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 2005. 8.26 - 29(4일간 중 1일은 다음구간 답사)
누구랑 : 나홀로
날씨 첫 날 : 구름약간 맑음 둘째날 : 구름약간 맑음 셋째날 : 구름약간 맑음 넷째날 : 맑음
일정 첫 날 : 신의터- 비재 둘째날 : 비재- 밤티재 셋째날 : 밤티재- 버리미기 넷째날 : 이화령고개 답사 및 휴식
배낭무게 : 물없이 22kg
* 소 제목 : 말 타면 종 부리고 싶다는...
이번 6차 출정 구간은 3박 4일의 당찬 계획을 세운다. 신의터재까지의 어프러치가 난해하다. 일단 남부터미널에서 상주행 첫차(남부터미널 06:30)를 타기로 하고 일산에서 첫 지하철(05:16)을 탄다. 남부터미널까지 70분이 소요되니 아슬 아슬하다. 집사람의 배웅을 받으며 04:40분 집을 나선다. 내가 생각해보아도 미쳐도단단히 미쳤다. 남부터미널 지하철 역에 06:28분에 도착한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지하철 계단을 올라뛴다. 정류장에서 버스가 막 출발을 하려한다. 우선 버스를 정차시키고 차표를 사와 간신히 탑승을 하고 가쁜 숨을 몰아 쉰다.
청주. 보은을 거쳐 화령을 지나 낙서리에서 하차한다. 버스에 내리자 마자 내가 타고 가야 할, 모서행 버스가 지나가버린다. 화동 방향 3거리 음식점에서 물을 얻어 먹고 다음 버스를 물어보니 한시간은 더 있어야 된단다. 하는 수 없이 걷다가 힛치를 하기로 한다. 몇 대의 차가 그냥 지난다. 화동까지 7km의 이정표가 있다. 잠시 후 할아버지가 운전을 하는 봉고 트럭을 얻어 탄다. 신의터재에서 내리면서 할아버지 오래오래 건강하시라고 인사를 한다. 지난번 보았던 신의터재가 낮설지 않게 나를 반긴다.
<신의터재>8. 26. 10:46
산행 준비를 한다. 그동안 가지고 다니던 아들 디카는 아들이 동남아 여행을 가면서 가지고 가버려, 딸 디카를 가져 왔는데 사진에 시간을 입력할 줄 몰라 불편하다. 이번 산행에 장비 두가지가 새롭게 참여한다. 고도시계와 녹음기다. 수첩에 메모 대신 녹음을 하기로 한다. 그때그때 녹음을 한다는것도 녹녹치 않다.
10시 53분에 모든 준비를 끝내고 출발을 한다. 출발 직 후, 약간 방향감을 잃어 햇갈린다. 도로 아래 외딴집 주인에게 물어 대간길방향을 잡는다. 중화지역의 평이한 길을 걷는다. 대간길 중 묘지가 유난히 많다. 추석을 앞두고 벌초들이 한창이다. 표식도 없는 무지개산이 어딘지 알수가 없다. 시계고도 356m 지점에서 잠시 허리쉼을 한다.
13시 37분 윤지미산에 도착한다. 시계고도 540m, 정상석 고도표시 538m 약 2m 오차다. 정확하다. 화령재까지의 구간중 윤지미산 오름이 제일 뺙쎄다. 누군가 비박을 했는지 제법 큰 비닐이 그대로 쳐 있다. 진도가 빠르면 화령재 팔각정에서 점심을 먹으려 하였으나 윤지미산에서 먹기로한다.
화령재 직전 당진-상주간 고속도로 현장을 지난다. 여기 또 대간의 허리가 동강나고 있는 현장을 본다.
<동강나고 있는 대간길 현장 좌측>
14:56 화령재 도착 신의터재에서 출발하여 점심시간 포함 약4시간 걸렸다. 집사람과 통화를 하니 아직 거기밖에 못 갔느냐고 한다.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지만 맥이 빠진다.
시계고도 330m 나온다. 대간길중 가장 낮은 지역이다.
