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의 작은 경험들이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는 데 아주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기회가 된다면 모든 소녀들이 걸스카우트 같은 특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좀더 다양한 경험에 도전해보길 바래요.
참가대원| 박규리(서울 영훈초등학교) + 사진| 김대식 + 글| 채진희
'모든 길은 축구로 통한다.'
어느 신문에 실린 기사 내용처럼 정말 축구를 경험하고 축구로 살았던 6월이었다.
그리고 한국팀의 축구 8강을 하루 앞둔 어느 날, 우리는 월드컵의 열기를 몰고 선배 걸스카우트 정은아 아나운서를 만났다.
걸스카우트 선후배의 만남이었지만 한 목소리로 필승 코리아를 외쳤던 그 날의 경험이 아직도 생생하다.
문득 동네를 둘러본다.
텅 비어 있던 공터는 어느 새 아이들로 가득 채워져 있고, 학원에 내몰렸던 옆집 훈이도 보인다.
컴퓨터에 빠져있던 윗집 보람이도 자리를 박차고 나와 축구공을 굴리고 있다.
'나도 축구선수가 돼야지. 난, 안정환 형. 그럼, 난 히딩크 감독처럼 될 거야.' 그 모습을 보면서 후배 규리가 한 말이 떠올랐다.
'이 다음에 정은아 선배님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면 제 후배가 또다시 절 취재하러 오겠죠?'
이제야 알 것 같다. 만남은 때론 희망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제복이 예뻐졌네!
SBS 탄현 제작 센터 대기실. 방금 녹화를 마친 정은아 아나운서가 들어온다.
귀여운 파란색의 반소매 블라우스가 눈에 띄게 큰 키와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
이어서 그녀만을 위한 코디네이터와 메이크업 전담반이 들어와 그녀의 옷을 만져주고 화장을 고친다.
대기실 문에는 프로그램 제목이 걸려있다.
'한선교 정은아의 좋은 아침.'
화장대가 딸린 대기실과 그녀의 이름을 내건 토크 프로그램까지. 뭔가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녀처럼 되고 싶은 건 아닐까?
내심 부러웠다. 하지만 직접 느껴보면 알 수 있다.
후배 규리가 닮고 싶은 선배의 모습이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학교 일찍 마치고 왔구나?"
까마득한 후배까지도 정성스럽게 챙겨주는 편안함. 후배 규리와 친해지는 데 걸린 시간 0.5 초다.
"자기 소개 해봐요." "안녕하세요? 저는 영훈초등학교 5학년 2반에 다니는 박규리입니다"'
꾸밈없고 자연스럽다. 방송에서의 모습이 곧 그녀의 실제 모습이라는 걸 알 수 있을 만큼. "어머, 제복이 바뀌었네? 언제 그랬니? 예쁘구나. 우리 때는 말이야 황갈색 반팔이었어."
공통된 화제가 나오면 굉장히 적극적이고 성실히 대답한다.
어느 덧 방송생활 14년. 질릴 만도 한데 일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방송은 천직. 한번 아나운서는 영원한 아나운서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자기분야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가 대단했다.
축구 얘기가 나오자 안정환 선수를 좋아하고 우리 팀 경기가 있는 날이면 스태프끼리 모여서 같이 응원하기도 한다.
이때만큼은 그녀도 방송에서의 모습과는 다르다.
"목쉬게 응원하죠. 녹화장이 아주 난리가 나요."
사진 촬영을 부탁하자 후배 규리와 함께 8강을 응원하는 필승 코리아를 외친다.
후배 규리가 만난 정은아 선배는 당당하고 적극적이며,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도 좋았지만,
후배들에게 많은 꿈을 열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더욱 아름다운 우리의 선배님이었다.
참여의 기회 열어주었던 걸스카우트 활동
"지금도 브라우니이라고 그래요? 원래 초등학교 걸스카우트 대원을 브라우니라고 했거든요.안녕? 브라우니! 그랬었는데."
정은아 선배는 걸스카우트 하면 떠오르는 것이 많다고 한다.
어머니의 권유로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시작한 활동이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이어졌고 남동생과 여동생까지도 걸스카우트 가족이 되었다.
"우리 때는 친구들과 함께 어딜 간다는 게 쉽지 않았잖아요.
걸스카우트를 통해서만이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가 있었죠.
초등학교에 학생이 세 명밖에 없는 외딴섬에 가서 그 아이들이랑 놀고 했던 추억이 아직도 눈에 선해요.
그리구.. 음..."
걸스카우트 활동이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했다.
"요즘도 활동하면 기능장주잖아요? 전 기능장이 굉장히 많아서 자랑하고 다닐 정도였어요.
모든 활동에 다 참여하면서 적극성을 키울 수가 있었고, 학교에서 어떤 행사가 있을 때 그 앞에 나서서 기획하고 진행하고 했는데 그런 일들이 방송하는 일에도 많은 도움을 준 것 같아요.
