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글 @@@
日常에서 벗어나면
1.
콧끝이 새하고 목이 그렁인다
전형적인 감기 증세다
아파하지 않았을 한때가 있었으리요마는
정작 아픔은
눈치 채지 못할 미열에서 시작되더이다.
2.
개(犬)를 먹었다
단 한방으로 저 세상에 삶힌 개가 찜통 속에 오롯이 있다
꼭 나 같이
먹지 못할거란 없다는 생각이 드니 처음 먹는건데도 수월하다
아! 사르르 녹아드는 자기 합리화의 편리여.
3.
배꼽티 입은 여인의
삐져나온 살이 화면 가득 클로즈 업 된다 그리고 깜박
정전이다
드디어 텔레비젼에서 탈출하다
4.
며칠째 성마른 가지를 물어나르던 비둘기가 소나무에 둥지를 텄다
알을 부화할 모양이다
이제는 나도 나의 알을 까고 싶다
'98.5.김권중
▩제8회 독서토론회▩
.일시: '98년 4월15일 수요일
.작가 및 서명 : 김현영의「냉장고」
.참석자: [1학년] 정정현, 정
[2학년] 김경숙, 박연희, 이성희, 이정희
[3학년] 주 경
[4학년] 김권중, 이영아
권중씨: 이번 독서토론회의 책은 김이태 님의「식성」입니
다. 대구 출신으로 요즘 주목 받고 있는 신진작가 김이태의 「식성」을 읽으신 분이라면 좀 특이하다고 느껴질 겁니다. 작년 추석때 부산역에서 구입해서 대구로 올라오는 기차 안에서 단번에 읽었던 책인데, 내용이 색다른 느낌이 들어 같이 한번 토론했으면 하는 생각에서 택했습니다. 그리고 '97년 방송대 문학상 시부분에 당선되어 글발을 빛내 주신 정창수 씨께서 이 자리에 나와 주셨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참석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이 책은 읽다보면 필연적으로 성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겠는데요. 분위기를 봐서... 얘기드리려고 했는데... 말씀들이 없으니 제가 먼저 할께요. 흔히 서양 사람들은 육식을 하기 때문에 강하다고 해야 하나 남성적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튼 하나의 사건을 계기로 육식에서 채식으로 완전히 식성이 달라지는 것이 이 작품의 주 모티브 같군요. 결국 눈이 가는 부분이 거기죠...
영아씨: 숨이 탁 막히는 부분인데... 한번 읽어보면, 나는
왜 갑자기 돌변하게 되었나를 추궁했다. 다시 한마디로 이해할 수 없고, 이것 역시 자신이 살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어떤 남자의 정액을 그대로 마셔 버린 후부터는 어떤 것이든 단백질만 입 안에 들어가면 올려 버린다고 했다. 지독한 단백질 알레르기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육질에 너무 민감해져서 보통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에서는 살아갈 수 없다고 하는 부분이 중심 줄거리가 되겠죠.
성희씨: 정액을 삼켰을 경우 살아요, 죽어요?!!
권중씨: 준비한 자료가 있는데... 한 고등학생이 어느 의학
박사에게 물어본 내용으로, '그 액을 먹어도 되는지 궁금합니다.' 이였구요, 대답은 '이것을 삼키는 경우 정액은 위 속에서 강한 산성의 위액이 존재함으로 정액은 하나의 식품으로 소화 흡수되겠지만 때로는 과민성 여성의 체질에서는 어려움을 만들기도 합니다. 즉, 정액 알레르기를 일으키기도 한다'고 하더군요. 이러니 결국 먹을 수 있는(?) 식품이라고는 하지만...
경채씨: 정액의 구성을 보면 단백질과 무기질로 되어 있답
니다. 일본에선 여성들이 피부 미용에 좋다고 바르는 경우도 있다고도 해요. 다들 아시겠지만, 여성들이 결혼하게 되면 여성호로몬 보다 남성호로몬이 많아져서 피부가 좋아진다고 하더군요.