<화령재 와 팔각정>
<화령재 분수령>
도로를 따라 화서면소재지 쪽으로 간다. 들머리 입구 고속도로 현장 사무실 한바 식당에서 시원한 물을 보충하고 봉황산을 향해 오른다. 16:30 시계고도 580. 산불감시초소에 이른다. 모처럼 전망이 있어 둘러본다. 감시초소 밑 돌무덤에 작은 뱀(독사새끼)이 또아리를 틀고 있다가 돌무더기 속으로 숨어버린다. 산불감시초소 계단을 올라 문을 열어보니 잠궈져 있다. 허리쉼을 하고 봉황산을 향한다. 저 멀리 걸어온 신의터재쪽을 바라본다.그리고 비재가 어디쯤인지 살펴본다.
17:18 봉황산에 오른다. 분명 봉황산이란 유래가 있을 법하다. 봉황을 품고 있는 형세라든지...그런데 이외로 무덤덤하다. 여느 산봉오리와 다름없다.
<봉황산 정상>
<봉황산에서 셀카로..>
시계고도 735m 봉황산 정상이다. 많이 힘들다. 물을 가득채운 qo낭의 무게가 양 어께를 짖누른다. 약 25kg은 됨직하다. 제석 산악회 표시기가 모처럼 보인다. 내일 산행을 쉽게하려면, 오늘 갈령까지 가면 좋은데, 가능 할런지... 일단 비재에 도착하여 결정을 하기로 하고 17시30분에 비재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비재에 가까워 석양의 낙조를 조망해본다.
날이 어두워지면 모든 짐승이 둥지를 찾듯이 우리네 사람도 마찬가지다. 불현득 집에가고 싶은 생각에 괜한 설움이...
19:01 비재에 도착한다.
<비재에서 속리산쪽 오름 철계단>
<비재로의 내림길>
비재에 도착하였으나, 오늘 산행은 여기서 접어야 할것 같다. 비재 역시 포장된 도로이나, 좌,우측 어디에도 가까운 민가를 찾기 어렵다. 야영 할 곳을 찾아 좌측으로 약 50m 정도 내려가니 도로 우측 산 밑으로 약간의 공터가 있어 야영키로 한다. 동주형님의 문자 메세지가 들어오나 통화가 않된다. 집사람과의 통화도 불능이다. 야영준비를 마치고 내일을 위하여 억지로 저녁을 먹는다. 비재 고개 정상이 시끌벅적하다. 아마도 야간 산행꾼들인 모양이다. 가지고 있는 물이 얼마 없어 고개마루로 올라가보니 봉고차에서 내린 6명의 산님들이 산행준비를 하고있다. 홀로대간꾼이라고 인사를 하고 물을 좀 얻자고하니 고생한다며,물과 술을 건내준다. 물과 술을 감사히 받아 야영지로 내려와, 술 한잔을 마시고 잠자리에 든다.
27일 아침 04시에 일어난다. 비재 고개마루에 봉고차 두대에서 내린 산님들이 산행 준비에 또 다시 시끌 벅쩍하다. 또 다시 고개에 올라 반갑다는 인사를 하고, 오늘 마실 물을 구걸한다. 차에 있는 말통에서 넉넉히 따라가라고 한다. 물을 확보하고 내려와 야영지로 내려와 짐을 꾸려 고개로 올라간다. 강릉에서 오신 팀들은 출발하고 한분만이 남아있어 나하고 출발을 같이 한다. 05시다. 앞서간 산님들과 동행인줄 알았는데 차를 가지고 혼자 오신분이다. 06:35 비재에서 출발하여 처음 만나는 무명봉이다. 시계고도 480m. 묘가 있는 봉에서 쉬면서 같이 온 산님과 수인사를 나눈다. 아니 그런데 이럴수가... 뜻밖에도 온라인상에서 알고 지내던 고석수씨다. 서로에게 반가운 인사를 나누며, 요행히 만난 인연으로 길동무를 하기로 하고, 오늘 산행길을 같이 가보기로 한다. 예기치 않게 동행자가 생기니 마음 든든하다.
