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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란 무엇인가?
·공자어록(논어)에는 “시를 공부하지 않고서는 말할 게 없다.(不學時면 無以言)”란 대목이 있다. 이는 시를 배움이 곧 말을 배움임을 뜻하면서 시가 말의 모든 것을 갖추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19세기에 영국의 매슈 아멀드(Matthew Amold)가 <시는 인간의 가장 완벽한 발언>이라고 했는데, 공자의 말과 다르지 않다.
시를 알지 못하고서는 말을 안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해 준다.
·헤르만 헤세의 말을 빌려 ‘시인의 모습’을 알아본다. “나에게는 자주 잠못 이루는 밤이 있었다. 살고 있는 것이 괴로움이었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나는 시를 쓰며 언어를 가지고 유희를 한다.”
시는 언어의 정수(精髓 : 뼈 속에 있는 골수. 사물의 중심이 되는 골자 또는 요점)이기 때문에 시의 이해는 언어의 이해이며 나아가서 언어동물의 이해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시가 즐거움과 가르침을 동시에 준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문학교육면에서
<가르치는 사람이 먼저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명제는 문학교육의 분야에서 절실하다. 문학교육이 하는 일의 하나는 적정한 ①향수(享受)능력과 ②감식력의 배양이다. 또 궁극적으로는 ③주체적으로 취사선택할 수 있으며 또 필요에 따라서는 스스로의 취사선택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의 계발에 있다.
그래서 우리 문학교육이 실패인 것을 증명하는 것은, 좋아하는 시 또는 대목을 말해보라고 하면 즉시 알 수 있다. 대개가 교과서에 나오는 시를 종달새처럼 외울 것이다.
①향수능력 : 시 읽기(낭송) - 책 한 권, 3편 이상 쓰기
②감식력 : 주체적 취사 선택력 -시 고르기
③설명력 : 정지용의 ‘향수’로
<1> 향수능력 :
㉠ 문학 경험은 이 세상에 사랑과 그리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 문학경력은 현실경험을 앞당기게 하는 것이다.(*보통 책을 많이 읽은 아이를 보고 조숙했다고 그러지요) 특히 자연이나 전원 경험과 격리된 청소년에게는 문학경험이 소중하다. *영국인은 날씨와 기후 탓에 집안에서 보내는 날이 많아서 자연적으로 문학을 탐닉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주 쉽다고 가볍게 보는 제 나라 동시조차 번번이 해독하지 못하는 터전에서 조금 복잡한 시를 이해하지 못하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또 그러한 독서능력마저 갖추지 못한 터에 문화배경도 다르고 말도 생소한 외국시를 배우고 엘리엇이나 보들레르에 관한 기말논문을 써내는 것은 자기기만의 극치이다.
*번역시는 이미 시가 아니다.
(ㄱ) 시를 읽을 때의 태도
사사로운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한 연상이나 기억에 의지하여 과도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온당한 태도가 아니다. 문맥 속에서의 언어조직에 충실을 도모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태도
①꼼꼼하게 읽자
*시를 이해함에 있어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인유(*引喩 : 비유로 끌어들인 것 = 상징)의 요소를 감득하는 것은 극히 중요하다.
*반드시 인유가 아니더라도 특정 의상이나 동작이 겉보기와 달리 고도의 암시성을 획득하는 수가 있다. 시 작품을 꼼꼼히 읽는다는 것은 이러한 고도의 암시성에 민감해지고 충실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②시에 나오는 용어를 사전에 찾아보지 않는 독자들
*대충대충 마무리 짓고 건성으로 넘어가는 타성에서 벗어나기. 왜? 전문가니까!
③아는 사람(평론가)이 좋아하는 사람(독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작가)만 못하다.
*읽기의 중요성을 나타냄. - 향수자에게 즐거움을 안겨준다. 즐거움은 그 자체가 선이며 행복이다.
④기표(시니피앙signifiant)와 기의(시니피에signifié)를 알고 읽자
*기표, 기의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소쉬르의 언어학’에 나오는 개념이다.
