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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 두타· 내연산>
4월의 시작과 함께 황금빛 태양은 한층 더 빛을 발하며 간간이 불어오는 훈풍 따라 실려오는 꽃 내음에 환상이 흐르는 추상화를 그리며
창 밖 마당 가득히 내려앉은 포근한 햇살과 함께 봄이 머문 자리에는 꽃들의 미소가 보인다
봄바람 타고 실려오는 꽃들의 미소는 저 만치 초록의 옷을 갈아입고 있는 금련산이나 장산에서도 산새들의 노래 박자에 맞춰 예쁜 선율이 되어 내 가슴속에 멈춘다
이렇던 쪼르르 달려온 봄과 함께 보다 더 나은 삶의 향기를 꽃 피우고 내일을 여는 미래의 문 앞에서 행복한 마음과 기대감으로
지난해 가을 어느 날의 추계 휴가에 이어 금년 춘계 휴가는 어떻게 보다 더 나은 테마 산행을 해볼 것인가 하고 고민 아닌 고민을 해 보면서
최종의 목표는 강원도에 있는 두타산을 중심으로
하여 두타산을 가고 오면서 쉽게 접근 할수 있는 아름다운 산을 인터넷을 통해 탐색을 해 보았으나 교통 여건과 코스등이 제대로 맞지 않아
궁여지책으로 소백산과 수덕사 절이 있는 근산을 이번 산행 코스로 선정하였다
따라서 지난번의 산행 경험을 토대로 2박 3일간 두 가족이 승용차 한 대를 이용한 유류비 숙박비등 제반 경비를 산출해보니 대충 55만원 정도로 한 가족당 30만원씩의 비용 산출을 하고
우리 일행은 2007. 4. 8. 08:00시 부산을 출발하여 대구 부산 고속도로 와 중앙고속도로를 통해 첫 번째 목적지인 소백산을 향했다
소백산 방면으로 가는 길은 지난 95년도 직장 동료들과 함께 단양 팔경으로 나들이 할 때는 지금처럼 고속도로가 제대로 조성되어 있지 않아
꼬불꼬불한 국도를 따라 무척이나 힘들게 여행을 한 옛 추억들을 상기 시키면서 칠곡 나들목을 빠져나와 국도로 풍기 방면으로 향했다
풍기읍 주변 국도에서 아주머니가 사과를 팔고 있어 우리는 사과 한 상자를 2만원 구입하게 되었는데 사과 파는 아줌마의 후덕한 마음씨로 마음껏 먹고 가라기에 우리는 그 자리에서 사과 5 - 6개를 깎아 먹고
풍기읍을 지나 인터넷 검색에 따라 처음 계획한 율전 마을에서 어의 계곡을 통하는 등산로를 찾았으나 현지 주민들도 율전 마을을 잘 몰라 우리는 차를 몰고 희방사 쪽으로 향했다
희방사 주차장 매표소에서 비로봉 정상까지의 소요 시간을 확인결과 정상까지 약 3시간 30분 이상으로 오늘부터 연속되는 산행일정을 고려하여 첫날부터 무리한 산행은 피하기로 하고
정상까지 2시간 30분 코스인 삼가동에서 비로사로 이어지는 가벼운 등산로를 택하기로 하고, 우리는 다시 풍기읍으로 들어와 동양대학교를 지나 비로사 입구 주차장에 도착 하니 시간이 12시가 약간 지났다
차를 주차한 후 그곳 평상에서 미리 준비한 콩 비지와 돼지 고기를 겻들인 김치찌개로 꿀 맛 같은 점심 식사와 함께 디져트로 커피를 한잔하며 산행 첫날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다짐하였다
이곳 충청도는 부산 날씨와 달리 더운 찌개 국물과 함께 식사를 하였음에도 오싹한 한기가 몸을 움츠리게 한다
우리 일행은 등산 배낭에 바람막이와 겨울 옷가지를 충분히 챙겨 비로사 절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보무도 당당히 3일간 이어지는 등반계획에 따라 첫 행보를 시작하였다
소 백 산
등반일시 : 2007.4. 8. 12:20 시작 (약 5시간 소요)
등반코스 : 삼가동 → 비로사 → 달밭재 → 비로봉 정상(1,439.5m)
날씨 : 흐리고 맑고 산 중턱 부터 눈발이 날리기 시작
소백산은 충복 단양군 가곡면과 경북 영주시 순흥면의 경계에 있는 국립공원으로 1987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산의 정상인 비로봉을 중심으로 북쪽으로는 국망봉 남쪽으로 민배기재와 연봉을 이루어 예로부터 태백산과 함께 신성시되는 산이다