<우연히 만난 고석수씨>
못재는 어딘지 모르게 지나고, 07:27 갈령 삼거리를 지난다. 시계고도 700 형제봉까지는 700m남았다. 지금까지 걸어 온길을 돌아보니, 어제 비재에서 야영을 하지 않고 강행을 했더라도 갈령삼거리까지는 어려웠을것 같다. 형제봉을 지나고 09 : 53 삐앗재 못미쳐 아침 식사를 한다. 그동안의 수월했던 중화지구에 비하면 속리산구간은 본격적으로 어려움이 시작되는 구간인것 같다. 본격적인 속리산 구간에 접어드니 마음도 숨도 가프다. 오늘은 우연이 겹치는 날인가 보다. 반가운 홀로 대간꾼을 만난다. 지난번 황학산에서 괘방령까지 산행을 같이한 젊은 산님이 뒤쫒아 온다. 역시 가벼운 당일 산행 차림이지만, 상당한 준족임에는 틀림 없다. 속리산 정상에서 직장동료들과 약속이 되어 있어 먼저 간다고 미안한 인사를 하고 횡하니 먼저 올라간다. 밤티재 아니면 늘재에서 구간을 끝낸다고 한다. 홀로 대간을 하면서 중도에서 많은 산악회를 만나게 되고, 전국 각지의 산꾼들과도 알게 되고 사람사는 인연이 이런 곳에서도 이루어짐을 새삼 느껴본다.
<멀리 속리산 암봉구간>10:17
<우측으로 내려다 본 계곡과 고사목>10:18
역시 1,050m의 속리산 천황봉 오름길이 예사롭지 않다. 그러나 동행인 고석수씨의 배려로 힘은 들지만, 무거운 배낭이 온 몸을 지치게 하여도 억지로 보조를 같이 한다. 천황봉은 아직 멀다. 동행자가 있어도 역시 힘든 자신과의 싸움이 계속된다. 정상이 눈앞에 있다. 12:39 시계고도 985m 결정적 순간만 남은것 같다. 정상에서 사람들 소리가 난다. 이 순간 정상에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행복하게 보일 수 없다. 나도 정상에 곧 도착하겠지만, 지금은 힘이 많이 든다. 이를 악물고 오른다.
12:50 드디어 천황봉 정상이다. 시계고도1,025m, 지리산 천왕봉에는 비할 바 아니지만 오늘은 유난히 더 힘든것 같다. 정상에는 날개미 때문에 오래 머물수가 없다.
얼른 기념 사진 한장씩을 남기고,
기암괴석이 즐비한 천황봉 - 문장대 구간을 걷는다. 14:34 고도가 980m, 입석대를 지나 쉬고 있는 젊은 산님 한쌍에게 커피를 한잔 얻어 마신다. 고석수씨가 붙임성있게 입품을 팔아서다.
그동안 먹지 않은 커피지만 활력소가 될지 몰라 한컵 맛있게 먹어본다. 커피 한 모금이 이외로 몸이 풀리고 힘이 솟아나는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신선대 휴게소에서 잠시쉬며 음료수를 사서 마신다. 아주머니가 여러가지 간식을 팔고 있다. 누런 진도개가 사람이 그리운지 꼬리를 치며 애교를 떤다. 고놈 참! 이쁘게도 생겼다. 15:29 문장대 휴게소 도착, 시계고도955m, 문장대를 목적지로 당일 산행을 온 사람들이 제법 많다. 어중간하게 시장기가 돈다. 고석수씨에게 뭐라도 먹자고 하니, 사양을 한다. 할 수 없이 씨레기 국밥을 한그릇 시켜 속을 채운다.
거의가 여기서 하산을 할 모양인지 먹음직한 안주에 막걸리를 한잔씩 들이키고 있다. 막걸리 먹는 모습에 군침이 돈다.
<문장대 휴게소에서 본 문장대 정상>
먹고 싶은 막걸리는 암릉구간 갈길을 염려하여 접어두고, 씨레기 국밥으로 배를 채우고, 문장대 정상으로 오른다. 출입을 통제한다는구간인데 별 일 없으려나...
<문장대 정상석을..>
문장대 정상은 오르지 않고, 밤티재로 내려가는 들머리를 슬쩍, 슬쩍 찾는다. 도둑 고양이처럼 이게 무슨 꼴인가. 통제를 받아 이 구간을 못하면 언제 한단 말인가. 나의 대간길 사전에 후퇴나, 땜방은 없지 않는가. 염려를 많이 하였으나, 일단은 제지하는 사람이 없어, 막아놓은 통나무 울타리를 밑으로 통과하여 밤티재로 향해 내려간다. 내려가는 암릉구간에 개구멍이 여럿 있다는데 배낭이 너무커서 걱정이다. 신선대 휴게소 아주머니가 작년 겨울에 소방서 구조대원도 사고로 죽었다고 하는 구간이다. 약간 긴장이 된다. 나 혼자가 아니고 다행히 동행자가 있으니, 그나마 안심이 된다. 말로만 듯던 문장대 첫번째 개구멍을 만나다. 배낭이 들어가기는 어림없다. 고석수씨와 함께 배낭을 개구멍 바위 위로 밀고 끌고, 간신히 통과 시키고 난 다음 내 몸이 겨우 빠져 나간다. 내림 구간은 예비로 가지고간 5m짜리 슬링줄을 이용, 배낭을 메달아 먼저 내리고 몸이 뒤따라 내려간다. 이러한 방식으로 암릉구간을 통과하다보니 시간이 많이 지체된다.
