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제가 2004한반도 횡단을 마치고 주최측인 '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 게시판에 정리하여 올린 주행기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먼저 이번 행사를 주관하신 김일남 대회장님과 Staff 여러분, 그리고 수 많은 자원봉사자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여러분들의 헌신에 힘 입어 이번 횡단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2000년 중추가절에 오로지 열정과 순수로 뭉친 14명이 한반도 횡단에 나선 이래 벌써 5번째가 되었다.
당초 우리가 표방했던 48시간 완주는 아직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고,
2001년도에 박문승 당시 부대표님께서 52시간 49분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으나 난 62시간 06분 이라는 지극히 저조한 기록에 그치고 말았다.
그때에 이성에 입각한 냉철한 반성없이 기분에만 치우쳐 KU의 훈련위원직을 사퇴해 버리고 다음 해(2002. 4. 4~4. 6년)에 다시 48시간에 도전장을 내 밀었지만,
56시간 57분이라는 저조한 기록에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당초 우리가 천명했던 48시간이내 주파라는 목표를 결코 포기할 순 없었다.
분명 가능할 것 같은데 왜 실패하는가?
작년에는 IAU 24시간주 때문에 부득이 참가의 꿈을 접었지만,
올해 만큼은 꼭 이루어 내고야 말겠다도 다짐을 했다.
실패의 원인을 나름대로 분석해 보니 충분한 연습없이 무작정 내가 -3주자이니 km당 4분대 주자인데 그깟 9분대로 못 달릴까 하는 안이한 생각이 원인이었다.
거기다가 Race 운영도 나를 비롯한 거의 모든 주자들이 첫 100km까지는 잘 달리는데, 이후 100~208km 지점까지의 Race에서 첫 100km 구간까지의 기록보다 최소한 1.5배 이상 더 걸린다는 사실을 알았다.
3구간에서야 태기산, 속사리재, 싸리재, 대관령이 있으니 더욱 늦어지는 거야 당연하다 치고 …
어쨌든 2구간에서 갑자기 현저하게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이유는 달리는 속도는 별 차이가 없는데, 졸음으로 인한 수면과 식사 및 휴식시간이 많아진 탓이었다.
그 원인이야 물론 100km까지 많은 힘을 소비해 버린 탓에 지치기 시작했고,
또 대개는 지난 밤 창후리에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렇다면 충분한 연습과 효과적인 Race 운영이 뒤 따른다면 충분히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섰다.
그래서 우선 연습을 이전에 비해 좀 많이 했다.
참고로 2002년도와 2004년도 대회전 3개월간 훈련량을 비교해 보면
2004. 6.26~7.25**12회**199km (2002.1월** 9회** 135km)
2004. 7.26~8.25**20회**320km (2002. 2월**11회**185km)
2004. 8.26~9.25**18회**382km (2002. 3월**12회**201km)로서
그 전에 비해 거의 2배 가까이 훈련을 한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6월과 8월에 부상을 입지 않았다면 훈련을 더 했을 것이다.
그리고, Race 운영전략은
100km까지에서는 일단 힘을 비축하기 위해 천천히 달려 13시간 정도로 끊고,
졸음예방을 위해 잠을 충분히 자두자 하는 생각에 경기전 1주일 동안은 가급적 일찍 잠자리에 들어 피로가 쌓이지 않도록 노력했다.
아울러, 좀 비겁하긴 했지만, 창후리 숙소에 따로 예약을 해 두고 우리클럽 회장님과 단 둘이서만 당일날 9시쯤 잠자리에 들었다.
비록 긴장으로 10시 넘어서야 잠들어 2시에 깨긴 했지만 다른 분들에 비해서는 엄청 많이 잔 셈이다.
마지막으로 끝까지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는 기초체력을 다지기 위해 매일아침 집사람이 갈아 주는 인삼즙을 거의 하루도 빼 놓지 않고 1년 이상을 마셨다.
담배는 원래부터 배우지 못했고 술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다 될 수 있으면 피했다.
어쩌다 마셔도 막걸리만 몇 잔 마시고 …
그런데, 8.1 연습중 오른쪽 종아리 근육이 끊어지는 부상을 당해 상당히 당황했는데 맥반석찜질방에 가서 2일연속 찜질을 해 댔더니 다행히 곧 바로 훈련을 재개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 8월에도 꽤 많은 훈련을 했지만 최근까지도 언덕을 오를때면 항상 오른쪽 종아리가 조금씩 당기는 현상이 계속되어 참가신청도 경과를 보느라 맨 마지막 날에야 했었다.
그래서 종아리 고장에 대비하여 9.25(토) 강화에 가기전 오류역앞에 있는 "열린의원"에 찾아가 양쪽 종아리에 모두 테이핑을 하고, 비상시 먹을 수 있도록 진통제 처방을 받아 약도 지어왔다.
이번 Race 내내 염려했던 종아리 통증이 전혀 없었던 것은 이 테이핑 효과였다고 굳게 믿는다.