또한 서쪽으로는 비교적 반반한 고지가 펼쳐져 있고 동쪽으로는 반대로 경사가 급하여 어쩌면 산이 절벽처럼 보인다
우리 일행 4명은 점심식사 후 곧 바로 산행에 따른 약간의 포만감 속에 주차장에서 1.5KM가량되는 비로사까지 계곡을 따라 이어져 있는 등산로를 천천히 걸어가며
도심에서의 고단한 삶의 잔재들을 벗어 던지고 허허로운 마음으로 주변의 풍광을 두루 살피며 보이지도 않는 비로봉 정상을 눈가림하여 본다
나와 아내는 2박3일간의 테마산행 경험으로 인해 이번 산행 계획을 무리 없이 소화 할수 있겠지만 함께 온 동료의 부인 백 여사가 마음에 걸리기는
하나
본인 왈 50대 주부로서는 평소 근교 산 등반시 맨 선두 주자로 산행 대장급 이라며 대단한 자신감을 과시하며 우리 일행을 안심시키기 위한 배려하는 마음까지 보여 준다
일요일 오후라서 산객들도 별로 보이지 않는 호젓한 길로 비로사를 지나 적(홍)송으로 이어진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 약간 오르다 보니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고 그와 때를 같이 하여 우측 편에 동동주 파는 집이
보인다
나는 땀흘리고 난 뒤 시원한 동동주 한잔 마시는 기분을 상상하며
우리는 노송으로 이어진 달밭 재를 향해 쉬엄쉬엄 쉬임 없이 걸었다
함께 걸어가는 백 여사도 별로 힘들어하지 않는 듯 하여 약간 안도를 하며
1km 넘게 이어진 노송 숲의 운치와 노송들이 품어 내는 진한 솔 내음에 세속에서 찌들었던 온갖 번뇌와 욕심을 벗어 던지고 수행하는 구도자의 마음으로 소백의 맑고 깨끗한 정기를 온 몸으로 흡수하며
일행들과 발걸음을 맞추며 천천히 걷다보니 내 개인적으로는 시간적 여유가 많아 주변 풍광을 연신 카메라에 담았다
백 여사는 말로만 사진 찍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막상 카메라 앞에서는 이쁘게 찍어 달라는 주문과 함께 이 폼 저 폼 다 잡는다
우리는 간간이 휘날리는 짓눈개비를 맞아가며 별로 힘들이지 않고 약 1시간 30분만에 능선(달밭재)에 올랐다
능선에 올라오면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잎 떨어진 나목들 사이로 보이는 국망봉과 구비 구비 이어지는 능선이다.
중간에 계곡 안에서 끝나는 작은 능선이 없지 않지만 비로사 계곡을 형성하는 비로봉과 원적봉 능선에서 국망봉으로 이어 지는 능선 사이에는 폭 2킬로미터에 가까운 넓은 계곡이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달밭골은 초암골과 금선정 계곡등 양대계곡에 있는 지명인데 달밭골은 두 계곡 사이의 가장 낮은 능선(달밭재)을 사이에 두고 있어서 내왕이 편하여 달밭골이란 이름도 그래서 공유하게 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노송지대를 지나 높지 않은 능선봉을 지나면 철쭉과 졸참나무의 관목 숲으로 끝없이 이어져 있다,
함께 간 동료는 거친 풍진 속에서의 기인 역사를 보여주며 고목이 된 철쭉과 졸참나무들에 연신 감탄사를 보내며 철쭉이 화창할 즈음인 5월을 기해 다시 한번 재 등산을 다짐하기도 했다
내가 살고 있는 부산은 4월이 되면 봄기운이 완연하지만 이곳 소백산은 아직 겨울의 모습을 보이며 황량한 산록에서 한층 더 심해지는 눈보라 속에
한달 뒤 다가올 어느 날의 봄을(5월의 소백산의 철쭉의 만개한 모습) 연상해 보는 것이 오늘의 유일한 위안이다.
내가 사는 부산은 봄기운이 완연하지만 이곳 소백산은 메마른 겨울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채
저 만치 산 기슭 아래에 머물고 있는 봄을 원망하며 너무도 척박하고 황량함에 안쓰러움 마저 느끼게 한다
노송지대를 지나고 나니 소백산은 그래도 명산다운 위엄을 보인다.