문장대에서 밤티재로의 내림길이 만만치 않다. 눈이나 비가오는 상황에선 상당한 주위를 기우려야 할 코스인것 같다. 목표지점이 늘재까지인데 시간이 만이 지났다.
야영지도 그렇고 내일 산행때문에도 늘재까지는 가야 하는데...
고도 594m 지점이다. 문장대에서 고도가 제법 떨어졌으니 거의 다 내려 온것인가.석양의 뒤에 곧바로 어둠이 재촉하고있다.
18:30 속리산 구간이 거의 마무리 되는것 같다. 배낭이 무거워 암릉 구간을 통과하는데 시간이 많이 지체되고 어려움이 커, 예정된 시간보다는 많이 걸렸다. 아무래도 늘재까지는 어려울것 같고 밤티재에서 마무리를 해야 할것 같다.
드디어 밤티재에 내린다. 밤티재에는 동물 이동통로를 제외 하고는 절개지가 절벽 수준이다. 한참을 우회하여 도로에 내려서니, 새벽 비재에서 먼저 출발한 강릉팀들이 타고 온 9인승 승합차가 일행들을 기다리고 있다. 비재에서 만났던 기사다. 우리가 강릉팀들을 추월하고 내려 온 터라, 30여분 여유가 있을것 같아, 승합차 기사에게 10여분 거리인 삼거리 주유소까지만 태워 줄것을 부탁하여 편하게 내려온다.
일단 버스 승차장에 배낭을 내리고, 고석수씨는 택시를 불러타고 비재에 세워둔 차를 가지러 간다.
나는 그 사이 다리밑 개울에서 시원하게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고 집사람과, 동주형님과 통화를 나눈다. 동주형님께서는 낼 일정이 버리미기재까지라고 하니 대야산구간이 힘들것이라며 밀재에서 하산을 하라고 권한다. 선답자의 경험담으로 하는 말이니 참고하기로 한다.
<삼거리 이정표>19:16
한 식경이 지나 고석수씨의 15인승 차가 도착하여, 늘재로 차를 몬다. 늘재 공장 앞마당에 차를 세우고, 돼지고기 김치찌게를 끓여 모처럼 맛있는 저녁을 먹으며 간단히 소주도 한잔씩 한다. 그때 마침 늘재로 하산한 대간꾼 6명의 산님들도 우리 차 옆에 텐트를 치고 야영 채비를 하며 저녁을 준비한다.
나는 텐트를 가지고 왔으나, 오늘 저녁은 같이 차에서 자기로 한다. 그리고 낼 아침 일찍 택시를 불러 다시 밤티재로 가서 오늘 못다 한, 늘재 구간까지를 마치고, 나는 청화산으로 고석수씨는 버리미기재로 가서 차를 세워 놓고, 희양산 구간을 가기로 계획을 세운다. 대신 나의 배낭에 무게를 줄여, 최소한만 남기고 차에 맡겨 놓았다가 버리미기에서 찾아가기로 한다. 차 키는 우리 둘만이 아는 장소에 숨겨 놓기로 하고...
우연히 만난 인연으로 이렇토록 배려를 해 주시니, 몸 둘바를 모르겠다. 내일 나도 모처럼 가벼운 차림으로 산행을 할수 있을거라는 기대간에 모처럼 차에서 편한 잠을 청해본다.
29일 새벽 03시에 기상을 한다. 04시15분에 택시가 오기로 하였으니, 간단히 스프만 끓여먹고 밤티재에서 늘재구간을 마치기로 한다.
