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90년대 메이저리그 팬들을 두고 국내외를 막론한 채 치열하게 이뤄졌던 싸움 중에 하나가, 이반 로드리게즈와 마이크 피아자를 둘러 싼 ‘최고의 포수’ 논쟁이 아닐까. 물론 그 이야기는 뉴 밀레니엄으로 넘어와서도 계속 되었지만, 2000년 들어서는 두 선수의 위상이 당시 같지 못한 상황이 되었던 만큼 아마 열기로 보자면 90년대를 근원점으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여하튼 두 선수의 기록과 장단점을 나열하면서 역사상 최고라 불릴 만한 이 걸출한 플레이어들의 비교를 하고 또 듣는 것은, 당시 팬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일일 것 같다.
이반 로드리게즈가 최고라고 말하는 측의 주장은 이렇다. 그가 포수로서는 평균을 훨씬 뛰어넘는 타격 능력을 지닌 데다가, 그것에 그치지 않고 메이저리그 최고라 할 수 있는 수준의 수비 능력도 지니고 있기 때문. 게다가 주루 플레이 능력도 뛰어났기에 그는 희대의 포수 툴 플레이어로서 많은 이들의 인정을 받았고, 또 아메리칸리그 10년 연속 골드 글러브와 올스타, 1999년 MVP 수상이라는 훈장들은 그 주장들을 받쳐주는 증거로서 빠지지 않고 제시되고는 했었다. 실제로 그가 만들어낸 기록적인 수치들은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평균 30%만 넘어도 괜찮다고 할 수 있는 도루 저지율인데 그는 무려 50.3%라는 기록적인 통산 도루 저지율을 지니고 있고, 필드 퍼센티지 또한 커리어 통산이 99%에 이르는 좋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99년에 기록한 타율 0.332에 35홈런 113타점이라는 포수로서는 엄청난 기록과 거기에 더한 25도루라는 엽기적인 기록은, 당시 MVP를 거론하는 이상의 수치들로 취급을 받았고, 다음 년도에 부상 속에서도 기록한 0.347의 고타율은 그가 절정의 감각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그 외에도 또 다른 많은 것들이 이 최고의 포수를 수식해주는 것들이 되겠지만, 일단 이번 칼럼은 퍼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므로 이 정도에 그치고자 한다.
마이크 피아자 측의 주장도 만만치 않다. 퍼지가 이것저것 다 잘하는 만능 플레이어로서 재능을 발휘했다면, 피아자는 역대 최고의 공격형 포수라는 찬사가 당연할 정도의 엄청난 공격 능력으로만 밀고 나가도 퍼지를 앞선다는 평가를 들었던 것. 실제로 이 말에 신빙성이 떨어질 이유는 전혀 없는데, 포수 사상 초유의 8년 연속 3할 이상과 8년 연속 30홈런 이상과 같은 기록들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아성으로 평가 되었었고, 그 뿐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창 때 0.362까지 이르렀던 타율 하며 두 번의 40홈런 시즌, 더불어서 10년 연속 올스타와 7번의 MVP 후보까지. 이것만 보더라도 그는 퍼지에 비해 하나 밀릴 것 없는 기록들을 보유했다는 평을 들으면서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 시키고 있었다.
그러나 오히려 그를 더 대단하게 만들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면, 그것은 개인의 기록이라고 하기 보다는 그가 뛰었던 팀과 그가 뛰었던 구장들. 퍼지는 텍사스 레인저스라는 최고의 공격 구단에서 후안 곤잘레즈를 비롯한 많은 공격형 선수들의 도움을 받으며, 또 타자들을 위한 구장의 효과를 톡톡히 받으며 성적을 올린 반면, 피아자는 자신이 직접 타선의 중심이 되어서 메이저리그에서도 알아주는 악명 높은 투수 들의 구장인 다저 스타디움과 셰이 스타디움에서 이런 기록들을 세웠기에 질적으로 퍼지의 그것과 다르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피아자는 셰이 스타디움과 다저 스타디움 모두에서 한 시즌 최고 타율, 최다 홈런 기록을 지니고 있을 정도이니… 결국 그는 포수로서 원체적으로 지녀야 할 수비 부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타격에서 칼튼 피스크와 자니 벤치를 훨씬 뛰어넘는 엄청난 능력을, 또한 중심을 맡으면서 결국 이중고를 받는 속에서도 역할을 해냈다는 것이다.
아마 지금 다시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또 끝이 없는 논쟁이 될 것이다. 워낙 거물급 두 선수들의 비교인 만큼 내세울 장점이 너무 많고, 또 그만큼 상대적으로 비하 할 부분이 너무 많기 때문. 물론 개인적으로는 역사적인 타격 능력을 지닌 피아자의 손을 들어주고 싶지만, 이 역시 많은 논란을 부를 여지가 많은 데다가, 이번 칼럼은 누구의 우위를 가리는 주제를 지닌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얘기는 그만 접도록 한다.
그럼 애초부터 하고 싶던 얘기를 해볼까? 메이저리그 최고의 포수는 누구인가? 아니, 조금 더 원천적으로 얘기해 보자면 메이저리그 최고라 불릴 만한 전형에 가장 근접한 포수는 누구인가? 이반 로드리게즈? 마이크 피아자?
일단 결론부터 내려보자면… 둘 다 그에 대한 대답이 될 수는 없다고 말할 수 있다.
1. 최고 포수의 전형?
아마 이반 로드리게즈와 마이크 피아자를 두고 최고를 논하는 자리에서, ‘둘 다 전형적인 포수 스타일과는 다르기 때문에 최고라 인정 받을 수 없다’ 라는 말을 한다면… 아마 백이면 백 명이 모두 납득할 수 없는 발언이라며 화를 불끈 내지 않을까. 툴 플레이어, 즉 만능 플레이어가 인정 받고 키워지는 현 시점에서 무슨 ‘전형’을 찾느냐고 비웃으면서 말이다.
