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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하는 아들이 정신지체랍니다.
글쓴이: 천지민맘 번호 : 2 조회수 : 172 2006.07.25 00:10
안녕하세요... 무슨 말부터 해야할까 먼저 고민입니다... 해야될 말이 너무나 많아서 어디서 부터 얘기를 정리해서 할까요... 모든 것을 빠짐 없이 얘기 할려고 합니다. 저는 친엄마가 아닙니다.. 애아빠랑 재혼을 했습니다.. 올 2월부터 같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둘째에 대해서 얘기 할려고 합니다.. 둘째가 이름이 김지민 입니다.. 6월달 말에 소아정신과 병원에서 테스트한 결과 지능지수가 52라는 정신지체라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지민에 대해서 애아빠한테 처음 얘기를 듣고 애를 만나보고 했을 때는 나라면 할수 있다는 자신감에 애에 대해서 열정적으로 가르쳤습니다... 처음 얘기는 학습이 안된다는 거였습니다... 4살때부터 유치원, 어린이집, 학원, 학습지.... 해볼꺼는 다해봤다는 얘기 였습니다... 애엄마가 4살때부터 애가 유별나서 집에서 못하겠다고 종일반으로 보냈다고 하더라구요.. 못하니까 큰소리나게 되고 폭력적으로 변해서 애들을 많이 때리고 관심은 안쏟게 된거죠.. 애엄마의 폭력정도는 아주 심했다고 합니다...물론 애아빠도 많이 때리구요.. 처음 지민이를 보고 몇일씩 지날수록 문제점이 눈에 보이더라구요.. 애가 공부에 대해서 공포수준이라는 겁니다.. 공부하자고 책을 펴고 책상에 앉으면 집중은 커녕 공책을 집어 던지고 찢으려고 하고 때리고 폭력적으로 변하더라구요...일반 기본 생활예절이나 생활습관은 잘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조금만 틀리게 행동하고 상식을 벗어나면 바로 손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애에 대해서 판단하길 애가 애정결핍과 심리적혼란, 불안, 못하면 맞는다는 거에 대한 공포.. 모든 면에서 지민이에게 안좋은 가정환경에 처해서 자기방어 수단으로 애기짓을 심하게 하고 울고 때쓰고 폭력적으로 변했구나 했습니다.. 공부보다는 마음이 안정이 될때까지 기다리고 아픈상처 보듬어주고 다독여주고 약발라주고 상처 치료하고 난 다음에 스스로 받아들일때 공부를 시작해야지 했습니다... 학교에 입학하고 담임선생님과 상담하고 지민이에 대해서 모든 것을 얘기하고 선생님께 도움을 청하였습니다.. 담임선생님도 교육에 열정을 가지신 분이라서 적극적으로 지민이에 대해서 열심히 하셨습니다... 한달이 지나고 두달이 지나고 석달이 지나도 지민이가 개선이 되는 것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애가 우울해하거나 말을 못한다거나 그런것도 없었습니다.. 많이 맞아서 그렇다면 우울하고 말을 안하고 사람을 기피하고 그럴텐데 그런 부분은 거진 없다고 봐야 했습니다.. 외관상으로도 잘 생기고 밝고 명랑하고... 근데 학습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전혀 발전이 없는 거였습니다.. 계속 반복하고 반복하고 몇달이 지나도 바뀌어지는 부분이 없었습니다.. 석달이 지난후 선생님과 상담을 했습니다... 다른게 문제가 아니고 지능에 문제가 있는거 같다구요.. 심리적인 요인이라면 가정환경이 바뀌어서 좋아 져야 되는데 아니라구요.. 애가 밝고 명랑하고 엄마른 좋아 하니까 조금이라도 발전하는게 눈에 보여야 되는데 아니라구요.. 저도 애를 가르치면서 예를 들어서 '가'를 가르쳤는데 몇초도 안되서 모르는 겁니다... 몇날 몇일을 반복하고 몇달을 반복했는데도 결과는 마찬가지 였습니다... 그래서 특수반 선생님께 부탁해서 테스트를 해보았습니다... 테스트 결과 지능이 60정도로 나왔습니다.. 선생님께서 정확하게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 보라고 하시더군요.. 애아빠랑 상의하고 일산에 있는 소아정신과 병원을 찾아서 테스트를 해보았습니다.. 결과가 IQ는 52 ( 언어성 IQ: 62, 동작성 IQ:52)으로 '가벼운 정도의 정신지체 수준'에 해당된다 그리고 외부작극에 주의분산이 잘되고 부주의하며, 반응 억제에 어려움이 있어 생각하기 전에 행동하는 등 인지적, 행동적으로 충동적임, 정확한 반응이 요구될 때 운동반응 속도 및 정보처리 속도가 느리고, 과제를 수행할 때 주의집중의 기복이 심하여 반응의 일관성이 없어 주의력의 유동성이 심하므로 주의집중력의 문제가 심함. 