선민씨: 어떤 아가씨들은 남성호로몬이 부족해서 몸이 아
픈 경우도 있다는데요. 그래서 결혼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데요.
경채씨: 여드름이 많이 나거나 피부가 안좋은 경우 대부분
사람들이 호로몬 분비의 이상 때문이라고들 하는데, 결혼하고 아기를 가지게 되면 정상으로 되돌아 간다고들 하더라구요.
권중씨: 왜?.. 정액을 마심으로써 주인공은 가장 좋아하는
고기를 냄새만 맡아도 못살겠다라고 할 정도까지 됐을까요? 식성, 체질상 이야기 한다면... 고기만 먹다가 갑자기 채식으로 바뀌었는데, 단순히 '정액을 마셨다'는이 이유 하나만으로 그렇게 되었을까... 그런 생각이 책을 다 읽은 후에도 가득 들더군요...
경채씨: 사실 모든 행위는 원인과 결과가 있는데... 여기
서 보면, 처음에 읽었을 때 불교에서 말하는 아귀, 혹은 하이애나를 생각했는데요. 그렇게 될려면 어떤 이유가 있어야 되는데, 이유도 없이 원인도 제공되지 않는 상태에서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았나 싶고, 살기 위해서 먹었다는데 그렇다면 과연 정액을 마셨다고 해서 식성이 바뀌었을까 하는 의심이 들고요. 아프리카의 기린이 죽은 동물의 뼈를 핥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기린은 초식동물이잖습니까. 그런데 동물의 뼈를 핥는다, 이유는 죽은 동물의 뼈를 핥는 기린은 골다공증을 앓고 있답니다. 즉, 필요에 의해서 뼈를 핥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여인도 처음에는 단백질을 섭취해야만 하는 신체 구조였기 때문에 고기를 먹은 것은 아닐까! 그래서 갑자기 정액을 먹었다고 완전히 바뀌었다? 아무래도,,, 저는 납득이 안가고, 불교적으로 볼 때, 그 주인공은 스님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은 아니었을까. 스님의 경우 육식을 취함은 있을 수 없는 것으로 '정액을 마시다' 이것은 스님이 되기 위한 어떤 운명적인 계기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선민씨: 이 책을 읽으면서 모두들 나를 연상했다고 하는
데, 책 속에 있는 주인공의 식성이 나보다는 저희 언니랑 많이 닮았다고 해야 할까... 식성은 나면서부터 반은 타고 난다고 보구요. 반은 자라면서 주위의 환경에 의해서 많이 바뀐다고 보거든요. 고기에 대한 집착이랄까, 반은 타고 났으며 반은 주위의 환경 ... 아들없는 집안의 맏딸로서의, 공부 등등 여러 가지 스트레스 때문에 고기를 더 많이 찾은 것은 아닐지...
권중씨: 그러면 고기를 마구잡이로 먹는 것이 본능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선민씨: 경험에 의하면(?) 일주일에 고기를 한 번이라도 먹
지 않으면 현기증이 난다고 해요. 이 책을 읽으면서 식성이 저랑 많이 닮아서 섬� 했거든요.
경채씨: 원래 식성이라는 것은 먹는 쪽보다 안 먹는 쪽을
이야기할 때 많이 쓰여지거든요. 먹는 것은 먹성이라고 하지요. 식성이라는 말 자체가 그 음식에 대해 까다롭다고 했을 때 많이 쓰지요. 식성이 좋다라는 말보다 먹성이 좋다고 표현하는데, 여기서 주인공은 고기에만 집착하니까 식성이라고 한 것 같은데... 선민씨는 왜 고기에만 집착하는 것 같습니까.?
선민씨: 이 주인공도 고기를 매일 먹지는 않았을 거예요.