높은 능선에서 연화봉쪽 능선을 바라보는 멋과 까마득히 멀어져 보이는 금선정 계곡을 비롯하여 그 아래로 저수지가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우리 일행은 구비 구비 실처럼 이어진 소백산 줄기를 발 밑으로 내려다 보며 풍기에서 산 사과로 요기를 하며
눈앞 가까이 다가서 있는 비로봉의 장엄한 모습에 대한 숙연함 속에 서도
또 한켠으로는 황량한 나무틈새로 불어오는 스산한 바람소리와 을씨년 스러운 날씨로 인해 웬지 모를 고독감과 서글픔으로 가슴을 여미게 한다
바람 소리였던가!
돌아보면 길섶의 이름 모를 꽃 하나
물소리 였던가
돌아보면 계곡 깊은 조약돌 하나
들리는 건 분명 네 목소린데
돌아보면 너는 어디에도 없고
아무데도 없는 너로 인해
황량한 이 산정에 서서 울고 싶어라
내 귀에 짚이는 건 분명 네 목소린데
돌아보면 세상은 갈바람 소리
갈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 소리......
비로봉!
밑에서 가까이 바라보는 비로봉의 돌출한 모습은 장관이다.
삼각형의 모양을 하고서 주위를 압도하며 정상으로서의 위엄과 위용을 자랑함은 무지한 인간들의 정상 정복을 거부하기 위한 대 자연의 몸부림이련가!!
우리들은 눈 앞에 보이는 정상인 비로봉을 향해 걷다보니 길 옆에 조그마한 약수터가 보인다
우리들도 약수를 한잔 할려고 하는데 30대의 하산객이 마시다 남은 약수물을 약수터 샘에다 쏟아 붓고 횡 하니 가는 모습에 눈살이 절로 찌뿌려 져 한마디 충고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상이 가까워지면서부터 경사가 가파라 정상까지 목재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목재 계단 옆에는 약간 과장해서 한 아름쯤 되어 보이는 철쭉떨기가 수도 없이 펼쳐지며 대 규묘의 철쭉 밭을 이루고 있어 철쭉이 필 5월이면 소백산 정상은 정말 장관이 되리라
나와 처는 사랑하는 남편의 부축을 받아가며 힘들어하면서도 열심히 오르고 있는 백 여사를 뒤로 한채
소백산의 마지막 코스인 300m 가량의 목재 계단을 지나 더디어 해발 1,440m의 비로봉 정상을 정복하였다
나는 비로봉 정상에서 무한한 감동과 함께
가거라 인간 세상으로 가거라!
나는 홀로 높은 산의 정상에 설 것이다
가거라 인간 세상으로 가거라!
나는 저 끝없는 창공을 바라보고 있다.
가거라 청년이여 가거라!
나는 이 거대한 대자연 속에 파묻혀
가거라 청춘이여 가거라!
내 영혼의 주름 하나 보석되어 빛나리라
가거라 꿈나라로 가거라!
나는 환상의 옥을 깨뜨린다;
가거라 꿈나라로 가거라!
나는 웃으며 산바람과 하늘의 축복을 받는다.
가거라 종종 가거라!
하늘을 찌르는 저 높은 산 위에 내가 있다
가거라 모든 것 가거라!
내 삶에 번뇌와 절망 모두 가져가거라!
오후 3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각 탓인지 정상에는 6-7명의 산객들이 사진 촬영을 하는 모습만 보이고 너무나 고요하고 한적하다
정상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봉오리를 비롯하여 이곳 저곳을 두루 살피다가
소백산 표지석 뒤에 새겨진 서거정(조선조초기의 명신으로 동국통감, 필원잡기, 신찬 동국여지승람의 저자)의 시를 읽으며 진한 감동과 함께 성취감을 맛본다
태백산에 이어진 소백산
백리에 구불구불 구름사이 솟았네
뚜렷이 동남의 경계를 그어
하늘과 땅이 만든 형국 억척일세
우리 일행은 왔던 길을 되돌아 천천히 하산을 하니 내리던 눈도 멋고 찌뿌둥한 날씨도 점차 쾌청해져 갔다
내려올 때도 전체적인 보조를 맞추다 보니 하산 시간이 지체되어 비로사 절에 당도 하니 해거름이 지기 시작한다
우리는 무사한 산행에 감사로운 마음으로 비로사 법당에 들렀으나 불사를 새로 신축중이라 임시로 마련된 법당 분위기 약간의 썰렁함을 느끼며 초와 향을 지핀 후 감사의 예불을 올렸다
비로사에서 주차장까지 걸어오는데 피로감을 느끼는 백 여사를 위하여 때 맞추어 지나가는 봉고 화물차를 빌어 타고 하루의 산행을 무사히 마무리하였다
우리 일행은 다음 산행지인 두타산으로 가기 위하여 강원도 동해시를 종착지 정하고 중앙고속도로를 거쳐 동해 고속도로를 이용하기로 전체적인 의견을 모아
나는 중앙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리며 원주를
지나칠 때 지도를 열심히 보던 아내 옥 여사가 동해안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다시 남쪽으로 많이 되돌아 와야 된다며 국도를 이용하자는 제의에
모두들 동의하므로 나는 반신반의하며 핸들을 국도로 돌렸다
충청도에서 강원도로 이어지는 국도로 되 돌아 가노라니 길이 좁고 노면이 꼬불꼬불 하여 야간인데다 초행길이라 운전에 많은 신경이 쓰였다
특히 그 유명한 정선 고갯길!
