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에 신청했던 인천마라톤대회.
신청할 당시만 해도 풀코스를 한 번도 뛰어본 적이 없었다.
물론, 동아마라톤을 먼저 신청했었지만, 이 대회 몇 달 전에 인천마라톤을 신청했다.
인천(그렇게 멀리?)까지 가서 하프만 뛰고 오긴 아까워서 그냥 풀을 신청했었다. 겁도 없이.
힘들었지만 나름대로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모든 풀코스가 다 그럴 지도 모른다.
42.195km를 힘들게 뛰는데 강렬하게 남는 것이 없다면 무슨 매력으로 그렇게 도전하겠는가.
[기상]
6시 조금 덜 되어 일어났다.
화장실에서 큰 일을 보고, 늘 하던 대로 시원하게(사실은 따뜻하게) 샤워를 했다.
한 잔의 시원한 보리찻물을 마시고, 배양한 유산균에 잼을 넣어 맛있게 한 컵 먹었다.
김치와 김, 약간의 깡통 참치를 반찬으로 평소보다 두 숟가락 정도 많이 아침을 먹었다.
왜냐하면 4시간 넘게 걸리는 풀코스를 11시에 출발할 때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남았기 때문이다.
그리곤 8시나 9시쯤에 연양갱이나 간단한 간식도 먹을 계획이었다.
어젯밤에 준비해둔 옷과 짐을 챙기고 스피드칩이 묶인 신발을 신고 7시에 집을 나서 서울역으로 향다.
이후 30분마다 계속 한 모금씩 500cc pet 병에 준비해간 보릿찻물을 마셨다.
[인천국제공항으로]
지하철 서울역에서 내려 어렵지 않게 태화관광 버스를 찾았다.
출발시간보다 6분 정도 여유있게 버스에 탈 수 있었다.
예정 출발 시각이 7시 45분이지만 8시에 출발했다. 그 정도는 애교로 봐주자.
원래, 가는 동안 좀 자려고 했지만 설레임 때문인지 잠이 오지 않아 그냥 창밖을 봤다.
가는 동안, 배가 약간 거북하기도 했다. 밥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물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버스 안엔 젊은 연인이 손을 잡고 함께 잠든 모습도 있고, 어떤 두 명은 마라톤에 얘기를 계속 하기도 했다. 불편한 건 없었다.
영종대교를 지날 때 놀란 것이 있다. 썰물이라 그런지 온통(대부분이) 뻘이다. 오후에 돌아올 때는 바닷물로 가득차리라. 실제로 그랬다.
대회장 근처에서 차들이 좀 밀렸지만 시간적 여유가 많아 그조차도 여유롭게 즐겼다.
[출발 전]
대회장 임시주차장에서 버스에 내려 맨 먼저 조성삼님(여의도마라톤클럽의 아버님. 이하 아버님)께 전화드렸다. 사모님(인 듯함)께서 받으시는데 대회 나갔단다. 만나기로 했는데 전화기를 두고 오시다니??? 그 많은 사람 중에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런다 분들도 뵐 생각이 있었다. 런다에서 현수막 쳤다고 했으니 런다 현수막을 찾아야지. 가는 중에 수십 개의 간이화장실을 있는데 안에 화장지가 있는게 아닌가.
아침에 큰 일을 봤지만 약간 불안했던 배를 더 깨끗이 하기 위해 여유있게 일을 봤다.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이 눈물만이 아니라고?' 하지만 눈물은 흘려도 소변을 흘려서는 안 된다는게 내 생각이다. 나의 왼발 아래에 누군가(여러 명이겠지?) 흘려 놓은 액체가 그리 기분 좋지는 않았다. 소변은 소변통에 볼 것이지, 조준도 못하면서 큰 통 옆에 흘리다니...
주최측에서 준비한 천막이 늘어선 중에 '안산시마라톤클럽' 현수막이 먼저 보여 마침 아버님을 뵐 수 있었다. 인사를 드리고는 볼일을 보고 다시 오겠다고 했다.
