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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 문득 깨니 새벽세시..
'아 씨 또 그래' 어디 가려고 마음먹거나 늦잠을 잘라치면 꼭 다음날 새벽에 잠을 설친다. 두어 달 전부터 10월 3일은 초딩동창회 간다고 마눌에게 선전 포고를 해놓은 터라 마음이 설레었던 터였다. 어제 아침에 밥을 먹다가 마눌에게 " 요즘은 이상하게 힘이 없고 밥맛이 없네??" 그랬더니 바로 쏘아부친다. " 왜 초딩 동창회 가려니 가슴이 뛰냐?" 윽 !! 이놈의 여편네가 벌써 내맘을 읽었다. 무서운 여편네다.
그동안 내가 워낙 강력하게 '이 날은 당신 새끼줄에 나를 끌어들이지 말라'고 단단히 부탁했는데 웬걸 바로 태클이 들어왔다. "요즘 몇년간 해외여행 못갔는데 시월삼일 연휴에 필리핀이나 갈까?" 일단 찔러본다. 바로 방어한다. " 무신 개 풀 뜯어먹다. 재채기해서 콧구녕으로 빠져나오는 소리여? 안되 시방 달러화 환율이 얼만디.. 못가! 갈라믄 니네 둘이가!"...며칠 있다가 티비보다가 마라도 풍경이 나온다.. 내가 "야 멋있다. 우리 제주도로해서 저기 함 가볼까? " 그랬더니 당장 반색하며 " 좋지~~ 시월삼일 연휴에 제주도로 땡길까?" 이런 내 발등을 내가 찍었다. 어떻게 하면 마눌은 내 의지를 꺽으려고 호시탐탐 먹이를 노리는 사자처럼 송곳니를 드러낸다.
그런데 빼도박도 못할 결정적인 태클이 들어왔다. 3일날 12시에 원주에서 처 사촌오빠의 아들이 결혼식을 한다는 것이었다. 지난 추석에 처갓집으로 처사촌 오빠 내외와 신랑 신부가 인사하러 온 것이었다. 딸만 둘있는 집의 하나밖에 없는 사위로서 당연히 가야 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간이 배밖으로 나왔는지 "어우 저 못갑니다. 미안하게 됐습니다." 하고 완곡한 거절을 해 놓은 터였다. 그런데~~~ 그동안 체념했다 싶었던 마눌이 타협을 요청했다. "우리 집안에 하나밖에 없는 사위인 당신이 꼭 가야하니 식장에 가서 얼굴이나 보고 가라"고..
그래서 후환을 예방하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할 수 없이 양복 차려입고 다른옷 한벌 챙겨 원주로 향했다. 이 시간이 열시..내 맘은 벌써 타들어 가기 시작한다. ' 아 심발~~열시까지 가야는데 이제 원주가니~~ 족구하긴 글렀네...' 어제 퇴근하면서 족구화에 반바지까지 챙기고 한시간 정도 개인연습까지 했는데....
일단 원주의 식장에 도착하니 벌써 '안전운전 해서 오라고..' 길상이의 문자가 온다. 혼주이신 형님 내외에게 인사하고 밥부터 먹고와서 식을 조금 보다보니 또 세일이가 어디냐고 전화오고.. 맘이 달아서 미칠 지경이다. 그런데 마눌은 " 박사사위 왔다간거 티낼려면 사진이나 박고 가라" 고 염장을 지른다.. 에라 모르겠다.. " 나 간다 " 하고 마눌한테 통보하고 식장을 뛰쳐나왔다. 시간을 보니 12시 40분.
문막으로 해서 고속도로에 들어섰다. 계속 120~150으로 밟았다. 휴일이면 호법에서 일죽까지가 항상 막히는데 다행이 오늘은 안 막힌다. 그래도 차가 많아서 군데군데 80이하로 떨어진다. 음성휴게소에서 양복을 갈아입고 다시 고고 씽! 1시 50분께 모교에 도착했다. 족구화 가방 하나 달랑들고 가니 족구는 벌써 떨어졌단다..에혀.... 어쨌든~~ 왔으니 반가운 얼굴들이 맞이해준다.
바로 광래가 다가오더니 카페 들어왔다 탈퇴한 박은숙이가 나를 찾다가 먼저 가버렸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런 벌써 오늘의 빅이벤트 두 건을 놓쳐버렸다. 어제 마눌이 했던 말이 생각 났다. "원래 스타는 나중에 등장하는 거야~~"라고.. 스타는 염병~~ 얼어죽을~~~ 퉤퉤퉤!!
