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100대 명산을 뽑아놓은 리스트가 있다. 그 속에 가 본 산 콕콕 찍어가며 뿌듯해하다 아직 못 가 본 산 다시 콕콕 찍으며 꼭 가야지 마음 먹으며 다시 그런다. 왜? 다 가보면 뭐하려구? 거기 갔다왔네하며 호들갑을 떨려구 그러는 거라면 아서라. 뒷동산도 산이다. 아무튼 그러면서 맘에 둔 산, 월출산. 가봤더니 아서고 싶지 않고 자랑하고 싶다. 정말 좋다는 말을 수없이 들어온 지라 뭐 좋겠지했는데 버스에서 내린 입구부터 그 산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전라도의 유명한 산들은 멀어서 아쉽다. 조금이라도 가까우면 쉼 없이 달려갈텐데 이 날 영암까진 4시간을 꼬박 버스신세를 져야했다. 그래도 갈 수 있다는 게 다행인거지. 영암 사람들도 금정산 오고 싶을 거야. 영남 알프스 다 가고 싶을거야.
월출산 국립공원 입구에 내려 환호성을 지르다.
들머리를 찾아 출발
들머리 입구에선 국릭공원 직원이 몸풀기를 시킨다. 몸 안 풀면 못 간다나 우린 밑에서 몸 풀고 왔어요. 더 풀면 녹아요~
입구에 감나무가 주렁주렁, 떨어질 때까지 아~ 입 벌리고 기다려볼까.
안 된다. 산에 들어가야지. 3.1km 기다려봐~
들머리 시작부터 돌길, 심상치 않다.
이 다리는 양반이었지.
새하얀 바위, 달이 뜨면 더 하얗게 빛나겠지.
달 뜨면 이 길도 하얗게 빛나게 비추려나. 그래서 달빛 산행이 가능하려나.
어느 애국자가 태극기를 바위에 수 놓았네.
국립공원의 친절함.
계단 간격이 좁아 잰 걸음으로 올라가다 급한 성미에 두 칸 껑충. 누가 쫓아오니? 사탕도 깨부셔 먹는데 누가 뺏어먹니?
바람계곡, 이름 멋지다.
오호라~ 저것이 말로만 듣던 구름다리. 와~ 만드는데 꽤 힘들었겠다.
돌길이 장난아니었소. 정말 끝까지 돌이었소.
달 불러주세요....
사다리 모양의 계단도 타고
열심히 돌길을 올라온다. 허벅지가 땡기더라.
잠시 구름다리 전, 휴식을 취하는데 바람이 차다. 쨍한 하늘과 차가운 바람, 겨울 맞네 그려. 흘린 땀이 섬뜩하게 식어간다.
저수지와 함께 경치가 좋구나.
달 좀 불러달라구.... ㅋ
구름다리 가 볼까요.
200명이 동시 통과할 수 있다니 든든한 걸.
다리 하나 건너는 것일 뿐인데 이렇게 신나다니. 모두들 함박 웃음이다.
돌아보면 아찔하니 어질어질한다. 기쁨을 주는 다리.
올라갈 때 우측으로 가래요. 좌측통행하면 혼날까요.
질서 있는 논밭이 겨울이라 쉬고 있구나.
산과 사람들......
여기저기 둘러봐도 대답없는 흙길이여.....
맥주 한 모금에 갈증을 해소하고, 사진이 흔들렸네. 왜 카메라가 술만 보면 거부하는 거지? 주인을 몰라본다. ㅋ
전라도 돌들 여기다 모아놨나벼.
올라가는데 지나가던 산행객이 "먼저 가. 나 여기서 확~ 살아버릴랑께" 그 말에 빙긋 웃음이.
주사위같은 바위가 등성이에 살포시 앉아 전망 감상하고 있더라. 좋지?
여기서 살아도 되겠니? 산에 물어봐야 하나. 국립공원에 물어봐야 하나. 국립공원 직원 시험을 알아본 적이 있다. 아주 잠깐 진지하게 고민을 해봤는데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되면 정말 더 좋아질 수 있을까란 생각도 들고, 마~ 여기 살아라던 사람들도 있고 해서 말았지만. 정말 듣고 싶었던 말은 마~ 여기서 살아란 말이었는지도. 질문이란 때론 위로받고 싶음이다. 정작 결정할 일은 이미 맘 속에서 정해져 있는 걸.
해를 마주보며 올라가니 눈 앞 경치는 거의 역광이다. 그래서 달이 적격이라나. 쭈삣쭈삣 돋은 바위들이 예사롭지 않고.
올라갔다 내려갔다 온종일 바위와의 씨름 한 판.
