져 만경벌판이 될 것이며 축복이 내려 행복하게 살 날을 고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를 수록 그런 징조는 조금도 보이지 않고 흔들릴 줄 모르는 산은 침묵 만을 보여주었다.
천둥이 울면 이들은 산을 보았고 조그만 이상한 일기의 변화에도 그들의 기대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다림으로 가슴을 설레이며 종일을 서성대는 그런날들이 많았다. 또 이런 이야기 때문에 객지에서 이 곳에 정착한 붐들만이 기다리며 이야기를 되씹곤 했다.
어느날 어떤 부인이 화개천에서 빨래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흐르는 물에 산그림자가 비치는 것을 보고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보지 못하고 그녀는 계속해서 빨래를 했다. 한데 지금까지 빨래를 하는 물밑에 파란 하늘에 비친 산봉우리 뿐이었는데 그산이 움직이고 있지 않은가. 그녀는 물결이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또 빨래를 했으며 아무런 생각없이 빨래를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또 산이 움직이는 것 같아 다시 고개를 들어 봤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보지 못하고 그녀는 계속해서 빨래를 했다. 한데 지금까지 빨래를 하는 물밑에 파란 하늘에 비친 산봉우리 뿐이였는데 그산이 움직이고 있지 않은가. 그녀는 물결이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또 빨래를 했으며 아무런 생각없이 빨래를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또 산이 움직이는 것 같아 다시 고개를 들어 봤다. 그 때 정금부락에서 산이 뚜벅뚜벅 걸어 신촌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고 그녀는 그만 자신의 눈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눈을 부볐다. 그리고는 또 눈을 감았다 떴다. 그리나 계속해서 산은 신촌 마을로 걸어오지 않은가. 그녀는 소리쳤다. "어마 산이 걸어 온다." 그소리를 산이 듣고 그만 그 자리에 서 버렸다. 고함소리를 듣고 놀란 동네 사람들은 밖으로 뛰어 나와 산이 서는 것을 보았다. 모두 놀란 표정이었으나 촌로들은 혀를 끌끌 찾다. "저 요망한 계집을 보라고. 가만히 있으면 옛 사람이 일러오는 서울리 이곳에 세워질 터인데 그만 그 꿈을 잃게 되지 않았나." 모두 낙심의 눈빛 뿐이었다. "저 여자를 동네에서 쫓아내어 버리는 것이 좋겠구만." "그렇게 합시다." 모두 흥분하여 고함을 쳤다. 그 때 수염이 하이얀 촌로가 나섰다. "무슨 소릴 하는가? 이것도 다 운명이야. 저 여자를 탓한들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일세. 왜냐하면 산은 그쯤에서 서도록 운명이 되어 있었고 우리의 마음이 지성을 다하지 못한 탓으로 이렇게 되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저 여자에게 모든 것을 덮어 씌운다는 것은 사람으로서 할 도리가 아니란 말일세. 오직 우리가 이 일 때문에 일어 날 재앙을 이제는 방지해야 하는것만 남았으며 모두가 정성껏 천지신명에게 기구를 하는 수 밖에 없다네."
촌로가 말을 마치자.
"그런 말씀을 이해할 수가 없어요. 이 동네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산이 걸어 올 것이란 것을 잊은 채 고함을 쳤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말입니다. 그러니 우린 저 여자에게 동네 이름으로 응징을 해야 하며 그방법으로 이 동네에서 추방을 해야만 모두 재앙이 없을 것입니다." 모두가 함성을 질렀다. "아니야. 그건 있을 수 없는 문제란 말일세. 왜냐하면 만약 우리의 정성이 하늘에 닿았다면
저산은 우리도 모르게 걸어 나와 이 곳에 서울을 만들고 복을 주었을 것이 아닌가.