(ㄴ)기표(시니피앙signifiant : [불어]〖언어〗 소쉬르의 기호 이론에서, 귀로 들을 수 있는 소리로써 의미를 전달하는 외적(外的) 형식을 이르는 말. 말이 소리와 그 소리로 표시되는 의미로 성립된다고 할 때, 소리를 이른다.) ≒기표(記標)
ꄵ시니피에. 의 우위성
일상 언어나 비문학적 산문에 있어서는 기의(=기호 내용)가 우리의 주의를 끈다. 그러나 문학 언어 특히 시의 언어에서는 기의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기표(=기호표현)가 각별한 주의를 끈다.
단순화해서 말한다면 기의 이상으로 기표에 주의가 집중되도록 배려된 것이 시언어의 특징이라 할 수도 있다.
(ㄷ)기의(시니피에signifié : [불어]〖언어〗소쉬르의 기호 이론에서, 말에 있어서 소리로 표시되는 의미를 이르는 말.) ≒기의(記意)
✜기의와 기표의 구별
1) 기의
“오늘은 맑고 바람이 불고 초속 5m의 속도로 불며 낮 기온은 어제보다 2~3도 가량 올라간다.”고 기상정보를 말했을 때,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 아하, 어제보다 좀 따뜻하구나! - (즉시 행동) - 옷에 힘 좀 주고 글짓기 강좌 갈까! -
보도 내용 전체를 기억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직접 발표한 아나운서에게 물으면, “나는 말만하지 돌아서면 다 까먹는다.”고 한다.
학교에서 교사의 말을 한 자도 빼먹지 않고 기억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보통 이런 아이들은 학습 내용은 기억하지 않고 교사의 수업 외적 말만 기억한다.
2) 기표
오빠 - 오라비 = 둘 다 기의는 같다.
(기의) (기표) = 기표는 서로 다르다. 기표는 맛으로 치면 똑 쏘는 맛이다.
범상한 낱말조차도 이러한 방언으로 변용시키는 능력이 바로 시인에게 요구되는 자질이다.
개새끼 - 개새앵키
이럴 때, 그 문장은 기표가 기의를 압도하여 그 기표 덕분에 시가 좋은 시(*특징, 독특함, 운율이 살고)가 되는 것이다.
국민감정 - 국민정서 = 기의는 엎치나 메치나 같지만 기표를 바꾸어 얼마쯤의 신선감을 주기 때문에 급속도로 퍼지게 되는 것이다.
한 때의 모더니스트(modernist : [명사]현대적 감각이나 경향을 좇는 사람)들이 시에 빈번히 사용한 외래어, 외국어도 낯설고 새로운 것에 대한 자연스러운 욕구를 반영한 것이다. 또 낭만주의(浪漫主義 : [명사] 19세기 초에 유럽을 휩쓴 예술상의 사조 및 그 운동)의 이국정서 선호는 멀고 생소하고 낯선 것은 그 자체로서 미적 기능을 발휘한다.
시는 기표 째로 온전히 기억되는 것이 시언어의 특징인 셈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외국 시는 기의에 따라 이해되고 그 기표를 자세히 알 수 없으므로 시적 감흥 등이 줄어드는 것이다.
⑤ 인용
-서정시에서는 뜻 못지않게 소리가 중요하다.
뜻과 소리와 깊이와 높이 어울리는 것이 서정시의 이상적 상태이다.
-시인이 내세우는 뜻이 너무 분명히 노출되지(드러나지) 않게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인 솜씨와 관습이다.
-세상에 정평이란 것은 변덕스러운 것이다. 제 감정과 감각에 맞는 것을 골라잡기 때문이다.
◎시에서의 비유
글 쓰는 이가 나타내려고 하는 사물이나 감각을 그와 서로 관련성 있는 다른 사물을 끌어들여 표현을 새롭게 하고, 분명하고 구체적인 의미를 전달하게 해 준다.
보통의 일상생활 속에서도 ‘비유’는 많이 쓰이지만, 시에서는 특히 많이 쓰인다.