어쩌면 가끔식 먹는 고기에 대해서 그렇게 집착하지 않았나 봅니다.
경채씨: 여기서는 화자 즉, 나도 문제가 있다고 보거든요.
일반인이 생각할 때는 '아, 고기를 먹는구나' 라고 보는데, 화자가 표현하기를 "그의 눈에는 짐승같은 광채가 있다"라든지, "날름날름 거리는 게 하이애나처럼"이라든지 "나"만 그렇게 보이는 것인지, 언니한테 느끼는 소외감을 그렇게 그린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그렇게 먹는 것인지 잘 모르겠어요.
경숙씨: 마지막 부분에, 고기를 먹지 않으면 세상을 살 수
없다고 하는 부분이 제일 기억에 남았어요.
경채씨: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 살기 위해서라는
것이 단순히 어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 그런 것이었을까요. 고기먹는 것 이외의 생활은 나름대로 정상적이었지 않습니까.
영아씨: 저는 생각이 조금 다르거든요.
고기 먹는 것 이외의 생활은 정상적이었다고 한다면, 어쩌면 이 주인공한테는 고기 먹는 행위만 정상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거든요. 고기를 먹기 위해 다른 모든 일들은 더 열심히 했고, 고기 먹는 행위 자체에 삶을 지탱할 수 있는 목적으로 삼지 않았을까요. 여기서 보면 짐승처럼 먹는다고 하는데, 짐승이 인간을 보았을 때 더 짐승적일 수 있는 것처럼 선이 다소 모호한 것 같애요.
정액을 마셨다. 이 주인공은 살면서 아마 각종의 고기 맛을 다 보았을 거예요. 그런데 정액의 맛과 고기의 맛이 일치하지 않았을까... 같았을 것이다, 생각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고기에 대한 거부반응과.. 에에.. 채식으로 바뀌지 않았나, 그래서 고기 맛과 냄새가 없는 곳을 찾다보니 그 곳이 절이었고, 거기에서 안정과 위안을 얻으려 한 것 같아요.
창수씨: '사람이 고기를 먹는다'는 단순명제에서 생각해 보
면, 진화론은 인간이 처음 짐승에서 진화했다고 하지 않습니까. 현 시대가 문명시대로 접어들었다고는 하지만 본능은 문명이 발달하였다 해도 여전히 내부에 잠재해 있는 본능 때문에 고기를 탐닉하다가, 또 어느 시점에서 본능은 제어당하게 되고, 그 본능을 제어할 수 있었던 게 종교가 아니었나 봅니다.
영아씨: 종교에 귀의했다고 보기에는, 단지 고기의 맛과 냄
새가 싫어서 그것을 피하다 보니 절이 되지 않았나 보거든요.
갑숙씨: 저도 정창수 씨하고 조금 비슷한 생각인데요. 사람
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본능이 있는데, 그 본능을 고기먹음에 비유하지 않았나 봅니다. 보통 착하고 정직하게 살려는 사람일수록 본능이 많이 억압되어 있다고 봅니다. 이 주인공 같은 경우는 정돈된 삶 속에서 억압되어 있다가 어느 순간 폭발하는 부분이 '정액을 마신다'는 이 부분인 것 같고, 살기 위해서 고기를 먹어야 하는 이 부분은 어떤 주체할 수 없는 본능의 표출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리고 '절'이라는 장소의 설정은 현실과 단절되지 않는 이상은 본능과 끊을 수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요.
영아씨: 채식을 위해서 절을 찾은 것을 볼 때 종교가 앞서
지는 않는 것 같애요. 채식이 먼저였지 않았나. 절 분위기에 젖어 들면서 옛날 고기먹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고기 먹었을 때의 자유로움이라 할까 그 기분을 여기서는 더 오랜 시간 가질 수 있지 않았나 봅니다.