그런데 하필이면 저 여자가 빨래를 할 때 걸어나온다는 것 자체가 우리의 정성이 부족한 탓이며 누군들 저 자리에 있었다고 해도 저 여인처럼 하지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점이야. 그렇다면 꼭 저 여인의 탓으로만 돌린드는 것은 언어도단이며, 이것은 어쩔수 없는 일인 만큼 우리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이어 우리에게 보다 많은 정성을 요구하는 것이라 생각되기도 우리의 맑은 정성을 쏟으면 저 산이 잠시 섰다가 다시 걸어나올 것이라고 나는 믿으니 우리는 조금도 동요가 없이 정성을 쏟도록 하세."
촌로의 말은 모든 사람에게 비수처럼 닿았다. 그리고는 그들이 뿔뿔이 헤어졌고 정성을 쌓기 위해 동네가 제단을 만들며 법석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산이 조금도 더 걸어 나왔다면 이곳이 서울이 될 수 없었을 것인데 참 원통한 일이다) 라고 애석하게 생각하고 그보다 뒷 재앙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이런 중에 별 탈이 없이 며칠이 흘렀고 어느 정도 실망스런 마음도 가라앉기 시작할 무렵에 이 동네에선 별고가 일어났다. 이제까지 이 동네에선 선한 일을 했을뿐 나쁜 일이라고는 없었는데 뜻밖의 살인사건이 터졌고 또 다음날엔 옆동네 사람들에게 시비를 걸어 옆동네의 집을 불 태우는 등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던 것이다. 모두가 이상하게 여겼지만 그들의 마음속엔 산을 생각했고 그산의 재앙이 나타난 것이라고 드려워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화개골에선 이 동네 사람은 모두 악질적이며 상대할 사람이 아니고 정신나간 사람 뿐이라고 수근거렸으며 저 만큼 떨어져 피하는 것이 예사 였다. 신촌 사람들은 모두 두려웠지만 그대 책을 의논하게 되었고 무당에게 물으니 산이 걸어 나올 때 큰 나무가 따라 왔고 그나부엔 굉장히 큰 지네가 살고 있어 그 독기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동네 사람들은 무당을 불러 굿을 했다. 사흘동안의 정성어린 굿으로 인하여 모두가 평안한 마음을 갖게 되었을때 굿은 마지막 밤에 절정을 이루며 무당은 지네가 너온다는 나무를 빙빙 돌기 시작했다.
북과 괭과리 소리는 더욱 높아갔고 무당의 얼굴엔 땀이 비오듯이 쏟아져 내렸다. 무당은 신이 났다. 자꾸자꾸 돌았다. 그 때였다. 쿵하는 천지가 무너지듯 한 소리가 들려 왔다. 모두가 잠잠했다. 빙글빙글 돌던 무당의 얼굴엔 땀이 비오듯이 쏟아져 내렸다. 무당은 신이났다 자꾸자꾸 돌았다. 그 때 였다. 쿵하는 천지가 무너지는듯 한 소리가 들려 왔다. 모두가 잠잠했다. 빙글빙글 돌던 무당의 걸음이 딱 멈춰졌다. 그리고는 무당은 긴 숨을 몰아 쉬며 눈을 떴다. 그녀 앞에는 큰 지네가 나둥그러져 있었다. 무당은 외쳤다. 그리고는 뛰기 시작했다.
"모두 보아라. 모두 보아라. 지네가 죽었다. 지네가 죽었으니 니제는 이 동네에 재앙이 없어지게 되었다. 모두 보아라. 모두보아라."
동네 사람들은 무당이 가르키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거기엔 큰 지네가 힘없이 뻗어 있었고 시커먼 연기속에 불이 타기 시작했다. 코를 찌르는 독한 냄새가 퍼지고 잠시후 지네는 시꺼먼 재로 변했다. 모두가 긴 호흡을 토했다. (이제는 재앙이 없어졌구나) 이 일이 있은 이후로 이 동네 사람들은 예전처럼 선했고 살인이나 방화나 싸움이 없어지고 평안한 나날을 지냈다.
