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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재활용 pvc둥지상자
지난 2001년 3월 27일, 절친한 친구인 성우와 함께 약수터에 PVC둥지상자를 설치했습니다.
난생 처음 만들어 보아서 정말 새가 들어와서 번식을 할까 제 자신도 의아했지만,
너무나 기쁘게도 4월 8일 아침 곤줄박이가 둥지를 찾는 것이 처음으로 목격되었고,
4월 9일에는 이끼를 나르는가 싶더니 벌써 11일엔 둥지를 거의 완성했습니다.
둥지입구가 새에게 좀 작은 것 같아서 4월 12일엔 둥지입구를 3.5cm로 확장보수하였습니다.
그러나, 자주 둥지를 손보고 점검 하는 터에 며칠동안 곤줄박이를 관찰할 수 없어서 둥지를 포기한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다행히 4월 17일엔 알5개를 낳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4월 14일 15:30분까지도 알이 없었던 터라 더욱 반가웠습니다. 4월 18일 07:13분에 알을 하나더 낳아둔 모습을 관찰했고, 4월 19일 06:10에는 포란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다음날인 4월 20일에는 8개의 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날 포란 장면을 한장찍고 너무 스트레스를 주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에 알을 찍는 것을 잊고 말았는데, 그 뒤로도 계속 포란을 방해할 것 같아 결국 알은 사진을 찍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한참동안 개인적인 일로 관찰을 못하다가 5월 6일 이미 부화된 8마리의 눈을 뜨지 못한 건강한 어린 새끼를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5월 10에도 역시 눈을 감고 있었지만 상당히 많이 자란 새끼를 관찰할 수 있었고, 5월 20일에는 드디어 모두다 건강하게 둥지를 떠나는 모습을 관찰하였습니다.
한참동안 관찰을 하지 않고,벌써 떠난 것은 아닌지 하는 마음으로 둥지를 확인하였는데, 어미만큼 다자란 새끼들이 가만있는가 싶더니 한마리가 갑자기 소리를 삑~지르면서 튀어나와서는 아주 능숙한 솜씨로 멀리 날아갔습니다. 그녀석이 제일 걱정이 됨니다. 어미새가 없을 때 날아갔거든요.
얼른 둥지 문을 닫고 내려왔는데, 그때부터 한 마리씩 나오더니 어미새들이 와서 먹이를 물고 와서는 한 마리씩 밖으로 새끼들을 유인하고 멋지개 날아 나온 새끼를 따라가서는 먹이를 주었습니다. 마지막에 새끼들이 다 떠난 뒤에도 먹이를 물고 와서 둥지를 다시 확인했는데, 아마도 첫 번째 새끼를 찾지 못해서 여덟마리의 새끼에게 다 먹이를 주지 못했으므로 새끼가 한 마리 없어진 것을 아는듯 했습니다.
곤줄박이는 기록된 최장 수명이 10년을 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확실히 대담하고 똑똑하고 귀여운 새인것 같습니다.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새백가지'라는 책에 보면 곤줄박이는 고기가 맛이 없어서 옛부터 쪄서도 못먹고 구워서도 못먹는다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대담하고 영리해서 옛부터 점치는 새로 유명한 새입니다. 하지만, 혹시라도 키우시려는 생각은 하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야생의 새는 자유로워야 합니다. 새에게서 자유를 빼앗는 것은 너무 잔인한 일인것 같습니다. 게다가 번식기에 갇혀있으면 견디지 못하고 철창에 부딪혀서 많이 죽는다고 합니다. 그러니 새를 가두기 보다는 가까운 야외에 먹이가 부족한 겨울철에 먹이통을 달아주거나 쇠기름을 설치해 주어, 어떤 새가 찾아오는지 확인하고 이렇게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재활용인공새집을 만들어서 달아주면 아주 가깝게 곤줄박이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ㅡ^
*참고*이 인공둥지는 PVC파이프를 잘라서, 바닥에는 나무판자를 깔고, 달력의 플라스틱걸이를 잘라 붙여서 문을 여닫을 수 있도록 만들고 집에 있는 아크릴물감으로 겉을 나무색으로 칠해서 만들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인공둥지에 보금자리를 튼 곤줄박이의 모습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2001년 4월 8일 왜관 작오산에 설치한 인공둥지에 처음으로 곤줄박이가 드나드는 모습을 관찰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곤줄박이가 이끼를 물어다 나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만들어준 새집을 인공둥지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새가 둥지를 틀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이 더 정확 할 듯 합니다. 사람이 달아준 새집에 새가 들락거리면서 다시 알을 낳을 포근한 둥지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제가 관찰한바로는 곤줄박이 한쌍중 이끼를 물어다가 새집을 들어가서 둥지를 만드는 것은 한 마리 뿐이었습니다.(새에게 관찰하는 것이 위협이 될 것 같아서 오랜 시간 관찰하지는 못했습니다.앞으로 이부분에 대해서 더 유심히 관찰을 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처음 둥지를 만들어서 둥지입구가 권장사이즈인 3.5cm보다 조금 작은 2.75cm 라서 나중에 입구를 넓혀 주었지만 나중에 박새가 둥지를 짓는 모습에서도 한마리만이 둥지를 꾸미는 모습을 관찰하였습니다. 처음부터 곤줄박이가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박새나 쇠박새가 들어오리라 생각하고 입구크기를 작게 했는데, 시기적으로 둥지를 설치한 것이 좀 늦어서 곤줄박이가 둥지를 튼 것 같습니다
4월 9일부터 둥지에 이끼를 물어 나르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인공둥지 아래쪽에 흙이 묻어 있는 이끼를 깔고 그 위에는 좀 더 부르러운 깨끗한 이끼를 깔고 다시 그 윗쪽에 밥그릇 모양으로 갖가지 부드러운 식물의 솜과 여러가지 재료를 모아서 둥지를 만들었습니다.
