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불을 스치는 가을 바람에 제법 냉기가 묻어난다. 어스름 짙어가는 퇴근길, 무더운 여름 잊고 지내던 음식들이 그리워진다. 참나무 향 머금은 돼지 훈제구이와 소주 한잔, 초고추장에 쿡 찍어 먹는 탱탱한 회 한점이 발길을 잡는다. <편집자 주>
둔산동 구이엔(대표 이금희)은 직장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 곳은 돼지고기 전문점이라고 하기에는 돼지 특유의 비린 냄새를 찾을 수 없다. 대신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참나무 장작가마에서 구운 훈제향, 그리고 3남매가 손님을 맞는다.
첫째인 금희씨와 셋째, 그리고 막내까지 가족들이 운영하는 식당인만큼 친척집에 놀러간 듯 살뜰하게 챙겨주는 정겨움이 느껴진다.
구이엔에 가면 참나무 향 가득한 특유의 고기 맛도 일품이지만 등갈비, 허브갈비, 주먹고기 등 골라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훈제를 하는 덕분에 돼지고기지만 소고기 같은 붉은색을 띠고 있어 더욱 먹음직스럽다.
이 집은 메인 요리 뿐 아니라 토속적인 냄새가 풍기는 반찬들이 손님들에게 더욱 인기다.
이금희 대표의 부모님이 계신 경남 진주에서 반찬들을 공수(?)해 오기 때문.
어머님이 직접 담근 깻잎김치와 묵은지에 고기를 싸먹으면 느끼함이 사라진다. 덕분에 평소에 먹는 고기량보다 두배는 거뜬하다. 고춧잎, 콩잎, 고구마줄기볶음 등 토속적인 반찬들이 입맛을 사로잡는다.
후식메뉴 역시 다양하다. 열무국수를 비롯한 이 대표가 직접 고안한 ‘추억의 벤또’는 어린시절 양철 도시락에 소시지와 멸치볶음, 볶은 김치 등을 흔들어 나눠먹던 추억의 맛을 자극한다.
번잡한 고기가 싫다면 쌈밥정식(6000원)과 우거지 해장국(5000원), 촌돼지 김치찌개(5000원), 가정식백반(4000원) 등 식사도 간단하게 즐길 수 있다.
가격도 저렴해 훈제목살은 1인분에 7000원, 오겹살(7000원), 허브소금 등갈비(8000원), 매운소스 등갈비(8000원), 특수부위 모듬(1만5000원) 등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대전에서 돼지고기는 우리집이 가장 맛있다”고 자부하는 구이엔의 맛깔스런 음식들이 자꾸만 생각난다.
☎ 042-484-59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