맞는 말이다. 현대 야구는 분명 그 이름에서부터 구분을 받을 정도로 이전 야구와는 다른 스타일을 지니고 있고, 또 옳은 방향, 더 나은 방향으로 나가고자 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니 말이다. 단순히 수비 좋고 투수 리드 좋은 선수들이 ‘안방마님’ 소리를 듣는 시대와는 분명 지금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실제적으로 본다 하더라도, 그저 하위 타순에 배치 되어 투수를 이끌어 주는 포수 보다는 공격 전면에 나서서 타격에서 1점이라도 더 뽑아주는 선수가 팀에 더 도움이 될 것 같으니 말이다.
그러나 과연 포수의 역할마저도 ‘툴 플레이어’의 잣대로 평가 받을 정도로 의미가 변질 되었을까? 현대 야구의 변화라는 미명 아래? 일단 그 부분부터 보도록 하자.
하위 타순은 왜 존재하는가?
현대 야구든 구식 야구든 따질 것 없이 존재하는 것 하나가 있다면 바로 타자는 경기에 9명이 들어서서 타순을 짜고, 또 그에 따른 역할이 확연하게 구분되어 있다는 것. 물론 최근에는 그 의미가 이전에 비해 조금씩 변해가고는 있지만, 밥상을 차려주는 테이블 세터와 그들을 불러들이는 클린업 트리오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은, 근본 틀에 있어서 만큼은 여전히 변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전이나 지금이나 하위 타순이 지니는 의미가 무엇일까?
일부에서는 하위 타순이 팀 내에서 타격을 가장 잘 못하는 선수들이 들어가는 곳으로 그냥 치부해 버리고는 한다. 그것이 아니면 경험이 필요한 젊은 선수들이 들어가는 곳 정도로. 대체적으로 팀 내에서 타격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선수들이 모여 있는 곳 정도로 생각하고, 투수들이 상대하기 쉬운 선수들이 그냥 모여 있는 곳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틀린 말은 아니다. 이 쪽은 분명 팀 내에서 가장 타격 못하는 선수들이 들어오는 곳이니 말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부차적인 의미를 정의로 단정 지어버리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 아닐까? 예를 들자면 축구에서 수비수는 공격보다 수비에 치중해야 하기 때문에 뒤로 빠져있는 것인데, ‘그들은 공격을 못하기 때문에 밑으로 내려가 있는 것이다’라고 정의를 내리는 식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크게 간과하고 있는 것이 야구가 ‘타격’과 ‘투구’만으로는 성립되지 않는 다는 사실. 그렇지만 야구에서는 단순히 타자가 타석에서 잘 치고 투수가 마운드에서 공을 잘 던진다고 그 팀이 강 팀이 되는 것은 아니다. 타격과 투구도 엄연히 야구를 구성하는 두 개의 부분일 뿐. 그것과 함께 같이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 이상으로 팀의 사기와 짜임새 측면에서 볼 때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분명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팬들은 그 중요도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바로 ‘수비’라는 부분 말이다. 많은 팬들은 그 부분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해보자. 투수의 역할이 최대한 점수를 막아주는 것이고 타자의 역할이 최대한 점수를 뽑아주는 것이라고 한다면, 수비의 역할을 당연히 최대한 점수를 지켜주는 것. 그리고 이 부분은 경기에서 투구와 타격 이상으로 상당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예를 들자면 만약 2:2로 팽팽히 맞선 9회 2사 만루에서 3루수와 유격수 사이로 빠지는 절묘한 타구가 나왔다고 한다면, 그 경기의 승패를 가르는 열쇠는 그 순간부터 수비수가 쥐게 되는 것이다. 경기에서 이런 상황이 얼마나 많이 연출이 되는가. 수비수가 몇 점을 막아내고, 또 그들이 몇 점을 허용하는 일들은 비일 비재다. 단지 경기가 끝나면 그 모든 스포트 라이트가 잘 던진 투수, 내지는 잘 친 타자들에게 돌아가니까 표면적으로 인식되는 정도가 적을 뿐이지, 생각해 보면 결국 승부를 결정짓는 ‘점수’라는 것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내는 것은 투구와 타격이 아닌 수비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에러로 몇 점을 실점했다고 하자. 상황이 그 몇 실점으로 끝나는가? 이어지는 위기 상황은 필연적으로 따라오고 더불어서 수비 시간이 길어지면서 동료들의 집중력 저하와 사기 저하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그렇기에 수비라는 것이 더할 수 없이 야구에서 큰 의미를 지니는 것. 단지 화려함에 가려 인식되지 못할 뿐이지, 그 중요도로 치자면 타격이나 투구에 비해 전혀 뒤질 것이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수비의 중심이 되어주는 유격수와 포수는 그 자체 만으로도 상당히 중요한 의의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유격수는 수비 시프트와 수비 범위를 결정하는 ‘내야 사령관’으로서, 포수는 투수의 투구를 리드해 주고 또 투수가 마음 놓고 던질 수 있게 해주는 ‘안방마님’으로서 말이다.
하위 타순에는 그런 ‘수비 스페셜 리스트’들이 들어가는 자리이다. 포수나 유격수 같은 포지션의 선수들을 그 특성상 수비에서 많은 체력적, 정신적 부담을 받게 마련인데, 그런 선수들이 수비에만 전념을 하면서 ‘수비’라는 부분에서 팀에 기여할 수 있도록 마련된 자리가 바로 하위 타순인 것이다. 그러니 정확히 말하자면 하위 타선에는 공격을 못하는 선수들이 들어가는 자리가 아니라 수비에 많은 것을 투자해야 하기에 공격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는 선수들이 들어가는 자리라는 것. 물론 수비도 못하고 공격도 못하는 선수들이 들어가기도 하지만, 그것은 이상적이지 못한 팀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을 뿐이다.