런다 현수막을 어렵지 않게 찾았고, 푸른나루님께 인사를 했다. 다른 몇 분도 있었는데 일일이 기억이 안 난다. 앞으로 점점 기억하게 될 이가 많으리라 본다. 짐을 거기 둬도 된다는 말씀을 듣고는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다시 오겠다고 했다.
탈의실에서 얼굴, 목, 팔, 어깨 등에 자외선 차단제를 얇게 바르고 겨드랑이, 사타구니, 발가락 등에 바셀린을 발랐다. 마라톤복장으로는 지난주 일간스포츠대회 기념품으로 나온 르까프 상의와 이번 인천마라톤대회 기념품으로 나온 인따르시아 하의를 입었다. 그 위에 긴 체육복 상하의를 일단 더 껴입었다.
런다에 가방을 두고, 카메라만 꺼내 안산 현수막으로 갔다. 아버님으로부터 바나나를 받았고, 함께 기념 사진을 찍은 후에 바나나를 먹었다.
런다로 돌아와서는 나중에 끝나고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해서 일단 카메라는 집어 넣었다.
함께 몸풀지는 않는 것같아 홀로 몸풀러 나갔다. 간이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이게 출발 전 마지막 작은 일이 될 줄이야), 가볍게 주차장에서 달린 후 스트레칭을 했다.
10시 20분에 마지막으로 한 잔의 보릿차를 마시고 집결지로 갔다. 차한식님의 지휘로 모두들 몸풀고 있다. 여기서 또 몸풀었다. 이렇게 두 번이나 몸을 풀어서 나중에 지쳤던 것일까? 암튼 충분히 몸을 풀었다.
나름대로 미리 계획한 대로 5시간대 페이스메이커 곁에 있으면서 출발을 기다렸다. 며칠 전 세웠던 계획은 이렇다.
5시간대 페이스메이커와 함께 5km 정도 가볍게 간 후, 10km 지점까지 가면서 4시간 40분대 페이스메이커를 따라 잡고, 날씨와 컨디션에 따라 20km, 30km, 35km 혹은 40km 쯤부터 속도를 높여 4시간 30분 이내에 완주하는 걸 목표로 세웠다.
[출발]
5시간대 페이스메이커와 함께 출발선을 밟으며 스톱워치의 시작버튼을 눌렀다. 힘이 들지는 않았지만 5시간대 페이스메이커의 속력치곤 빠르게 느껴졌다. km당 7분 정도의 페이스로만 달리면 되는데 첨부터 너무 빠른 듯하다.
1km 근처 지점에서 아버님을 만났다. 어제 술을 많이 드셔서 차 안 타고 5시간 안에 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신다. 최고 기록은 4시간 10분대이신데...
페이스메이커를 버리고 아버님과 함께 5km 정도까지 가기로 맘을 바꿨다. 1km 가는데 6분 11초 밖에 안 걸렸다. 이건 5시간대는 고사하고, 4시간 40분대 보다도 빠른 4시간 20분대 페이스이다.
암튼, 아버님과 함께 천천히 얘기도 하면서 달렸다. 사람들이 계속 조금씩 추월해 간다. 뒤쪽에 오던 5시간대 페이스메이커도 우리를 앞서 가고, 그보다 더 뒤에서 오던 5시간대 페이스메이커도 우리를 앞서간다. 많은 출전자들이 우리를 앞서가지만 게의치 않는다. 아버님의 페이스는 일정하다. 아버님은 그 페이스로 거의 끝까지 가신단다.
나중에 출발했던 10km 참가자들도 우리를 앞질러 가고, 심지어 그보다 더 뒤에 출발했던 5km 참가자도 간간이 우리를 앞질러 갔다. 하지만 우린 얘기하면서 천천히 일정하게 갔다.
내심으로 너무 느린 건 아닌가, 이러다가 나중에 그만큼(늦어진 만큼) 보상받으려면 힘든 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었지만 일단 5km까지만이라도 아버님과 함께 가고 싶었다.