적극성, 자발성, 참여의식 같은 걸 키우는 계기가 됐으니까." "굉장히 즐거우셨나봐요.
많은 걸 다 기억하고 계시니까." 듣고 있던 규리가 맞장구를 치자 금방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런 자리가 익숙하지 않았을텐데도 대원기자로서 긴장하지 않고 자기 할말을 다하는 어린 후배가 정말 좋아 보인다는 그녀는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면 운동이든지 예술분야이든지 더 많은 경험과 분야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학창시절의 작은 경험들이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는 데 아주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기회가 된다면 모든 소녀들이 걸스카우트 같은 특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좀더 다양한 경험에 도전해보길 바래요."
규리 |
아나운서가 원래 선배님 꿈이었나요? |
은아 |
원래 꿈은 선생님이었어요. 초등학교때 KBS 어린이합창단에 참여했고, 중·고등학교 때에는 방송반 활동을 하면서 정말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그 일을 찾아 아나운서가 됐죠. |
규리 |
아나운서란 직업 좀 소개해 주세요. |
은아 |
방송은 내용상 토크, 뉴스, 그리고 아나운서가 할 수 있는 영역은 뉴스 앵커와 스포츠 캐스터가 있고, MC, 라디오DJ 영역이 있는데 그 모든 활동을 총괄하는 진행자 역할이 아나운서예요. 나는 MC분야가 가장 편하고 좋아서 그 분야를 하는 거고. |
규리 |
아나운서로서 갖춰야 할 자세는 무엇인가요? |
은아 |
편안함이나 건강함, 성실함 그런 것들이 중요한 무기라고 생각해요. 하루아침에 떴다가 사라지는 직종이 아니라 매일 여러분을 만나는 직업이니까요. |
규리 |
방송을 위해 하시는 공부가 있나요? |
은아 |
자연인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거 자체가 공부예요. 여행을 통해서 자신을 돌아보고 독서하고, 주부로서 사는 모습들이 방송소재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살고 있지요. |
규리 |
아나운서나 방송이란 직업에 대해 장점 좀 말씀해 주세요. |
은아 |
행복한 직업이에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가장 최근의 정보와 최근의 화제를 가장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으니까. |
규리 |
존경하는 선배 아나운서가 있나요? |
은아 |
김동건 아나운서 알아요? |
규리 |
(갸웃) |
은아 |
한 40년 가깝게 방송생활을 하신 분인데 아나운서라는 직업에 굉장한 자부심을 갖고 후배들에게 많은 것을 열어 주시려고 노력하는 분이에요. 그리고 후배들에게 이 직업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 일인지 항상 말씀하시고... 후배들이 많이 따르고 존경하는 분이지요. 저도 그 선배님처럼 오래 방송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규리 |
앞으로의 계획 좀 말씀해 주세요. |
은아 |
사람이 사는 모습을 더 진솔하고 희망차게 보여줄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어요. 아마 계속 토크프로그램을 하겠죠. |
규리 |
끝으로 후배들한테 한 말씀해 주세요. |
은아 |
우선 후배들이 참 부러워요. 우리 때는 국가적인 이벤트가 뭐 있었나요? 지금 어린이들한테는 이 월드컵이 엄청난 경험이 될 거 같고, 같이 힘을 하나로 모아서 목소리 높여 응원하고 이런 걸 비롯해서 앞으로도 많은 경험들에 스스로 노출이 됐으면 좋겠구요, 그 안에서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
규리 |
오늘 말씀 감사하고요. 앞으로 좋은 방송 기대할게요. |
☆ 선배 걸스카우트 정은아 아나운서는
이름...정은아
직업...아나운서
전공...한국어 교육과
어릴적꿈...선생님
기억에남는특별활동...걸스카우트, KBS어린이 합창단, 교내 방송반
걸스카우트활동...아현초등학교 4,5,6학년. 금란여중 1,2학년
데뷔...1990년 KBS공채 17기 아나운서로 입사
수상...'95 제22회한국 방송대상 아나운서 부문 대상 외 다수
주요방송...KBS 아침마당. MBC 21세기 위원회, 칭찬합시다 외 다수. 현재 SBS '한선교, 정은아의 좋은 아침'진행
소감한마디...규리를 보면서 참 잘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규리 나이면 까마득한 선배 앞에서 제대로 말도 못했을 거 같은데, 이런 후배들이 또 얼마나 자기 몫을 잘할까, 생각만 해도 흐뭇해요.
☆ 후배 걸스카우트 박규리 대원은
이름...박규리
현재...영훈초등학교 5학년 2반
장래꿈...외교관, 아나운서... 너무 많은데 아직 결정 못했음.
특기...말하기, 듣기, 글쓰기
특별활동...걸스카우트, 논술반
소감한마디...나도 나중에 멋진 사람되면 나보다 어린 후배들이 날 취재하러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