단순히 ‘수비도 잘 하면서 타격도 잘 하면 될 것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최근 유격수 3인방을 본다면 그런 말이 성립된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생각을 해보자. 만약 타격을 잘 하는 투수가 있다면 타석에 들어서서 땅볼을 때리고 전력 질주 해도 되는 것인가? 타구를 잘 하는 데다가 타격도 잘 하면 더 좋으니 말이다. 투구에 신경을 써야 하기에 다른 부분에서 쓸데없는 체력적인 소모는 줄이는 것이 오히려 더 득이 되지 않을까? 그 이상을 봐서 경기 전 날을 생각해보자. 투수로서 해야 할 일은 당연히 상대 팀 타자들의 자료를 분석하고 포수와 마주 앉아 내일을 준비하는 것인데, 그 시간을 반으로 뚝 나눠서 나머지 시간에 타격을 위해서 상대 투수 구질 연구를 하고 있다면? 다음 경기에서 초래할 문제점은 얼마나 클 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포수의 가장 주된 역할이 무엇인가?
그래도 현대 야구 들어서 인정해야 할 사실은 슈퍼 유격수들이 존재한다는 사실. 알렉스 로드리게즈와 노마 가르시아파라, 데렉 지터 거기에 더해 미구엘 테하다까지 그들은 공격과 수비를 모두 완벽하게 소화해 내는 엄청난 선수들이다. 그들이 존재하는 이상, 또 하나가 아니고 다수인 이상 여기에는 어떤 반박을 가하기 힘들 것이다. 명백히 유격수의 의미는 현대 야구의 도래를 기점으로 이제 아지 스미스를 영웅시 하는 시대와는 상당히 멀어졌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포수까지 의미가 변질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것은 절대 아니다.
지금 메이저리그에서 포수의 주된 역할과 완벽한 공격력을 동시에 갖춘 슈퍼 스타는 없고, 앞으로도 나올 수 있을지는 큰 의문이다. (이반 로드리게즈를 논할 자가 있을지 모르지만 추후에 얘기하고자 한다.) 설사 나온다고 하자. 그러나 그렇게 타격과 수비를 동시에 신경 쓴다면 과연 몇 살까지 포수로서 야구를 계속 할 수 있을까? 30줄 넘어서기만 하더라도 포지션 전환이 요구되는 ‘노장’ 취급을 받는 포지션이 이 포수가, 과연 유격수 같이 ‘툴 플레이어’라는 잣대로 똑같이 평가 받을 수 있는 포지션인가? 절대적으로 그렇지 않다. 포수가 왜 힘든 포지션인지부터 짚고 넘어가보자.
일단 혹자는 가만히 앉아 있는 포수가 수비할 때 가장 편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그 부분은 절대 그렇지 않다. 그런 식으로 쭈그려 앉아 있으면 누가 편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차라리 서 있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게다가 그냥 앉아 있는 것도 아니고 프로텍터를 온 몸에 달고 그 무거운 것을 이끌면서 다녀야 한다. 투수의 모든 공을 포구하면서 다시 던져줘야 하고, 주자를 견제하면서 강하게 어깨를 써야 하는 순간도 있다. 어디 그 뿐인가. 바운드 되어서 들어오는 공이 있으면 최대한 빨리 몸을 움직여서 블러킹 하는 것에 신경을 써야 하고 빠지는 볼이 나왔다 싶으면 전력 질주를 통해서 공을 쫓아가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동작은 프로텍터를 차고 앉아 있는 순간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과연 이 것이 쉬운 일일까?
또 어디 육체적인 괴로움 뿐인가. 정말 그들은 투수와 함께 앉아서 상대 타선을 분석해줘야 하고, 차라리 5일에 한 번 나오는 선발 투수라면 모를까 그들은 매일 다른 투수와 다른 방법으로 머리를 맞대고 상의를 해야 한다. 또 타자인 상대 투수 분석도 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 경기에 들어서면 상대 공격이 시작할 때에는 누구보다 부지런하게 덕아웃으로 뛰어 들어가 최대한 빨리 프로텍터를 차고 나와서 투수의 연습구를 받아줘야 하고(물론 백업 포수가 먼저 나오기는 하지만), 또 경기가 시작하면 온 신경을 집중해 타자와 머리 싸움을 벌여야 한다. 이렇게 가장 힘든 포지션이 바로 포수. 흔히 생각하기에 ‘반 정도만 하면 되는 포지션’이라고 알고 있는 포수가 실제로는 이렇게 많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포수의 주된 역할은 무엇이 되야 하는가. 당연하다. 타격을 버리고서라도 자기 본연의 역할을 해내는 것. 만약 어느 부분이라도 소홀하게 될 경우에는 투수가 또는 야수가 그 부담을 분담해야 하기에 포수는 본연에 누구보다 충실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또 하나 얘기해 볼까?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고 누구나 말한다. 실제로 그런 부분 때문에 지난 2001년 시애틀이 116승을 거둘 때에는 많은 전문가들이 약한 선발진 탓에 그들의 우승을 쉽게 점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그 가장 중요하다는 투수 놀음을 받쳐주고 옆에서 지탱하는 선수가 누구인가. 그 선수가 바로 포수인 것이다.
그들에게는 하위 타선이라는 자리가 애초에 마련되어 있다. 당연한 것이 별 부담 느끼지 말고 수비에 전념하는 것을 코칭 스탭이 원하기 때문. 오히려 타격 쪽에 어설프게 신경을 쓰다 보면 크게 봐서 경기를 망치는 경우도 허다하게 된다. 아마 국내 팬들도 누차 공격형 포수의 폐해를 느꼈을 것이다.
아무리 최근 툴 플레이어니 만능 선수니 해서 그 잣대를 선수들의 중심 축에 들이 댄다고 하더라도 포수에는 어림 없다. 왜냐하면 야구가 투수 놀음이라는 명제에는 시대가 지났다 하더라도 여전히 변함이 없기 때문. 또 그만큼 많은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포수이고, 다른 선수에게 전가할 수 없는 책임감을 지니는 것이 포수라는 사실 또한 여전히 변함이 없다. 그래도 아직 툴 플레이어를 중시하는가? 포수가 수비 내지는 투수 리드를 조금 모자라게 해도 타격에서 잘한다고 생각하면 더 좋다고 보는가? 그렇다면 이제 그 부분에 대한 입증에 들어가고자 한다.