권중씨: 정액을 마시는 부분을 기준으로 해서, 좀 재미있
는 착안이라고, 아니 그저 저만의 생각인데요. 작가가 글을 쓰면서 이런 생각까지 했을까, 물론 그렇지는 않을거예요. 엘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로 비유해 보면, 고기를 먹고 싶어도 마음대로 먹을 수 없었던 어린시절을 원시농업시대, 대학시절과 유학시절 풍요로운 경제적 여건으로 고기를 마음대로 먹을 수 있었던 산업시대, 그리고 결국은 원시농업시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절 생활(채식)...그냥 저 나름의 생각입니다.
주 경씨: 저는 아주 단순하게 생각했어요. 주인공과 그의
아버지는 무언가 알고 있는 듯 통하는 느낌이었고, 엄마랑 화자인 나는 언니를 볼 때 특이하게 보는 것 같애요. 그건 편견이 아닐까요. 동생의 남자 친구가 언니의 고기 구워먹는 모습을 봤을 땐 단지 '고기를 참 좋아하시나 봅니다'라고 했을 뿐인데, 화자인 나는 그렇게 보지 않았다는 것이죠.
경채씨: 작가가 글을 너무 강하게 표현하지 않았나 하는 생
각이 들어요. 극과 극으로 볼 때 육식은 본능, 탐욕..., 채식은 이성, 정돈...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저는 결론적으로 이 책에선 작가가 종교적으로 절에 가기 위한 과정이 아니었나... 무당도 신이 내리면, 되고 싶어서라기 보다 운명적으로 받아들어야 하는 것처럼, 정액을 생명으로 본다면 새로운 생명의 탄생... 그것이 비구니가 아니었나 봅니다.
영아씨: 그리고 먹는 것과 성과도 불가분의 관계죠.
「새콤 쌉씰한 초콜릿 맛」이라는 영화가 있는데, 음식과 성이 어떤 관계에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거든요. 한번 보세요.
권중씨: 인간에게 가장 큰 두 가지 욕구가 성욕과 식욕입니다.
이 두 가지가 충족되지 않으면 인간 존재가 위협당한다고 합니다.
아무튼 식욕과 성욕...인간이 살아가는 한 영원한 숙제가 아닐까 봅니다.
아무튼 토론을 아주 건강하게(?) 이끌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참석해 주신 여러분께 다시금 감사드리며 토론을 마치겠습니다.
↕. 토론에 마치며
난로에 불을 지폈다. 석유 타는 냄새와 함께 온기가 3평 남짓한 과사무실에 휘돈다.
떠난 지 오래였다.
찾아주는 이 없었선지 그 동안 먼지만 의자를 지키고 있었나 보다
서투른 걸레질에 시꺼멓게 닦이는 외로움
하나 둘 모여드는 모습들..어! 너, 그래! 나,
그래도 이렇게 다시 모일 수 있다는데,,,하나될 수 있다는 데, 그 모습 그대로일 수 있다는데 고마움을 느낀다.
오랜만에 쬐이는 난로불이지만 유난히 포근한 겨울밤이다.
@@@ 회원작품 @@@
+ 냉장고 +
박해영(4년)
따뜻한 가슴으로 살고 싶었다
뜨거운 밥알로 뱃속 가득 채워도
마음은 여전히 시린 겨울로 얼어 있고
내게로 다가오는 눈빛들은
언제나 차갑게 굳어 있거나
말라 비틀어진 영혼들 뿐
늘상 푸른 맥박소리에 목이 말랐다.
메마른 사막 두 팔 벌린 오아시스처럼
때론 살아 숨쉬는 꿈 엮고 싶은데
삶은 온통 신기루 투성이고
싱싱하고 푸르른 꿈들도
내게로 오면 모두들
텅빈 껍질로 돌아 눕는
나는 아예 입벌린 사해였다
차갑게 불어대는 내안의 바람
밤새 웅웅거리며 신음하다가
결국
움켜잡은 집착을 배어드는 순간
차츰 열이 내리는가 싶더니
푸릇푸릇 살아나는 생명의 꿈
비로소 일어서는 저 푸른 곰팡이.