연도에 있던 자원봉사 학생들은 열광적인 화이팅을 외쳤다. 저러다간 목이 다 쉴 것 같았다. 자원봉사하는 학생들이 군데 군데 많았으며, 이후 어느 지점을 막론하고 열광적인 응원을 했다.
[5km]
아버님의 속력은 역시 정확했다. 우리가 느렸던 게 아니라 그들이 빨랐던 것이다.
급수대에서 처음으로 한 잔의 물을 마셨다. 이후 매 5km 마다 한 잔 이상씩의 물이나 음료(자원봉사자가 주는 대로)를 마셨다.
5km 근처에서 5시간대 페이스메이커들을 전부 추월했고(우리가 빨랐던 게 아니고 그들이 제속도를 찾은 것이다.), 5km를 조금 지나 맨 뒤쪽의 4시간 40분대 페이스메이커를 추월했다.
맨 뒤쪽 4시간 40분대 페이스메이커와 맨 앞쪽 5시간대 페이스메이커의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10km 지점쯤에서 4시간 40분대 페이스메이커를 따라잡을 계획이었는데 5km 지나면서 따라잡다니...
아무튼 5km 지점까지 걸린 시간은 31분 30초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빨랐다. 그냥 이대로 아버님과 함께 더 달려보기로 마음먹었다. 계속해서 아버님께서 많은 말씀을 해주셨다.
내가 이렇게 아버님과 같이 뛰게 되다니, 예전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아버님께서 몸이 안 좋은 상황이기에 가능했다.
[10km]
10km까지도 별로 힘들지 않았다. 걸린 시간은 1시간 3분 51초. 이대로만 가도 4시간 30분 이내에 완주할 수 있으리라.
12km 되지 않아 완만한 언덕이 하나 있는데 벌써 걷는 사람도 간혹 있다.
앞서 가던 어떤 청년이 길가에 있는 경찰에게 화이팅 좀 외쳐주란다(마치 나무라는 듯하다). 황당하다. 마라톤하는게 무슨 유세인 것쯤으로 착각하는 그도 몇 미터 못 가서 우리 뒤로 처졌다.
[15km]
15km까지 가는데 걸린 시간은 1시간 34분 6초. 5km 마다의 구간 속력 중 가장 빨랐다. 빨리 달렸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데 구간 측정 시간을 보니 그렇다.
아직도 아버님과 함께 달리고 있다. 아버님은 계속 이 속력으로 뛰실 테니까 끝까지 함께 달려도 되겠다. 하지만 나중에 체력을 봐서 질주할 생각이다.
마을 이름으로, 혹은 부녀회 이름으로 마라톤대회를 환영하는 플래카드들이 많이 붙어있다. 주민들로부터 이런 환영을 받기는 처음이다.
심지어 물을 컵에 따라 공급해 주시는 분들도 여럿 있다. 서너 시간을 그렇게 하셨을 걸 생각하면 감격스럽고 존경스럽다. 난 그분들의 물은 일절 받지 않았다.
지정된 급수대에서만 마시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들의 도움을 받는 분들에 대해 규칙을 어겼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그분들의 물을 받고 싶었지만 5km 마다 있는 급수대의 물만으로도 35km까지는 괜찮았기 때문이다.
[20km]
20km까지 가는데 2시간 6분 12초. 지금까지 계속 거의 일정한 속력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전혀 지치지 않았다. 바나나까지 먹었다.
근데 길이 좀 안 좋다. 약간 거칠고 좁은 시멘트길이다. 거기서부터 4시간 40분대 페이스메이커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다.
시멘트길을 지나 아스팔트길이다. 한낮(13시 30분쯤 됨)에, 고온에, 바람도 거의 없어 조금 힘이 든다. 10km 지날 때는 20km 쯤에서부터 속력을 낼까도 생각을 했지만 그러지 않기를 잘 했다. 반환점은 23km 쯤 지점이 된다.
[25km]
25km 통과 시간은 2시간 38분 40초. 여전히 일정한 속력. 갈증이 그렇게 심하진 않았지만 여기서부턴 음료(물과 이온음료를 가리지 않고 주는 대로) 섭취를 두 잔씩 했다. 한 잔씩 만으로는 부족할 것이 분명했다. 세 잔은 웬지 부담될 것 같았다.