2. 브래드 오스무스와 마이크 매쓰니
아마 포수를 거론하는 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바로 이 두 선수가 아닐까.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브래드 오스무스와 세인트 루이스 카디널스의 마이크 매쓰니.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전형적인 포수 스타일에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선수들이 바로 위의 두 명이다. 물론 추후에 언급해야 할 최고의 포수가 아직 남아 있기는 하지만… 여하튼 이 두 선수를 가지고 포수가 지니는 의미가 얼마나 큰 지 알아보도록 한다.
앞에서 계속 언급한 포수의 제대로 된 능력이란 것은 바로 견제 능력과 블러킹 능력으로 이뤄진 수비 능력과, 그것보다 더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투수 리드 능력. 전자와 후자의 비율은 한 30% 대 70%라고 할 수 있을까? 어쨌든 이 두 가지 척도가 전형적인 포수를 구분하는 잣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일단 수비 능력부터 살펴보자.
브래드 오스무스는 2001년과 2002년 내셔널리그 골드 글러브를 수상한 선수. 95년 샌디에고 파드리스 시절 41.9%라는 높은 도루 저지율을 자랑한 그는, 이어서 97년도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49.5%, 그리고 2000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서 47.5%, 2001년 다시 휴스턴에서 47.7%의 저지율을 자랑해 통산 38.9%라는 상당히 높은 퍼센티지를 나타내고 있다. 골드 글러브 수상자로서 손색이 없는 어깨와 정확성을 자랑하는 것. 더불어 풀 타임으로 뛴 94년 이후로는 지금까지 10년 동안 단 1번을 빼놓고는 모두 99%가 넘는 높은 필드 퍼센티지 또한 자랑했다. 통산을 놓고 보더라도 99.3%에 이르는 놀라운 수치. 다음 기록에서 알 수 있듯이 오스무스는 분명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히는 수비 능력을 자랑하는 선수임에 틀림없다.
이는 마이크 매쓰니의 수비 기록 들이다. 매쓰니 역시 크게 떨어지는 부분이 없다. 대체적으로 경험이 많이 쌓인 99년 토론토 블루 제이스 시절 이후로 수비 능력이 크게 향상된 모습을 보이는데, 2000년에는 세인트 루이스 카디널스의 유니폼을 입었을 당시 내셔널리그 골드 글러브를 수상할 정도로 지금은 좋은 수비력을 자랑하는 포수이다. 특히 2000년 당시에는 52.7%라는 놀라운 도루 저지율을 선보여 이전 문제를 보였던 정확성 부분에서 상당한 해결점을 찾았음을 보이기도 했다. 커리어 통산으로 보더라도 35.9%로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중. 또한 통산 99.2%라는 필드 퍼센티지에서 알 수 있듯이 블러킹과 미트질 역시 뛰어난 선수로도 알려져 있다.
분명 위의 두 명은 현재 수비 능력으로는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으로 평가 받는 선수들이다. 그렇지만 이것 만으로 이들이 전형적인 포수의 표상이라고 칭찬할 근거를 다 찾았다고 할 수 있을까? 단순히 수비만 두고 최고의 포수가 될 자질을 논한다고 한다면, 앞에서 언급했던 이반 로드리게즈의 기록들을 살펴보자. 그는 커리어 전체를 통틀어서 무려 50.3%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도루 저지율을 지니고 있고, 블러킹과 미트질 또한 저들 보다 크게 떨어지지 않는 통산 99%의 높은 필드 퍼센티지로서 수준 이상의 역량임을 자랑하고 있다. 그렇다면 오스무스와 매쓰니가 퍼지에 비해서 이상적인 포수형이라고 말할 근거가 있는 것일까? 수비 능력에서 만큼 퍼지도 전혀 뒤쳐지지 않는, 오히려 낫다면 나을 수도 있는 모습을 보이는데도 말이다.
물론 수비 능력만 말하자면 그런 답이 나오겠지. 하지만 앞에서 언급했듯이 포수의 역량은 평가하는데 있어서 오히려 수비 능력보다 더 높게 측정 받아야 할 것이 바로 ‘투수 리드 능력’이다. 왜냐하면 설명할 필요도 없이 야구는 투수 놀음이기 때문이다. 먼저 단순히 투수 리드가 좋은 것만으로도 팀에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주는지 살펴볼까?