+ 편지 쓰는 날 +
주 경(3년)
사람에게 실망할 때
생활에 지칠 때
도무지 길이 보이지 않을 때
그때마다 나는 편지를 씁니다
나에게 내가 보내는 편지를
오호 통제라, 오호 애제라
구구절절 통곡같은 언어들로
그 순간에 감정을 솔직하게 적습니다
며칠 후 그 편지를 받아 볼 땐
난 이미 현재에 익숙해 있어
피식 웃고 말지요
그랬구나, 그때 그랬었구나 바보같이
+ 자 살 +
이영아(4년)
목뒤덜미에 흡입기로 빨아당기는 아픔
어깨가 귀밑까지 붙어서
흡사 곱추처럼 바들바들 떨며,
부자유스런 팔을 흔들며 걸어가는 영혼
바다를 무덤의 늪쯤으로 여기며
죽을땐 모래밭에서 파도가
철석철석 살이 녹아내리길 바라면서도
누군가가 잡아줄 것 같은 꿈.
하늘이 높아지면
발만 담그다 돌아오고
하얀가루를 털며
삶은 또 나를 비켜가곤 한다.
바다를 날을 수 있다면
바다에 곤두박질 해서
정해진 관속, 그속에서 자유로운 당신
그곁에서 쉬고싶어지겠지
+ 새벽 +
정창수(3년)
이 밤이 지나면 도시는 새끼를 친다.
새벽이 도시를 낳았을 때
어둠의 혈흔을 닦아내는
커다란 플라스틱 빗자루가 처음으로 소리지르다.
거뭇거뭇한 직선의 탯줄위로
어둠을 비켜온 바퀴들의 무서운 질주.
뜨거운 밤이 길과 길 사이에 적셔 둔 것은
밤새 흘려버린 알코올의 증발 같은 비릿한 냄새와
잃어버린 달빛의 모조인 듯
아직 꺼지지 않은 가로 등의 방만한 눈빛,
낡은 안개 속의 시간처럼 서 있는 전신주
싸늘한 가슴을 지르는
끊을 수 없는 모체와의 전깃줄,
빌딩과 빌딩을 잇고
새로운 번식을 위해
신새벽,
사방으로 뻗어 나가다.
+ 눈 +
정창수(3년)
눈이 엉덩이를 내려놓는다
세상어디에나 뽀얀 엉덩이 내리고
속없이 속 비우는 어린아이처럼 아무데나
엉덩엉덩 앉아 버리는,
세상어디에 가 닿을 지도 모르는
조그맣고 하얀
엉덩이,
어린아이처럼
바람노리개 따라
제 마음 따라
아무데나 엉덩이를 깔고 앉는
눈은
하염없이 너른 하늘에 눈을 둔
어린아이의 하얀 엉덩이,
+ 외할아버지 +
박선민(2년)
이번 설에 당신을 뵈러 갔지요.
아파서 많이 야윈 모습이 가슴 아팠습니다.
건강히 오래오래 사셔야죠.
이제 결혼할 나이도 지났는데 아직 애인도 없다고 야단을 치셨죠,
그러곤 우리들을 바라보며
이젠 힘이 없어 너희들 결혼에 더 이상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그 말씀이 얼마나 저희들 가슴을 아프게 했는지 아세요.
이 나이 되도록 아직 당신의 걱정거리라니 저흰 아무리 노력해도 당신의 사랑을 따라갈 순 없나봐요.
어린시절 저의 대부분의 기억은 늘 당신과 함께였죠.
토요일 오후 수업이 마치면 동갑내기
사촌 숙이랑 당신집으로 달려갔죠. 언제나와 같이 당신의 복숭아 밭에서 복숭아며 자두 등을 따선 집으로 올라오면 내일까지는 우리들의 천국이였죠.