농암이야기
계속- (잡신님. 지신의 마음을 돌리게 하여 주세요. 그렇게 않으면 큰 일이 날것만 같아요.) 잡신은 회심의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그래? 그것은 달님의 태도에 달려 있읍니다. 달님이 별님을 버리고 지신을 따르면 모든 문제는 저절로 해결이 되니깐요.)
달님은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을 느꼈다. 결국 별님과의 이별에서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다. 달님은 다시 잡신에게 지신의 마음을 돌릴 것을 말했다. 그러나 잡신은 항상 그 대답이었다. 달님은 말했다.(별님을 잊을 수 없어요.) 그리고는 집으로 달려 왔다. 이제까지 그렇게 아름답던 모든 것이 오늘은 슬프게 보이고 눔물 젖은 별님의 얼굴이 자꾸만 또올랐다. 달님은 별님집으로 갔다. 집이래야 똑같은 동굴이지만-. (별님,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슬픈 얼굴 근심스러운 달님의 모습을 보자 별님은 왈칵 불안한 생각이 일어났다. (무슨 일을 그래요?)
(이런 애기를 한다고 화내지 마셔요. 오늘 전 지신을 만났어요. 나물을 캐고 있는데 지신이 와서 별님과 교제를 끊지 않으면 별님에게 좋지 않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했어요. 그래서 저 지신의 친구인 잡신에게 찾아가 지신의 마음을 돌리기를 부탁했더니 잡신의 말은 별님과 헤어지면 무든 것이 해결된다고 했어요. 어떻게 하면 지신의 마음을 돌리게 할까요.)
둘은 깊은 그심에 쌓였다. 그러나 지신의 마음을 돌릴 묘안도 없었고 그저 우울하고 답답한 시간만 흘러 갔다. 이윽고 별님은 말했다. (우리만 마음이 변하지 않으면 아무탈이 없을 것입니다. 용기를 갖고 살아갑시다.) 그 말에 달님은 고개만 끄덕이었다. 별님은 달님과 헤어져 열심히 자기의 하던일을 계속했다. 그러날 지신과 잡신은 언제라도 별님을 헤칠 궁리를 끝내고 기회만 보고 있었다.
어느날 밤 별님을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날 따라 무척 많은 일을 했기 때문인지 모른다. 쿨쿨 코를 골면서 잤다. 그런데 잡신은 몰래 별님의 동지들을 찾아 들었다. 그의 손에는 무시무시한 칼이 쥐어있었고 그의 입엔 날이 시퍼렇게 선 도끼를 물고 있었다. (일어나 별님아.) 잠결에 자기 이름 소리에 눈을 뜬 별님은 그만 자지르질 듯이 놀랐다. 잡신이 칼과 도끼를 들고 서 있지 않는가. 그는 벌떡 일어 났다. (이게 누슨 짓이냐?)
잡신은 히죽이 웃으며 말했다. (너를 죽여야 해. 지신과 달님이 행복하게 살 것이니깐.) (그래 그렇다면 지신이 올 것인지 잡신인 네가 웬 참견이냐? (으흐흐 그런 이유가 있다. 너를 없애고 달님을 지신에게 주면 지신은 나에게 저 기름진 너뱅이들을 주게 되어 있기 때문이야.) 동굴에서 같이 잠을 자던 산새가 이 소리를 들었다. 산새는 잡신 몰래 빠져 남해에 있는 산신령 내외에게 알려야 한다고 부지런히 날았다. 산새는 부엉이에게 부탁을 했고 부엉이는 다시 독수리에게 전달해서 남해에 있는 산신령에게 이 사실을 알겼다. 산신령은 암호랑이에게 말했다.
(당신은 먼저 떠나야 하겠오. 난 지금 여기 일들을 좀 정리하고 곧 떠날 것이니깐.) 암호랑이는 산을 넘고 또 넘어 금오산의 멸님 동굴로 달려 오고 있었다.