주의력 결핍/ 과잉 운동장애(ADHD)가 시사됨. 신경학적 문제의 가능성이 시사됨 이라고 나왔습니다... 경계성 지능으로 끌어 올릴수 있으니까 놀이치료, 학습치료를 하고 약을 먹어야 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지금 놀이치료를 하면서 약을 먹고 있습니다... 틈틈이 공부도 하구요.. 전처럼 공포심을 갖거나 그런거는 없어 졌습니다.. 단지 하기 싫어 하고 고집이 세어지고 맘데로 할려고 하죠.. 잠도 잘자고 발고 명랑하고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열심히 생각해서 말하구요.. 벌써 1학년 1학기가 끝났습니다... 그동안 학습에 대해서는 발전된게 없다는 얘깁니다... 저 나름데로 다른거 다 무시하고 할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서 가나다라부터 시작을 했습니다... A4지 한장에 한자씩 커다랗게 프린터 한뒤 코팅을 해서 우선 눈으로 익히자는 방법을 썼습니다... 그방법도 처음에 어느 정도는 되는거 같았지만 아니더라구요... 스스로도 할려고 열심히 하는데 못외우는 겁니다... 한날은 하다하다 안되니까 으~앙하고 울어 버리더군요... 안아주면서 다독여 주었습니다... 지민이가 하는 말이 '엄마 나는 왜 공부 못해?' , '나도 잘 하고 싶은데 모르겠어...' '기억이 안나..' 너무나 불쌍해서 안고 같이 울었습니다... 스스로도 할려고 하는데 안되는 겁니다... 처음에는 너무 힘들어서 포기 할려고도 많이 마음을 먹었습니다... 하지만 자기 친엄마는 찾지 않고 저를 엄마.. 엄마하고 너무나 이쁘게 따르는데 정이 안갈수가 있겠습니까... 전에 엄마는 못된 엄마라서 싫다고... 이럴꺼면 놓지를 말지 라는 말을 지민이가 자기 입으로 합니다... 지금도 많이 힘들 때가 있습니다... 기본 식사 예절도 안되어 있으니까요... 하나하나 가르치고 있습니다... 내속은 아예 없다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마음을 다잡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학습에 대해서 아예 안되니까 애아빠도 저도 담임선생님도 다들 지쳐 가더군요... 그래도 이것저것 찾아보고 같은 자식을 둔 부모들도 있을텐데... 방법이 있을텐데 하고 여기 저기 찾아 보았습니다... 그러다 오늘 지금에 카페를 찾게 되었습니다... 카페에 선생님이 쓰신 글을 읽고 감동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 우리 지민이도 될수 있다 라는 한줄기 희망이 마음속으로 들어왔습니다... 우리 지민이 사랑하는 아들... 하느님이 저에게 주신 아들입니다... 배아파서 낳은 자식은 아니지만 더 잘 키우고 싶습니다... 남부럽지 않게 키우고 싶습니다... 어디 나가서 자랑스런 아들로 키우고 싶습니다... 방법을 알았으면 실천을 해야지요... 김영생선생님과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너무나 친절하시고 방법을 친절하게 가르쳐 주시더군요... 앞으로 하나하나 해 나갈려고 합니다... 선생님께서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실려고 하셨습니다... 하루하루 지나고 몇달이 지나고 시간이 흘러서 지수가 저 높이 발전되고 큰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지금 글을 쓰면서 자료를 프린터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도 직접 뵙고 싶습니다... 애아빠 마음에 상처.. 따뜻한 말한마디라도 엄청나게 도움이 될껍니다... 자식 사랑하는 부모마음 다들 같다고 생각합니다... 애아빠 아들 사랑하는 마음 너무나 이쁩니다... 애아빠도 애들도 하루하루 변하는 모습을 보면 힘들어도 행복합니다... 애아빠 지민이 때문에 흘리는 눈물이 눈에서 흐르는 눈물만 있겠습니까... 매일 같이 마음으로 얼마나 눈물을 흘리겠습니까... 불쌍한 남편... 가엾은 우리 애들 잘 키우고 싶습니다... 다시 시작해야지요.. 지민이한테 다시 시작할려고 합니다... 선생님 할수 있다는 된다는... 선생님 한마디에 이렇게 힘이나고 세상을 다가진거 갔습니다.. 이제 애들 방학이니까 시간이 되신다면 찾아 뵙고 싶습니다... 친엄마는 아니지만 인연이 되어서 가족이 되었습니다... 끝으로 지민이 좋아하는 동화책 스스로 읽고 자기 마음 담아서 편지 써서 보여 줄때까지 그 시간이 빨리 다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지민이 250일후...