이길 생각은 없으니 살살 다뤄주세요.
잎이 떨어진 겨울 나무 가지들이 잔 솜털같다.
유일한 원색
돌을 밟다 못해 지나고 왔다.
천황봉 도착, 정상엔 친절하게 현위치 설명까지.
정상석 사진 찍기 힘들었다. 사람들은 정상석을 좋아해.
바위로 난 길을 바라보며.
삼장법사 바위란다. 어딘가 잘 찾아보면 손오공이랑 저팔계랑 사오정이 있겠다. 사오정한테 귀 파달래야는데......
그렇게 흙길을 노래했더니 잠깐 인사만 하고 가더라.
저 경치를 보며 옆에 선 친구 "말 같지 않아? 다그닥 다그닥"
그래 말로 좀 해주라. ㅋ
장군모자같은 바위
그 능선을 걸어보다.
암산의 위용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길도 아름답네그려.
너도 이쁘다.
이쁘다했더니 바로 답례를...... 허벅지가 고맙다고 전해달래.
하늘님이 달님과 저 바윗돌로 공기놀이하다 잠깐 얹어놓았네.
계단도 가지가지. 여긴 계단도 많더라.
안 찍을 수 없는 풍경, 주의! 스크롤 압박 들어갑니다.
구정봉 가는 길, 바위 사이로 통과해서 올라갔더니 헉! 멀미 나서 약한 척하고 왔어요. ㅜ.ㅜ
도갑사까지 4.1km를 남기고 이제 월출산의 마지막 향연 억새밭 보러 간다.
축제를 벌이자. 겨울 억새밭 축제를......
또 광녀의 기운이 스멀스멀 퍼져올라오는데 머리에 꽂을 꽃이 없어 말았다. 그렇게 뛰어 보고 싶더라.
바람에 날리는 억새밭에서 "기다리는 마음"이라는 노래를 알게 되고 그때부터 월출봉에 달 뜨거든 나를 불러주오를 흥얼거린다. "일출봉에 해 뜨거든 나를 불러주오. 월출봉에 달 뜨거든 나를 불러주오" 여기까지만 아는 가사때문에 일출봉에 해뜨고 월출봉에 달만 계속 뜬다.
망개라고 들었는데(아니면 신고해 주세요.)
억새밭에서 내려오는 길, 속았다. 끝난 줄 알았다. 그 돌길이...... ㅋ
끝까지 돌길이었습니다.
룰루랄라 내려오는 길을 지나는데 어디서 내려앉은 보라빛인지 위를 봐도 같은 가지는 없던데.
오늘 번쩍 눈에 뜨인 초록색, 이상하게 반갑네.
호젓이 이 길을 걸으니 그 고요함이 좋더라. 나는 세상속에 있고 사람들 사이에 있다. 고독할 줄 모른다면 함께 살 수도 없지 않을까.
또 질문이 생겼다. 왜 이름표가 있는 나무가 있고, 없는 나무가 있던 건지. 왠 뚱딴지? 시비 걸고 있다.
다 내려와서 시냇물에 손 씻고
도갑사 도선수미비도 구경하고
자세한 설명은 아래를 참조하시길
기와를 얹힌 낮은 담을 찍어본다. 절은 그 속에 있는 것만으로 편안함을 준다. 담마저도.
부도들(스님의 사리나 유골을 봉안한 묘탑). 설명이 따로 없었던 건 하나하나에 새겨진 글자가 이름이었던가 보다.
달빛 아래 저 다리에 걸터 앉아보고 싶다.
약수가 졸졸졸 대나무따라
약숫물 사진 찍는다니 컵 치워 단장해 주신다. 이쁘니?
오늘 날머리 도갑사 전경.
새로 열심히 짓는 건물도 있고.
저기가 본당인가.
스님이 공부하는 거처니 조용히.... 대나무가 걸러 주려나.
두 그루터기에 앉은 돌
절 안에 들어갈 때 삿된 것을 떨구고 오라는 천왕문을 거꾸로 나가면서, 그럼 오늘은 버리지도 못하고 되려 들고 가는 것이 아닌가. 아니겠지. 천왕문에 천왕이 한 명밖에 없더라고. 괜찮을거야. ㅋ
도갑사옆으로 흐르는 냇물을 보면서 오늘은 온톤 달생각만 나는지 밤이면 아름답겠다라고 생각한다.
450살 먹은 팽나무를 벌로 보고 지나치다, 이거 안 찍니라는 말에 다시 뛰어가 담고 왔다. 죄송합니다. 제가 아직 덜 배웠습니다. 더 오래사세요....
아름답던 월출산 산행 뿌듯하다. 월출산에 달 뜨거든 저를 불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