그동안 초딩 동문회는 세번인가 갔다. 처음은 2003년인가 4년인가 갔더니 진짜 썰렁했었다. 우리 텐트는 텅 비었고 광래와 처음 인사했다. 고향 온지 얼마 안됬고 지역신문사를 운영한다고 했고, 조금 있으니 세일이가 왔었는데 이놈마저 고등학교 동문회랑 겹쳤다고 가버렸다.
조금 있으니 정지용이 왔고...한숨만 나왔다. 모처럼 25년 만에 오는 동문회의 첫 모습은 이렇게 씁쓸했다. 원인을 들어보니 다들 사회 적응기간이고, 또 계속 진천서 고등학교까지 나온 토박이 친구들간의 기싸움이랄까 이런 것도 작용하고 주먹깨나 쓰는 친구들이 있어서 분위기가 험악했다는 얘기를 듣고 종합해보니, 대충 돌아가는 사정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그 해는 걍 쓸쓸하게 광래랑 창영이 형님이 운영하는 오리 고깃집에 잠깐 있다가, 광래 앞세워 꿈에 그리던 근숙이네 가게 들러서 조금은 변한 얼굴 확인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한 두어 해 참석 못했고, 지난해 와보니 한 서른명 정도가 참석 했는데, 청주 모임에서 보던 몇을 제외하곤 역시 아는 얼굴이 별로 없었다. 진짜로 30년 만에 보는 얼굴들이 대부분이라 일일이 인사도 못 나누고 간단히 2차 뒷풀이만 끝내고 헤어졌었다.
그런데 올해는 달랐다. 카페의 힘이 컸던 것이다. 예전 졸업앨범 사진도 올려놓고 출첵란, 끝말잇기 등 여러 친구들이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 생기니 처음 보는데도 불구하고, 작년같은 서먹함은 없어서 그 동안 자주 만났던 것처럼 바로 들이댈 수 있었다.
나도 나름대로 별 볼일 없지만 카페에 내 기억을 들이대자 여러 친구들이 호응해주고 추억을 나눴더니, 그 동안 세월의 단절을 금방 뛰어 넘을수 있었던 것이다.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대충 인사 나누다가 우리 천막 뒷부분에서 여자친구들이 모여 한참 얘기를 나누는데, 내가 다가가니 뜬금없이 나더러 노래를 하라고 하는 것이었다. 이건 꿈에도 생각 못한 일이었다.
기수별 노래자랑은 한다는 내용이 카페에 떠서 한곡 할 기회가 있을 수도 있다는 예상은 했지만... 이건 정말~~~ !!@@@ 당황했다. 예전에 처음 나간 청주모임에서(2002년인가??) 나의 연예기질이 보였던 것을 애경이하고 종선이와 근순이가 얘기를 꺼냈나보다.
아마도 내 생각엔 여자 친구들이 나눈 말은 " 얘들아 저기 선식이 있잖아! 저새끼 골때려~~ 술 안 처먹고도 잘 놀아.. 한번 시켜볼까?" 이렇게 간을 보려고 시킨듯 했다. 노래하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갑자기 하려니 생각나는 게 하나도 없다. 땡벌을 부른다고 박수 유도해 놓고 첫소절을 부르니 가사가 생각 안난다. 이런 젠장맞을 쪽팔림의 쓰나미가 몰려온다.
그동안 나의 연예경력은 몇건 있었다. 고등학교 때 졸업을 앞두고 졸업 발표회형식의 무대에서 동물 성대묘사를 했더니 나를 아주 하찮게 보시던 담탱이가 '" 어! 장선식이 재간동이여??" 그랬고, 대학가서 써클 오락부장으로 활약했으며, 단과대 축제기간 중 여장하고 나와서 장기자랑하는 데도 나가서 3등 해보고, 군대 있을 때는 동기들이랑 꽁트를 같이해서 1등 상으로 원래 정기휴가 나갈 참이었는데 포상휴가로 4박5일이 추가되어 장장 20일간 휴가나온 적이 있었다. 그리고 직장에 들어와서 각종 공개발표와 세미나, 농민대상 강의를 여러번 하다보니 무대에 서도 그다지 긴장은 안했는데 이날 여자친구들의 의외의 공세는 진짜로 당황시켰다.