◎시에서의 상징
어떤 사물이 다른 사물을 대표할 때 이를 ‘상징’이라 한다.
소나무 - 지조, 절개가 있는 사람
‘비유’와 다른 점은, ‘상징’은 그 자체가 지니고 있는 의미와 함께 깊은 뜻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그러나 ‘비유’는 효과적인 표현을 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 상징과 다르다.
십자가 - 교회
비둘기 - 평화
태극기 - 대한민국
빨간마후라 - 비행기 조종사
글자, 문장 부호, 교통 신호 등도 상징에 속하는데 이를 ‘기호적 상징’이라 한다. 그러나 작가에 의해 창조된 것은 ‘문학적 상징’이라 일컫는다.
◎시의 음악성
시는 그 발생부터 음악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시는 음악적인 리듬을 가진다. 시의 음악성은 운율에서 비롯된다.
1)운율이란?
-운(韻) : 홀소리 또는 닿소리가 같은 자리에 규칙적으로 반복되어 나타난 음악적인 효과를 말한다. → 소리의 반복
-율(律) : 소리의 높고 낮음, 길고 짧음, 강하고 약함 또는 소리마디(음절)의 수나 행의 길이 등이 주기적으로 반복하여 나타나는 음악적인 효과를 말한다. → 글자 수의 반복
2)운율의 갈래(겉으로 드러난 갈래)
-운의 사용 : 두운·요운·각운
-율의 사용 : 음수율 : 일정한 소리마디(음절)의 수의 규칙적인 반복
강약율 : 음의 강아고 약함을 규칙적으로 반복
고저율 : 음의 높고 낮음의 반복
장단율 : 음의 길고 짧음을 규칙적으로 반복
*우리 동시나 동요에서는 4·4조의 운율 또는 7·5조의 운율이 많다.
예 : 조기 조기 조 도령 글 읽는 도령
오동 열매 동실동실
보리 뿌리 맥근맥근(매끈매끈)
<2> 시 감상 및 감식력
① 직감적 감상
② 감식적 감상
한 편의 시를 놓고 우리는 무엇 무엇을 고려하여 감상, 공감해야 할 것인지를 정지용의 「향수」를 놓고 검토해 보자.
향수(鄕愁)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나 시름.
정 지 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여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안해가
따가운 해ㅅ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줏던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석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어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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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곳의 낱말이 현대 맞춤법과 다르고 띄어쓰기도 다르지만
그 의미가 달라진 것은 아니다.
<분석>
1. 주제
주제는 표제로 제시한 ‘향수(고향을 그리워하는 정감)’이다.
<전체>
① 향수는 가장 흔한 시의 모티브(동기)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 ‘향수’에는 고향이라는 말이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② 각 연의 끝에다 노래의 후렴(後斂)처럼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를 다섯 번이나 되풀이함으로써
- 간곡함을 나타내는 동시에
- 음률 효과를 기약하고 있다.
<부분>
-1연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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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연> : 고향 풍경, 길목
은유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 - 의인법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의인법
*이처럼 예스러운 농촌은 삶이 악착같지 않으며 유장(悠長)한 리듬을 가지고 있다.
·‘해설피’의 뜻 → ‘해가 설핏할 무렵에’의 뜻
→ 해질녘의 소 울음이다.
·금빛 게으른 울음 → 뛰어난 공감각적 표현이다.
*단 몇 줄로 고향 마을의 정경을 인상적으로 떠올리는 서경(敍景)의 솜씨는 놀랄 만하다.
<2연>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2연> : 사랑방
2연은 고향집 길목에서 사랑방 혹은 건넌방으로 옮겨간다. 타지에서 집에 들어서면 먼저 아버지를 찾아 인사를 먼저 한다.
은유
·질화로, 짚베개 - 구차한 살림살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 너무나 뛰어난 감각이라 핀잔을 받기도 한 부분
·비인 밭에 밤바람 - 의 첫소리 ‘ㅂ - ㅂ - ㅂ’ → *두운(頭韻)현상에 주목 : 두운현상이 꼭 시의 효과에 크게 기여하는 것은 아니다.