이제는 남은 거리만 생각하면서 달린다. 그만큼 지쳐가고 있다. 27.5km를 지날 때도 아직 15km는 더 달려야 된다는 생각을 해야 해다. 그렇게 생각하면 더 힘들지만 그런 생각이 자연히 났다.
[30km]
멀고 먼 30km까지 왔다. 여기까지도 일정하게 잘 달렸다. 3시간 10분 40초. 4시간 30분 이내에 완주하는 건 안전할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1km마다 거리 표지가 있다. 31km를 지날 때 보니 1km 구간을 7분 넘게 걸린 듯하다. 32km를 지날 때 보니 여전히 1km 구간을 7분 넘게 걸린 듯하다.
나도 지쳤지만 아버님도 지쳤나 보다. 그래도 이대로만 갔으면 좋겠다. 하지만 아버님께서는 늦었다고 생각되었는지 속도를 높이신다. 벌써 질주하시려나? 난 지쳤는데...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아직 달릴 수 있으니까 함께 달리자. 군소리없이 달렸다. 설마 이 속력으로 끝까지 가시는 건 아니겠지.
여기서 앞서가던 4시간 40분대 페이스메이커들을 모두 추월하기까지 했다.
[35km]
30km에서부터 처음 2km 구간에 늦어졌던 시간을 나머지 3km에서 만회했기에 35km지점까지 걸린 시간은 3시간 43분 7초로 여전히 평균적으로 달린 셈이다.
하지만, 그 내달림에 난 지쳤다. 한 잔을 마시고, 아버님께서 뛰어 나가실 때 물 마시고 갈 테니까 먼저 가시라고 했다.
그리곤 한 잔의 이온음료를 받았다. 초코파이도 하나 받아 이온음료와 함께 먹으며 걸었다. 손이 조금 찐득했다. 스폰지라도 있음 시원하게 손을 닦을 텐데... 일단 바지에 비볐다.
동아마라톤 때는 15km 지점부터 물 마실 때마다 조금씩 걸었지만 이번에는 물 마실 때조차도 조금씩 뛰어 가면서 마셨다. 하지만 여기서 처음으로 걷게 되었다.
그리고, 음료와 초코파이를 다 먹고 나서도 좀 더 걷다가 가볍게 뛰기 시작했다. 4시간 30분 안에 들기는 조금 힘들 것도 같다.
걷는 것도 버릇일 텐데, 얼마 안 남겨두고 걷는거 버릇된 거 아닌가 모르겠다.
37.5km 지점에서 스폰지를 받았다. 이제껏 여러번 마라톤대회에 참가했지만 스폰지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리고, 거기서 두 잔의 물을 마셨다.
불과 2.5km 앞에서도 두 잔을 마셨는데 말이다. 지정되지 않은 급수대에서 물을 마셔야 한다는게 맘이 아프지만 어쩔 수 없었다. 살고 봐야지(너무 나약한가?).
그리곤 또 걷는다. 이런. 정말 나약하다. 나 말고도 많이 걷기는 하지만... 그러다가 다시 가볍게 달린다. 이제 40km 지점에서만 물을 마시면 되겠지. 그러나...
39km 지점에 경찰관 아저씨가 물을 준비해 두고 있다. 나약한 이내 몸이 손을 들자 재빨리 물통의 물을 컵에 따른다. 가득 따른 한 잔의 물을 마시고 종이컵을 박스에 던졌다. 보기 좋게 노우 고울. 주워 담으려 하니 놔두고 가란다. 하지만 앉기 힘든 몸이지만 다리를 굽히고 허리를 숙여 컵을 상자에 넣는다. 그 큰 상자에 바로 앞에서도 못 넣다니 지치긴 지쳤나 보다. 더불어 왼손에 있던 스폰지도 박스에 버린다.