여름엔 냇가에서 수영을 하고 밤엔 대청마루에 앉아 당신의 지난 얘기들을 들었죠. 6.25사변 때의 얘기며 귀신얘기 어떨 땐 술 취한 모습으로 알 수 없는 인생 얘기도 해 주셨죠. 겨울 저녁엔 우리 네명이서 밥상을 방 한가운데 펴놓고 봉숭봉지를 붙였죠. 하루 밤에 한 사람당 300장은 했을거예요.
그렇게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고 당신은 다른 집 아들 열하고도 바꾸지 않는다던 맏딸을
잃으셨죠. 엄마를 묻고 오던날 집엔 당신 혼자 우리들을 기다리고 계셨죠.
그냥 조용히 우리를 바라보시다 갑자기 내 손을 잡고는 미안하다며 우셨죠. 그때서야 난 엄마가 돌아가신 것을 실감했지요.
그 후 몇 년도 지나지 않아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보내시고 저희를 보시며 이젠 너희 외가가 없어졌으니 어떻게 하냐며 한숨만 쉬셨죠.
그렇게 세월이 흘러 이젠 여든을 바라보시는 나이에 당신은 너무나 편안한 얼굴로 저희를 맞으셨죠.
어느 시처럼 소풍을 끝내고 돌아가는 사람마냥.......
아직까진 당신을 보내드릴 수 없는 것은 저희의 욕심일까요. 그게 우리의 욕심이라해도,
우리의 이기심이라고 해도 그래도 당신을 잡고 싶은걸 어떻게 하죠.
당신 앞에 이젠 어엿한
성인이라며 용돈도 드리고 인생도 조금은 안다고 건방도 떨었지만 전 아직은 당신이
필요한데.......
정말 죄송해요. 그리고 사랑해요.
당신이 너무 필요해요.
##친일문학인에게 한마디##
일본 대중문화의 개방에 대한 찬반논의가 불거지고 있는 이때 일제하 친일작가의 작품을 새삼스레 소개하는 것은 국수적 견지에서 나온 발상이 아님을 전제한다. 단지, 글지이들은 어떤 경우에 처해 글을 썼든 간에 읽는이에게 '전망'을 주어야 한다고 본다. 곡학아세 하기 보다는 글로써 몽매함을 일깨우는 것이 제1의 본분이며 그렇지 못하다면 絶筆하는 순수함을 가져야 하리라.
국문학을 배우다보면, 우리가 이제까지 암기식으로 외웠던 부분들이 틀렸다거나 또다른 가설을 세워봄직한 것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친일이니 하는 부분도, 구조주의적 비평의 입장에서 본다면 뭐 그다지 큰 논란거리가 아니다. 하지만 문학이 갖는 특수성을 감안해 보면 분명 이제껏 우리가 가지고 있던 그 작가의 고정관념에 조금의 변화나 가설이 있어야 하겠다.
대략 친일작가의 면면을 읊자면,
친일시인에서 정치문인으로 대변신한 서정주.
친일문학의 선구자 이인직.
민족개조 부르짖은 변절 지식인의 대명사 이광수.
대동아 공영의 꿈 읊조린 주요한.
각종 친일단체의 핵심으로 맹활약한 김동환.
여성교화사업의 첨병인 모윤숙.
서구적 지성론자에서 천황숭배자로 바뀐 최재서.
황국문학의 품으로 투항한 계급문학의 전사 김기진.
카프문학의 맹장에서 친일문학의 선봉에 선 박영희.
예술지상주의의 파탄과 친일문학자로 전락한 김동인.
인간탐구론자에서 국민문학론자로 바뀐 백철.
친일 '국민연극'을 주도한 근대 연극사의 거두 유치진.
대동아 공영권이 건설될 날만을 기다린 노천명.