*겨울 바람소리가 추수한 밭을 지나 집으로 매섭게 부는 것을 나타내었다. 말이 빨리 달릴 때 ‘쌩쌩’ 달린다고 하듯이 말처럼 바람 소리가 ‘쌩쌩’부는 것을 표현하였다. 말을 달리고 = 쌩쌩 부는 차가운 밤바람을 나타내었다.
쌩쌩[부사] : 세찬 바람이 나뭇가지 등에 잇따라 부딪쳐 나는 소리.
¶ 바람이 ∼ 불다. [큰말]씽씽.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 농사철 같으면 새벽에 일어나서 빼앗긴 땅이지만 논밭으로 나갔겠지만 질화로에 재가 식을 겨울 새벽녘에 습관처럼 깰 수도 없고, 이제 늙어 졸음이 습관을 무너지게 한다. 그래서 짚으로 속을 채운 베개를 높은 쪽으로 옮겨서 벤다.
*겹다 : 겨운〔겨우니, 겨워〕【형용사】
1. 감정이 거세게 일어나 참기 힘들다.
¶ 흥에 겨워 야단들이다.
2. 정도나 양이 지나쳐서 감당하기 어렵다.
¶ 힘에 겨운 일.
<3연> : 들판, 어린 시절 경험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는 곳,
어린 시절의 경험을 다루고 있다. 현실의 실제 경험이 내면 경험의 객관적 상관물로 올라가 있는 대목이다.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 화살의 의미는 무엇일까? 하늘을 향해 쏘아올린 화살이 상징하는 것은 동경, 이상, 꿈, 의욕이 아닐까?
·곳, 곳, 곳, 곳, 곳을 되풀이 하여 1)성장하던 곳을 강조하는 것 같지만 1, 3연을 통해 순진무구 즉 보호를 받고 성장하던 2)그 때, 2, 4연을 통해 향수라는 것은 3)가족임을 알 수 있게 한다.
·풀섶 → 풀숲
휘적시다 → 마구 적시다
·함추름 → 추름추름 :『북』가득히 찬 물이 약간 넘칠 듯한 모양. ¶청주, 탁주를 추름추름 담가 놓고 질탕치듯 먹었다고 한다.
*옷고름처럼 바짓단을 말한 것이 아닐까?
<4연> : 가족, 한 시절의 아내와 누이 상을 보여준다.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여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안해가
따가운 해ㅅ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줏던 곳,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 - 두 갈래로 물결무늬처럼 묶어 땋은 머리카락이 옆으로 치렁치렁 사랑스럽게 흔들거리던 오라버니를 따라다니던 그 검은 머리카락의 누이이다. ‘전설바다에 물결’은 ‘귀밑머리’의 직유이며 그 머리카락이 치렁치렁한 것이 곧 밤물결이 찰랑찰랑한 것이다. - 절묘한 직유이다. 누가 땋은 머리카락이 치렁치렁한 것을 두고 춤추는 밤물결이라 표현할 수 있겠는가?
*귀밑―머리【명사】
1. 이마의 좌우로 갈라 귀 뒤로 넘겨 땋은 머리.
2. 귀밑 가까이에 난 머리털.
♣귀밑머리(를) 풀다 【관용구】처녀 때 땋아 붙였던 귀밑머리를 풀어 쪽을 찌고 시집을 가다
·아무렇지도 않고 여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안해가 - 성격이 모나지 않고 용모도 특별히 뛰어나진 않았지만 그래도 집안을 지키려고 자신을 위해 좋은 옷이나 화장을 한 번 할 틈도 없이 고무신이 떨어질까 아까워 발벗고 과중한 노동에 시달리던 아내가 그래도 여자라 얼굴이 가을 따가운 햇살에 그을리지 않게 등을 돌리고서 몇 톨 낟알을 줍는 농촌 여성의 전형적인 모습을 한 나의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아내이다.
*예쁘다【형용사】 사랑스러워 보기에 귀여운 데가 있다.