얼마 안 남았으니 빨리 뛰어가라고 어깨를 쳐주는 경찰관 아저씨께 "힘들어 못 뛰어요."라는 애교를 떨며 또 걷는다. 걷다가 다시 40km 지점까지 쉬지 않고 달린다.
도대체 이 구간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초코파이와 5잔의 물(및 음료)을 먹었고, 두 번이나 한참을 걸었던 것이다.
[40km]
40km 통과 시간은 4시간 18분 13초. 이제 4시간 30분 이내에 들어가는 건 포기다.
물을 한 잔 마셨다. 노란 T를 입은 자원봉사 학생들. 몇 학년이냐고 물으니 고2란다. 얘들이 왜 그렇게 귀엽던지. 모두들 열심히 봉사했기에 모두 다 예뻐보였다.
사탕을 먹으라고 건네주는데 그냥 물만 한 잔 더 마셨다. 이제 얼마 안 남았다고 힘을 주지만 남은 2.195km가 처음에 뛰는 10km 보다 힘들고 멀게 느껴진다는 걸 그들이 알까?
또 얼마간 걷다가 가볍게 뛴다. 이제 끝까지 뛰자. 그러나 41km 근처에서 또 걷는다.
35km 이후로 그렇게 많이 걸었지만 4시간 40분대 페이스메이커는 뒤에 보이지도 않는다. 그들도 쉬엄쉬엄 오는 걸까?
[42.195km]
4시간 30분에는 못 들더라도 35분에는 들어야겠다. 1km 남짓 남은 지점에서 뛰기 시작한다. 언덕이 생각보다 길다. 하지만 언덕을 넘으니 골인지점까지 계속 내리막길이다. 이제 안 쉬고 끝까지 갈 수 있겠지?
속력을 더 높였다. 이러다 지쳐 골인지 앞에서 걸으면 정말 부끄러울 텐데... 그래도 열심히 달린다. 주변에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눈에 안 들어온다. 오직 앞만 보고 열심히 달린다.
골인지를 얼마 안 둔 상태에서 모두들 힘을 내서 달리겠지만 나의 빠름을 당할 수는 없다. 계속 추월한다.
갈수록 속력을 높인다. 힘차게 골인했다. 40km 이후에 두 번이나 걸었지만 마지막 1km는 5분~5분30초대로 뛰었고 그로 인해 2.195km를 8.6km/h의 속력으로 뛰었으니 그리 많이 늦어진 건 아니다.
막바지에 지쳐 천천히 계속 달리기 힘들 땐, 짧게 걷고 세게 뛰고를 반복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듯하다.
완주 시간은 4시간 33분 31초!
비록 목표한 시간에는 실패(날씨가 좋을 때 30분 안에 들 계획이었으니 꼭 실패인 것만은 아니다.)했지만 지난 동아마라톤대회보다는 20분 남짓 단축했다.
풀코스 개인 기록을 경신했다. 나름대로 만족한다.
[후기]
아직 할 얘기가 많지만 내용이 너무 길어져 이쯤에서 정리해야겠다.
처음 대회진행이 어설퍼 '게시판에 또 글 많이 올라오겠군! 다시는 인천대회에 안 온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연도에서 목이 터져라 응원하던 자원봉사자들, 스스로 연도에서 응원 및 물을 준비하고 봉사를 해주던 주민들, 교통정리만으로도 짜증나고 힘들텐데 열심히 응원하고 심지어 물까지 공급해 주던 경찰관들, 2.5km(일부 구간엔 1km)마다 설치된 거리 표지판, 주민들이 설치한 수많은 플래카드들의 감동은 눈물이 날 지경이다.
10km 코스나 5km 코스는 불만이 좀 많다. 자세한 건 인천마라톤 게시판에 가면 알 수 있다. 하프코스는 등록대회라 KBS 방송까지 했으니 그런 대로 괜찮았을 것이다.
풀코스 참가자들은 대부분 다음에 또 인천대회에 올 것이라 생각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인천대회엔 해마다 참가하고 싶다.
올해 문제점들은 겸허히 내년에 고쳐지리라 생각한다. 난 내년에도 인천시민의 따뜻함을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