택시가 도착하여 밤티재로 간다. 동물 이동통로를 지나 늘재를 향해 올라간다. 약간의 봉우리가 두개가 있다. 첫봉을 오르니 반대편에서 한무리의 랜턴불이 반짝거린다. 대간 남진, 혹은 땜방 산행을 하는 단체 대간산님들인것 같다. 05:36분 먼산에 동이 터 오고있다. 잠시 쉬며 사진을 찍는다.
<하늘에 걸린 달 쪼각>
<늘재가는 길에서..>
가벼운 배낭 하나만 메고, 걷는 길이라 부드럽다. 06시 05분 늘재에 도착한다.
<늘재 분수령>
늘재에 도착하니 같이 야영을 하였던 팀들은 벌써 청화산을 향해 떠나버리고 없다. 어제 저녁 남은 밥과 누룽지를 끓여 억지로 먹는다. 최소한의 짐만 배낭에 남기고, 나머지는 차에 보관을 하고 버리미기재에서 회수키로 한다. 고석수씨와 아쉬운 작별을 하고, 통상 고개마루에서 대간길이 시작되지만 공장 마당 앞, 임도쪽으로 올라도 된다기에 무심코 오른다. 마침 청화산만 갔다 온다는 초행 부부가 있어 동행을 한다. 임도를 조금 오르니 약초재배지라고 목책으로 막아 놓았다. 고석수씨에게 전화를 하니 그 길이 맞으니 지나가라고 한다. 옆으로 우회하여 한참을 오르는데 계속 임도로 이어진다. 계곡이 좌측에 있다가 우측으로 이어진다. 임도로 계속 진행을 하였더니 막다른 임도길 끝에 폐가가 한채있다.이거 아니다 싶어 왔던길을 되 돌아 온다. 나 혼자도 아닌데 민망하다. 대간꾼이라는 사람이 이런데서 알바를 하다니.. 쩝 쩝.. 왔던길로 한참을 내려 오다보니 좌측 능선 황토길로 희미한 길이 있는것 같다. 방향으로 보아 청화산방향이 맞는거 같아, 그 길로 접어드니 따라오던 부부는 내가 더 이상 믿음이 가지 않았는지 늘재에 주차된 차를 가지고 딴곳으로 간다고 내려가 버린다. 원래가 혼자인지라 서운치 않다.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하고 가볍다. 황토길 능선을 지그 재그로 올라치니 길은 계속 이어지고 있으나, 대간기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감각적으로 청화산쪽으로 올라가고 있음을 확신하고 계속 올라보니 대간길과 마주친다. 내가 올라온 등산로는 등산로가 아님을 표시하는 줄이 살치되어 있다. 줄을 넘어 정상적인 대간길로 접어든다. 대충 30분정도 알바를 한것같다. 07:55 청국기원단이란 제단 앞에 도착하여 잠시쉬며 디카에 담는다. 제단 뒷편 멀리 속리산 전체의 전경이 이어질텐데, 안개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청국기원단 제단>
제단에는 아래와 같이 세겨져 있다.
"백의민족 민족중흥성지 불실기조 삼파수 청국기원단 백두대간중원지"
제단을 뒤로하고 부지런히 청화산을 향한다. 베낭이 가벼워 어께의 짖눌림은 전혀 느낄 수 없다. 오름길이 가파라 밧줄구간도 더러 있다. 이런 정도라면 오늘 산행은 별 무리가 없을듯도 싶다. 08:45 청화산 정상이다.
<청화산 정상석>
정상석 표시고도 984m 시계고도 970m 약14m 차이가 난다. 늘재에서 약 1시간 10분정도 소요된것 같다. 지도를 펴보니 2시간 거리다. 알바를 하고도 빠른 시간대에 도착을 하였다. 지도정치를 하며 갈 방향을 정리한다. 속도는 상당히 좋은 편이다.늘재에서 먼저 출발한 팀을 어디쯤에서 따라 잡을수 있을것인지 기대된다.
9:37 858봉에서 쉰다. 저 앞에 보이는 봉이 801봉이라면, 갓바위재가 가까워 오고 있음이다.
10: 04분 갓바위재를 지나 약간 쉰다.
<청화산을 뒤돌아 보며>
지나온 청화산을 돌아본다. 까마득이 멀리 있다. 벌써 이렇게... 많이도 걸어왔다.