정말 단순하게 생각해 보자. 이반 로드리게즈는 매년 평균 3할 타율에 20홈런 80타점 80득점 수준의 활약을 펼친다. 그에 비해서 브래드 오스무스는 평균 0.260 타율에 6홈런 40타점 50득점을, 마이크 매쓰니는 타율 0.240에 5홈런 35타점 35득점 정도의 활약을 해주는 선수들. 그렇담 일단 단순 비교로 퍼지와 오스무스는 타점과 득점을 합해 대략 70점 정도의 공격 포인트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매쓰니는 대략 90점 정도. 그렇다면 결국 한 시즌을 통해서 볼 때, 이들이 단순히 공격에서 보여주는 수치는 한 경기 당 0.5점도 채 안 되는 차이를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설사 퍼지의 영향력이 조금 더 타순 아래 위에 멀리 퍼져 이펙트를 더 크게 봐야 한다고 하더라도, 1점 이상까지 보게 한다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포수가 플레이트에 앉아서 투수 리드를 잘해줄 때 받는 효과는 어느 정도까지 되는 것일까? 단적인 예를 들어볼까? 94년 퍼지 밑에서 4.82의 방어율을 기록했던 ‘우승 청부사’ 케빈 브라운은, 다음 해에 볼티모어로 이적해 방어율을 3.60까지 대폭 끌어내리면서 큰 역할을 해냈고, 플로리다로 이적한 96년에는 최고의 포수 찰스 존슨과 호흡을 맞추면서 리그 적응의 틈을 둘 시간도 없이 1.89라는 어마어마한 방어율을 기록했었다. 경기 당 1점도 채 안 되는 공격에서의 차이와, 경기 당 몇 점 뿐 아니라 시즌 전체로 본다고 하더라도 큰 차이를 보이는 투수 리드 능력에서 과연 어떤 것이 더 결정적 영향이라고 할 수 있을까. 너무 극단적인 예를 들어서 퍼지의 명성을 깎았다면 그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그가 커리어 내내 플레이트 뒤에 앉아서 선수들의 성적을 끌어 올려줬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한 것도 사실. 구장 탓을 하려면 지금 투수들의 무덤에 가자마자 션 사콘이라는 중고 유망주를 발굴해낸 찰스 존슨 앞에서 푸념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브래드 오스무스 이야기
반면 브래드 오스무스의 경우는? 그가 키운 선수가 어디 한 둘인가.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먼저 94년 샌디에고의 풀 타임 포수로서 4.08의 팀 방어율을 이끌면서 이 부분 내셔널리그 7위를 기록하게 한 그는, 95년 에이스 앤디 베니스와, 그와 함께 하면서 모두 3점대 방어율을 찍었던 중간 계투들 페드로 마르티네즈(외계인이 아님), 팀 뮤서, 제프 타바카, 도니 엘리엇 등이 부상으로 빠져나간 가운데에서도 팀 방어율 4.13을 유지하면서 자신의 역량을 과시했다. 96년에는 3.73으로 팀 방어율 3위를 기록한 팀을 두고 시즌 도중 디트로이트로 이적했는데, 샌디에고 시절만 보더라도 그가 젊은 시절부터 리딩에 뛰어난 능력이 있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능력치가 극에 달했던 것은 97년 휴스턴에 둥지를 틀면서부터. 96년 4.38의 팀 방어율을 기록하며 이 부분 내셔널리그 10위에 랭크 되었던 휴스턴은, 97년 오스무스를 맞자마자 팀 방어율을 무려 3.67까지 대폭 끌어내리면서 이 부분 내셔널리그 3위까지 급상승하게 된다. 오스무스의 역량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던 선수는 역시 대럴 카일. 이전 3년 동안 계속 4점 대 방어율을 찍으면서 그다지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던 카일은, 97년 갑자기 19승 방어율 2.57이라는, 결국 불의의 죽음을 당할 때 까지 커리어 최고의 시즌으로 남게 된 성적을 올리게 되는 것이다. 어디 카일 뿐인가. 햄튼 또한 10승에서 15승 투수로 발돋움 함과 동시에 당시 커리어 최다인 223이닝을 소화했고, 25살의 루키 크리스 홀트는 2001년 은퇴할 때까지 커리어 최고 기록으로 남은 209.2이닝에 3.52의 방어율을 기록하면서 오스무스의 효과를 톡톡히 보게 된다.
98년에는 그의 능력치가 더 두드러졌던 해였다. 팀 방어율을 3.50까지 더욱 끌어내리며 기어이 팀 방어율 랭킹 2위까지 끌어올린 것. 이 해에는 전년도 에이스 대럴 카일이 콜로라도로 이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셰인 레이놀즈가 커리어 최고인 19승에 3.51의 방어율을 찍으며 부활했고, 또 마이크 햄튼 또한 승수는 미진했지만 3.36의 좋은 방어율을 기록하며 서서히 존재감을 알려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역시 가장 놀라웠던 것은 호세 리마와 션 버그먼. 물론 리마가 팀 내 유망주로서 기대를 받고는 있었지만 그 해 깜짝 등장해 16승 8패 방어율 3.70을 찍어주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고, 더불어서 지금 기억하는 팬들이 거의 없는 버그먼 또한 당시 깜짝 등장을 해 12승 9패 방어율 3.72를 찍으면서 몬스터 시즌을 보냈었다. 이렇게 젊은 선수들의 성장과 늙은 선수들의 부활을 책임져 내는 것이 오스무스의 역할이었다.
오스무스의 입지는 그가 휴스턴을 잠시 떠난 동안 더 크게 드러났다. 99년 그가 디트로이트로 이적하자 그 해에는 토니 유세비오라는 포수를 두고 잘 버텼던 휴스턴. 하지만 00년 구장을 타자들의 구장인 엔론 필드로 바꾸자마자 내셔널리그 최하위인 5.41이라는 극악스러운 방어율을 보이면서 72승 90패라는 처참한 성적을 찍게 된다. 투수진에는 그가 키워 놓은 호세 리마와 크리스 홀트, 셰인 레이놀즈와 유력한 유망주였던 웨이드 밀러, 옥타비오 도텔 등이 있었지만 대다수 5점대 방어율을 찍으면서 무너지긴 마찬가지. 포수의 안정적인 리드가 얼마나 큰 영향을 팀에 미치는지 휴스턴에게 절실하게 알려준 한 해였을 것이다.
2001년 디트로이트와 트레이드를 통해 곧바로 오스무스를 다시 영입한 휴스턴은 기대만큼 그의 영향력이 힘을 발휘하며 다시 성적 상승을 하게 된다. 5.41이던 최악의 방어율이 4.37로 크게 떨어지면서 내셔널리그 10위까지 올라가게 된다. 구장이 엔론 필드 임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좋은 성적. 게다가 그는 전년도 5.22라는 커리어 최악의 방어율을 찍은 레이놀즈를 14승에 방어율 4.34로 리바운드 시킨 것을 비롯, 웨이드 밀러(16승 방어율 3.40), 로이 오스왈트(14승 방어율 2.73), 옥타비오 도텔(105.0이닝 방어율 2.66) 같은 젊은 선수들을 이전 성적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성적으로 끌어 올리면서 다시 한번 탁월한 그의 역량을 자랑하게 된다.
그리고 2002년에는 카를로스 에르난데즈, 핏 먼로, 팀 레딩 등의 젊은 선수들을 다시 한번 받아줌과 동시에 앞에서 키웠던 선수들을 계속 성장하게 해 4.00의 팀 방어율을 마크, 이 부분 내셔널리그 랭킹 8위까지 다시 오르게 한다. 올 시즌은 또 어떤가. 오스무스는 릭키 스톤, 브래든 릿지 등을 키우면서 지금 철벽 불펜을 구축하며 미닛 메이드 파크가 타자들의 구장인지도 의심스럽게 할 지경이니. 이 정도면 그의 투수 리드 능력이 얼마나 대단하고, 더불어서 그 부분이 팀에 얼마나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지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자세한 얘기는 일단 마이크 매쓰니 마저 언급한 다음에 하도록 하자.