잡신과 별님은 싸움이 벌어졌다.아무 무기도 안가진 별님은 매손으로 막으며 잡신의 공격을 피하고 있었고 이 소식을 듣고 달려 온 달님은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 할 뿐이었다. 별님은 날개를 폈다. 그리고는 잡신을 공격했다. 그러나 잡신의 칼날은 별님의 왼쪽 날개를 쳐서 붉은 피를 흘리며 떨어져 나갔다. 다시 싸움은 계속되었다. 날개를 잃은 별님은 이제 잡신의 공격을 피할 수 없었다. 한편 암호랑이인 산신령은 부지런히 달려 금오산을 오르고 있을 떼 쾅하는 소리에 뒤를 돌아다 보니 이제까지 육지로 있던 남해가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떨어져 나가는 남해에서 숫호랑이가 소리쳤다.
(빨리 별님에게 가게. 난 곧 갈터이니까) 암호랑이는 달렸다. 자신이 산신령의 도움을 받게 되면 잡신이 별님을 죽이지 못할 것을 알고 남해섬을 육지에서 때어 쟀으나 이미 암호랑이인 산신령은 금오산에 당도하고 말았고 이때부터 남해는 섬이 되었다고 한다. 암호랑이는 부지런히 별님의 동굴로 갔다. 동굴엔 칼 휘두르는 소리가 요란했고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암호랑이는 문으ㅓㄹ 밀치고 들어 섰다. 잡신이 피투성이가 된 별님에게 칼을 휘두르는 것이 아닌가. 어흥 하는 소리에 놀란 잡신이 뒤를 돌아 보는 순간, 암호랑이는 잡신을 덮쳐 그를 죽여 버렸다. 그리고는 별님에게로 갔다. 별님은 남은 힘을 다하여 손짓을 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는 목을 떨어뜨리고 죽었다. 달님은 흐느껴 울었다. 그리고는 잡신의 칼을 가슴에 꽂아 그녀도 죽었다. 별님과 달님이 남긴 피는 금오산 여기저기 뿌려졌고 뿌려진 곳마다 붉은 꽃이 피어났다. 이름하여 철쭉꽃, 금오산 철쭉꽃은 별님과 달님의 피가 맺혀 피어난 것이라고.....
달님달님
아득한 예날 금남면 금오산에 달님과 별님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다정스럽게 산을 거닐기도 했고 먼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기도하며 서로 사랑을 맹세한 사이였다. 그 사랑이 너무 아름 답기 때문에 새들도 축복을 했으며 더구나 산신령인 호랑이 부부는 무척 귀여워 해 주었다.
별님은 꽃잎을 따다 예쁜 달님의 머리카락에 꽃아주었고 달님은 부끄러워 낯을 붉히기도했다. 별님은 상봉우리 밑 동굴에 살았고 그옆엔 달님이 살고 있었다.
둘이는 세월이 가는것도 모르고 그저 즐겁기만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사랑을 모두 축복하는 것은 아니었다. 심술이 사납고 언제나 남의 좋은 일을 보지 못하는 지신이 이들의 사랑을 질투하고 있었으며 언제나 기회가 있으면 별님을 죽이고 달님을 자기 애인으로 삼을 것을 마음 먹고 있었다.
별님과 달님은 여전히 행복하게 나날을 보내고 있었으며 이 산의 모든 식구들도 행복하게 지내고 있었다. 이것을 보는 지신의 눈길은 모두 미웠고 자기의 애타는 마음을 모르는 달님이 원망스러웠으며 저 희희로운 별님을 죽이고 싶은 때가 하루도 몇번이나 마음속을 차지하기도 했다. (보자, 네놈이 아무리 지금은 달님과 친하게 지내지만 조금있으면 달님은 나의 것이 될 것이고 너는 죽어 없어질 것이니) 이렇게 자신은 속으로 외칠때마다 가슴속이 탁 터이는것 같았고 내일의 달님과의 생활을 그려보고 빙긋이 미소를 흘리기도 했던 것이다.