<5연> : 고향 집
하늘에는 석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어 도란도란거리는 곳,
·하늘에는 석근 별 - 성긴 별로 읽는 것이 좋겠다. 식자공이 잘못 처넣었더라도 작가의 책임이므로 다음 기회에 바로잡지 않았다면, 성긴 별로 읽는 것이 좋겠다. 성긴 별이라면 별과 별사이가 촘촘하지 않다는 뜻이다.
정지용은 요즘 시인들이 자행하는 일탈적인 언어구사의 남용에 의한 모호성 조작과는 무연한 시인이다. 한 획 한 글자도 소홀히 하지 않고 고전적 명정성을 지향하였다.
·알 수도 없는 모래성 - 모래성을 은하수의 별을 가리키는 것이 아닌가? 추측하기도 한다. 은하수는 시각적으로 은모래를 상징한다.
*뜻이 애매한 단어는 그 시인의 다른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어휘구사와의 연관 속에서 시인의 <말버릇>을 검토해 봐야 한다.
우리는 이 5연의 반점(,)에 주의하여 감상해야 한다. 5연은 유난히 반점이 많다.
서리도 내리고 까마귀도 앉았다
·서리 [명사]
1. 맑고 바람 없는 밤에 기온이 어는점 이하로 내려갈 때, 공기 중의 수증기가 지표에 접촉해서 얼어붙은 흰 가루 모양의 얼음.
·하늘의 별들이 드문드문 비치더니 밤이 깊어 은하수가 비치는 자정이 되었다. 은하수 사이로 드문드문 별들이 모여들어 징검다리를 만들어 까마귀와 까치(서리)가 한 차례 오작교에서 만나듯, 흐릿한 호롱불을 사이에 두고 도란도란 정겨운 이야기를 나누던 그리운 가족들이 사는 곳. 그 고향집.
집밖에서는 서리도 내리려다 닮은 색이 아니라 비껴 내리고, 까마귀 색조도 아니어서 지나쳐버리는 낡아서 흐릿한 초라한 지붕을 인 집이지만, 그 아래에 다 떨어져가는 호롱불빛으로 빙 둘러앉아 도란도란 행복했던 그 집, 그 고향이 어찌 꿈엔들 잊을 수 있으랴?
·차마 : [부사] 애틋하고 안타까워서 감히 어찌《뒤에 오는 동사를 부정하는 뜻으로 쓰임》.
·성기다【형용사】 사이가 배지 않고 뜨다. 성글다.
¶ 성긴 눈발이 희끗희끗 날리다.
·우지짖다 → 새가 울어 지저귀다.
·서리(하양)와 까마귀(검정)는 먼저 색조로 서로 대비된다.
·도란-도란 : 여럿이 나직한 목소리로 정답게 서로 이야기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단칸방에서 살망정 식구끼리 도란도란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누며 사는 집이 나는 부럽다.
<결론>
우리는 이 작품을 구성하고 있는 음운형식[*비유(metaphor)와 심상(image)]이 언어의 독창성과 어울려져 발명과 창조의 모습을 띠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이 작품의 참으로 놀라운 점은 1920년대 초반에 이 시가 써졌다(1923년에 쓰고 발표는 1927년 3월에)는 사실이다. 그 시대의 다른 시와 비교해보면 작품의 참 가치를 알 수 있다.
정지용의 향수가 절창되고 있는 것은 먼저 풀뿌리 우리말로 써졌다는 것이고, 시를 읽는 것은 이렇게 세계와 역사를 읽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지용은 시인의 직업윤리를 열렬히 자각하고 자각적으로 거기에 충실했던 최초의 우리 시인이다.
다른 사람들은 이 시의 절묘한 구성을 발견하지 못한다.
이 시를 일반 시인이 구성을 하였다면
고향 마을 → 고향 집 → 아버지 → 아내와 누이 → 나로 구성하였을 것이나,
정지용은
고향 마을[들어가서] → 부모 → 나[가운데] → 아내와 형제 → 고향 집(가족)[빠져나오기]로 구성하였다. 그 한가운데에 ‘나’가 있는 것이다. 나라를 빼앗기 전에 ‘나’의 꿈과 이상이 있는 곳이다.