마이크 매쓰니 이야기
매쓰니 또한 마찬가지이다. 오스무스에 비한다면 조금은 떨어질 지 모르지만 역시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히는 포수로서의 역량을 지닌 것이 사실. 일단 하나 알아야 할 것은 앞에서 수비 기록을 봐서도 알겠지만, 투수들을 절묘하게 이끌어 주는 그의 역량은 2000년 정도 들어서면서부터 탁월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물론 밀워키 시절에도 어느 정도의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조금 더 명확히 알기 위해서 매쓰니는 2000년 카즈 시절부터 짚어 본다.
1996년 현 시대 최고의 명장으로 꼽힐 수도 있는 토니 라루사가 카즈와 계약을 맺었을 때, 바로 그 순간부터 카즈가 지금처럼 강 팀의 이미지를 심었던 것은 아니다. 기억하는 팬들을 기억하겠지만 98년 마크 맥과이어가 70홈런 기록을 세우고도 MVP를 소사에게 넘기게 되었던 것은 바로 팀 성적 때문이라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당시 카즈 상황이 어땠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카즈의 성적이 급작스럽게 성장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포수로서 마이크 매쓰니를 영입한 2000년부터였다.
매쓰니의 이펙트는 입단하자마자 두드러졌다. 전년도 일라이 머레로를 포수로 두고 팀 방어율 4.74를 기록해 부쉬 스타디움임에도 불구하고 내셔널리그 랭킹 11위로 쳐졌던 그들은, 매쓰니를 플레이트에 앉히자 마자 팀 방어율 4.38, 랭킹 7위까지 상승하면서 성적 또한 95승 67패를 기록하게 된다. 이 기록은 전년도의 75승 86패를 훨씬 뛰어넘는 기록이자 당시로서는 프랜차이즈로 볼 때 13년만에 나온 최고의 기록. 그는 쿠어스에서 고생하다 온 카일을 곧바로 20승 투수로 이끌어 냄과 동시에 개럿 스테판슨이라는 깜짝 스타를 키워내 16승을 거두게 하고, 슈퍼 루키 릭 앤킬의 잠재력을 끌어내며 11승에 방어율 3.50의 메이저리그 센세이션을 유도하기도 했다. 전년도 5점 대를 기록했던 마무리 데이브 베레스도 안정감을 찾긴 마찬가지. 결국 모두 그의 밑에서 안정을 찾기 시작한 것이고 카즈의 성적 상승 또한 여기에서 시작한 것이었다.
2001년도에는 한 층 더 두각이 된다. 3.93으로 팀 방어율을 끌어내려 이 부분 내셔널리그 3위까지 상승케 해 팀 성적에 또 크게 기여를 하면서 2년 연속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1위 수성에 큰 역할을 해낸 것. 당시 그는 계속 카일 돌풍을 유도하며 그가 16승에 방어율 3.09를 기록하게 해주고, 롱 릴리프에서 선발로 돌아서 지금은 에이스가 된 맷 모리스를 22승에 방어율 3.16이라는 어마어마한 성적으로 이끌게 된다. 어디 그 뿐인가. 작년 앤킬 돌풍에 이어 버드 스미스를 새로운 스타로 탄생 시키고, 샌디에고에서 별 기대 안하고 영입한 우디 윌리엄스가 후반기 7승 1패 방어율 2.28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또한 올리게끔 해준다.
2002년도는 또 어떤가. 팀 방어율을 3.70으로 또 끌어내리는데 혁혁한 공을 다진 매쓰니는, 세 번째 루키 제이슨 사이먼태치를 11승 방어율 4.02로 이끌면서 역량을 자랑하고, 결국은 마지막이 된 앤디 베니스의 전성기를 받아주게 된다. 우디 윌리엄스는 여전히 미쳐있기는 마찬가지. 또한 노장 척 핀리가 10년이 넘게 아메리칸리그에서만 뛴 뒤 내셔널리그로, 그것도 준비할 틈 없이 시즌 중반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3점 대 방어율을 기록하게 하며 로테이션에서 좋은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오스무스와 매쓰니, 그리고 포수
그렇다면 위의 통계적 자료들을 보고 생각해 보자. 한 경기에서 타석에서 1점을 더 내도록 열심히 뛰어서 투수의 투구에 지장이 있게 하는 것이 포수로서 옳은 일인가, 아니면 타석에서 1점 더 내는 것은 버리더라도 뒤에서 투수 들을 이끌어 주면 경기마다 2,3점 이상의 실점을 줄일 수 있도록 안정적인 투수 리드를 하는 것이 포수로서 옳은 일인가. 단순 계산만 하더라도 어떤 부분이 포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지 알 수 있는 것이다.
단순히 투수는 포수의 미트만을 보고 던진다고 어떤 선수가 말하기는 했지만, 그것이 사실과는 별개의 얘기인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 일부 투수가 공격력이 떨어지는 전담 포수를 쓰더라도 코칭 스탭에서 그렇게 하도록 밀어 주는 것은, 그만큼 경기에서 포수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같이 생각해 주고 또 안정감을 심어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때로는 젊은 선수들에게는 있어서 포수의 따뜻한 한 마디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치는지 모른다. 그렇기에 포수는 투수 리드에 전념을 하면서 부담을 잊으라고 하위 타선에 배치되는 것이다. 타격에서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혹 피아자 같이 절대적인 공격 생산 능력을 자랑하는 선수가 있다고 하자. 그가 아마 투수들의 구장에서만 뛰지 않았다고 한다면 지금 이상의 더 엄청난 화력을 보이는 것이 가능했을 것이다. 허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투수가 안정적으로 던지게 하는 것만 못한 것은, 타선이 몇 점을 더 내는 것보다 투수 진이 점수를 못 내게 하는 것이 팀 운영에도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 예를 들어서 매 경기가 타격전 양상으로 흐른다고 가정을 해보자. 그렇다면 한정된 투구 수를 지닌 투수는 어쩔 수 없이 경기에서 빨리 나오게 되고, 그렇게 되면 중간 계투 진의 소모가 많아져 결국 시즌을 치러내기가 어려운 상황에 까지 이른다. 또 상황적으로 보더라도 투수가 잘 던질 때 타자들이 못 쳐주면 힘 빠지는 것은 투수 하나지만, 타자들이 잘 쳐도 투수 들이 곧바로 실점을 허용하면 힘 빠지는 것은 여타 8명의 타자들. 전체적인 팀 분위기를 보더라도 투수의 역할, 또 그를 끌어주는 포수의 역할은 상당한 것이다.
