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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를 제대하고 선교 준비를 하게 되었다.
선교를 나가겠다고 결심은 하였지만 해외에 선교를 나가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어느 선교 단체에 들어가야 하는지? 어느 나라에 갈 것인지? 가서 무슨 일을 해야할지?... 전혀 알지 못하였다.
아무래도 선교사가 되려면 영어는 기본적으로 해야할 것 같아 시사 영어학원에 등록하였다. 작은 녹음기(마이마이)를 허리에 차고 이어폰을 항상 귀에 꼽고 다니며 테이프를 반복하여 들었다. 6개월 정도 이어폰을 꼽고 다니면 귀가 뚫린다는 말을 듣고 늘 이어폰을 귀에 꼽고 다녔지만 소문과 달리 귀는 뚫리지 않았다.
그러던 중 알고 지내던 간사님으로부터 GBT(성경번역 선교회)를 소개를 받고 대구지부에서 가입하여 성경번역의 방법을 배웠다.
문제는 영어였다. 6개월 동안 영어된 원서를 가지고 공부하느라 고생을 많이 하였다. 그러나 선교사가 된다는 마음에 어려움을 참아냈다.
아무래도 이러한 영어 실력 가지고는 문자가 없는 곳에 가서 문자를 만들고 성경을 만든다는 것은 너무 어려워 보였다.
그래서 GBT선교사로 나가기를 포기하고, 총신 신학대학원에 입학하였다.
교단에서 선교사를 양성하는 MTI에 지원하여 들어갔다. 그 당시 여름과 가을로 일년에 두번씩 모두 세 번 이수해야 하는 코스였다.
나는 겨울에 들어가 MTI교육을 받았다. 장소는 마포구 서현교회 교육관을 사용하였는데 한 겨울에 바닥에 스치로폰을 깔고 난방없이 지냈다. 그러나 이것도 역시 나중에 선교사로 나간다는 마음에 기쁘게 견딜 수 있었다.
MTI를 총괄하시는 S목사님은 사모님이 미국인으로 영어의 달인이신 분이었다. 영어를 못하는 학생들을 항상 무시하셨다. 나 역시 무시당한 것 예외가 아니었다. 또한 모든 것이 서양식이었다.
교육관의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실내가 아주 추웠는데도 서양사람들은 안에서는 반드시 외투를 벗는다고 하시면서 외투를 모두 벗게 하셨다. 이것도 역시 문화적응이라 생각하고 기쁘게 인내하였다.
처음 개회예배부터 모든 말을 영어로 하시는데 무슨 말인지 전혀 알아듣지 못하였다. 모든 강의를 영어로 진행하였고, 조별 선생님역시 미국인, 호주인으로 당연히 영어로만 수업하였다.
한편으로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이 부러웠고, 한편으로 꼭 영어를 잘해야 선교를 잘할 수 있는가? 하는 회의가 들기도 하였다.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레벨 테스트를 하였다.
영어를 가장 잘하는 반은 1반, 영어를 가장 못하는 반은 6반이었는데 나는 4반이었다.
5반, 6반 학생들을 보면서 한편으로 위로를 받고, 또 한편으로는 저렇게 영어를 못해서 어떻게 선교를 나가려 하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어느새 나보다 영어를 못하는 사람을 무시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물론 어느 나라에서 선교를 하든 영어를 잘하면 얻는 유익이 많다. 그러나 선교를 위해서 반드시 영어를 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외국 선교사들과 협력해서 선교를 하는 단체를 제외하고는 중국의 경우 영어를 하지 못해도 선교에 거의 지장이 없다.
나는 중국에서 많은 서양 선교사를 만났다. 그들과 만나서 이야기할 때 중국어로 이야기한다. 중국어로 이야기 할 때 불편함이 전혀 없다.
다른 나라에 가서 중국 선교사들을 만나더라도 그들은 모두 중국어를 할 줄 안다. 그러므로 선교를 하는데 있어 영어를 잘 하면 좋겠지만 잘 하지 못해도 선교하는데 큰 지장이 없다.
중국에서 서양선교사들을 보면서 배울점은 노력이다. 처음 서양선교사들이 중국에 와서 낯선 중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한국 사람이 희랍어를 배우는 만큼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꾸준한 노력을 한다. 처음에는 언제 중국어를 배우겠는가? 하는 걱정이 되지만 나중에 만나보면 놀라울 만큼 언어의 진보를 한것을 볼 수 있다.
선교사 모임에서 예수 전도단 대표인 오대원 목사님을 만난 적이 있다. 그 분은 미국인으로서 한국에 오신지 40년이 넘었다. 한국어로 설교를 잘하시는데 지금도 매일 2시간씩 한국어 공부를 한다는 말을 듣고 감동을 받았다.
MTI에서 강의를 하시는 분들은 모두 선교지에서 3, 40년을 보낸 은퇴 선교사들이었다. 그들을 보면서 느꼈던 인상적인 것은 자기 자랑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선교 대회나 교회에서 선교사님들이 오셔서 선교보고하는 것을 들어보면 거의 대부분 리빙스턴, 허드슨 테일러가 아니신 분들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실지로 이곳에 활동하는 한국 선교사들을 볼 때 목숨을 아끼지 않고 열심히 사역을 한다. 그러나 큰 일을 하다보면 시행착오나 실패도 있을 것인데 그런 보고는 거의 찾아 볼 수 없고 항상 성공한 이야기, 업적과 같은 간증만 하여 나같이 부족한 사람은 도저히 선교할 자격이 없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선교란 무엇인가? 선교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아브라함은 가나안이라는 선교지에 가서 그곳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평생을 살아가면서 하나님을 믿는 믿음을 보여 주지 않았는가?
현지인에게 내가 예수님을 믿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현지인들이 내가 예수님을 믿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주 것만 해도 큰 선교라고 생각한다.
교회로서 선교사를 파송하였고 매월 재정후원을 하기 때문에 업적을 바라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잘못하면 그로인해 선교사들은 없는 일을 만들어내고, 과장해야 하고, 때로는 거짓보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선교사를 믿고 묵묵히 기도하고, 사역과 생활하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넉넉히 후원하는 것이 교회의 책임이 아닐까?
MTI를 통해 외국 선교사들이 자신의 업적이나 자랑을 하는 것을 들어 본 적이 없다.
그저 선교의 원론을 이야기하고<내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소박함을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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