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이 올해 베를린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사마리아'라는 작품으로.
아직 국내에서 개봉을 안 했기에 관람을 못했다. 하지만 김기덕 감독이 만든 작품이라면 대충 어떤건지 짐작은 간다. 난 이 감독의 작품 중 유일하게 '나쁜남자'만 봤다. 영화 '섬'의 표지는 한없이 야하게 느껴졌고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은 극장에서 못 본것 같다. 지난 해 국내 영화제 작품상에 올라온 것 말고는.
언제였나? 아마 작년 가을쯤... 동생이 집에 없을때 밤늦게 섬섬한 마음을 추스릴길 없어 이 채널 저 채널 돌리다가 '나쁜 남자'를 봤다.
청순하게 생긴 여자 주인공은 남자친구 앞에서 왠 깡패같은 사람(조재현)한테 강제로 키스를 당한다. 어찌보면 이건 성추행이 되겠다. 여자는 그 남자의 빰을 때리고 경멸하는 듯한 표정으로 쏘아본다. 이후 그 남자는 그 여자의 뒤를 밟기 시작한다.
완벽해보이는 여대생은 사실 손버릇이 좀 나빴다. 서점의 잡지 일부분을 훔쳐 몰래 가방에 넣어 나가곤 했는데 자신의 뒤를 밟는 그 남자에게 딱 걸린 것이다. 어떻게 그리도 무력하게 사창가까지 끌려갈 수 있을까 싶은데 그 여자는 이 일로 사창가에 팔린다. 왜 자신이 이런 일을 당했는지 생각할 틈도 없이 낯선 남자들에게 돈을 받고 자신의 몸을 팔기 시작한다. 몇차례 도망쳐 봤지만 다시 이 남자(조재현)와 똘마니들에게 붙잡혀 끌려오기 일쑤다. 온 몸이 멍든채로.
그녀의 방에는 그녀가 모르는 비밀이 있다. 자신을 지켜보는 투명 유리창이 있지만 그녀는 그 유리를 통해 유리 너머를 볼 수 없다. 다만 유리 너머에 있는 그만이 그녀를 지켜볼 뿐이다.
그는 그녀가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 있는 것을 즐기고 있는 걸까? 이 바닥에서 양아치 정도의 힘을 가진 그는 다른 조직 양아치에게 당하고 만신창이가 된다. 이제 아무런 느낌없이 몸을 팔게 된 그녀. 그녀는 어느새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그를 사랑하게 됐다. 그리고 그 둘은 그곳을 떠난다.
우울한 조명, 우울한 주인공. 조재현의 양아치 연기는 일품이었다. 전직이 의심될 정도로... 흐흐... 그가 그녀를 자신의 세계로 끌어들여 망가트리면서 사랑을 확인하는 방법.. 아직 내 가치관으로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래 어쨌든 이해를 해봤다. 그런데 마지막 장면에서 난 두 주인공을 용서할 수 없었다.아니 그를 용서할 수 없었다. 바닷가를 떠돌며 그녀에겐 매춘을 시키고 그들은 그 돈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것이 아닌가. 무표정한 그과 그녀. 그들에게 희망이란 있는 걸까? 몸은 단순히 삶의 도구일뿐인지...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여성이면 대부분 한번 보면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영화다. 여성을 지극히 수동적이고 성적인 존재로만 몰락시키는 감독의 편향된 시선은 나에게도 대부분의 여성에게도 불쾌감을 준다. 이번에 베를린 영화제에서 김기덕 감독에게 상을 안겨준 작품 사마리아는 이런 감독의 성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원조교제를 하는 여자 아이와 이를 막는 아버지의 이야기라고 한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당연히 여러가지의 폭력이 이 영화를 뒤덮는다. 감독의 말로는 지금까지 영화에 비해 덜 폭력적이고 선정적이라고는 하지만.
김기덕 감독을 보면 난 홍상수 감독이 함께 생각난다. 아마 돼지가 우물에 빠진날, 강원도의 힘, 생활의 발견을 찍었을 거다. 김기덕 감독보다는 여성의 성에 덜 편향적이고 덜 폭력적이지만 주인공들의 공허한 눈빛은 김 감독의 주인공들과 닮아 있다.
명성교회에 다닐때 대학부 리더 언니가 한창때 홍상수 감독 작품을 무지 좋아했다고 했다. 하지만 신앙생활에 더 집중하면서 오히려 혐오하는 영화가 됐다고 했다. 난 사실 홍상수 감독 영화를 제대로 본적은 없지만....
예술작품만큼 다양한 가치관을 대변하는 것도 없지만 이 예술작품을 대하는 관객은 아무래도 편향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에게 영화는 세가지로 분류된다. 실컷 웃고 울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지만 영화관을 나오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영화, 영화를 보는 내내 머리가 아프고 고민을 하다가 영화관을 나오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영화, 영화를 보는 내내 머리가 아프고 가치관이 혼란스럽다가 영화관을 나올때 기분이 찝찝한 영화... 아마 김기덕 감독의 작품은 세번째에 해당되는 것 같다.
첫댓글나도 그랬다. 김기덕 감독의 작품이 또 하나 있다. 장동건 주연의 해안선 ... 난 그걸 보고 진짜 찜찜했다.. 영화 중간중간은 정말 계속 인상을 찡그리고 볼수밖에 없다. 화면 자체가 나를 찡그리게 하는 장면이며 스토리의 전개는 어찌 이리도 극단적으로 치닫는지.. 진짜 보고 나서 그렇게 찜찜한 영화는 첨이었다.. 윽
첫댓글 나도 그랬다. 김기덕 감독의 작품이 또 하나 있다. 장동건 주연의 해안선 ... 난 그걸 보고 진짜 찜찜했다.. 영화 중간중간은 정말 계속 인상을 찡그리고 볼수밖에 없다. 화면 자체가 나를 찡그리게 하는 장면이며 스토리의 전개는 어찌 이리도 극단적으로 치닫는지.. 진짜 보고 나서 그렇게 찜찜한 영화는 첨이었다.. 윽
난 김기덕 싫다...
아. 해안선도 있구나. 대부분의 여자들은 김기덕을 싫어할 것 같아. 으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