그러면서 정지용의 ‘향수’는 시가 내포할 수 있는 모든 시적 요소를 한 작품 안에 다 수용하였다.
①심상(image) ②상징(symbol) ③은유(metaphor) ④음운(호흡 : prosody) 형식 ⑤언어의 창조, 독창성 ⑥풀뿌리말 ⑦참여시 ⑧소리
<의문점>
·옛 마을, 옛집, 가족을 일일이 소재로 삼으면서 왜 어머니를 노래하지 않았을까?
1)아내와 누이로 여성 표상은 충분하기 때문에 - 유종오 씨
2)어머니에게 불만이 있어서
3)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셨기 때문(*1946년 정미하 여사 졸)
4)고향의 의미 때문에
제 1고향 - 어머니 = 모태(母胎)
제 2고향 - 고향(*흙)
제 3고향 - 조국(母國)
제 4고향 - 하늘
이기 때문에 중복을 피하려고 - 나의 해석
우리는 정지용의 시 ‘향수’를 통해서, 시는 심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표현할 때는 비유를 쓰며 각 개의 낱말 하나하나, 구 하나하나에 발명과 창조의 작업이 쏟아짐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어떤 작품에 대한 마지막 단언은 있을 수가 없다.
정지용은 대수롭지 않은 범상한 시인이라고 간주하는 젊은이들도 ‘향수’는 읽을 만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러한 생각은 한 시인에게 여려 편의 출중한 시를 기대하는 인식의 잘못에서 비롯되는 어리석음임을 알 수 있다.
참다운 시인은 관습의 구속에서 도리어 자유를 경험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관습의 굴레를 수락하면서 거기서 자유를 향유할 수 있는 능력이 재능이기도 하다. 예술적 재능이 대체로 그러하다.
글쓰기에 해당하는 사안은 책읽기에도 적용된다. 말 한 마디, 글 한 줄에도 꼼꼼히 읽는 것은 글쓰기에 바친 인간의 노력에 대한 경의의 표시이기도 하다. 솜씨 없음은 허용이 되지만 정성 없음은 용서할 수 없으며 재주가 없음은 보는 이를 안타깝게 하지만 성의가 없음은 우리를 불쾌하게 한다.
향수(鄕愁)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나 시름.
정 지 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여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안해가
따가운 해ㅅ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줏던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석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어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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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으로 표현
향수(鄕愁)
밤에 누워 있으면 문득 문득 생각나고 꿈에 자주 나타나는 나의 고향은,
넓은 벌판의 동쪽에 있다. 그 끝에 가느다란 실개천이 흐른다. 시냇물에 송사리도 훑고 다슬기도 얼마만큼은 있는 깨끗한 시냇물이다. 집 사립문 담장을 열면 바로 보이는 실개천에서 세수도 하고 여름에는 등목도 한다. 옛이야기처럼 끝없이 재잘거리며 휘돌아 금강으로 흘러간다.
해질녘에는 황소가 일을 마치고 돌아가면서 물을 마시겠노라고 잠깐 동안 여유를 보이며 ‘음머’하고 운다. 먼저 돌아온 동네의 다른 소에게 인사를 나눈다.
그 황소처럼 우직하게 농사를 짓던 아버지가 새벽이 되어 흙으로 만든 화로에 화롯불이 불씨가 꺼지고 화로에 남은 온기마저 식어 가면, 지게문밖의 바람 소리가 말달리듯이 쌩쌩 불어오는 듯이 느껴지고 추워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던 아버지는 짚 베개를 돌려세우며 잠을 청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곳에서 흙에 뒹굴고 파란 하늘을 향해 내 꿈을 향해 쏘아댔던 내 어린 시절은 화살을 쏘고 또 그 화살을 찾아다니느라고 온 바지가 이슬로 범벅이 되었던 곳이 문득 생각난다.
