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卍 오방내외안위제신진언(五方內外安慰諸神眞言) 卍 |
진언(眞言)이란, 불경의 원문(팔리어)을 번역하지 않고 그 음을 그대로 암송하는 것을 말하며, 거기에는 신적(神的)인 염력이 있어서 마치 마술사의 주문(呪文)처럼 초자연적인 현상을 발현시킬 수 있는 것임을 설명드렸습니다. 입으로 지은 죄업들을 씻을 수 있는 정구업진언 다음에 나오는 진언이 바로 오방내외안위제신진언(五方內外安慰諸神眞言) 입니다. 이 진언의 의미는 한자의 구성을 보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오방내외(五方內外)란 동서남북과 중앙, 그리고 안과 밖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온 우주의 공간을 가리키는 말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안위(安慰)란 안녕과 위로를 말함이며, 제신(諸神)은 여러 신(神), 많은 신을 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오방내외안위제신진언이란, 이 세상 온 우주의 공간에 존재하는 모든 신들을 위무하고, 그분들께 예와 감사하는 마음을 올리는 진언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제신(諸神)이라는 문구에서 우리는 불교의 한 측면을 살필 수도 있습니다. 불교는 부처님이라는 단일신, 유일신을 숭상하는 종교가 아니라, 이 세상 만물, 하물며 보잘 것 없는 돌조각 하나와 덧없는 한줄기 바람에 조차도 신적(神的)인 섭리와 놀라운 영적 질서가 포용되어 있다고 믿는 다신교 또는 범신론(凡神論)적인 종교라는 점입니다. 불교를 다신론이라고 말하는 것은, 불교가 부처님만 숭배하는 것이 아니라 삼라만상에 존재하는 모든 신들을 모시고 예배하기 때문이며, 불교를 범신론이라고 하는 것은, 세상의 모든 물질과 현상이 오직 하나의 요소, 즉 신(神)에게 포함되어 있다는 사상을 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바위도 신의 일부이며, 심산유곡에 함초로이 홀로 피어난 들꽃잎 한 장도 신적인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유일무이하며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신(神)을 신앙하는 것이 아니라, 범우주를 이끌고 가는 하나의 섭리와 이치를 따르고자 하는 것이 불교의 가르침인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잡초 한 포기, 하나 보잘 것 없는 짐승의 생명, 산줄기를 망망히 흘러넘는 구름 한 조각도 쉬이 여겨 보낼 수 없는 것입니다. 거기 모든 현상에 신적인 진리와 이치와 대우주의 섭리가 아름답게 새겨져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불가(佛家)에서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자연을 구성하는 모든 만물을 존중하며, 무릇 미물에까지도 자비와 포용을 가지라 설법하는 이유도 바로 이 점에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펼쳐진 신(神)의 구조와 요소들을 고루고루 찬미하고 그것에 감사드리며 송축하는 진언이 바로 안위제신진언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신들께 감사한다는 것은, 다른 말로 말해서, 세상을 이끌고 가는 모든 이치와 요소들에게 감사한다는 말과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더욱 쉽게 표현하면 자연 그 자체.. 물이면 물, 산이면 산, 하늘이면 하늘.... 사람이면 사람, 증오와 질투까지도..... 세상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긍정하며 널리 사랑하고 존중하며 이해하는 범우주적이고 포용적인 사고에서 우러나는 진정한 기도문이 바로 안위제신진언이다 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정구업진언, 수리수리마하수리수수리사바하를 천 번, 만 번 암송하는 것보다는, 이웃에게 친절하고 자비로운 말 한마디 하는 것이, 입으로 지은 죄업을 씻을 수 있는 더 좋은 방편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옴도로도로지미사바하"라고 오방내외안위제신진언을 천 번 만 번 암송하는 것보다는, 소외되고 버려진 보잘 것없는 한 이웃에게 도움을 베풀며, 물이든 바람이든 산이든 강이든 짐승이든, 아주 미세한 자연환경 하나를 존중하며 아끼며 보살피는 것이 더욱 진실되고 아름다운 오방내외안위제신진언이 되리라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각종 경전을 암송하고 그 뜻을 익히는 이유도, 바로 그 경전의 의미를 이해하고 그 가르침대로 살아가기 위함이 아니겠습니까? 부처님께 천배를 드리고 오방내외안위제신진언을 목이 닳도록 암송하고 산을 내려오면서 아무데나 용변을 보거나, 담배꽁초를 버리고, 침을 뱉거나, 꽃을 따거나..... ㅎㅎㅎ... 물고기 수 천 마리를 강에다 방생하고는, 회를 쳐서 소주 한 잔 먹으러 가는 사람들과 다를 바가 무엇이 있겠습니까? 이렇게 오방내외안위제신진언이란, 문자 그대로 풀자면, 우주 삼라만상에 존재하는 모든 신들께 감사하며, 안녕을 비는 진언이라고 할 것이며, 이것을 좀 더 관념적으로 표현하면, 세상을 운영해 가는 자연의 모든 섭리와 이치 또는 현상을 긍정하며 이해하고 그것에 감사하는 진언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긍정과 수용과 이해는 자비의 원초적인 시발이 되는 덕목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고는 대승불교적 요소를 이루는 사상의 근본이며 아울러 반야심경 사상의 핵심과 근간을 이루는 바, 반야심경 해설에서 또 다시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