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티
임 보
- 문정희의 '치마'를 읽다가 -
그렇구나
여자들의 치마 속에 감춰진 대리석 기둥의 그 은밀한 신전,
남자들은 황홀한 밀교의 광신도들처럼 그 주변을 맴돌며
한 평생 참배의 기회를 엿본다.
여자들이 가꾸는 풍요한 갯벌의 궁전,
그 남성 금지구역에 함부로 들어갔다 붙들리면
옷이 다 벗겨진 채 무릎이 꿇려 천 번의 경배를 해야만 한다.
그러나, 그런 곤욕이 무슨 소용이리
때가 되면 목숨을 걸고 모천으로 기어오르는 연어들처럼
남자들도 그들이 태어났던 모천의 성지를 찾아
때가 되면 밤마다 깃발을 세우고 순교를 꿈꾼다.
그러나, 여자들이여,
상상해 보라 참배객이 끊긴,
닫힌 신전의 문은 얼마나 적막한가?
그 깊고도 오묘한 문을 여는 신비의 열쇠를
남자들이 지녔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보라 그 소중한 열쇠를 혹 잃어버릴까 봐
단단히 감싸고 있는 저 탱탱한 남자들의 팬티를!
△ 임 보(본명 姜洪基, 1940~전남 순천)
서울대 문리대 국문학과 졸업. 성균관대 문학박사.
충북대 국문과 교수 역임.
1962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시인 등단.
1974년 첫시집 <임보의 시들> 이후 2011년 <눈부신 귀향> 등
14권의 시집 및 많은 동인지와 시론집 펴냄.
필명 임보(林步)는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 랭보에서 따온 것이라 함.
첫댓글 치마와 팬티가 "장~군!" 그 리 고 "멍~군!" 하는군요!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