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4일, 일본 스케치 ----------임 현주
3박4일의 짧은 기간동안 제한 된 곳을 방문하고 일본을 말하는 것은 왜곡될 위험이 있다. 하지만 나, 즉 여성 장애인의 눈을 통해 본 일본을 그려보겠다.
일본은 자 타가 공인하는 선진국인데 겉으로 봐선 한국과 다를 바가 없었다. 오히려 한국이 더 풍성하다는 느낌이다. 우선 일본은 어디서나 마실 물이나 300원이면 족한 커피 자판기가 없는것이 인상적이고 불편하였다.
먼저 편의시설면에서 보면 장애인 화장실은 매우 부족한 편이다. 신주꾸의 대형 백화점이나 쇼핑센타내에 장애인 화장실은 하나밖에 없었다. 장애인과 노인들이 이용하는 복지관에도 좌식변기는 별로 없고 수세식 변기를 주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장애인 화장실에 들어가 보면 손잡이가 튼튼하게 부착되어있고 휴지걸이도 필요한 곳에 여러군데 설치해 놓는 등 실용적으로 되어있었다. 나리따 공항에서의 장애인 화장실은 중증장애인을 위한 접이식 침대까지 설치되어 중증장애인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되었다.
지하철의 편이 시설은 한국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6명의 휠체어장애인이 함께 이동하기에는 많은 불편과 위험이 있었다. 에레베이터가 좁아 이동에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했다. 지하철 승차 시 미리 연락 받은 직원이 대기하고 있어 깔판(?)을 설치해 전동휠체어가 지하철에 승차하는 것을 도왔으나 긴장되는 순간이 여러번 있었다. 6대의 휠체어가 제한 시간 내에 승차하지 못하면 큰 사고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했다. 숙소는 다마스포츠 센타에서는 장애인에게 매우 편리한 구조로 되어있었고 히노 체험실은 일반 아파트였는데 아파트 구조가 휠체어 이동에는 매우 불편하게 되어있었다. 일본이 한국에 비해 장애인 운동의 역사도 길고 복지도 잘되어있다는 기대에 비해 좀 실망스러운 면도 있었다.
장애운동 1세대 여성 장애인들과의 만남은 많은 도전을 주었는데 특히 아사카 유호씨(쿠니다찌시 쿠니다찌자립생활센터 소장)를 만나보면서 여성, 장애인, 장애인의 부모라는 세 가지 굴레에서 벗어난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그에게 닥칠지 모르는 불편함과 고통이 있을지라도 그에게는 또하나의 도전과 선택에 불과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세라가야한즈 나구모씨(탐포포 넷 대표)는 언어장애가 있는 중증장애인으로서 자신이 하고자하는 일에 대해 도전하고 성취함으로 우리 일행에게 많은 도전이 되었다.
첫 날부터 함께해 준 사치에씨의 비장애인과의 6년간의 결혼생활에서 이혼을 선택하고 자신을 찾아가는 모습도 도전이 되었다.
사실 한국, 내 주변에서도 만날 수 있는 중증장애인들이지만 이들의 삶이 나에게 도전이된것은 바로 이들의 생이 사회 통념과 다른사람의 필요에 이끌려가는 삶이 아닌 능동적으로 선택해가고 책임지는 삶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에게서 기대했던 현재 장애인 운동에 대한 역동성은 느낄 수 없었는데 그 이유는 그들은 우리와 달리 이미 정부로부터 충분한 연금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이란 나라는 겉으로는 우리와 비슷한데 내용면에서는 많이 앞서가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첫 날과 마지막날 공항으로 이동시 사용했던 장애인용 차량의 기사님은
일단 휠체어를 차에 올리고 내리는 과정에서 꼼꼼히 살핀다. 휠체어와 줄을 여러군데 고정시키고도 다시 당겨보고 반복해서 점검한다. 마지막날 나리따 공항에 내려서 내 휠체어의 브레이크가 약간 휜것을 보고 이것이 원래 휘었느냐고 묻는다. 나는 아니라고 했으나 다시 통역을 통해 진지하게 묻는다. 내가 원래 휘었던 것이라고 다시 확인을 하자 그제서야 손을 놓고 작별인사를 한다.
아! 이 사람들의 친절이 이런거구나. 잠시만 모른척하면 될것도 책임을 지고자 하는 정신.
3박4일의 일본방문에 대한 내 머릿속 스케치는 이렇게 그려졌다. 이제 또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 스케치에 적당한 색이 입혀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