뜨거운 이별 (소영맘)
여기는 심장센터 중환자실입니다. 막 심장수술을 끝낸 할머니, 아저씨, 누나 동생들이 꼼짝도 않고 누워 있습니다. 간호사님들은 인공호흡기와 심전도기를 통해 환자들의 심장 박동수와 중심 정맥압의 수치, 호흡상태를 기록하느라 무척 바쁘십니다. 의사 선생님은 또영이의 호흡기 수치를 보시더니 “안 되겠는 걸” 하시며 간호사님을 부르셨습니다. “방실 간호사, 여기 수술방에 있는 인공호흡기 좀 갖다 줘요. 자가호흡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으니 일단 ‘인호’로 바꿔 바요” 인호는 10년전 미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인공호흡기’를 줄여서 부르는 이름이자 방실 간호사님이 방글방실 웃으며 지어준 애칭이기도 합니다. 이 병원에서 인호의 위력은 대단합니다. ‘뇌사상태’에 빠져든 환자들도 때로는 인호의 힘으로 다시 살아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간호사님들은 인호를 ‘구원의 기계’라고도 하지만, 사실은 그저 단순한 기계만은 아니거든요. 인호의 가장 큰 힘은 맑은 영을 가진 사람들과 은밀히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인호가 이 병원에 온 이후 지금까지 줄곧 죽음 직전의 환자들과 숨결을 나누다 보니 어느덧 인호의 가슴에도 맑은 영혼이 스며들어 온 것이죠. 그 영혼이 맑으면 맑을수록 진정한 대화는 가능하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인호와 진실한 대화를 나눌 상대가 차츰 사라져간다는 것입니다. 인호는 입속 가득히 산소를 가지고 또영이의 가슴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안녕?또영! 다시 만나서 반갑다. 수술방에서는 미처 인사할 시간도 없었지? 내 이름은 인호야. 내가 한국에 온 지 10년 하고도 8개월이니까 나는 네 오빠뻘이다. 나를 오빠라고 부르렴?” 또영이는 아무 대답이 없습니다. “또영아,또영아! 네 심장은 어떻게 아프니?” “......” “또영아, 난 너를 도와주고 싶어서 그래, 말 좀 해봐 응?” “......” 반응이 없던 또영이는 샐쭉해진 표정으로 짧게 대꾸했습니다. “응, 내 심장에는 큰 구멍이 세 개나 뚫어지고 폐동맥 고혈압도 있대.” “어쩌다 그리 됐냐? 넌 몇 년 살지도 않은 아기인데?” “글쎄, 나도 모르지. 우리 엄나는 나를 밴 열 달 내내 운동을 하셨대. 어떤 때는 뱃속의 나를 흔들어 준 것이 기분 좋았지만, 어떤 때는 무척 어지러워서 혼난 적도 있었어. 그 때 큰 구멍이 하나쯤 뚫렸을걸?” 또영이는 아주 자연스럽게 말했습니다. “그럼 또 하나의 구멍은 언제 뚫린 거래?” “우리 엄나는 우리 오빠를 뱃속에 데리고 있을 때는 ,커피 한잔 안 마셨다는데, 나를 둘째 아이라고 몸가짐을 별로 조심하지 않았대, 어떤 때는 맥주도 마시고, 개고기도 먹고, 심지어는 담배까지 피웠대. 그 때 또 하나의 구멍이 뻥 뚫렸는지 모르지.” “그럼 나머지 구멍 하나는?” “아이, 몰라! 내가 의사야? 왜 자꾸 나한테 물어?” “또영아, 난 너와 진정한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그래. 그리고 너하고 친하고도 싶고. 난 오랫동안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없어서 무척 외로웠거든...” 또영이는 마지못해 인호의 물음에 대답합니다. “우리 엄마가 그러시는데 우리 외고조 할아버지가 심장병으로 돌아가셨고, 우리 외할머니도 심장이 안 좋대. 