갈래머리 살랑거리며 나를 따라다니던 어린 누이와 집안일과 농사일에 바빠서 얼굴화장 한 번 못하고 버선 한 번 제대로 신어보지 못하고 사철 발 벗고 이삭을 줍느라 얼굴이 그을리고 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던 아내의 일터이던 우리 논이 눈에 선하다.
하늘에 별들이 총총히 빛나다가 그 별들은 은하수를 찾아가는지 가버리고 지붕 위로 하얀 서리 내리고 까마귀처럼 어두운 밤이 찾아들면, 가족들이 흐릿한 호롱불을 밝히고 둘러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살았던 그곳이 머리에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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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과 비교해 보고서도
아직도 정지용의 시「향수」에 빠지지 못했다면
다음 시와 비교해 보면 그 진가를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비교>
향수(鄕愁)
1920. 5. 11.
김여(=김여제 : 金與濟)
고향에 피던 꽃이 여기도 핀다
고향에 울던 새 여기도 운다
다같이 사람이 생활하는 땅
어데나 순간의 쾌락 없으련만은
고향의 꽃 눈에 띄울 때
고향이 새소리 귀에 울릴 때
이가슴 그리워 터지려 한다.
아아 언제나 돌아가리
산넘고 물넘어 저기 저 멀리
아침 햇빛 빛나는 저기
나 그리는 무궁화 피는 저기
비록 빈곤의 설움이 있다 하여도
때로 불의의 재난이 온다 하여도
쓰던 달던 내 살람사리
아아 언제나 돌아가리
가는비 삽의에 삽삽(霎霎)히 울 때
밝은 달 창궁(蒼窮)에 솟아 오를 때
고향의 옛 기억 더욱 새로워
오고 가는 바람 비에 나의 초옥(草屋)은
얼마나 더 무너졌으며
반백이 더 넘은 나의 부모는
얼마나 백발이 더 하여쓰랴
아아 언제나 돌아가리
먼길에 피곤한 몸 풀우에 누워
무심히 바라보는 북녘 하늘우
흰구름 두어 덩이 불리어 간다
아아 저 밑에 나의 님 계시련만은
저 밑에 나의 동산 푸르련만은
저 밑에 나의 샘 흐르려만은
아아 언제나 돌아가리
사람이 살면은 만년을 살랴
하늘께 받은 짜른 동안을
행복있게 유용하게 쓴다 하여도
오히려 최후의 눈 안 감기거든
하물며 산같이 쌓인 이 짐을
몸 다 하여 간다하여 애쓰던 이 몸
속절없이 해외에 표박(漂迫)의 생활
생각하면 눈물이 더욱 흐른다
아아 언제나 돌아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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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띄어쓰기와 맞춤법에 있어 현대에 맞지 않으나
원문 그대로 실었다.
작가 김여제는 아마도 이광수의 오산학교
시절의 제자이며 와세다 대학 영문과를 마친
유암 김여제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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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의 향수와 김여제의 향수를 비교해보면,
1) 같은「향수」라는 제목으로 시를 써도
전혀 다른 느낌이라는 점이다.
한 사람은 서정으로 시를 쓰고 한 사람은 설명으로 시를 쓴다.
2) 정지용의「향수」는 김여제의「향수」를 일부 모방하면서도
밟고 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정지용의「향수」를 밟고 우뚝 선
더 우수한 그 다음 시는 아직까지는 찾아볼 수 없다.
3) 정지용의「향수」가 김여제의「향수」를 표절, 모방했는지에
대해서는 말할 성질이 못된다.
중요한 것은 한 시인은 언어적 감수성이 다르다는 점이다.
달리 말하면 한 사람은 분명 천재이고 다른 한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우리가 이 천재로부터 언어의 창조를 본다. 그가 그 겨레의 말을
얼마나 사랑하였는지를 알 수 있다.
때로는 시인도 총을 들고 독립 운동에 당연히 뛰어들어야 한다.
그렇지만 정지용은 그렇지 않아도 용서가 된다. 마땅히 시인은 시로서
사랑하는 겨레와 나라를 되찾으려는 노력을 하였으면 족한 것이다.
첫댓글 잘배우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