아무튼 어여부영 이 위기를 타개하고 기수별 노래 자랑이 시작되었는데... 길상이가 기어이 나를 억지로 끼워 넣었다. 그것도 첫 순서로, 애경이가 걱정한다 " 땡벌 한다고? 너 아까 못 불렀잔어.." , " 걱정마 가사 나온댜." 그랬더니 좀 마음이 놓였나보다. 한바탕 놀아 제끼고 내려왔다. 처음에 분위기 사로 잡는 데는 땡벌이 최고다. 주거니 받거니 하는 재미도 있고 노래는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분위기는 좀 잡아 놓은 듯 싶었다.
나중에 락현이의 '가버린 친구에게'가 끝나고 시상발표를 하는데 광래가 정치력을 발휘하여 인기상! 부상으로 자전거를 받았다. 집에는 이미 자전거가 내것을 비롯해서 서너대는 있는지라, 카페 만들고 꾸리느라 수고한 은수에게 주었다. 물론 광래에게는 양해를 구하고~~ 광래야 챙겨줘서 고맙다. 그런데 나중에 들리는 얘기로는 은수 신랑이 공짜 자전거 났다면서 뽐낼라고 이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돌아다닌다는 소릴 들었다. 은수야 그 자전거 너 준거다. 니 신랑준거 아니니 네꺼 확실히 챙겨라 이?
이젠 파장할 시간이다. 다들 먹고 놀던 자리 청소하다가 용석이가 눈에 띄었다. 한 덩지하는 용석이가 술에 거나하게 이미 취했다. 그래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난데 없이 내가 "용석아 우리 씨름 한번 할래?" 그러니 용석이가 "조오치" 그런다 그래서 서로 허리띠를 잡고 옥신각신 하다가 내가 들배지기로 들어올렸더니 용석이가 " 어~~~어~~" 그런다.
사실 용석이 체구는 큰 편이다 들어보니 체중이 92,3킬로는 되어 보였다. 내가 83킬로니까 딱 10킬로는 더 나간다. 용석이가 자존심이 상했는지 제대로 덧걸이로 공격해온다. 내가 잠깐 버티다가 되치기로 한판 승!! ㅋㅋ 애들이 이구동성으로 " 야 선식이 힘 좋네~~" 그런다. 나름대로 내 관리를 하다보니 용석이에 비해 지방보다는 근육이 좀 많다. 용석아 다음에 샅바 차고 한번 더하자~~~ㅋㅋ. 아무튼 씨름 해서 이기니 재밋다.
정리를 마치고 2차 모임 장소로 읍사무소 앞 '뽀루뚜까 아저씨네' 로 향했다. 가게이름 참 묘하다. 여기서 자리 잡고 맥주잔을 주고 받으며 못다한 얘기를 했다. 우선 이번 행사를 주도한 길상이에게 수고했다고 박수 쳐주고, 회장인 호섭이도 건배제의 하고, 카페 꾸리느라 고생한 은수가 다 차려놓은 밥상에 반찬 몇개 마련한 나를 비롯하여 고추가루와 양념을 적절하게 뿌린 애경이도 박수 쳐 줬다.
내 앞에는 세일이 근숙이 용만이 길상이가 앉고, 옆으로는 근순이와 이혜경이 앉아 얘기를 나눈다. 근순이는 예전에 수원의 권선동에서 살다가 요즘 뜨는 동탄으로 이사가서 돈좀 만진 듯하고, 부동산중개사 시험보느라 살이 10킬로나 쪘다는 얘기, 근숙이는 솔로인지라 뭐하고 사냐며 난데없이 사생활 취조를 했고, 혜경이는 저번에 내가 올린 똥사건 글에 점심 비빔밥 먹으며 처음으로 내 글을 보다가 비위 상한 얘기를 나누며 웃었다.
그런데 가만 보니 혜경이의 얼굴이 많이 변했다. 예전에 동그랗고 하얀 얼굴에 무척 복스럽고 젊은 시절의 가수 혜은이 처럼 예뻤는데 고생을 많이 했는지 볼살이 쏙 빠졌다. 그런데 충청도 여자답지 않게 애교는 만점이었다. 곰보다 여우가 낫다고 혜경이 신랑은 좋겠다고 생각 했다. 혜경아 다음에 볼살 좀 찌워와라.