그래서 우리 엄마도 갑자기 빵 봉지 터지는 소리만 나도 깜짝 놀라신대. 그영향을 내가 받았는지도 모르지. 휴우~!” 또영이는 연거푸 말하기가 힘들었는지 긴 한숨을 내쉽니다. 그럴 때면 ‘호흡기 수치’의 작동이 급격히 비정상 곡선을 그려냅니다. “인호 오빠! 나 힘들어, 좀 쉬고 싶어.” 인호는 아픈 또영이를 너무 귀찮게 한 것 같아, 또영이의 가슴에 거세게 공기를 불어넣어 줍니다. “그래,그래, 알았어. 내가 입김을 불어넣어 줬으니 곧 괜찮을 거야.” 인호는 잠시 쉬었다가 또영이에게 거듭 질문을 합니다. “또영아, 미안한테 딱 한가지만 더 물어볼게. 어른들은 살면서 나쁜 공기를 많이 마시니까 혈압이 높을 수도 있지만, 너는 아직 아긴데 혈압이 높냐?” “어유 참! 오빠, 혹시 어떻게 된 거 아냐? 의사도 잘 모르는데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짜증나게...” “또영아, 화내지 마. 난 맑은 영을 가진 네가 정말 좋아서 그래, 미안해!” 또영이는 자기를 좋아한다는 말에 금세 기운이 되살아나 대답해 줍니다. “그야 요즘은 공기도 안 좋고, 먹는 음식에도 농약을 잔뜩 바르고 하니까 그렇겠지! 특히 우리 엄마는 깨끗이 씻지도 않은 포도를 아주 많이 먹었대. 게다가 나를 배고 있는 시간이 심심하다고 임신한 김에 여기저기 차를 타고 다니셨다나.... 뱃속에서 자주 흔들린 탓인지 여하튼, 난 여기 이렇게 누워서 꼼짝도못하고 있는 게 차라리 좋아.” 인호는 또영이가 엄마를 원망하고 있다고 느꼇습니다. 그렇다고 함부로 물어볼 수도 없어서 망성이다가 말문을 엽니다. “또영아, 그럼 너, 지금 눈도 안 뜨고 꼼짝 않고 누워 있는게 일부러 그러는 거네?” “그건 절대 아냐! 가래가 너무 고여 숨쉬기가 힘든 데다가 수술 상처까지 쑤셔 죽겠어. 그리고 악착같이 빨리 눈을 떠야겠다는 생각도 별로 없고.” 인호는 순간 아찔했습니다. 더욱 세차게 숨결을 불어넣어야 할 것인지 말아야 하는지... “또영아 너, 그러면 내가 어떻게 해주길 바래?” “뭘 어떡해? 오빠는 기계니까 기계가 하는 일만 잘 하면 되지 뭐... 아무튼 지금은 이대로가 좋아. 이제 진짜 말시키지 마. 나 좀 쉬고 싶어. 제발 쉬게 해줘 응?” 창 밖에는 정신없이 눈발이 흩날리고 있습니다. 인호의 마음은 저 눈발만큼이나 어리둥절할 뿐입니다. 태어난 지 얼마 안되는 새 생명이 살고 싶다는 강한 욕구가 없다는 게 무엇보다 속상했습니다. 인호의 가장 큰 꿈이자 불가능한 꿈은 영혼만이 아닌 육체를 갖춘 온전한 사람이 되는 것인데, 또영이는 자기가 얻은 생명을 고맙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너무 슬펐습니다. 인호는 묵묵히 또영이의 가슴을 향해 공기만 실어 나릅니다. 인호의 발가벗은 가슴은 창밖의 눈발을 맞아 멍이라고도 든 듯이 시리고 아팠습니다. 하루 두 번 정해진 면회시간입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무거운 걸음걸이로 가느다란 희망을 안고 환자에게로 다가갑니다. 또영이 할머니, 엄마, 아빠, 또영이 오빠도 함께 오셨습니다. 또영이 엄마는 어제 면회 왔을 때와 별 변화 없는 또영이의 얼굴을 보시더니 뺨을 비비시면서 굵은 눈물을 떨구십니다. 할머니도 따라 우시면서 “아유, 불쌍한 내 새끼 우짜면 좋을꼬” 하십니다. 또영이 아빠는 그윽한 눈망울로 그저 내려다 볼 뿐입니다. 또영이 오빠는 어린이가 들어오면 안 되는 중환자실에 들어온 것이 재미있는지 “또영아” 한 번 부르고는 여기저기 둘러보느라 바쁨니다. “또준아,자, 이리 와서 또영이 손잡고 기도하자. 우리 또영이 빨리 눈뜨게 해달라고.” 