ㅇ 총 소요시간 42:41(km당 8분14초), 달린시간 39:01(km당 7분32초), 식사 및 휴식 3:40
ㅇ1~100km 12:13(km 당 7분20초), 100~204km 14:12(km당 8분11초),
205~311km 16:16(km당 9분8초)
2004. 9.26(일)
2시에 깨어 더 잘려고 했으나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아 마냥 누워있다가 03시 일어나 체조와 스트레칭을 하고 3:45 연백식당에서 식사, 밥을 3공기 먹음.
벨트색에 젤리, 휴대폰, Voice Recoder를 챙겨 넣고 짐을 맡긴 후 집결하여 몸을 풀다가
05:00
156명의 건각들이 일제히 함성과 함께 창후리 선착장을 출발했다.
초반 오버방지를 위해 맨 마지막으로 스타트라인을 넘어섰다.
조금 가다보니 이성윤·엄순희님 부부가 가기에 그 분들 뒤를 따라 1시간을 달렸다.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km당 6분정도의 아주 고른 Pace였다.
확실히 여자분들의 Pace가 고르다.
1시간 후엔 약간 Pace를 높여 달리다 강화읍 입구에서 강화출신인 권태봉님을 만나 강화대교까지 동반주.
강화대교(19km)를 2:13만인 7:13에 통과 km당 7분 Pace이니 적당한 것 같다.
7:57 마송(30.5km)을 지나 통진문화원 앞의 고갯길에서 박석희 사무국장님을 만나 한동안 동반주하다가 오른쪽 발가락에 미세한 통증이 감지되기에 멈춰서서 즉시 바셀린을 바름.
누산리의 길고 긴 직선도로를 달리는데 어느 분이 밝은 표정으로 왜 맨날 뒷모습만 보이더니 오늘은 앞 모습을 보여 주느냐며 다가 오신다.
거제에서 오신 이삼수 님이시다.
젊어 보이시기에 나보다 젊지 않을까 하여 연세를 여쭈어 보니 이런!
나보다 3살이 많으시다.
서울의 불수사도북 5산 종주를 하고 싶으시다기에 영남알프스가 훨씬 훌륭한 코스라고 말씀 드렸더니 거긴 자주 하신단다.
그래서 그런지 주력이 굉장하시다.
스피드와 지구력이 보통이 아니다.
이삼수님과 120km 지점까지 동반주 했는데 덕을 많이 봤다.
사실 그분이 아니었으면 100km 지점까지 당초 계획대로 13시간 정도에 도착했을텐데 그 분과 동반주 하다보니 12시간 만에 도착하여 1시간을 당겼다.
이삼수님은 이번 완주기록도 54시간 45분으로 전체 9위로 들어오셨으니 정말 대단하신 분이다.
이 자리를 빌어서 축하와 감사를 드립니다.
김포 사우리지하차도 앞(41.7km)에 09:15 도착, 예정시각(09:40)보다 다소 빠르다.
출발후 4:40이 지났으니 식사를 해야겠더군.
개화동에 가서 먹기엔 너무 늦을 것 같아 화훼단지 건너편에 부대찌개집이 있어 들어가 역시 2공기를 먹었다.
몇몇 분이 지나 가기에 식사하시라고 소리쳤으나 다들 그냥 가시고 1분만 들어오신다.
식사를 32분만에 끝내고 개화동 50km FAS(Free Aid Station)에 도착하니 10:53. 5:53이 소요되어 예정보다 1시간을 당겼는데, 식사시간을 1시간 예정에서 30분으로 줄인 효과다.
아름다운 여성자원봉사자님께서 김밥과 떡을 주시는데 배낭무게 때문에 아무 것도 넣지 않고 물만 갈아 넣고는 5분만에 출발.
2번째 굴다리를 통과하는데 앞에 멋진 빨간 유니폼을 입으신 분이 혼자 가시기에 뒤따라 가 보니 김학윤 원장님이시다.
컨디션 조절을 잘 하셔서인지 Pace가 무척 좋다.
조금 후에는 이삼수님이 다시 쫓아 오셔서 동반주를 계속하게 되었다.
양화선착장 매점에서 2% Can 음료수를 마시고 여의도 야외무대 앞(66km)에 12:37 도착, 역시 계획(13:30)보다 53분 빠르다.
아마협 주최 ‘한가위마라톤’이 열려 거의 끝나가고 있더군.
작년에는 월드컵공원에서 이 대회를 개최하면서 길안내를 엉터리로 해 30km를 23km 달리고 말았고 그나마 입상(50대 1위)상품도 보내주지 않은 엉터리 기획사였다.
그래도 Finish 지점에서 생수를 1병 얻어 마시고 마침 우리 ‘양천마라톤클럽’ 회원들도 많이 계셔서 반갑게 만났으나 갈길이 바빠 인사도 변변히 못 나누고 바로 출발.
그런데 식사후 3시간이 지나자 벌써 배가 고파온다.
전에는 4시간은 갔었는데 이번엔 아무리 많이 먹어도 3시간만 되면 배가 고파 오더군.
반포지구(72.5km)에 13:18 도착하여 컵라면을 주문해서 먹었다.
거기에서 먼저 와 있던 고화중, 황선용, 조영근 님, 바로 뒤 쫓아 온 김주영님을 만났다.
컵라면을 먹는데 단무지를 줘 좋더군.
황선용님이 남겨 준 콜라까지 마시고 20분만에 다시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