가도가도 끝이 없는 S자의 아리랑 고개를 넘어 밤8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서야 정선 읍내에 들어 설수 있었다
정선 읍내에서는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마땅한 식당이 보이지 않아 우리들은 모텔 안에서 숙련된 조리 솜씨를 발휘하여 김치찌개로 식사를 하며 반주로는 캔 맥주 1통씩을 겻들이며 하루일정을 마무리하였다
두 타 산
등반일시 : 4. 9. 10:10분 → 하산 17:50경(약7시간30분 소요)
등반코스 : 댓재→ 햇대등 → 통골 → 두타산 정상
날씨 : 대체로 맑고 쌀쌀한 편
우리일행은 모텔 방안에서 미리 준비해간 재첩국으로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하고 08:00시가 조금 지나 강원도 동해 방면으로 길을 재촉 하였다
초행길이라 네브게이션과 안내판을 세심히 살펴 가며 두타산 부근까지 도달하였으나 두타산 안내 표시가 없어 두타산을 옆에 두고 주변을 빙빙 돌다가 댓재를 지나치다 보니 두타산 등산 안내도가 보인다
우리는 그곳에다 주차를 해두고 두타산 정상까지 약3시간 소요라는 안내 표지판에 따라 본래 목표는 7-8시간 코스를 계획했지만
우리 일행 모두가 편하게 함께 할수 있는 등산을 위해 이 정도 적당한 선에서 등산하기로 하였다
두타산
강원도 동해시 삼화동 남서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높이는1,353m이다
산 이름인 頭陀(두타)는 불교 용어로서 속세의 번뇌를 버리고 불도의 수행을 닦는다는 뜻으로 이 산은 태백산맥의 주봉을 이루고 있으며
북쪽으로는 무릉계곡 동쪽으로는 고천계곡 남쪽으로는 태백산군 서쪽으로는 중봉산 12당골과 4km 떨어져 있는 청옥산을 포함하여
두타산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그 외에도 오십정, 오십천, 학소대, 옥류동, 광음사,광음폭포,선녀탕,쌍폭포, 천은사, 금란정, 용추폭포등 많은 명승고적들이 즐비하다
머나먼 두타산!
오늘의 산행을 축복이라도 하듯이 어제의 우중충함은 자취를 감추고 파란하늘에 흰 구름 두둥실 날씨 마저 우리를 환영해주었다 .
앙상한 가지에 낙엽만 쌓인 등산로를 따라 겨울 산의 쓸쓸함 마저 느끼게 하는 해발 약800m 지점인 댓재에서 햇대등 방면으로 숲과 낙엽 덮힌 등산로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처음부터 절대 무리하지 않을 것을 당부하며 약 30분 후 햇대등에 도착하니
삼거리 갈림길이 나타난다 앞서가던 옥 여사가 망서림 없이 고개 아래쪽으로 내려가기에 아무래도 방향이 맞지 않은 것 같아
우리는 통골 쪽 표지판을 따라 산의 측면을 따라 내려가니 두타산 정상을 나타내는 표지판은 보이지 않고 통골 표지판만 보인다
우리 일행은 노송과 잡목 숲 사이로 뻗어 있는 푹신푹신한 등산로를 여유롭게 걸으면서 머나먼 두타산에서의 잔잔한 감동을 맛본다
그러나 등반 한시간이 지나자 염려했던 대로 백 여사의 발걸음 점차 무거워지기 시작한다
근교 산 외 등산에는 별다른 경험이 없는 백 여사 입장에서는 어제 11km 산행에 이어 오늘 산행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백 여사 뒤에는 언제나 자상하고 따뜻한 그의 남편이 각별하게 보살피고 있으니 .......
