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컴퓨터 AS를 하다보면 친인척이나 지인들의 소개로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 컴퓨터를 조립하여 택배로 발송하는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나는 보통 우체국 택배를 이용하는 편이다.
컴퓨터라 우체국 직원들의 걱정스런 이야기를 매번 듣는다.
웬만한 충격에 견딜 수 있도록 확실히 포장했느냐고 반드시 묻는다.
지금까지 컴퓨터를 포장해서 운송 도중 탈이 난 적은 아직 한 번도 없었다.
포장에 신경을 많이 쓰기 때문이다.
한 참 더운 8월의 어느 날이다.
어느 지인의 소개로 경기도 광주에 사는 어떤 분에게 컴퓨터를 조립하여 보낼 일이 생겼다.
부산에서 보내는 것이라 혹시나 컴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여러번의 부하 테스트를 거친 뒤 이상 없음을 확인하고 포장한 뒤 우체국으로 향했다.
올 여름은 유난히 더웠고, 정부 시책이 관공서의 에너지 절약 권고로 에어콘을 틀지 않아 우체국 안은 무척 더웠다.
그 날 따라 우편물 보내는 곳이 많이 붐볐다.
땀이 절로 나기도 했지만, 사람들의 북새통에 더위를 더욱 부채질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인지...우편물 보내는 곳의 사람들이 줄어들지 않는 것이다.
짐을 잠시 놓고 앞쪽을 기웃거리니...우편물 담당자가 온통 땀에 범벅이 되어 프린터를 열심히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래서 물어 봤더니...프린터가 갑자기 안된다는 것이다. 영수증을 발급해 줘야 하는데, 프린터가 안되니...
잠시 생각에...딴 우체국으로 갈까 생각해 보다가...컴퓨터용 프린터와 유사할 것이라는 생각에...
"제가 한 번 봐 드릴까요?"
나를 흘깃 보더만, 구세주를 만난둣..."아, 네 한 번 봐 주시겠습니까?"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한 몸에 받으며 구석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보니 라벨 프린터 모양의 작은 프린터였는데 용지가 안에서 걸려 그야말로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터라 시간을 많이 허비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차근차근 하나씩 풀어 나갔다.
이윽고 감긴 종이를 다풀고서 새로운 롤종이를 걸었다.
생각보다 수월케 된 것이다.
한 번 테스트 해보라 했더니, 잘 된단다.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이 안도의 숨소리와, "거참! 기술자가 따로 있었구만!"하는 소리가 들렸다.
"네, 제가 기술자 맞습니다."라고 응수하자 모두 웃는다.
담당 직원은 몹시 고맙다고 하면서 연신 땀을 흘리고 있다.
날도 더운데, 이럴 경우 담당 직원의 더위 지수는 한 층 더 높으리라...
그리곤 차례를 기다려 무사히 컴퓨터를 택배로 보낼 수 있었다.
고친 그 프린터로 영수증을 발급 받은 것은 당연지사...
아직도 내가 쓸모가 있구나...생각하니 오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