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디(Brandy)라 함은 과일을 발효시켜 만든 발효주를 증류한 술을 총칭합니다. 포도 브랜디, 사과 브랜디, 체리 브랜디 등 그 종류도 다양하고 원칙적으로 지구상 어디에서든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 산지는 역시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권 구대륙입니다.
오늘날 브랜디라하면 거의 대부분 포도주(Wine)를 증류한 포도 브랜디를 지칭하는데 이는 포도가 자연 상태에서 술을 만들기에 가장 적합한 과실이기 때문이기도 하며 증류 시 가장 좋은 맛과 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포도주 즉 와인은 기원전부터 유럽에서 광범위하게 제조되어 온 바 자연스럽게 대부분 브랜디의 기주가 되어왔습니다.
브랜디의 기원
와인을 증류하는 증류법은위스키와 마찬가지로 십자군 전쟁을 통해 수도사들에 의해 아랍으로부터 프랑스로 전해지게 됩니다.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에서 최초의 위스키가 제조된 13세기 경에는 프랑스에서도 브랜디가 제조되기 시작한 것으로 믿어지고 있습니다. 기록된 최초의 브랜디 제조자는 14세기 스페인 태생으로 프랑스 아비뇽에 살던 Arnaud de Villeneuve로 의사이자 연금술사였습니다. 당시 연금술사들은 다른 물질로부터 금을 추출하는 방법의 연구에 몰두했는데 Arnaud도 마찬가지로 어느날 시험 중 우연히 증류한 와인에서 브랜디를 발명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노는 이 술을 빈 브를레(Vin Brule)라 이름짖고 불사의 영약이라고 판매하였는데, 이후 의사나 연금술사들에 의해 제조, 판매되어왔으며 초기에는 와인의 일종으로 취급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것이 15세기 프랑스 알사스 지방에서부터 널리 보급되기 시작했고 알사스 지방은 오늘날도 주요한 브랜디 산지의 하나입니다.
현재 브랜디가 누리는 명성은 전적으로 꼬냑에서 기인합니다. 꼬냑 지방은 프랑스 서남부 대서양과 면한 지방으로 유명한 와인 산지인 보르도의 남쪽에 위치합니다. 16~17세기 당시 재해권을장악하고 있던 네덜란드의 무역선들이 이 지방의 와인을 영국에 대량으로 수출했는데 배에 적재하는 부피를 줄이고 또한 재고 저장 부담을 줄이기 위해 와인을 증류한 것이 꼬냑이 탄생하게된 배경입니다. 꼬냑 한 병을 만드는데는 약 7kg의 와인이 필요합니다. 당시 네덜란드 상인들은 브랜디를 구운 와인이라는 뜻의 네덜란드어인 Brandewijin으로 불렀는데 이를 프랑스에서는 Brande Vin이라 하고 다시 영국으로 건너가 영어화 되면서 Brandy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프랑스에서는 포도 브랜디 뿐 아니라 모든 브랜디를 통칭하여 오드비(Eau-de-Vie)라 불르는데 이는 생명의 물이란 뜻으로 같은 뜻인 위시키의 어원이 된 겔릭어 우스게바(Usquebaugh)와 비교하면 재미있단 생각이듭니다.
브랜디 제조 방법
포도 브랜디를 기본으로 한다면 브랜디는 간단히 와인을 증류한 술이라고할 수 있겠습니다. 증류 방법은 위스키와 유사하여 단식 증류기(Port Still)에서 2~3회 증류하여 얻어진 높은 도수의 무색의 화이트 스피리트를 오크통속에서 여러해 숙성시키게 됩니다. 이 숙성과정을 거친 브랜디는 오크나무와의 화학 작용과 오크통을 통해 들어오는산소와의 접촉을 통해 향과 맛이 향상되고 개성을 띄게되며 아름다운 황금색으로 착색되게 됩니다. 또한 오크통 안의 브랜디가 계속 증발하며 알콜 도수가 낮아지고 거친 맛이 부드러워지는 것입니다. X.O.급 꼬냑을 제조하는 평균 30여년 이상 숙성시킨 브랜디의 통속에는 최초 담은 양의 약30%만이 남아있다고 하는데 증발한 나머지 양을 천사의 몫이라고 부른답니다. 낭만적이긴 하지만 아깝지요? 고급 꼬냑이 비싼건 당연할지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브랜디는 병입하기 몇달전에 블랜딩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숙성 연도가 다른 수많은 오크통 속의 브랜디를 적절히 섞고 다시 이에 증류수를 부어 알콜 도수 40~43도의 원하는 맛을 지닌 특정 브랜디를 완성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셀러 마스터들은 위스키의 마스터 블랜더들과 마찬가지로 고객들이 기대하는 자사 브랜드의 독특한 맛을 해마다 일정하게 유지하기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블랜딩된 제품은 다시 커다란 오크통 속에서 몇달간 재 숙성시켜 혼합한 원료들의 향이 잘 조화되도록 합니다. 메리지(Merriage) 과정이라하여 일부 고급 위스키도 같은 방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브랜디 제조방법을 대충 훌터 보았습니다만 생산지마다 상세한 방법은 차이가 나며 그 차이가 꼬냑, 알마냑 등 각 제품의 개성을 결정짖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개별 장에서 따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대표적 브랜디 종류
오늘날 양과 질 모든 면에서 프랑스가 전세계 브랜디를 대표하고 있습니다만 프랑스 브랜디 중에서도 특히 꼬냑, 알마냑, 칼바도스가 유명합니다. 아마 이 글을 읽고있는 여러분들도 브랜디란 말보다는 꼬냑이라는 말이 더 친숙하실 것입니다. 이는 특정 브랜디 명칭이기도하고 또한 산지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꼬냑(Cognac)은 프랑스 꼬냑 지방에서 생산된 포도 브랜디를 뜻하며 사용 가능한 포도 수종, 제조 방법, 숙성에 사용하는 오크통의 종류, 숙성 연한 및 등급, 꼬냑 지방 내 산지 구별과 명칭 사용 등 모든 과정이 엄격하게 법으로 규제되고 있습니다. 이 모든 법률을 지켜 생산되는 제품만이 꼬냑이라고 불리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알마냑(Armagnac)도 알마냑 지방에서 생산되는 포도 브랜디를 지칭하는 것으로 제조 전 과정이 법으로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칼바도스(Calvados)로 포도 브랜디가 아니라사과 브랜디입니다. 프랑스 북부 영국과 사이의 도버 해협 건너 노르망디 지방의 특산품인 사과를 이용하여 만든 의심할 나위없이 세계 최고 수준의 사과 브랜디입니다. 물론 꼬냑이나 알마냑과 마찬가지로 전 제조 공정이 법률로 규정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