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듣지도 할 수도 없는 청각장애인이 혹독한 자신과의 싸움에서 여자 볼링국가대표로 선발돼 화제다. 주인공은 양산농아인협회 소속 회원인 정정연(사진·36·청각장애 2급·양산시 물금읍)씨. 지난 14일 양산농아인협회를 찾아 통역사와 함께 자리를 같이한 정씨는 청각장애인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표정이 밝았다. 정씨는 4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나 3살 때 열병으로 청력을 잃었다. 농아학교에서 만난 인연으로 지금의 남편과 결혼해 남매(8살, 6살)를 둔 주부인 정씨가 여자 볼링국가대표로 선발되기까지는 그야말로 고행의 연속이었다. 청각장애로 인해 말을 듣지도 할 수도 없어 그저 남들이 하는 것을 바라보고 눈치로 할 뿐 그동안 한 번도 정식교육을 통해 볼링을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정씨가 볼링공을 처음 잡은 것은 지난 2005년께 농아 친목회를 통해 우연히 취미생활로 시작했다. 남편과 자식들을 뒷바라지하며 볼링의 매력에 빠져 틈틈이 연습을 거듭해 오다, 볼링공을 잡은 지 몇개월도 되지않은 그해 성적에 관계없이 대회에 참가한다는 의미로 처음 통영에서 열린 2005년 이순신장군배 전국농아인 볼링클럽에 참가했다. 이후 정씨는 남편과 어린 남매를 뒷바라지 하기에도 벅찬 가운데서도 20여 차례 전국 볼링대회에 참가해 대상을 수상하는 등 울릉도, 독도를 제외한 전국 볼링대회에 참가하는 남다른 열성을 보여왔다. 그 결과 오는 9월 대만에서 열릴 세계농아볼링대회 참가를 위한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당당히 발탁되는 쾌거를 이뤘다. 정씨는 “지난달 18일 협회로부터 국가대표가 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날아 갈듯이 기뻤다”고 당시 소감을 밝혔다. 이제는 볼링이 취미생활에서 벗어나 국가대표라는 특별한 경험의 문턱을 넘었고 그의 인생에 있어 볼링은 정씨에게 ‘희망’ 그 자체다. 현재 정씨의 대회 최고 기록은 260점이며 연습 평균점수는 200점대를 넘나들고 있다. 그러나 지난 4월에 치러진 국가대표 선발전은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남편과 어린자식을 두고 1차 평택, 2차 안양, 3차 서울 등 3차례에 걸친 평가전 선발전을 위해 근 보름을 집을 떠나야만 했던데다 경제적 어려움이 많았기 때문. 정씨는 “대한볼링협회에서 보조금이 조금 지급되고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장애인들을 위한 특별한 배려가 아쉽다”고 말했다. 정씨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세상에서 볼링을 통해 희망과 행복을 찾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앞으로도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이 행복을 놓치지 않도록 얼마남지 않은 세계대회를 위해 볼링연습에 더욱더 충실하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한편 보건복지부와 한국농아인협회에 따르면 2009년 1월말 현재 전국 청각장애인(농아)은 22만 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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