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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생활에 지친 당신에게 필요한 '치유의 숲' 3곳
얼마 전 산림청은 산림치유 효과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숲이 가지는 치유효과는 놀라웠습니다. 특히 스트레스, 우울증, 고혈압, 아토피와 같은 피부염, 주의력 결핍 등 질환 해소에 탁월했다고 합니다.
인제대 서울백병원과 국립산림과학원의 공동연구에서 우울증 환자에게 4주간 산림치유를 실시했더니 상태가 크게 호전됐다고 합니다.
또 산림청이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했더니 혈압이 9.6㎜Hg(수축기)~4.5㎜Hg(확장기) 낮아졌고, 소아아토피 환자도 진단 척도가 평균 7점이나 떨어졌습니다.
스트레스 호르몬과 심장박동, 혈압은 낮아지고 면역세포는 증강되는 등 건강 회복에 숲이 대단한 효력이 있었던 것입니다.
숲이 이렇게 힐링의 대표 주자로 떠오른 것은 숲이 가진 다양한 치유 인자 덕분입니다. 숲은 피톤치드 음이온 산소 경관 소리 햇빛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돼 심신에 평안함과 쾌적감을 준다고 합니다.
가령 숲에 풍부한 피톤치드의 주성분은 테르펜이라는 유기화합물인데 들이마시면 심신에 상쾌함을 주고 피로회복을 촉진시킵니다. 뇌파의 알파파를 증가시켜 마음을 안정시키는 음이온은 물론 신진대사와 뇌 활동을 촉진하는 산소도 숲에는 풍성합니다.
산소의 경우 농도가 도시 공기 중에는 20.9%이나, 산림에는 이보다 1~2% 더 많다고 합니다. 그만큼 숲은 맑고 깨끗한 것이죠.
또 아름다운 숲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심신의 안정에 효과를 주는데 특히 녹시율(綠視率)이 높을수록 정서적 안정감이 증가한다고 합니다. 이와 함께 바람소리 나뭇잎소리 계곡물소리 등 소리가 쾌적감과 평안감을 주고, 나뭇잎으로 필터링된 간접 햇빛은 비타민D 합성에 기여하고 세로토닌을 잘 분비시켜 활력과 생기를 준다고 합니다.
이처럼 숲의 치유 효과가 크자 산림청은 2017년까지 5000여억 원을 투입해 산림치유 수혜자 100만 명을 목표로 하는 '산림치유활성화 추진계획'을 본격 추진한다고 지난달 발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산과 숲은 전국 지천에 널렸다. 어느 산을 가든 숲의 향취는 느낄 수 있다. 그 중 산림이 잘 조성된 곳으로 경남 양산 대운산, 전남 장성·담양이 유명하다. 부산 근교의 대운산 자연휴양림과 부산에서는 멀지만 전국적으로 유명한 장성·담양의 숲길로 여름휴가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
1. 양산 대운산 자연휴양림
부산에서 쉽게 쉽게 갈 수 있는 자연휴양림으로는 단연 양산 웅상의 대운산이 꼽힌다. 양산시가 대운산 240ha 규모에 조성한 자연휴양림에는 펜션시설(숲 속의 집) 11개 동이 있고, 캠핑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10~13㎡ 규모의 야영데크가 30개나 된다. 숲 속에서 산책을 즐기면서 펜션이나 야영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대운산 자연휴양림 산책길은 야영장을 중심으로 목재데크로 깔끔하게 정비돼 있다. 산책길 주요 코스는 1시간이면 천천히 둘러볼 수 있다. 때죽나무 느티나무 대나무 등 갖가지 나무를 체험할 수 있다.
초입에는 대나무숲이 조성돼 있다. 대나무는 보통의 나무보다 산소 배출량이 4배나 많다고 한다. 그래서 대숲에 있으면 더 상쾌하고 시원함을 느낀다.
