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평호반 별장의 입지를 논하기 전에 필자가 그동안 서울에서 경기도 여주 전원으로 이주해 약 8년이라는 전원생활을 한 경험과 그동안 4개의 단지조성, 몇 개소의 전원단지 조성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전원주택 입지 선정에서 몇 가지의 중요한 요소를 이야기 한 후 청평 목조주택의 입지에 대하여 말하고자 한다. 전원주택이라는 말이 단어화 된 것이 불과 몇 년이 안 된, 이제는 낯익은 말이 되었는데 필자는 전원주택을 Main House형 전원주택과 Second House형 전원주택으로 분리하여 생각을 한다. 이 글에서는 Main House형 전원주택의 입지선정의 기준을 몇 글자 기술하고자 한다.
[필자가 약 10여년 전 여주에 내려가 직접 설계한 전원주택]
( Main House형 전원주택 입지선정의 중요 요소 ) Main House형 전원주택이란 도시에 사는 가족이 농어촌에 나가 집을 짓고 이주해 살면서 가장이 도시로 출퇴근을 하며 생활을 영위하는 형태의 전원주택을 말한다. 도시의 아스팔트와 기계문명에 익숙해진 도시민들이 생각하는 전원주택은 영화 속에서나 나오는 계곡이나 강변에 지어진 아름다운 언덕위에 하얀집을 연상하곤 한다. 그래서 그곳에서도 도시에서의 삶과도 같은 일상적인 삶이 있다는 것을 잊어 버리고 아름다운 곳에만 집착을 하여 막상 전원주택을 짓고 이주를 해도 결국 정착하지 못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볼 수 있다.
도시에서 전원으로의 이주의 전제조건은 부부간의 완벽한 합의이다. 부부간의 합의야말로 가장 중요한 사항 중에 하나인 것이다. 어느 한쪽의 주장만 갖고 무작정 전원생활을 고집하고 실행한다면, 가족이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좀 더 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위해 탈 도시를 감행했던 그 아름다움이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첫째, 가장 또는 가족의 경제를 책임지는 가족구성원의 출퇴근이 용이한 곳을 택한다.(접근성의 용이) 서울에서도 전철을 이용해 오류동에서 천호동으로 또는 상계동에서 양재동으로 출근을 하면 대략 1시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므로 전원주택에서 내 직장까지 1시간 정도 이내의 거리가 알맞다. 그러나 현재는 조금 멀지만 신규 전철계획이나 고속도로의 신설이 확정된 곳이라면 향후 환금성 및 재산가치를 볼 수 있는 안목도 키워야 한다. 예를 들면 2003년도에 착공되는 분당 - 광주 - 이천 - 여주까지의 수도권 전철역 주변을 눈여겨보는 것도 지혜이다. 또한 강동,송파지역에 직장이 있는 경우 중부고속도로에 새로 생긴 서이천 I.C.주변에서는 서울의 직장까지 불과 30분 이내에 도달이 가능하므로 용인의 어떤 지역보다도 훌륭할 것이다. 또한 향후 전철역에서도 가까울 것으로 판단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둘째, 아이들의 교육문제가 해결 되는 곳을 택한다.(부모의 가치관 정립) 이제 세상은 Web으로 전 세계가 함께 하고 있다. 전원주택에 고속통신망이 해결된다면 인터넷을 이용한 과외교육도 해결될 것이고, 초중고등학교의 거리가 자전거로 약 10분 이내에만 있다면 통학도 별 문제가 없다. 자녀를 갖은 도시민들의 대부분이 자녀교육문제로 인해 전원으로의 결행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필자의 가족이 이미 10여 년 동안 경기도 여주로 이주를 해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있는 데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나은 환경 속에서 교육을 시키고 있다.
세째, 가격이 저렴한 대형유통업체에서의 쇼핑이 가능한 곳을 택한다.(생활편의성 검토) 이마트, 마그넷, 킴스클럽 등 할인형 대형매장이 승용차로 15분 거리 내에 입지하고 있는 지역이 좋다. 예를 들면 곤지암에는 킴스클럽이 있고 이천에는 이마트가 있으므로 주변에 생활편의시설들을 먼저 살펴 보아야 한다.
