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學』의 8조목의 공부론 접근
『大學』은 『四書』의 길을 여는 실마리로써 남송시대 朱熹(AD 1130-1200)에 의해 어필된 체계적인 저작입니다. 주희가 죽기 직전까지 주석을 고치고 고민했던 책이라면 그의 학문에서 『大學』이 차지하는 비중을 짐작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주희는 자신의 학문, 주자학에 접근하는 과정을 밝히지 않고는 눈을 감을 수 없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방만한 중국 고전의 세계 속에서 주자학으로의 접근은 나름의 공부론과 독서법, 교육내용을 완비하지 않고서는 후학의 분발과 자신의 이상향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大學』의 8조목 중에서 주자가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바로 格物致知에 관한 자신의 첨가와 주석인 것입니다.
원래 『大學』은 책이 아니라 漢代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禮記』의 한 편에 지나지 않은 것입니다(전체 49편 중 42번째에 해당). 格物致知에 관한 논의가 미흡하다고 판단하여 주희 자신이 새로 써넣었으니 주석을 쓴 정도가 아니라 주희가 새롭게 썼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럼 8조목으로 들어가겠습니다.
1. 格物 : 사물을 연구하는 일
2. 致知 : 연구한 것을 제대로 인식하는 일
3. 誠意 : 뜻을 진실하게 품는 일
4. 正心 : 마음을 바르게 하는 일
5. 修身 : 몸을 닦는 일
6. 齊家 : 집안을 가지런히 하는 일
7. 治國 : 나라를 다스리는 일
8. 平天下 : 인간 세상을 고르게 하는 일
우선 이 여덟 가지가 단계별로 되어있다는 생각은 잘못되었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흔히 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로 단계적으로 먼저 자신으로부터 잘 닦아 차차 집안, 나라, 천하까지 넓혀 가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8조목 모두 하나로 연결된 관계망이라는 사실(fact)을 파악하여야 합니다. 그렇지만 爲己를 강조하는 유학 전통에 따라 修身이 무엇보다 강조되었습니다. 하지만 조선조의 修身의 방향은 格物致知를 체험적으로 승화하지 않고 독서를 통한 협애한 수준의 공부에 매진했던 것 같습니다.
공부론과 관련하여 저의 해석은 보편화의 과정과 생활의 중시, 폭넓은 형이상학의 정립을 강조합니다. 修身齊家治國平天下의 관계는 나의 행위와 생각이 천하에까지 미칠 수 있기에 보편의 가치를 띄어야 한다는 것을 자각하고 愼獨(홀로 있을 때 삼감)을 강조합니다. 때문에 작은 일 하나라도 조심하고 중요하게 생각하여 섬세한 감각을 발휘하여 생활 속의 조그만 일에 대해서도 최선을 다하는 修身의 가치를 지향합니다. 修身은 몸을 닦는 것이지만 경험의 폭과 깊이를 더한다는 죤듀이가 강조하는 경험의 성장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식의 반추와 확인을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생활 저변을 추스리는 과정이 바로 格物致知입니다. 格을 주희는 '이른다', '바로 잡는다'로 해석하지만 저는 옛날 문의 격자를 떠올리며 物 즉 세계를 이해하는 형이상학의 틀을 잡아가는 과정이라고 보고 싶습니다. 物(세계)은 어디까지나 나에게 이해된 세계일 수밖에 없기에 나의 경험을 올바르게 질서 지우고 보편적으로 확장시켜줄 수 있는 세계관을 지향할 수밖에 없습니다. 건전한 형이상학의 출현이야말로 앎을 보다 탄탄하고 힘있게 충동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앎 속에서 부끄럼 없는(誠意) 도덕적 자각이 생겨나고 자신과 남이 함께 할 수 있는 보편적인 마음(正心)이 설 수 있습니다.
『大學』의 꿈은 이제 우리에게 열려있습니다. 과거엔 『大學』의 이상이 통치자에 해당되었지만 이제는 올바른 리더십을 누구나 일깨울 수 있는 시대입니다. 생활의 지혜를 발견하는 여유가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