우리는 잦은 휴식을 통해 적송 사이로 아직 겨울잠을 자고 있는 앙상한 잡목들의 황량한 풍경들을 사진에 담으며
비교적 완만한 봉오리들을 오르내리며 약 2시간 정도 걷다보니 산의 서쪽 측면인 음지쪽에는 온 산이 하얀 눈으로 뒤 덮혀 있다
측면을 가로질러 이어지는 등산로는 하이얀 눈 위에 낙엽을 뿌려 등산객들의 편의를 도모해 주고있다
등산로를 조금 벗어나 하얀 눈을 밟아 보니 무릎까지 푹 빠진다
아 - ! 4월의 눈이라 .....
지친 몸을 이끌고 힘들어하던 백 여사도 온 산을 뒤덮은 눈을 보고 생기를 찾아 환호하며 연신 카메라 앞에 포즈를 취하며 10대 소녀의 모습으로 환호하며 즐거워한다
우리는 눈길을 조심스럽게 지나니 능선으로 이어지는 등산로와 함께 두타산 표지가 보이며 시야가 탁 트인다,
이곳 능선(통골)에서는 동해 바다는 시계가 좁아 보이지 않지만 서쪽에는 청옥산이 그 오른쪽으로는 두타산 정상이 크디큰 봉오리 하나를 품에 안고 우뚝 서있다
이제 까지는 경사가 완만하여 대체로 수월하게 이곳까지 도달하였지만 정상을 눈앞에 두고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이라도 하려는 듯
정상 앞 저 봉오리는 한없이 높아만 보인다
사실 우리 부부로서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많이 지쳐 보이는 백 여사가 걱정이다
나는 일행들의 사기를 복 돋우기 위하여 눈으로 보면 높으면서도 가파르고 멀게만 보이지만 실제 가보면 별거 아니라 잠깐이면 올라갈 수 있다고
악의 없는 거짓말을 하며 앞장을 서서 페이스를 조정하며 천천히 걷다보니
봉오리 입구에는 초록의 산죽이 양쪽으로 쫙 펼쳐져 있는 모습에
언제나 침묵하며 4월인 지금에도 봄의 접근을 거부하며 고고한 척 폼을 잡던 두타산도 초록의 산죽 앞에서는 기를 쓰지 못한 채
이곳은
마치 초봄을 연상케 하고 생동감 마저 느끼게 한다
우리는 산죽의 길을 따라 사진을 찍어가며 천천히 걸어도 자꾸 힘들어 하며 발길이 더디어 지는 백 여사 부부를 뒤로하고 약간 앞서서 걸으면서도 걱정이 되어 뒤가 돌아 보인다
저만치 뒤에서 힘들어 응석을 부리는 부인에게 남편이 지팡이로 엉덩이를 밀어가며 부부가 한마음 한 뜻으로 불굴의 의지력을 발휘하면서도 그래도 그들의 얼굴에는 훈훈함과 행복함이 묻어 있는 미소를 보인다
나는 그들 부부의 애틋한 사랑에 찬사를 보내며 시 한수를 바친다
아득히 솟아오른 저 산정에,
구름도 못다 오른 저 산정에,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저 산은 우리 마음
산 사람 넓고 깊은 큰 뜻을,
저 산은 우리 고향,
메아리 소리되어 흐르네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우리 부부도 긴 봉오리에 약간의 피로를 느꼈으나 쉬지 않고 다음 봉오리인 두타산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어느 산이던 고산지대는 돌이 많고 나무들이 없어 황량함을 보여 주지만 두타산 만은 돌이 없고 산 주변에는 철쭉이랑 졸참나무등 관목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었다
두타산! 부처님의 불성이 깃들어 있는 산
나는 두타산 정상에서 성불하는 마음으로 무명에서의 깨우침을 찾아 명상에 접어든다
인생은 뜬 구름
불어오는 한줄기 바람 인 것을...
어머니 품속에서 세상에 나와
얻은 게 무엇이며
잃은 게 무엇이냐
세상 밝은 빛줄기 본 것만으로 만족해야 할 것을...
하고 싶은 것도 많다 더라.
가지고 싶은 것도 많다 더라
다 가져본들 허망 된 욕심뿐...