네째, 병원 등에서의 응급진료가 10분 이내에 가능한 곳을 택한다. 급한 환자가 생겼을 때 2차 진료기관(병원)까지 승용차로 15분 정도의 거리 내에 있는 지역을 택한다. 이제는 지방에도 종합병원이 많이 있다. 각종 지자체에서도 병원의 유치에 적극성을 띠고 있으나 주변 경관만을 보고 도로 통행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입지를 택했을 경우 겨울철 눈길에서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다섯째, 주변에 축사, 공장, 대형 창고 등이 없는 곳을 택한다.(오염원과의 거리) 우리나라에서 조성된 최초의 전원단지로 재벌기업이 안성에 조성한 대형 전원단지는 2차선 도로에서 좁은 길로 한참을 들어간다. 진입로 양옆에는 목장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 데 분양을 위해 몇 번 들어가는 길에는 한적하게 노니는 젖소들이 아름다워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입주해 살아 보니 여름철 냄새와 파리와 모기떼들의 극성 때문에 창문도 한번 못 열고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쉽게 흘려서는 안 된다.
여섯째, 외딴집을 피할 것(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도시의 밤과 시골의 밤은 그 색깔이 전혀 다르다. 시골에서 외딴집의 밤은 도시민들은 잘 상상이 안 되리라. 외딴집에서의 이주 첫날의 그 느낌! 참으로 중요할 것이다. 사람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이 사람이라고 한다. 도시에서의 밤은 인위적인 조명의 한복판에 서 있게 된다. 비록 집안에 불빛이 없어도 가로등과 간판의 네온싸인,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등 모든 것이 불 빛이다. 필자의 가족이 전원으로 이주한 첫 날밤의 느낌은 완전한 어둠이었다. 이주 후 한달동안 정원등을 모두 밝히고 살았으니 상상이 가질 않겠는가?
집에서 주로 생활하는 아내에게는 말동무가 필요하다. 말이 통하는 사람과 격이 없이 나누는 커피한잔이야말로 전원생활에서 조차도 가장 필요한 부부일 것이다. 이것조차도 허락되지 않는 곳을 택한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우울증의 증세를 보여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부지가격이 저렴하다고 하여 전,답,임야를 직접 사서 전용허가를 받고 토목공사를 하면 얼마나 이득일까? 또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 예를 들어 지목이 전(밭)인 땅이 평당 15만원이고 전원단지내 대지인 땅이 평당 40만원이라고 한다면 어느 땅을 사서 전원주택을 지을까? 전(밭)을 전용허가를 받아 토공사,석축공사,사도설치허가 후 진입도로 포장공사 등을 직영한다면 공사 수준에 따라 대략 평당 15만원 - 30만원사이가 소요된다. 또한 허가관청과 측량설계사무소, 현장까지 약 40회 이상의 방문이 필요하며 소요기간은 약 6개월에서 길면 2년간의 기간이 필요하다. 결국 전(밭) 또는 임야를 매입하여 본인이 직접 조성한다고 해서 비용이 절약되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회비용과 시간비용을 감안한다면 과연 어떤 것이 이득일까?
위와 같은 몇 가지 입지 선정의 나침반을 밝혀 두었다.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도 산과 들이 펼쳐 진다. 전원은 그 어느 곳에도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이 있다. 꼭 강변과 계곡만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모든 입지는 장점과 단점을 갖고 있다. 강변은 시원하고 아름다울지는 몰라도 가을부터 봄까지 거의 매일 피어나는 짙은 안개는 우리의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이렇게 양면성을 잘 생각해 보고 결정을 해야 할 것이다.
위에서 도움말을 드린 것과는 달리 청평 현장은 Second House형의 전원주택으로 지어 졌다. 건축주 D씨는 30대 중반으로 기업의 젊은 중견 간부였다. D씨는 청평호수에 별장을 갖는 것을 꿈으로 생각하였다. 또 필자인 내가 처음 그 부지를 보았을 때 올라가는 길의 경사도가 너무 높아 겨울에 많은 고생을 감수할 것이라 누차 말을 했지만 Second House이고 워낙 경관이 수려해 결국 C.M.을 허락하게 되었다.
청평호반 별장은 서울에서 경춘가도를 따라 약 60Km 거리인 가평군 외서면 호명리 청평호수변에서 약 35m 높이에 입지한 도시계획구역 내 자연녹지 임야이며 환경법 상 수변구역이었고 총 250평의 부지(도로 50평 포함)를 매입하였다. 필지의 형상은 북고남저, 서고동저의 모양을 갖추었으며 주변은 아름드리 잣나무 숲과 활엽수림으로 이루어 졌고, 청평읍에서는 약 6.5Km거리 이다. 부지의 경사는 남북으로 약 15 - 25도의 약간 가파른 언덕을 이루고 있었고 남쪽과 서쪽으로는 청평호수와 뾰루봉을 바라볼 수 있는 최고의 경관 이었다. 토목공사와 기초공사가 매우 어렵겠다고 생각했지만 무리해서라도 이 좋은 경관에서 목조주택을 지어 보고 싶은 마음이었으며 또한 내 작품의 세계를 펼칠 만한 매우 흡족한 땅이었다. 단, 겨울이 무척이나 걱정이 되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