3. 최고의 포수, 찰스 존슨
현재는 콜로라도 락키스에 있는 찰스 존슨. 일부 팬들은 그저 수비만 잘하면서 팀을 전전하는 포수 정도로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존슨은 명실상부하게 포수가 해야 하는 모든 역할을 다 해내는 최고의 선수 임에 틀림없다. 특히 투수 리드 능력에 있어서는 (최근에는 조금 이전 만 못하다는 평가를 듣고는 하지만)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독보성을 자랑했던 것이 바로 존슨이다. 일단 그의 기록 들을 살펴볼까.
단순 수비 능력만을 봐도 알겠지만 그는 수비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선수이다. 95년부터 98년까지 플로리다 소속으로 4년 연속 골드 글러브를 수상할 때에는 정말 최고의 안방마님으로 주가를 한껏 높이고 있을 때. 특히 몸을 사리지 않는 블러킹 능력은 모든 감독들의 눈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고, 특히 97년 100%의 필드 퍼센티지와 47.5%의 도루 저지율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할 만큼 엄청난 수치였다. 통산으로 보더라도 99.5%의 필드 퍼센티지와 41.5%의 도루 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그는, 물론 지금 나이 탓에 이전만 못하다는 평을 듣고는 있지만 여전히 최고의 포수임에 틀림없다.
포수가 플레이트 뒤에서 수비를 잘하는 것은 투수의 투구 구사 능력과 같이 볼 때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흔히 가장 수비를 잘 한다고 말하는 포수는 견제 능력이 좋은 것보다 블러킹 능력을 두고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투수가 일반적으로 유인성 브레이킹 볼을 구사할 때에는 아무래도 공이 바운드로 갈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실투가 나왔을 경우 포수가 이 공을 얼마나 잘 막아주느냐 못 막아 주느냐는 상당히 중요한 부분으로 평가 받는다. 만약 루상에 주자가 있을 때 바운드 볼을 잘 블러킹 해주지 못하는 포수가 플레이트 뒤에 앉아 있다면, 투수는 폭투의 위험성 때문에 아무래도 유인구 구사에 어려움을 느끼게 되고, 또 그만큼 타자에게 유리한 점으로 다가서는 것이니 말이다. 존슨은 그 부분에서 누구보다 뛰어난 블러킹 능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역시 그가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장점이자, 최고의 포수라는 평가를 들을 수 있는 것은 바로 투수 리드 능력 때문. 95년부터 플로리다의 풀 타임 포수로 뛰기 시작한 이래 그는 많은 선수들, 특히 젊은 선수들을 키워내면서 자신의 능력을 확실히 자랑했다. 일단 95년에는 팻 랩이 그를 만나서 역대 커리어 최고인 14승에 방어율 3.44라는 기록을 세웠고, 91년 이래 한 물 갔다는 평을 듣던 바비 윗도 커리어 마지막 3점 대 방어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97경기로 출장이 제한되었던 95년에 비해 진정한 풀 타임이 된 96년부터는 그가 제대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기 시작한 해. 일단 3.95로 팀 방어율을 끌어 내리며 내셔널리그 랭킹 3위에 오르게 해줬고, 토론토에서 기다리다 못해 지쳐서 내보낸 알 라이터를 16승에 2.93의 슈퍼 스타터로 키운 것은 물론, 케빈 브라운의 커리어 최고 시즌과 텍사스에서 7점 대 방어율을 찍으며 망가지고 있던 젊은 릭 헬링을 1점 대 방어율로 이끌어 주기도 했다.
플로리다의 우승이 있던 97년 역시 마찬가지. 3.83의 팀 방어율을 리드하면서 이 부분 내셔널리그 4위에 이름을 올리게 한 존슨은, 이어 월드시리즈 MVP를 차지한 루키 리반 에르난데즈의 센세이션을 리드해 주면서 팀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다음 해 다저스로 이적해서도 젊은 박찬호와 대런 드라이포트를 수준급 선발 대열에 합류 시킨 것은 물론, 브라이언 보해넌과 카를로스 페레즈의 커리어 최고 시즌을 도와준 그는, 이어 99년 볼티모어로 가서 현재 에이스가 된 시드니 판슨의 2년차 성적을 최고치로 끌어 올려주고 루키 제이슨 존슨도 붙박이 선발로 들어오게 해준다.
플로리다가 98년 그를 내보낸 이후 그 해 5.20이라는 최악의 방어율로 이 부분 리그 최하위를 기록하자 다시 데려온 01년. 그는 그 시즌부터는 팀의 브래드 페니, A.J 버넷, 조쉬 베켓 등의 젊은 선수들을 키우는 것에서 다시 한번 탁월한 역량을 자랑하게 되고, 안토니오 알폰세카와 브래든 루퍼, 블라디미르 누네즈 등의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는 여지를 다시 한번 제공하기도 한다. 올 시즌에는 투수들의 무덤으로 들어가서 센세이션 션 샤콘까지… 물론 플로리다로 와서는 마크 레드먼드와 비교가 되면서 오히려 상대 방어율이 더 높다는 혹평을 듣기도 했으나, 그는 여전히 뛰어난 수비 능력과 더불어 투수를 누구보다 마음 편하게 해주는 최고의 포수이고, 5년간 3500만 달러의 계약을 선사 받을 가치가 충분히 있는 선수인 것이다.