저 아래 큰 저수지가 보인다. <안개에 가린 조항산>
갓바위재에서 조항산이 15분이라고 지도에 나와 있으나,시간이 꽤 걸린다. 젊은 친구가 따라온다. 부산이 고향이며, 혼자 산행이 취미며, 지리산을 100번 이상 다닌 준족의 젊은이다. 10여분 같이 보조를 맞추었으나, 더 이상은 않된다. 조항산 오름길을 훌~쩍 올라가버리고 이내 보이지 않는다. 오늘 청화산 지나 식사를 하고 있는 남,여 한팀을 추월하였으나, 추월 당함은 처음이다. 산객이 많지 않은 구간이니 더욱 그렇다. 11:19 분 조항산 정상이다.
조항산 정상의 시계고도는 925m 표지석 고도 951m다. 정상표지석 뒷편에 세겨진 글..
"백두대간을 힘차게 걸어 땅속에서 꿈과 희망을..
아~~ 우리들의 산하"
대한산악연맹 경북연맹 산들모임 산악회 단기 4332년 기유 11월.
조항산에서 고모치까지의 내림길은 가파른 내림길이다. 조심조심을 거듭한다. 흙이 젖어있어 미끄럽기도하지만, 경사도가 상당하다. 저 아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람들 소리가 난다. 아마 고모치에서 나는것 같다. 속도를 더해본다.
12:38 고모치에 도착하니 늘재에서 먼저 출발한 팀과 또 다른 한팀이 점심을 먹고있다. 서로들 반가워 한다.
이렇게 빨리 따라올 수 있느냐고 깜짝 놀란다.
<고모치>
나도 자리를 깔고 점심을 먹기로 한다. 10m 아래 고모샘에서 물을 떠 온다. 대간길에 이런 석간수가 있다는 것은 한마디로 행복이다. 수량도 많고 시원하고 맛있다. 늘재에서 야영을 같이 한 팀은 한사람이 다리가 좋지 않아 밀재로 하산 한다면서 먼저 출발한다. 싸온 도시락에 물을 말아 얻은 반찬과 함께 점심을 먹는다. 통마늘 한뿌리를 얻어 된장에 찍어먹으니 쌈빡하다. 식사중, 두팀이 이미 출발을 하고, 식사를 막 끝내려 하니, 한사람이 도착하여 김밥으로 점심을 먹는다. 나 역시 식사를 끝내고 모처럼 몸무게를 시원하게 덜고 다시 출발을 한다. <마귀할멈 통시바위>
13:14 고모치를 지나 제법 된비알을 친다. 밥을 먹고, 바로 출발하니 숨이 많이 찬다. 멀리 암봉이 멋스럽다. 13:59 봉하나 올라서니 우측에 높은 봉이 걱정스럽다. 다행히 오르지 않고 그냥 우회하여 내린다. 이럴때의 안도감과 통쾌함이란...
대간길이 아닌 우측봉쪽에서 사람(남.여)소리가 난다. 대간꾼은 아니듯 싶다. 아마 마귀할멈 통시바위에서 나는 소리인것 같다. 암릉길을 지나 849봉을 치고나니 집채바위가 거대하다. 우회하여 지나가며, 사진에 담으려고 아나, 시야가 가려 사진을 찍을만한 적당한 장소가 없어 그냥 지나친다.
말 그대로 집채만하다. 약간의 경사도를 따라 내려간다. 조금씩 이상이 있던 왼쪽 발등에 제법 통증이 더해 온다. 사람들 소리가 시끄럽다. 동주형님이 하산하라고 하던 밀재다. 밀재에 내려오니 시골 장터를 연상케 한다. 대야산에서 내려오는 당일 등산객들이 먹고, 쉬면서 떠드는 소리가 혼잡스럽다.
<밀재>
밀재 현재시간 14:24 시계고도 655m. 잠시 신발을 벋고 왼 발등을 살펴보고 맨솔다마로 맛사지를 하고 신발끈을 느슨하게 메본다. 내려오고 있는 산객들이나 쉬고 있는 산객들이 일행을 서로 찾고, 하산 방향을 묻느라 야단 법석들이다. 대부분 단체산객들이다. 나 역시도 그 언젠가 단체로 대야산을 다녀간 기록이 있어 알뿐으로, 어디가 어딘지 잘 모르겠다. 다들 이제 내려 오는데 난 이제야 이들을 뒤로하고 대야산 구간을 오른다. 줄줄이 내려 오는 사람들 틈에 올라가는 사람은 나 혼자 뿐이니, 더욱 괴이하게 쳐다들 본다.