심지어 사람의 머리카락으로
보이는 것도 물어다가 만들었는데 거의 이틀만에 거의 다 완성했습니다.
4월 19일 오전 06:10 처음으로 곤줄박이가 포란을 하는 모습을 목격하였습니다.
둥지를 확인하기 전에 미리 둥지에 새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나무를 흔들어보고, 새가 없는 것을 확인한 후에 올라 갔는데 어미새가 꼼짝 하지 않고 알을 품고 있었습니다. 둥지 문을 여는 순간 새가 있는 것을 보고 제가 더 놀랐답니다. 하지만 어미새는 꼼짝도 하지 않고 알을 품고 있었습니다.기록을 위해서 사진을 찍어도 도망가지 않았습니다. 스트레스를 우려해서 사진은 딱 한 장만 찍었습니다. 얼른 문을 닫고 내려왔죠.
5월 6일 한동안 포란에 방해가 될 것 같아서, 둥지를 찾지 않다가 가보니 귀여운 새끼들이 8마리 모두, 무사히 부화를 했습니다. 인공둥지안이 어두워서 플레쉬를 쓸 수 밖에 없는 지라 딱 두장만 촬영을 하였습니다.
5월 10일 아직 눈을 뜨지 못 한 걸까요?
낯선 침입자의 방문에 새끼들은 쥐 죽은 듯이 가만히 있습니다. 모처럼 둥지를 확인해서 잘 자라고 있는지 걱정이 많이 되었는데, 8마리가 모두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천둥 벌거숭이에 아인슈타인머리를 하고 있던
어린 새들이 어느새 올빽 스타일로 부쩍 커버렸습니다.
이번에 제가 처음 만든 인공둥지는 새의 번식모습 관찰을 용이하도록 하기 위해서.
또, 번식이 끝난 후에 다시 청소를 하고 다음해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뒤쪽에 문을 만들어서 수시로 여닫을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새를 방해하거나 필요이상으로 사진을 많이 찍어서 새에게 스트레스를 주면 새가 성공적으로 번식을 하게 될 확률이 적어서져 원래의 취지를 살릴 수 없습니다.
저도 이번이 처음이라 될수록 사진을 찍고 싶은 욕심을 자제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얘들아, 나오라!
5월 20일 어미새가 먹이를 물고 와서 다자란 어린 새들을 유인하기 위해 둥지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새끼들을 소리내서 부르는 모습입니다
막내동이의 독립!
몇번을 시도하던 끝에 드디어 입구에 올라와서 비좁은 틈을 빠져 나오는 모습입니다.
마지막 여덞째까지 모두 건강하게 잘 자라서 둥지를 떠나는 모습을 보니 정말 기뻤습니다.
내년 봄을 기다리며....
전문적인 인공새집의 설치는 독일의 주니커링 지역에서 1857년 급격히 불어난 해충 구제를 위하여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서 생태계가 복원되어 독일전역에 인공새집을 달게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극히 전문적인 연구자의 연구나, 일부에서 자연보호행사로 가끔 씩 인공새집의 설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외국의 경우에는 좀 더 전문적인 단체가 주관하고 일반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가운데, 이러한 인공새집의 설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관련사이트에 링크되어 있는 홈페이지들을 참고 하세요.)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전문가들의 조언을 얻어, 자연보호의 일환으로 이러한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ㅡ^
- 아마 여러분의 마음속에
한 마리 새를 위한 작은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세상은 좀더 깨끗하고 아름다워지지 않을런지요?
전기줄에 엉켜서, 매연에 찌든 회색빛 하늘과
매립되는 갯벌과 무너지고 파괴되는 자연과 그 속에서
또, 그만큼 황폐해지는 사람들의 정서가 조금은 나아질 수 있지 않을지?
죽어가는 나무에 희망에 새집을 달 듯이 사람들의 마음속에도 생명이 움트는 보
금자리를 선물해 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다시 희망의 새가 날아들기를 기다리고
싶습니다.
봄이 오기를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