비 오는 날 산 위에 올라가
내가 사는 세상을 바라보소.
그 밑에는 안개구름 두둥실 떠가고
모든 것이 내 발 아래 있어
비워라... 허황된 마음을
쏟아라.....용서를 구하는 눈물을
너나 나나 지천명의 나이에
낀 것은 배에 기름진 비게 덩어리 뿐
무엇이 더 가꿀게 있어
그토록 안타깝게 세월을 잡으려 하느냐.
그저 황혼 빛이 물들어 오면
일 천 원 짜리 소주 한 병 손에 쥐고
바람에 실려 오는 송진 냄새에 안주 삼아
지는 해를 바라보며
아쉬움에 흐르는 눈물 세상구경 시키자꾸나.
월요일이라 그런지 우리 일행이 두타산 정상에 이르기까지 한 명의 산행객도 만나지 못했는데 정상에도 역시 아무도 볼수 없다
산 정상에는 넓은 분지로 조성되어 있고 그 중앙에는 이름 모를 묘소가 하나 자리잡고 있으며 그 뒤편에 두타산 정상임을 알리는 표시석이 우뚝 서 있다
나와 아내는 미리 준비 해 간 생탁과 과일로 정상 표지석에 감사의 절을 올리고 기념 사진을 나 혼자만 두컷 찍고 나니
카메라 밧데리가 엥코 되어 버려 사진을 찍지 못한 일행들의 섭섭함을 뒤로 한 채
아무도 없는 산 정상에서 쌀쌀한 기온은 아랑곳하지 않고 양지 바른 곳을 택하여 준비해간 삼겹살과 조금 남은 생탁과 캔 맥주하나로
이 세상에서 제일 맛 좋은 점심 식사를 하였다
지금도 산 정상에서 김치를 겻들여서 꾸워 먹는 삼겹살의 그 맛에 군침이 도는 것 같다
우리는 느긋하게 식사를 끝내고 나니 벌써 시간이 2시 반이 조금 지난 것 같다
하산은 왔던 길을 따라 느릿느릿 걸어왔지만 지칠대로 지친 백 여사는 아무래도 발걸음이 무겁다
지친 아내의 모습에 말 없이 가슴 아파하는 남편의 애틋함은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인생의 동반자로서 차곡이 쌓인 사랑의 징표인가!
인생 길 가노라면
누구나 힘이 들고 지칠 때가 있습니다
그 힘든 길
동반자가 있다면
조금은 위안이 되겠지요
그대 위해 동행하며
말벗되는 친구가 되어줄게요
잠시 쉬었다가 힘내어 갈 수 있도록
내 어깨를 내어 주겠습니다.
때로는 인생의 여정이 험난하여
포기하고 싶어질 때
손 내밀어 잡아주는
따뜻한 가슴으로 다가가
동반자가 되어주겠습니다
그대 위해
무거운 짐 다 짊어지고 가더라도
당신과 함께라면
웃음 머금고 불평하지 않는
걸음으로 그 길을 동행하는
인생 길 묵묵히 가겠습니다
서로 바라보고
웃을 수 있는 마음 있다면
비바람 불고 눈보라가 몰아쳐도
그대와
함께 하는 길이라면 거뜬히
헤쳐나갈 것입니다
그것 만으로도
참 좋은 동행이지 않습니까.
가끔
어두운 벼랑으로 떨어진다 해도
그것이 우리의 길이라면
다시 오를 수 있도록
주저함 없이 내 등을 내어 드리겠습니다
같이 웃고 우는 인생길입니다
서로를 아끼는 마음으로
뜨거운 눈물 한 방울 흘릴 수 있는
따뜻한 가슴 하나 간직하면
그 삶이 행복한 삶이지 않습니까.