달님과 별님은 밝은 밤이면 손을 잡고 노래를 불렀다. 그 노래는 끝이 없어 퍼져 나갔으며 산속의 식구들은 구슬같은 달님의 노래소리에 숨을 죽이기도 했다. (별님, 참 행복합니다.)
달님은 별님에게 속삭이었다. (모든 것이 우리를 축복하고 있으니 우리는 곧 결혼을 합시다)
별님도 달님에게 속삭이었다. (빨리 별님의 일이 이루어져야만 그날이 빨리 올 것이라고 믿어요. 제발 별님의 뜻이 이루어지길 빌겠어요) 달님은 곱게 말했다. 그리고는 결혼이라는 말에 얼굴이 달아 오르고 있는 자신은 그만 화가 치밀어 뒤를 돌아 집으로 오고 말았다.
(언젠가 복수를 하고 말테다. 지금은 별님 너의 얼굴에 웃음이 있겠지만 반드시 울음의 나날을 보내는 날이 오고 말겠지) 몇번이나 자신의 마음속에 다짐을 하면서 별님을 미워했고 자신의 불타는 사랑을 외면하는 달님이 원망스러울 뿐이었던 것이다.
자신은 혼자 외로웠고 짝사랑의 마음을 달랠 길이 없었다. 그는 날마다 바위 위에앉아 어떻게 하면 달님의 사랑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하루는 자신이 지신이 잡신을 찾아 갔다. (계십니까? 지신입니다.) 지신은 공손히 잡신에게 말했다.
(어서 오십시오. 웬 일입니까?) 잡신은 반갑게 지신을 맞이 했다. 실은 잡신도 심술이 많아 금오사 식구들에게 미움을 받고 있는 외톨이였기 때문에 지신의 방문은 참으로 반가웠던것이다. 지신은 자리에 앉자 (잡신님, 집을 참 아름답게 꾸몄군요. 역시 남보다 뛰어나신 재주를 갖고 계셨다는 말은 헛말이 아니군요.) 지신은 계속해서 잡신을 칭찬했고 기분이 좋아진 잡신은 지신이 그만 좋은 분이라고 칭찬을 했다. 지신은 이때를 이용해서 (잡신님,내 일생에 한번 밖에 없는 부탁을 드리고 싶은데 들어 주시겠읍니까? 만약 이 부탁을 드리고 싶은데 들어 주시어 일이 이루어진다면 저 기름진 하동읍의 너뱅이들을 잡신에게 드리겠읍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잡신의 얼굴을 살폈다. 잡신은 무슨 부탁인지 궁금했다.
(무슨 부탁입니까?) 지신은 망설이며 (제 일생에 한번 뿐인 부탁이라고 하지 않읍니까?
만약 이 부탁을 들어주시어 일이 이루어진다면 저 기름진 하동읍의 너뱅이들을 잡신에게 드리겠읍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잡신의 얼굴을 살폈다. 잡신은 무슨 부탁인지 궁금했다.(무슨 부탁입니까?) 지신은 망설이며 (제 일생에 한번뿐인 부탁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만큼 저에겐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모든 일을 거뜬히 처리하시는 잡신님은 별것이 아니겠지만-) 잡신은 구미가 당겼다.(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만 지신님의 평생 소원이라면 제가 힘이 닿는데까지 노력해 보지요.) 침울하게 말했다.잡신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그까진
것을 못해 줄 저가 아닙니다. 아주 쉬운 일이지요. 저도 별님님이 미워죽겠읍니다. 그러나, 이 일이 이루어지면 지신님은 너렁뱅이들을 주신다는 약속을 꼭 지켜야만 됩니다.) 지신은 뛸뜻이 기뻣다. (암요, 그렇게 하고 말고요. 여기 권리증이 있으니 잡신님이 가지십시요.)
지신은 흔쾌이 권리를(너뱅이들)을 잡신에게 주었으며 둘은 단단히 약속을 했다. 그리고는 지신은 휘파람을 불며 집으로 돌아 왔다. (이제는 모든 고민이 없어졌다. 그날만을 기다리면된다.) 지신은 벌렁 누워 콧노래를 불렀다.
