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광주기동취재본부장 / 윤승병>
눈물·콧물·박수…그리고 “산자여 따르라” 합창으로
영화 <화려한 휴가> 광주 CGV 시사회…오는 26일 개봉
2007-05-15 16:21

"사랑하는 광주시민 여러분! 우리를 잊지 말아주세요.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
27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가슴속에 품어왔던 '5·18'의 아픔과 절규가 영화 '화려한 휴가'를 통해 부활했다.
80년 5월을 다룬 영화를 객관적으로 보겠다는 다짐은 애시당초 어려운 일이었는지 모르겠다. 그것은 먼저 가슴부터 파고들었다. 이미 5월이란 단어는 그렇게 다른 무언가다. `어떻게 만들어질까’ 궁금해하며 기다렸던 영화 <화려한 휴가>가 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그 동안 오월 항쟁을 우회적으로 혹은 비유적으로 혹은 스치듯이 다룬 적은 있었지만 5·18민중항쟁 기간 동안 광주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다룬 영화는 없었다. 제작비 100억이 투입되고 스타급 영화배우들이 출연하는 상업 영화의 외피와 27년 동안 가슴 한 켠에 무겁게 자리했던 5·18이라는 조합이 어떻게 이뤄질지 관심사였다.
이 같은 관심을 반영하듯 지난 8일 광주 CGV에서 있었던 <화려한 휴가> 시사회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7개관 1500명의 시민들이 극장을 가득 메웠다. 5일 서울 시사회를 마치고 6일부터 대구 부산 시사회를 먼저 거쳤다. 광주 시사회에는 5·18유족회와 기념재단 관계자 등 5월을 몸으로 겪었던 사람들이 참석했다.
김지훈 감독과 김상경·이요원·박철민·이한위 등을 비롯한 배우들, 기획시대 류인택 대표는 제작 초기부터 지금까지 “광주시민에게 누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입에 달고 다녔다.
김지훈 감독은 이날 시사회에 앞선 무대인사에서 “다행이 다른 지역의 반응이 좋다. 고향인 대구 시사회를 어머니께서 보시고 `광주시민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꼭 전해드리라는 전화가 왔다”고 말했다. 관객의 반응을 보고 마음의 짐을 조금 벗었다는 의미였다.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관객석에서는 콧물소리, 눈물 훔치는 소리가 계속됐다. 거리로 나가려는 젊음과 그것을 막아서는 어머니, 선생님, 형…가까운 사람을 눈 앞에서 잃는 고통…학살…. 죽을 줄 알면서도 남는 자와 남지 못하는 자의 고통. 5월27일 마지막 밤 잠든 아들과 아내 몰래 집을 빠져 나가 도청으로 가는 남편. 잠든 척 하지만 남편을 말리지 못하고 혼자 눈물을 삼키는 부인. 눈물은 쉴 새 없이 흐른다. 나이 든 중년의 남자들과 여자들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친다. 무기고 탈취 장면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몇 번의 장면에서 그러한 박수가 더 나왔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연주곡으로 흘러나오자 극장의 누군가는 오열한다. 나이 지긋했던 그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선창한다.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극장 내에는 어느새 모두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관객들은 대부분 `미흡하지만 그래도 다행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영화 보는 내내 연신 눈물을 훔쳐냈던 우중원(47)씨는 27일 마지막까지 도청에 남아있었다 했다. “너무 공포스러워서 일곱 번이나 기절했던 그 날이 자꾸 생각이 나고 5·18묘지에 먼저 묻힌 사람들 때문에 울음을 멈출 수가 없다”고 했다. “오월 모두가 한마음으로 자치공동체를 이뤘던 경험이 잘 나타나 있지 않아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이날 함께 영화를 본 소설가 송기숙씨는 “현장에 있었던 사람한테는 아쉬운 점이 많지만…대체적으로 잘 만들어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안성례 오월어머니의집 관장은 "사실에 충실한 것 같아 다행스러웠고 한편 그날의 잔인무도한 살육이 떠올라 더욱 치가 떨렸다"며 "제작진의 노고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정수만 5·18유족회장은 "80년 5월 광주의 진정성이 조금이나마 빛을 보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며 "모든 국민이 반드시 봐야 할 영화이며 특히 미래세대인 중·고생들이 반드시 관람할 수 있도록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사회에 앞서 가진 출연진 무대인사에서 김지훈 감독은 "5·18 정신은 곧 민초들의 정신"이라며 "영화 '화려한 휴가'를 통해 이제는 '5·18'이 지역과 계층이라는 경계를 훌훌 털어버리고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마음속에서 위안받고 재조명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광주시민들은 오월의 응어리를 진짜 풀었을까? 국가 기념일로 제정되고 보상을 받았다고 모든 걸 용서한 것일까? 영화 상영 내내 흘렸던 눈물과 박수와 웃음엔 `용서’`화해’라는 단어가 들어설 자리가 없어 보였다. 영화는 오는 26일 개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