서로가 서로를 감싸 안는
사랑하나 있으면
함께 가는 인생 길
서러운 것도 힘든 것도
헤쳐나가지 않겠습니까
우리 그 길을 함께 할 수 있으면
크나큰 행복이요
좋은 인연 이겠지요
마지막 죽음의 다리 건널 때
당신과 함께 했던 길
당신이 있어 행복했다는
말 한마디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렇던 자상하고 따뜻한 남편의 극진한 사랑에 힘을 얻은 백 여사도 행복한 미소와 함께 쉬고 또 쉬어 가면서
왕복 14km가량의 두타산 산행을 무사히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우리는 출발지이자 하산지인 댓재에 이르니 오후6시가 다 되어 서쪽 하늘에는 석양이 물들고 있었다
본래 내일 산행 코스는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수덕사가 있는 근산으로 정했으나
백 여사와 옥 여사가 근산까지 가는 거리가 너무 멀다며 다른 곳으로 가자고 하며 백 여사는 보경사 뒷산이 어떻겠느냐고 제의한다
내 생각도 이동시간과 전체적 산행 능력등을 고려 해 볼 때 근산은 어려울 것 같아 모두의 의사에 따라 동해안 도로를 통해 가급적 접근도 편리하고 시간 절약도 되는 보경사 뒷산인 내연산으로 택했다
우리들은 동해안 국도를 따라 울진에서 숙박을 하기로 하고 나의 스피디한 운전 솜씨를 발휘하여 8시가 되기 전에 울진을 지나
조금 더 내려오니 국도 옆에 모텔이 보인다
우리는 그 모텔에서 여장을 풀고 산행 이틀째를 마무리하였다
내 연 산
산행일시: 4. 10. 09:30부터 약 4시간 소요
산행코스 : 주차장→ 보경사 → 문수암 갈림길 → 상생폭포 →보현암 → 관음 폭포 → 관은폭포 → 은폭
날씨 : 맑고 화창한 봄 날씨
우리 일행은 8시경 아침 식사를 마치고 곧 바로 출발하여 보경사 주차장에 도착 하니 아침 9시가 조금 지난 시간 이였다
이른 시간 때문인지 사람들이 별로 없는 보경사 경내 옆을 지나 계곡을 따라 이어진 내연산 등산로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해발 930m 향로봉 정복에 나섰다
내연산은
경북 포항시 송라면 ·죽장면 및 영덕군 남정면경계에 있는 산으로
낙동정맥이 울진의 통고산, 영덕의 백암산, 청송의 왕거암(주왕산의 모산)을 거쳐 내려오다가 잠시 동쪽으로 가지 뻗어나간 산줄기가 동해안 옆에서 솟구친 산이다.
원래 종남산이라 불리다가, 신라 진성여왕이 견훤의 난을 피한 뒤에 내연산이라 개칭하였다. 이 산에는 고찰 보경사(寶鏡寺)와 그 부속암자인 서운암·문수암 등이 있다.
우리는 천천히 걸으며 등산로를 따라 흘러내리는 옥처럼 맑은 물에 마음속으로 청산유수라는 단어를 상기하며
심산 유곡 깊은 계곡에서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맑디맑은 청아한 물소리가 그 동안 쌓인 피로와 함께 폐부 속까지 시원스러이 적셔준다
등산로는 비교적 돌이 많은 편이였으나 평지처럼 경사가 별로 없어 편하게 걸으면서 계곡을 중심으로 무수한 기암 절벽들이 태고의 신비로움을 간직하고
수많은 소와 협암들이 자연 그대로의 원시적 모습과 어울어져 절경을 이루고 있다.
백 여사는 어제의 여독 탓인지 처음부터 발걸음이 매우 무거워 보인다 아무래도 이 상태로는 정상 정복에는 무리일 것 같다
따라서 우리는 점심시간까지만 가다가 돌아오기로 하고 쉬엄쉬엄 소풍 가는 마음으로 걷노라니 우리 마누라 정상 정복을 하지 못함에 매우 아쉬워한다
우리는 연산폭포까지 왔으나 폭포를 보지 못하고 적교 쪽이 아닌 좌측 편 직각으로 된 30m 가량의 계단을 따라 올라 우뚝 선 큰 바위 가 있다
그 바위 위에서 산 밑 보경사 방향으로 내려다보니 시계가 훤히 터이며 속까지 후련해진다
정상 정복에 대한 아쉬움은 가슴속에 묻고 가는데 까지 가보자는 마음으로 쉬엄쉬엄 걷다 보니 은 폭포까지 700m란 표지가 보인다
나는 일행들에게 은폭 까지만 가자고 제의를 하고 나와 아내가 앞장을 서서 꼬불꼬불하게 돌 틈 사이의 협로를 따라 정오도 되기전 은폭에 다다랐다
은폭포
계곡 중간쯤에 있는 은폭포는 폭포수로 바위가 패여 커다란 동굴 입구처럼 아가리를 쩍 벌린 검은 공간이 형성되고 그 아래 깊이 뚫린 틈새로 물이 떨어지는 모습이 특이하다
또한 주변의 경관 또한 수려하고 폭포아래서 계곡 위쪽을 보면 연 초록 신갈나무 잎새가 산들거리는 미풍에 도리질을 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사실 은폭까지의 산행을 산행기로 쓴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 많지만 그래도 정상 정복보다
그 힘든 몸을 이끌고 3일간의 산행에 낙오 없이 동참해 주신 백 여사님께 감사로운 마음과 함께 못다 한
산행에 대한 미련은 이 바람 속에 날려보내련다
인생!