창가의 양호가 불러제낀다. 자리를 옮겨 재훈이와 함께 이런 저런 얘기하며 또 맥주를 두어잔 먹고, 고 앞의 자리로 옮겨 은수 미경이와 얘기하는데 용석이가 졸고 있다. " 야! 용석이 왜 맛이 갔냐?" 물으니 은수가 " 너한테 씨름에 져서 삐졌나보다"고 한다. 설마 그러진 않았겠지만 술이 많이 취한 듯 싶다. 이어 성환이와 앉아 정선에 꼭 오라는 협박과 함께 살아온 얘기 들으니 고생과 노력을 많이 한 것 같아 가슴이 뭉클 했다.
한시간 반정도? 두어시간? 후에 우리의 2차 모임은 정리가 되어 청주와 그밖의 도시에 사는 대부분의 친구들은 집에 가는데, 용만이는 여자친구들에게 왜 이리 껄떡대는지, 껄떡이라면 나도 한껄떡 하는데 명함도 못 내밀었다. 여자친구들 한번씩 안아주고 손잡고 놓질 않는다. 건물 밖에 나와서도 헤어지는데 거의 30분은 걸린듯 하다. 이게 친구들의 정인가 보다.
나는 술을 좀 먹어 운전하고 가기엔 무엇해서 3차에 같이가서 좀 깨고 가려고 했다. 광래, 한우, 성환, 길상, 주식, 현식, 창수, 락현, 양호, 성우, 창영이 등과 길건너 화랑슈퍼 옆의 길손 식당에서 생태찌개를 놓고 또 소주를 두어 순배 돌면서 얘기를 나누었다. 옛날 얘기며 못온 친구들의 근황도 듣고 여러가지 얘기를 했다.
특히 길상이의 친구들 찾는 얘기는 감동적이었다. 참 열심히 했고, 마침내 찾은 친구에게 전화가 연결되었을 때 찾아주어서 고맙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특히, 우여곡절 끝에 류주현이에게 연락이 닿았을 때) 보람을 느꼈다는 얘기를 나누었다. 그래서 얻은 결론은 '아직도 못찾은 우리 친구들 누군가는 연락을 기다리고 있구나~~' 라고...
중간에 성환이와 아까부터 취해서 말이 많던 주식이가 장관리 동네 친구들 모임이 있다고 먼저 일어선다. 사실 주식이는 나하고 비슷한 점이 많다. 눈코입이 드문드문 박힌게 그다지 안생긴(못생긴게 아니라 안생긴 것이다.) 얼굴이 닮았고, 고향에서 먼 타지에서 살고 있어서 고향 친구들을 엄청 그리워한다는 것도 닮고... 그런데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그래도 주식이보다 내가 덜 공처가라는 것. 일어서는 주식이에게 내가 " 야! 주식아 네 와이프한테 안부 전해라. 내 스따일이라고~~" 했더니 주식이가 " 내 전화화면에 마누라 있는데 보여주까?" 그러면서 휴대폰을 꺼내 보여준다. 정말 주식이 와이프다.
가만 있을 내가 아니지. 장난끼가 발동한 나는 핸펀의 주식이 마누라 사진에게 뽀뽀를 쪽 했더니 표정이 변한다.ㅋㅋㅋ 옆의 광래하고 얘기한다. 솔직히 얘기해서 결혼 10년정도 되면 마누라보다 애들이 더 예뻐서 애들 사진을 메인화면에 놓는데, 주식이는 마눌이 강제로 어디가서 딴생각 하지말라고 자기사진을 올려 놓은것 같다고~~ㅎㅎㅎ
여기서 한참 떠들고 소주를 더 먹었으니 취하기 마련..집에 가기는 다 틀린것 같다. 한우가 길상이 창수가 고생했다면서 지가 쏜다고 단란주점으로 향했다. 그 전에 성우랑 나는 미경이가 운영하는 죽집에 죽치고 마주앉아 미경이가 정성스레 타준 맛있는 매실차 두어잔을 들이키고 숨을 고르고 나서 노래방으로 직행했다.
도우미를 부르려고 했는데 미경이가 나중에 와서 뻘쭘할까봐 취소시키고, 아까 그 멤버들이 그대로 광란의 노래 쇼쇼쇼를 벌였다. 짜식들 술이 좀 들어가니 참 잘 논다. 그러다 한시간 반정도 있다가 나왔다. 담배를 왜이리 피워대는지 눈이 다 따가워서 있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휴~~ 아직도 목이 따끔거리네.