계속-잡신은 지신과 약속을 한 뒤 지신이 집으로 돌아가자 부리나게 달님이 사는 동굴로 달려 갔다. 돌부리가 발에 부딧히는 것쯤 아랑곳 하지 않고 그는 계속 산을 올랐고 숨이 찬 것도 잊은채 걸음을 재촉했다. 드디어 달님이 사는 동굴 입구에 섰다. (계십니까? 달님. 잡신입니다.) 달님은 잡신을 집으로 들어 오게 하고 맛있는 음식을 대접했다. (당신은 참 아름답습니다. 더구나 마음씨까지 아름다우니 저는 댁을 방문한 것이 무척이나 영광입니다.) 잡신은 달님을 칭찬 했다. 그러나 달님은 빙긋이 웃을뿐 아무 말이 없었다. (제가 이렇게 온 것은 다름이 아니오라 지신께서 달님과 친구가 되었으니 하고 저에게 무탁을 했읍니다. 저는 흔쾌이 그렇게 해 주겠다고 말하고 이렇게 달려 왔는데 과연 달님을 대하고 보니 지신이 친구를 하고 싶은 마음을 이해할만 합니다.) 잡신은 자기가 찾아온 용무를 말했다. 그리고는 달님에게 지신의 친구가 될 것을 부탁했고 침이 마르도록 지신을 칭찬했다. 그러나 달님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친한 친구가 있읍니다만 또 친구를 소개받고 남을 사귈수도 있읍니다. 그러나 지신만은 친구로 사귀고 싶지 않읍니다. 잡신님은 지신을 칭찬하지만 이 산의 모든 이에게 물어 보셔요. 과연 마음씨가 그렇게 곱고 인정이 많은 분이지? 모두가
고개를 흔들것입니다. 더구나 자기가 제일 친한 친구를 물에 밀어 죽인 것은 무엇으로 설명하겠어요.) 잡신은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그러나 그에겐 너뱅이 들이란 큰 댓가가 자꾸 눈에 어른거리는 것을 생각하고 다시 곱게 이야기를 했다.어쩔수 없었던 일이지요.그에게 악한 마음뿐이 아니라 남이 모르는 착한면도 있다는 것도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 말을 마치고 잡신은 일어섰다. 그리고는 다시 찾아 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잡신은 일이 어렵겠다고 생각하면서 잡신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잡신이 돌아가자 달님은 동네에 떠도는 소문이 사실인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별님도 그 소문을 듣고 지신을 조심하라
고 했는데 기어이 지신이 잡신을 이용하여 수작을걸고 오니 마음은 착잡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달님, 당신들의 뒤를 항시 지신이 살핀다고 합니다.) 소문이 자꾸 머리에 떠 올랐다.그런일이 있은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몇일이 흘렀다. 하루는 달님이 나물을 캐러나갔다.
산봉우리 옆 평지에 나물이 많았다. 달님은 열심히 나물을 캐고 있었으며 바구니가 찰 때마다 그녀는 콧노래를 불렀다. 그리고는 어젯밤 별님의 애기를 되새기고 있었다. 이제 며칠이 지나면 나의 모든일이 이루어집니다. 그 때 우리는 천지신명의 축복 밑에 결혼을 하게 될
것이며 누가 보아도 우리는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말 것입니다. 그녀는 자꾸만 어깨가 가벼워져 쏙 마음이 둥실 떠오르는 것만 같았다. (달님, 거기 계셨군요.) 퉁명스러운 말에 달님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 보니 거기엔 지신이 웃고 서 있었다. (얼마나 찾았는지 모릅니다
할 이야기가 있어요.) (..........)