여름 피서지로 대숲만 한 것이 없다는 게 제미경 숲해설사의 설명이다. 대숲을 지나면 토끼 사육장과 연못이 나온다. 풀 먹는 토끼와 연못 안팎에 살고 있는 식물을 구경한 뒤 목재데크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 우거진 숲이 펼쳐진다. 때죽나무 줄기에 자리 잡은 벌레집 등 신기한 생태 체험이 이어진다.
계곡도 있어 산새 소리와 계곡 물소리가 어우러진다. 숲 속 곳곳에 텐트를 치고 망중한을 즐기는 야영객이 눈에 띈다.
이렇게 숲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코스를 산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연휴양림은 3~9월 매일 하루 3차례 숲해설 프로그램 '신나는 숲속 놀이터'를 운영한다.
숲의 나무 등 다양한 생태의 원리에 대해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자녀교육용으로 적당하다. 3일 전 신청해야 하며 날씨에 따라 일정이 변경될 수 있으니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필수다.
비교적 작은 규모의 산책길이 성에 차지(?) 않는다면 등산에 나서도 좋다. 안내소 앞에서 갈림길이 나오는데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대운산 정상으로 가는 등산길 코스가 펼쳐진다.
안내소에서 출발해 회의시설인 산림문화휴양관을 거쳐 아스팔트로 된 길을 10여 분 정도 올라가면 등산로가 나온다. 정상까지는 3.3㎞. 왕복으로 3~4시간 정도면 충분한 거리다.
예약 등 문의는
인터넷 홈페이지(dwhuyang.yangsan.go.kr)나 양산시청 산림공원과 전화(055-392-2894~5)로 하면 된다.
2. 피톤치드의 왕국 '장성 축령산 편백나무숲'
장성에는 산림치유센터로 운영되는 장성 축령산 자연휴양림이 있다. 산림청은 경기도 양평, 전라남도 장성, 강원도 횡성 등 3곳의 자연휴양림에 산림치유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장성은 이들 중 하나다.
축령산 자연휴양림은 편백나무숲으로 유명하다. 편백나무숲이 탄생하게 된 계기도 드라마틱하다.
'조림(造林)의 왕' 고 임종국 선생의 개인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이 울창한 숲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1956년부터 20년간 사비를 털어 250만 여 그루의 편백·측백·삼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푸른 산야를 가꾸어보겠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말이다. 극심한 가뭄으로 조림된 나무들이 죽어갈 때 온 가족을 동원해 물지게를 날랐을 정도로 숲 가꾸기에 열정적이었다. 그의 이 같은 노력은 전국적으로 산림녹화운동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이 숲은 2002년 서부지방산림청이 인수해 공공적으로 관리 운영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축령산 자연휴양림 내에는 고 임종국 선생을 기리고자 그가 수목장된 자리에 기념비가 설치돼 있다.
자연휴양림 입구에서 20여 분쯤 걸어가면 '장성 치유의 숲 산소숲길'이라는 안내판이 나온다. 산소숲길은1.9㎞ 정도 길이의 짧은 둘레길로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약용식물 등 다양한 식물군과 편백숲을 조림한 고 임종국 선생이 안장된 나무를 지나는 코스다.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1.5㎞ 정도 올라가면 치유필드와 명상센터가 나온다. 축령산 자연휴양림이 운영하는 '숲체험학교'에 신청하면 숲을 더욱 즐길 수 있다.
숲해설사로부터 듣는 나무 설명, 야간 숲속 탐사 등 생태 프로그램을 통해 숲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다.
편백나무숲에서 많이 발산된다는 피톤치드는 햇빛 쨍쨍한 날보다 흐리고 습기가 많은 날 더 많이 배출된다고 한다.
신청은 축령산 자연휴양림 홈페이지(www.chukryong.net)나 현장에서 할 수 있다. 문의 (031)592-0682
3. 숲의 도시 '담양 대나무숲'
장성 인근에는 유명한 '숲의 도시' 담양이 있다. 담양은 죽림욕장인 죽녹원, 관방제림, 메타세쿼이아길 등 숲길이 잘 정비된 곳으로 유명하다. 최근 4대강 사업으로 메타세쿼이아길에도 자전거도로가 조성돼 있어 걷기뿐 아니라 자전거를 타고 둘러보기에도 좋다.