나와서 양호랑 이런 얘기 저런얘기 나누니 한우하고 길상이, 창영이가 나온다. 그러고 보니 우린 제대로 저녁을 못먹었다. 그래서 미경이네 죽집 앞의 김밥나라에 가서 잔치국수, 만둣국, 김밥을 먹으며 요기를 하는데 길상이에게 전화가 온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더니 다짜고짜 이런 XXX하면서 육두문자가 난무한다. 현식이가 니네들 먼저 나가서 기다려도 안와서 전화했더니 니네들끼리 국수 먹냐고 따지는 듯 싶었다. 걍 이해하고 이리로 달려오면 될텐데 기싸움을 하는지 내용 있는 말보다 욕을 더 많이 했다.
나는 안다. 남자들은 친하고 허물이 없을 수록 욕으로 시작해서 욕으로 끝난 다는걸~~. 이름도 욕이고 감탄사도 욕이며 의사전달도 욕이다. 내심 그런 길상이와 현식이가 부럽기도 했다. 앞으로 나도 니네들이랑 친하고 싶다. 그러니 욕부터 트자~~ㅋㅋ 이 십장생들아~~ㅋㅋ
어느덧 자정이 가까워온다. 수원에 사는 한우가 나랑 같이 자고 내일 가자고 얘기했고, 우리 동창 제일의 공처가 양호가 오랜만에 나를 보는데, 집에가는 버스는 이미 끊겼고 택시비는 없고, 같이 자고 가겠다는 것이다. 앞뒤 정황을 보니 이것은 양호가 마눌에게 목숨걸고 하는 도박이다. 길상이도 집에 있는 누님에게 "나 먼데서 온 친구하고 자고 들어갈껴..먼저자!" 하면서 호기롭게 전화한다. 길상이도 집에가서 혼날 듯 싶은데.. 아무튼 창영이와 나를 비롯하여 5명이 문화원 앞 길다방 옆 홍운장의 넓은 온돌방을 잡고 빤쓰만 입고 담배를 꼬실르며 또 얘기를 했다.
그런데 창영이가 "선식아 너 예전에 혀 깨물어서 고생했는데 괜찮냐?" 하고 묻는다. 그 사건은 내가 3학년때 등굣길에 형의 폭력을 피해 전력질주를 해서 도망가다가 자전거와 부딪혔는데 자전거 브레이크 레버가 내 아랫입술을 뚫고 들어와 잇몸과 뼈가 박살났고, 택시로 청주의 상당치과에 가서 치료를 받았는데, 이를 받치는 뼈를 고정시키느라 입을 못벌리게 철사로 위아래 이를 고정시켜 한 4,5개월을 분유에 계란 타서 연명하던 시절을 기억한 것이었다.
창영이는 공부도 잘했지만 나 못지 않게 한 기억력 한다. 그리고 한우가 집안사정으로 일찌기 사업에 뛰어들어 고생하고 성공한 얘기, 양호가 회사 다니다 대학원 다시 공부해서 영문학 박사 따서 대학 강의 하는데 오십 넘으면 은퇴해서 해외 배낭 여행하겠다는 철없는 꿈얘기, 창영이가 교통사고 당해서 허리에 철심을 박은 사이보그 인간이란 얘기를 하며 잠이 들었다. 이렇게 많은 일이 있던 3일날이 넘어갔다.
다음날 7시 반께 모두들 일어나 대충 씻고 창영이 차를 타고 옛날 내가 다니던 모교 통학길을 거쳐 해장국 집으로 향했다. 축협 옆의 진천해장국 집인데 잘 보니 예전 안승호가 살던 순흥목재사 그 자리였다. 또 승호얘기 저런 얘기하며 소주 두병과 함께 해장을하고 아쉬운 작별을 하며 헤어졌다.
정말 고마운 시간이었다. 난생처음으로 초딩 동창들과 하루를 보내고 잠까지 같이 잤다. 그리고 사는게 각박하고 피곤한데 우리 카페에 들어오면 참 편안하다. 그다지 여유로운 생활은 아니었지만 코 찔찔 흘리면서 지냈던 옛날이 떠오르니 꿈만 같다. 다시 얻은 내 추억의 친구들, 정말 소중한 내마음의 보석이고. 우리 카페는 이 추억을 보관하는 보석상자라고 생각한다.