바람 같은 것을...........
다 바람 같은 거라오.
세찬 바람이든
산들 바람이든
바람은 다 바람인 것을
뭘 그렇게 고민하오.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건
다 한 순간일 뿐이라오
미련이 아무리 깊어도
아쉬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모든 것이 다 부질없는
바람이라오.......
우리는 은폭에서 점심을 먹을려고 하였으나 잘게 부서지는 폭포의 잔해인 차가운 이슬의 오싹한 한기와 우렁찬 폭포의 광음으로 인해
올라오면서 미리 봐 두었던 양지 바른 계곡 냇가 쪽으로 내려가 자리를 펴고 평상시 갈고 닦은 김치찌개 조리 솜씨를 발휘하여
넉넉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식사의 즐거움을 만끽하였다
식사 후 올라온 길을 되돌아 내려가니 연산적교 쪽으로 많은 사람들이 건너기에 우리도 따라 연산 적교를 건너게 되었다
적교 중간에서 아래를 내려보면 관음폭포가 동화 책 속의 그림이 되어 보이고 그 아래 맑은 물을 담은 푸른 소가 환상처럼 아름답다 못해 신비로움까지 더해준다
폭포 아래로 내려가 널찍한 너럭바위에서 20m가량의 긴 물줄기가 하얀 포말을 일구면서 떨어지는 폭포의 장관을 감상하며 부부 쌍쌍이 연신 사진기에 간직하였다
우리들은 이렇게 2박3일간의 산행으로 육체적 고단함은 있었지만
빡빡한 삶의 멍에를 벗어 던지고 오로지 자연 속에 파 묻혀 대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어 탐 ·진 ·치의 3독심을 떨쳐내고
청백한 자아를 정립하여 올바른 삶을 살아야겠다고 나름대로 다짐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보경사 경내에서의 봄은 한창 무르익었다
화사한 봄 볕에 지친 벚 꽃잎들이 살랑거리는 미풍에 애처롭게 매달려 마지막 발악을 하다가 결국 그 바람을 견디지 못해
하얀 눈이 되어 머리 위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그래도 절정기의 그 화려함은 없을지라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본래의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벚꽃 숲의 배경을 카메라에 담으며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후일 산행을 기약하며
우리는 이번 산행에서의 아름다운 추억과 함께 자연에서 얻은 교훈대로 부질없는 욕심에서 벗어나도록 나 스스로 다짐해 보며
이 글을 모두 마무리하련다
버릴 것은 버려야지
내 것이 아닌 것을
가지고 있으면 무엇하리요.
줄게 있으면 줘야지.
가지고 있으면 뭐 하리.
내 것도 아닌데...
삶도 내 것이라고 하지마소.
잠시 머물다가는 것 일뿐인데
묶어둔다고 그냥 있겠오.
흐르는 세월 붙잡는다고 아니 가겠소.
그저 부질없는 욕심 일뿐,
삶에 억눌려 허리 한번 못 피고
인생계급장 이마에 붙이고
뭐 그리 잘났다고
남의 것 탐 내시요.
훤한 대낮이 있으면
까만 밤하늘도 있지 않소.
낮과 밤이 바뀐다고 뭐 다른 게 있소.
살다보면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있다 만은,
잠시 대역 연기하는 것일 뿐,
슬픈 표정 짖는다 하여 뭐 달라지는 게 있소.
기쁜 표정 짖는다 하여
모든 게 기쁜 것만은 아니요.
내 인생 네 인생 뭐 별거랍니까...
바람처럼 구름처럼
흐르고 불다 보면
멈추기도 하지 않소.
그렇게 사는 겁니다.
첫댓글 최찰방님 글작성하느라 수고 많이 했습니다 ~.~ 나도 백여사 처럼 밀어주고 땡기주고 하며 좋겠는데 ..백여사님 정말로 수고 했습니다. 새삼 한번더 남편의 소중함과 사랑을 담고 ...박모씨 너무나 아내을 사랑하는 모습감동 ~.~ 두분이 손을잡고 오는모습이 너무나 좋아 보여슴..백여사님 항상옆에 계신는분 많이 사랑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