'대숲으로 간다/대숲으로 간다/한사코 성근 대숲으로 간다/자욱한 밤안개에 벌레소리 젖어 흐르고/벌레소리에 푸른 달빛이 배어 흐르고/대숲은 좋더라/성글어 좋더라/한사코 서러워 대숲은 좋더라/꽃가루 날리듯 흥근히 드는 달빛에/기적 없이 서서 나도 대같이 살거나'.
죽녹원 초입에 붙여진 신석정의 시 '대숲에 서서'를 음미하고 대숲으로 향했다. 얇고 긴 푸른 대나무 사이로 바람이 살랑거렸다. 검은 대나무도 종종 보인다.
검은 색을 띤다 해서 '까마귀 오'를 붙여 오죽(烏竹)이라고 부른다. 줄기의 색이 처음에는 녹색이지만 가을 무렵부터 멜라닌 색소가 증가해 검정으로 변한다고 한다.
운수대통 길, 사랑이 변치않는 길, 철학자의 길 등 8개의 주제 길을 걷다 보면 죽향체험마을로 이어진다. 명옥헌원림 식영정 면앙정 등 국가명승지 또는 도 기념물이 이어진다.
관방제림은 죽녹원 인근에 위치한 숲길이다. 느티나무 팽나무 음나무 등 여러 활엽수들로 이뤄진 길. 조선 인조 26년(1648년) 당시 부사 성이성이 수해를 막기 위해 제방으로 만든 길로 그 역사가 오래됐다.
최고 수령이 300년이 넘는 나무가 있을 정도이며 보호수가 177그루 있는 천연기념물 제366호다. 관방제림은 이처럼 하천을 따라 난 둑길을 활엽수림과 함께 걷게 만든다.
메타세쿼이아길은 1970년대 가로수길 조성사업으로 들어섰다. 지금은 10~20m가 넘는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8.5㎞ 구간에 거대한 가로수 숲길을 만들고 있다. 메타세쿼이아길은 사시사철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사람들을 품는다.
봄과 여름에는 푸르른 신록을 자랑하고, 가을에는 불그스름한 낙엽의 정취를, 겨울에는 눈으로 뒤덮인 순백의 세상을 펼친다.
그래서 담양은 한 번만 가는 게 아니라 계절이 바뀔 때마다 사람들이 찾는 명소인 것이다. 흙길을 밟으며 기나긴 메타세쿼이아 숲길을 걸어도 되고, 메타세쿼이아길 옆의 국도를 타고 드라이브를 즐겨도 좋다.
가는 길
-부산에서 담양이나 장성을 가려면 직행버스가 없어 조금 돌아가야 한다. 부산서부시외버스터미널을 출발해 광주로 가서 담양이나 장성행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광주에서 담양이나 장성으로 가는 버스는 10~20분마다 한 번씩 있으며 30~40여 분이 소요된다.
-광주에서 담양으로 가는 버스는 오전 5시50분부터 밤 10시45분까지, 광주에서 장성으로 가는 버스는 오전 6시15분~밤 11시 운행된다.
-광주~담양·장성 운행정보는 시외버스 예매사이트(www.bustago.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부산~광주 노선은 부산서부시외버스터미널(www.busantr.com)에서 운행정보를 알 수 있다.
자동차로 갈 경우
남해고속도로를 타다 순천에서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광주 방향으로 가서 담양 또는 장성IC로 빠지면 된다. 통행료는 1만1000~1만3000원대.
양산 웅상의 대운산은 부산에서 울산 가는 7번 국도를 따라 가도 되고, 기장 쪽에서 들어와도 된다. 부산 도심에서 40분가량이면 금방 도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