달님은 물끄러미 지신을 보고만 있었다. 그리고는 그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말했다. (거기서 얘기 하세요.) 지신은 다가오는 그자리에 섰다.(별님과 손을 끊고 저와 사귀어 주십사 하는말입니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별님에게 좋은 일이 없을 것입니다.)달님은 (그게 무슨소리에요. 별님을 사귀는 것은 내 마음이고요. 또 그분에게 좋지 못한 일은 무어에요. 도대체 당신을 무엇 때문에 우리들을 괴롭혀야 합니까? 동네에 헛소문을 퍼뜨리고 더구나 잡신까지 보내어 부탁까지 하더니만 이제는 아주 협박을 하시는군요. 저는 그런 본이 싫어요. 보다 정정당당하게 할 수 없겠어요.) 매섭게 퍼부었다. 지신은 얼굴을 화끈거리며 말했다.
(두고 보아라 틀림없이 나는 한다면 끝내는 것이 나의 성질이니깐. 네가 그렇게 깐깐하게 대할것은 없어.) (점잖게 해 보세요. 그리고 바르게 생활한다면 누구라도 지신을 좋아하실 거예요.) 달님은 슬픈 표정을 지었다.(그런 소리 안하는 것이 좋아. 왜냐하면, 모두 나를
속이려는 수작인 동시에 나를 놀리려는 생각이니까.) 잡신은 말을 마치고 훌쩍 떠났다. 달님은 슬펐다. 그러면서도 불안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도 없었다. 동굴로 돌아와 곰곰히 생각했다. 지신의 마음을 돌릴 수는 없는 것이까? 안타깝기도 했도 또 가슴 아픈 일 중의 하나가 될것 같았다. 달님은 애써 지신의 생각을 잊으려고 했다. 그리고 별님을 생각하며 기뻤던
일들을 생각했으나 지신의 그 험악한 얼굴과 별님에 대한 음모를 생각하니 무슨 일을 못할 지신도 아니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지신의 음흉한 일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했다.달님은 잡신을 찾았다.
계속- (잡신님. 지신의 마음을 돌리게 하여 주세요. 그렇게 않으면 큰 일이 날것만 같아요.) 잡신은 회심의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그래? 그것은 달님의 태도에 달려 있읍니다. 달님이 별님을 버리고 지신을 따르면 모든 문제는 저절로 해결이 되니깐요.)
달님은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을 느꼈다. 결국 별님과의 이별에서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다. 달님은 다시 잡신에게 지신의 마음을 돌릴 것을 말했다. 그러나 잡신은 항상 그 대답이었다. 달님은 말했다.(별님을 잊을 수 없어요.) 그리고는 집으로 달려 왔다. 이제까지 그렇게 아름답던 모든 것이 오늘은 슬프게 보이고 눔물 젖은 별님의 얼굴이 자꾸만 또올랐다. 달님은 별님집으로 갔다. 집이래야 똑같은 동굴이지만-. (별님,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슬픈 얼굴 근심스러운 달님의 모습을 보자 별님은 왈칵 불안한 생각이 일어났다. (무슨 일을 그래요?)
(이런 애기를 한다고 화내지 마셔요. 오늘 전 지신을 만났어요. 나물을 캐고 있는데 지신이 와서 별님과 교제를 끊지 않으면 별님에게 좋지 않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했어요. 그래서 저 지신의 친구인 잡신에게 찾아가 지신의 마음을 돌리기를 부탁했더니 잡신의 말은 별님과 헤어지면 무든 것이 해결된다고 했어요. 어떻게 하면 지신의 마음을 돌리게 할까요.)
둘은 깊은 그심에 쌓였다. 그러나 지신의 마음을 돌릴 묘안도 없었고 그저 우울하고 답답한 시간만 흘러 갔다. 이윽고 별님은 말했다. (우리만 마음이 변하지 않으면 아무탈이 없을 것입니다. 용기를 갖고 살아갑시다.) 그 말에 달님은 고개만 끄덕이었다. 별님은 달님과 헤어져 열심히 자기의 하던일을 계속했다. 그러날 지신과 잡신은 언제라도 별님을 헤칠 궁리를 끝내고 기회만 보고 있었다.