4. 포수, 어둠 속에서 빛나는 존재들
어떤 일이든 양지를 담당하는 선수가 있으면 음지를 담당하는 선수가 있다. 그리고 야구에서는 그 음지를 담당해 내는 선수가 포수가 아닐 듯 싶다. 최근에는 각 사이트를 본다고 하더라도 포수를 타격의 잣대에서 평가하려는 경향이 높아 보이고, 또 추세로 볼 때 툴 플레이어의 가치가 지나치게 중시되면서 그 외의 요소가 가지는 중요성이 경시되는 풍조 또한 있어 보이는데, 아마 그런 평가 기준으로는 제대로 평가할 수 없는 포지션이 바로 포수가 아닐까.
포수는 자신이 화려해 지려고 하면 안 되는 포지션이다. 도루 저지율을 높이기 위해 루상에 주자가 있을 때에는 속구를 주로 요구하는 포수라던가, 아니면 블러킹을 잘 못하기에 유인구보다는 빠른 승부를 원하는 포수는 팀에 절대 이득이 될 수 없다. 이렇게 할 경우 단순 수치상으로 드러나 보이는 자신의 기록이 얼마나 화려해 질 지라도, 측정되지 않는 악영향이 투수 들, 그리고 팀에게 미쳐지니 말이다. 만약 이런 부분을 구시대의 산물로 치부해 버리면 수비에서 포수의 의미는 투수의 공을 잡아 주는 선수 외에 대체 무엇이 있겠는가?
전체적으로 타선의 짜임새를 본다고 하더라도 포수가 아무리 타격을 잘한다고 하더라도 상위 타선으로 올라가서 팀에 득 될 것은 별로 없다. 그만큼 투수에 대한 신경이 적어지는 것이고, 또한 타격에 신경을 써야 할 다른 포지션의 선수가 하위 타선으로 밀려 전반적으로 쓸데 없는 가중이 포수에게, 반대로는 쓸데 없는 시간 낭비가 야수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삼진을 많이 잡는 투수는 야수의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 쪽에 많은 역할이 쏠리게 되면 다른 선수는 당연히 팀에 마이너스 효과를 불러오게 되는 것이다. 찰스 존슨이 2000년 시삭스 시절 1.019라는 엄청난 OPS를 자랑하며 타격에서 몬스터 시즌을 보냈음에도 6번 위로는 올라가지 않고 하위 타선을 지킨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시애틀 매리너스는 샌디에고로부터 벤 데이비스를 영입하고도 댄 윌슨과 2년간 700만 달러의 연장 계약을 맺었다. 그가 이제 30 중반 줄에 접어드는 노장인 반면, 젊은 데이비스는 오히려 그보다 타격 능력과 수비 능력이 뛰어난 젊은 선수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해하기 힘든 부분. 그러나 윌슨이 시애틀의 플레이트를 지금까지 굳게 지키면서 젊은 투수들에게 미친 영향력을 감안한다면, 그 자리를 데이비스로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올 시즌 시카고 컵스로 이적을 해서 케리 우드와 마크 프라이어, 카를로스 잠브라노 같은 젊은 투수들을 키우는 데미언 밀러를 보면서도 포수의 역할이 과연 어떤 것이 중요한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인정 받는 포수들 참 많다. 위에서 크게 언급한 찰스 존슨과 브래드 오스무스, 마이크 매쓰니 외에 댄 윌슨과 데미언 밀러, 제이슨 베리텍 같은 선수들도 포수로서 상당한 가치를 인정 받는 선수들이다. 그렇다면 이유는 무엇인가. 간간한 타격 능력이 쓸 만해서? 아니면 수비 능력이 뛰어나서? 물론 이런 요소들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점은 공통적으로 투수 리드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그것으로부터 받는 투수의 효과, 또 거기에서 파생되는 팀 전체에 미치는 효과는, 단순 수치로만은 나타날 수 없는 그런 것들이다.
최근에는 애너하임 애인절스의 젊은 포수 벤지 몰리나가 툴 플레이어가 중시 받는 풍조 속에서, 전형적인 포수 스타일을 들고 나와 거물 포수의 뒤를 이을 준비를 하는 듯 하다. 비록 경험이 부족한 탓인지 아직 블러킹에서 모자란 부분을 보이고 있지만, 나이 답지 않은 탁월한 투수 리드 능력으로 작년 재로드 워시번, 라몬 오르티즈, 존 랙키 등을 성장 시켰고, 더불어서 강한 어깨에서 나오는 도루 저지율으로서 투수들의 마음을 더 없이 편하게 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애너하임 월드시리즈 챔피언에서 빼놓고 말할 수 없는 역할을 한 것이 바로 몰리나이다.
물론 현대 야구의 의의는 상당히 크다. 갈수록 야구는 발전적인 모델을 제시하고 있고, 또 개선된 방향을 찾아 나가고 있으니 말이다. 허나 투수가 근본적으로 잘 던져야 하고, 타자가 근본적으로 잘 쳐야 한다는 변하지 않는 전제가 있다면, 포수 역시 근본적으로 투수리드를 최우선으로 잘 해야 한다는 불변의 전제가 있는 것이다. 그 부분을 설명하고자 많은 지면을 할애한 것이고, 포수에게마저 타격 또는 툴 플레이어의 기준이 중시되는 지금의 풍조를 경계하고자 한 것이다.
묵묵히 뒤에서 굳은 일을 하면서 누구보다 투수를 많이 도와주는 포수. 그들이 경기에서 미치는 영향력은 단순 타율이나 도루 저지율, 필드 퍼센티지 같은 수치로는 파악할 수 없는 큰 수준이다. 한 경기 몇 점을 더 내는 것 보다 몇 점을 덜 내주는 것이 효율적인 것이 야구이기에, 포수는 그 원칙을 지켜내기 위해서 자신의 많은 부분을 투수와 함께 하는 것에 할애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