14:57 시계고도 805 m 용추계곡 갈림길이다. 하산객들로 인산 인해다. 등로에는 일반 산악회 표시기가 온통이다. 대간기는 묻혀 보이지 않는다.
<나무 괨 바위>
15:05 분 대야산 정상 9부쯤에 있는 거대한 바위다. 내가 자칭 명명한 나무 괨 바위다. 사람들이 나무가지로 괘어 놓은것이 희자적이다. 지나가는 사람들 마다 한마디씩 하고 간다. <대야산 정상 이정목>
15:28 대야산 정상이다. 시계고도 915m, 표지석 고도 930.7m. 대야산 정상에는 모두들 하산하고 한팀(3명)만이 늦은 식사를 하고 있다. 그래도 이 시간대에 대야산 정상엔 사람들이 제법 있을 줄 알았는데, 썰물처럼 내려가 버리고 없다. 당연히 혼자가는 대간길에 어쩐지 외롭고 쓸쓸한 생각이 든다. 나도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바빠진다. <대야산 정상석>
외롭게 서있는 정상석을 보니, 나도 처량한 신세 같아 더욱 오래 머물기 싫다. 버리미기까지 얼마나 더 가야 할지, 부지런을 떨어야 할것 같다.
<가야 할 촟대봉을 내려다보며>
<마지막 넘어야 할 곰넘이봉> 가야할 촞대봉과 곰넘이봉이 눈아래 있음을 지도로 확인하고 다소 안심을 한다.
대야산 정상에서 늦은 식사를 하고있는 사람들에게 사진 한장을 부탁하니, 대답만 해 놓고, 자기 할일만 하고 늦장을 부리고 좀체 움직이지 않는다. 그것도 뭐~ 위세라고..
화가 나, 배낭을 둘러메고 일어서니 그때서야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한다. 내친김에 그냥 놔두라고 퉁명스럽게 사양하고, 내림길로 들어선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무심코 내려 가다보니, 그게 아니다. 아무래도 이상하여 배낭을 내려 놓고 지도를 펴보니, 지금 내가 내려가고 있는 길이 피아골로 내려가는 길이 아닌가. 아이구~ 이게 무슨 날벼락...
정상에서 여유를 가지고 살펴야 하는건데... 그 놈의 성질머리 때문에...
대야산 정상에서의 사진 한장 때문에 심통을 부린 덕분에...
하마트면 죽음의 길로 접어 들뻔,..
이만하기 다행이다.
다시 빽이다. 코가 땅에 닿는다. 10여분 뺙쎄게 올라 정상으로 다시 복귀하여, 대간길인 좌측 날등을 탄다.
내려 갈수록 직벽구간이다. 자일을 잡고 내려가는데, 자꾸 스틱이 성가시게 방해를 한다. 이런 내리막 암벽구간에서는 스틱을 접어 배낭에 차야 되는데(게으러 빠져서) 그럴 여유가 없다는 핑게로 내려가다가, 손에 들고 있는 스틱이 바위틈에 걸려 여러번 위험지경에 직면한다. 않된다 싶어, 마음을 정리한다. 바쁠수록 돌아가야 된다지 않았는가. 다 된밥에 코 빠질라 마음을 다 잡는다. 이 시간 이곳에서의 사고는 곧 조난이다.
<촟대재>
16:15 분 천신만고 끝에 촟대재다. 다소 마음을 놓는다. 촟대재에 도착하니, 고모치에서 마늘 한통을 강장재라고 주고 먼저간 팀이 쉬고 있다가 막 출발을 하려한다. 사람의 인심이 왜 그러냐, 쉬었다 같이 가자고하니, 우리 팀이 너무 걸음이 느려, 먼저 출발을 해도 별 차이가 없을 거라고 하며 간다. 모처럼 만난 길동무를 놓치지 않으려고 나도 쉬지 않고, 선 걸음으로 따라 나선다. 대야산에서 고도가 너무 떨어젔는지 촟대봉 오름도 보통이 아니다. 간간히 나타나는 자일 구간은 얼마 남지 않은 힘을 쏙 빼놓는다.
16:31 촟대봉에 도착한다. 약간의 간식을 한다. 사과 한개를 얻어먹는다. 말 그대로 꿀 맛이다.