이상과 같이 많은 작가들이 문학을 이용해 친일했다. 물론 호구지책으로 글을 썼다면 할말은 없다. 하지만 글쓰는 본질이 무엇이냐 할 때,
친일 문학인이여!
차라리 절필하였다면 당신의 문학작품이 더없는 생명력을 가지지 않았을까.
1. 모윤숙의 '동방의 여인들'
비단 치마 모르고 들어보세요.
연지분도 다 버린 채 저 날카로운 바람 새에서
동아의 새 언덕을 쌓으리다 미래를 창조하는
온갖 꾸밈에서 우렁찬 고함과
행복을 사려던 지난 날에서 쓰러지면서도 다시 일어나는
풀렸습니다. 산 발자욱 소리를
벗어났습니다.
우리는 새날의 딸
동방의 여인입니다.
*.대동아 공영권의 이념을 살려 조선 여인으로 하여금 고루한 민족 관념을 버리고 일본의 서양 정복전에 협력해야
한다는 주제
2. 주요한의 '첫피'중에서
나는 간다 보아라, 우리들은 참으로
만세를 부르고 너들의 피가 님의 백성이 되고
천황폐하 만세를 내 핏줄을 통해 님의 아들 딸이 되는
목껏 부르고 여기 뿜는다. 희생의 피다.
대륙의 풀밭에 2천 3백만의 님을 위해서
피를 뿌리고 뜨거운 피가 피를 흘림만이,
너보다 앞서서 1억의 피로 목숨을 바침만이
나는 간다 한 덩어리가 되는 님의 사람 되고
- 중 략 - 처음의 피가 님의 아들 딸 되는
지금 내 핏줄에서 오직 한 길이기
콸콸 솟는다. 때문에.
- 중 략 -
*.최초의 지원병 전사자 이인석을 찬양하면서 더 많은 조선의 청년들이 그의 뒤를 따를 것을 권유함
3. 서정주의 '송정오장 송가'중에서
얼굴에 붉은 홍조를 띠우고 마쓰이 히데오!
"갔다가 오겠습니다." 그대는 우리의 가미가제 특별공격대원
웃으며 가드니 귀국대원
새와 같은 비행기가 날아서 가드니 - 중 략 -
아우야 너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머리털이 샛노란 벌레 같은 병정을 싣고
우리의 땅과 목숨을 뺏으러 온
마쓰이 히데오! 원수 영미의 항공모함을
그대는 우리의 오장 우리의 자랑 그대
그대는 조선 경기도 개성사람 몸뚱이로 내려져서 깨었는가?
인씨의 둘째아들 스물 한 살 먹은 사내 깨뜨리며 깨뜨리며 자네도 깨졌는가
*. 가미가제 특공대원의 하나로 미국군함에 부딪쳐 죽은 개성출신의 송정 오장을 찬양한 노래로 시적인 기교가
두드러져 아름답기까지 함
@@@ 알림방 @@@
■. 제9회 독서토론회
♣. 일시: '98년 6월 14일 일요일
♣. 장소: 실외에서 할 예정(추후통보)
♣. 작가와 작품명 : 김현영의「냉장고」
■. 문학상 시부분 당선을 축하합니다.
제21회 방송대 문학상 시부분에「공구창고(工具倉庫)」로 당선의 영예를 안은
정창수 씨께 <글발>지의 모든 이들이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이 출발이 정창수 씨 앞날에 더욱 큰 정진 되기를 바라며
<글발> 또한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계속 보이고자 한다.
@@@ 편집후기 @@@
. 경숙 당신에게 필요한 존재였고
추억이 되기를....
. 성희 추적추적 비 내린다고 뭐 될 떡잎이 안될 떡잎 되나요.
정신만 차리면 된다고 봐요.
우리는 될 떡잎이거든요.
. 권중 7이라는 숫자가 1년새 3이 되었다.
존재는 언제나 많은 관심이 있을 때
그 모습을 드러낸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