어이 친구들 만나서 정말 반가웠고 다음 모임에 또 보자. 계속 건강하고 돈 많이 벌고 행복해야한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순수한 우정이 변치 않기를 기원한다..
(휴~~참 긴글 썼네.. 어제 새벽에 쓰다 반을 날려 다시 쓰네)
첫댓글 나두 그날 끝까지 같이 할려고 했는데 잔치국수 먹으러 가기전에 나왔거든. 다음날 아침 일찍 대전에서 편입 영어 강의하러 가야 했거든. 아무튼 우리들의 우정을 확인할수 있는 소중한 시간 이었다는 거^^ 다음 모임에서 만나자구. 청주 모임도 있고 하니...
그려.. 바쁘게 사는게 좋지. 담에 한잔 사라~~ㅋㅋ
그랴^^ 한 잔 사지..술 잔에 담긴 우리네 모습이 가장 진솔하고 정겹지 않을까? ㅋ
마치 그자리에 내가 있었던것 같다 생생하게.. 신나셨겠어..들...
장 사장님! 얼굴 못봐서 아쉬웠고, 개업식에 가고 싶었지만 거리가 멀어서리.. 내내 번창하시길 바래~~나도 더 페이스샾 프레스티지 옴므 에센스 쓰고 있당~~ *^^*
선식아, 이제 눈이 침침혀서 이케 긴 글 읽으려면 힘들어. 현정이 말대로 실시간 중계처럼 생생한 야그들. 넘 잼나게 잘 읽었다. 그리고 마나님들의 눈치와 코치에도 불구하고 동문회행을 강행하여 다녀갔던 많은 남친들 정말 고맙고 기특하다. 그런데 만약 우리신랑이 너네들처럼 떡되게 마시고 외박했다면 난 아마도 선식이 와이프모냥 사자의 송곳니를 드러내고 ........그다음은 상상에 맡김.
알았어 글씨 키우고 찐하게 해놨으니 다시 읽어봐. 읽는 너도 힘든데 쓰는 나는 어떻것냐. 게다가 반은 날렸다가 다시 썼다. 일요일 하루 종일 쓰고 고치고 다듬고 난리부렸다. 그리고 신랑 너무 잡지마라. 가끔 피난처를 찾고 싶을 때가 있으니 그럴땐 모르는 척 하는 것도 덕을 베푸는 길이다.
선식아 !! 누나헌티 혼나는 일 읍다. 참고루 애기 하는데 울집사람은 아들을 셋 키우는데 큰아들이 말을 오지라게 안들어 먹는다..그 큰아들 놈이 바루나여~~~~
알어.그러니까 평소에 잘해놔야지. 고맙고 사랑한다 친구야
생생한 중계 감사~~, 아! 자전거~~ㅎㅎㅎ,선식이가 상타면 상품 준다더니 정말로 자전거를 줬다,타고 갈순 없고 차에 싣고 가야하는데 마침 딱 걸린 용석이~~ 용석이 자전거 한번 잘 못 만졌다가 땀을 뻘뻘 흘리며 내 차 트렁크에 간신히 자전거를 걸쳐줌~~(용석아 고맙다), 암튼 직접 당첨 된 것은 아니지만 경품탄것 처럼 룰루랄라~~, 선식이!! 여러모로 고마워~~
에이 뭘~~ 우리 사이에......작년보다 더 세련되고 이뻐보였다. 이대로 쭈~~~~~ㄱ 미모를 간직하길 바래
우리 얼마만에 상봉이더냐~? 그날 노랠 불러달라고 한건 몇해전에 본 현란하면서도 카리쓰마 넘쳐흘렀던 너에 춤사위를 보구싶어서 그랬던거야.. ㅋ 그솜씨 변함없이 여전하던데~? 다음을 또 기약해도 되는거지? 무쟈게 반가웠어...*^^*
상봉씩이나?? ~~ 너 오매불망 나를 기다렸니?? 나도 그래ㅋㅋ ,오오라...여기 범인이 종선이였구먼..내 추측이 맞구나. 김건모의 노래가 생각난다. "내게 그런 핑계대지마 입장바꿔 생각을 해봐 니가 지금 나라면 넌 웃을 수 있니?" 히궁 미리 귀뜸이라도 해줬으면 멋지게 했을텐데.. 나도 이제 슬슬 치매끼가 보인다. 어쩜 그리 가사가 하나도 생각 안나니?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준 종선아 고맙다.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