<촟대봉에서 뒤 돌아본 대야산 정상>
대야산 정상이 까마득이 높아 보인다. 촟대봉에서 불란치재를 향해 내린다. 내린만큼 올라가야하니 반갑지도 않다. 불란치재에 당도하니, 앞을 가로막고 서있는 거대한 산을 보니 기가 막힌다. 대야산에서 내려다 본 곰넘이봉은 저렇게 높지 않았는데, 올려다보니 기절 초풍하겠다. 대야산보다 더 높은것 같다. 체력적이나 정신적으로 압도를 당하고 만다. 3일간의 강행군으로 체력이 소진 될대로 소진된 상태이니 그럴수 밖에...
그러나 우찌하랴~~ 이 봉을 넘어야 버리미기재인걸. 마지막 힘을 쏟아 봐야지..
<곰넘이봉 오름길에서..>
그래도 가다보니 멋진 바위도 있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17:20 멋진 바위를 배경으로 동행하는 산님들에게 사진을 부탁하여 여유를 부려본다. 여기 구간도 자일 설치구간이 제법많다. 자일을 잡는 손의 힘도 펌핑상태다. 어찌 어찌하여 첫봉을 오르니 저기 보이는 두번째 봉이 진짜 곰넘이 봉이란다. 제길.. 곰이나 넘어야 할 봉을 이리 고생을 하고 사람이 넘다니.. 궁시렁거려 본다. 제발 고도나 많이 떨어지지 않았으면 하고 바래본다. 다행히 고도가 많이 떨어지지 않고 마지막 곰넘이봉을 오른다. 이 봉만 넘으면 오늘의 산행이 끝나는 버리미기재다. 암벽구간의 내림을 끝으로 작은 아리랑 고개를 몇개 넘으니 잣나무 숲으로 된 버리미기재 내림길이다. 18:19분 버리미기재 도착이다. 돌이켜 보니 3일 내내 힘들지 않은 날이 하루도 없다. 배낭의 무게를 줄였으나, 만만치 않았다. 고석수씨가 세워 놓은 차량이 나를 반긴다. 같이 내려온 산님들은 걸어가다 힛치를 하여 민박집으로 간다고 하여 작별을 고한다. "붕정만리 백두대간 종주대" 다음에 또 봅시다...
고석수씨와 약속한 대로 비밀스럽게 차문을 열었다. 우선 옷을 챙겨 계곡으로 가서 목욕을 하고, 정신을 차리고 다음 일정을 계획해 보기로 한다. 목욕을 하고 올라와 내일 일정을 정리해 본다. 내일 하루를 더 산행을 하려면 차에서 자고 나의 짐을 전부 챙겨 짊어져야 한다. 오늘 가볍게 산행을 해서인지 내일 다시 무거운 짐을 지고 산행을 한다는 것이 과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죽으나 사나 짊어지고 다녔는데....
옛말이 하나도 그르지 않다.
말 사면 종부리고 싶다드니.. 꼭 그짝이네. 중이 고기 맛을 알았으니.. 쩝..
고석수씨와 전화 통화를 시도해 본다. 통화가 자꾸 끓어진다. 지름티재에서 비박 준비를 하고 있단다.
내일 산행을 포기 해야 할것 같다고 하니, 차키 있는곳을 알려주며, 내일 날머리인 이화령에 차를 갔다 놓아 달라고 부탁을 한다.어차피 내일 산행을 포기한 상태로 문경쪽으로 나가야 할 것이니 차를 몰고 간다. 문경시내에 도착 우선 저녁식사를 하기로 한다. 몸이 으시시 추워오며, 몸살기가 발동한다.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내내 한기가 들고 이상한 징후가 나타난다.
자꾸만, 따뜻한 곳에서 잠을 자고 싶다.
식사를 마치고 일단 이화령 고개로 가기로 한다. 운전하는 내내 히터를 강으로 틀어 놓고 간다. 이화령 고개를 찾아 가기도 수월치 않다. 잠이와 눈이 감긴체로 이화령 고개 정상에 차를 세우니 잠이 쏱아지기 시작한다. 누가 뭐라고 하여도 지금은 잠을 자고 싶다. 차속에서 침낭을 펴 침낭속으로 몸을 눞힌다. 오늘은 오늘이고, 내일은 내일 볼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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