어느날 밤 별님을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날 따라 무척 많은 일을 했기 때문인지 모른다. 쿨쿨 코를 골면서 잤다. 그런데 잡신은 몰래 별님의 동지들을 찾아 들었다. 그의 손에는 무시무시한 칼이 쥐어있었고 그의 입엔 날이 시퍼렇게 선 도끼를 물고 있었다. (일어나 별님아.) 잠결에 자기 이름 소리에 눈을 뜬 별님은 그만 자지르질 듯이 놀랐다. 잡신이 칼과 도끼를 들고 서 있지 않는가. 그는 벌떡 일어 났다. (이게 누슨 짓이냐?)
잡신은 히죽이 웃으며 말했다. (너를 죽여야 해. 지신과 달님이 행복하게 살 것이니깐.) (그래 그렇다면 지신이 올 것인지 잡신인 네가 웬 참견이냐? (으흐흐 그런 이유가 있다. 너를 없애고 달님을 지신에게 주면 지신은 나에게 저 기름진 너뱅이들을 주게 되어 있기 때문이야.) 동굴에서 같이 잠을 자던 산새가 이 소리를 들었다. 산새는 잡신 몰래 빠져 남해에 있는 산신령 내외에게 알려야 한다고 부지런히 날았다. 산새는 부엉이에게 부탁을 했고 부엉이는 다시 독수리에게 전달해서 남해에 있는 산신령에게 이 사실을 알겼다. 산신령은 암호랑이에게 말했다.
(당신은 먼저 떠나야 하겠오. 난 지금 여기 일들을 좀 정리하고 곧 떠날 것이니깐.) 암호랑이는 산을 넘고 또 넘어 금오산의 멸님 동굴로 달려 오고 있었다.
잡신과 별님은 싸움이 벌어졌다.아무 무기도 안가진 별님은 매손으로 막으며 잡신의 공격을 피하고 있었고 이 소식을 듣고 달려 온 달님은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 할 뿐이었다. 별님은 날개를 폈다. 그리고는 잡신을 공격했다. 그러나 잡신의 칼날은 별님의 왼쪽 날개를 쳐서 붉은 피를 흘리며 떨어져 나갔다. 다시 싸움은 계속되었다. 날개를 잃은 별님은 이제 잡신의 공격을 피할 수 없었다. 한편 암호랑이인 산신령은 부지런히 달려 금오산을 오르고 있을 떼 쾅하는 소리에 뒤를 돌아다 보니 이제까지 육지로 있던 남해가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떨어져 나가는 남해에서 숫호랑이가 소리쳤다.
(빨리 별님에게 가게. 난 곧 갈터이니까) 암호랑이는 달렸다. 자신이 산신령의 도움을 받게 되면 잡신이 별님을 죽이지 못할 것을 알고 남해섬을 육지에서 때어 쟀으나 이미 암호랑이인 산신령은 금오산에 당도하고 말았고 이때부터 남해는 섬이 되었다고 한다. 암호랑이는 부지런히 별님의 동굴로 갔다. 동굴엔 칼 휘두르는 소리가 요란했고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암호랑이는 문으ㅓㄹ 밀치고 들어 섰다. 잡신이 피투성이가 된 별님에게 칼을 휘두르는 것이 아닌가. 어흥 하는 소리에 놀란 잡신이 뒤를 돌아 보는 순간, 암호랑이는 잡신을 덮쳐 그를 죽여 버렸다. 그리고는 별님에게로 갔다. 별님은 남은 힘을 다하여
손짓을 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는 목을 떨어뜨리고 죽었다. 달님은 흐느껴 울었다. 그리고는 잡신의 칼을 가슴에 꽂아 그녀도 죽었다. 별님과 달님이 남긴 피는 금오산 여기저기 뿌려졌고 뿌려진 곳마다 붉은 꽃이 피어났다. 이름하여 철쭉꽃, 금오산 철쭉꽃은 별님과 달님의 피가 맺혀 피어난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