또영이 가족은 한데 어우러져 또영이 손을 꼭 잡고 기도합니다. “하나님! 우리 또영이 빨리 낫게 해주세요. 우리 또영이 나으면 내 안 쓰는 로봇 다 줄 거에요...” 싱긋 웃으며 또준이는 샛눈을 뜹니다. 또영이는 오빠의 기도에 응답이라도 하듯 산소측정기를 걸고 있는 엄지발까락을 꼴지락거립니다. 인호는 면회 온 또영이 가족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았습니다. 또영이를 사랑하는 듯합니다. 어제 내린 눈이 나뭇가지에 쌓인 채 은비늘처럼 반짝입니다. 또영이는 여전히 눈을 뜨지 못하고 발가락만 꼼지락거립니다. 인호는 또영이의 의식을 회복시키기라도 하듯이 더 세차게 뜨거운 숨결을 불어넣습니다. 순간 또영이는 얼른 눈을 떳다 감습니다. 눈을 뜬 또영이의 모습을 얼핏 본 인호는 깜짝 놀랐습니다. 몇 해 전에 만났던 얼굴입니다. 이상한 일도 다 있다고 생각한 인호는 또영이에게 한 번 세찬 입김을 붑니다. “또영아,또영아, 다시 눈 좀 떠 봐, 또영아,또영아, 여전히 아파?” 인호는 더욱 정성껏 입김을 붑니다. 또영이는 눈을 뜨는 대신 눈물을 주르르 흘립니다. 이때 마침 간호사님이 오시더니 “아유, 또영이, 많이 아픈가 보구나, 쯪쯪 울지마.” 하시면서 눈물을 닦아주시고 호흡기 수치를 기록하십니다. 인호는 궁금증이 가시기 않아 또 묻습니다. “또영아,또영아, 오래전에 우리 만난 사이 같지 않니? 너, 나 모르겠어? 언제봤지? 참, 이상하네...” 또영이는 또 한번 눈물을 흘립니다. 몸도 아프고, 마음도 아파서 자꾸 눈물이 납니다. “인호 오빠! 우리가 전에 만났던 게 아니라, 오빠가 나를 닮은 아이를 본 걸 거야. 세상에는 나랑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 많이 있대. 우리들은 얼굴이 비슷하게 생긴 병을 가지고 태어났거든. ‘다운증후군’이라고 하는데. 코가 납작하고 혓바닥은 길고. 바로 이런 나의 모습이 우리 엄마를 실망시킨 거래.” 인호는 알아듣기가 힘들었습니다. 단지 또영이가 왜 가족과 닮지 않았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그런 모습이 어때서? 생김새가 전부냐?” “우리는 얼굴만이 못 생긴 게 아니라 머리도 무척 나쁘대. 잘걷지도 못하고 잘 말하지도 못한대. 게다가 심장의 구멍은 빵빵 뚫렸으니 누가 좋아하겠어. 우리 엄마도 날 안좋아하는데. 난 오빠와 여기 있는 게 좋아” 또영이는 기운 없이 말했습니다 꿀꺽 군침을 삼킨 인호는 손을 내저었습니다 “아냐, 너의 엄마는 너를 무척 사랑하셔. 난 알아. 내 말을 읻어.” “오빠가 그걸 어떻게 알아? 엄마 뱃속에 들었던 내가 더 잘알지. 내가 이 병원에 오기 전까지 우리 엄마는 내가 몹시 아플때도 약도 안 주고 병원도 안 데려갔어. 그런 엄마가 나를 사랑 한다고? 그리고 우리 엄마는 나에게 수술도 안 해주려 했어. 돈이 없어서도 아냐. 의사 선생님이 일 년밖에 못 산다고 하니까 나를 그냥 데리고 있다가 하늘나라로 보내려 했던 거야. 그래서 심장이 갑갑하고 콕콕 쑤실 때도 약도 안 줬어. 지어다 놓은 약이 있는데도 일부러 안 준 거야. 오빤 그걸 알기나 해? 그래도 그런 엄마가 날 사랑한다고? 오빠는 순엉터리야.” 또영이는 붉어진 얼굴빛으로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립니다. 인호는 말문이 컥컥 막혔습니다. 그렇게 힘들게 입김을 불어 넣었는데도 또영이가 왜 눈을 안뜨려 했는지 왜 눈물만 줄지어 흘렸는지 그 아픔, 그 외로움을 또렷이 만질 수가 있었습니다. 어느덧 창 밖의 눈은 부서질 대로 부서지고 해맑은 아침 햇살만이 병실을 가득히 비춰 줍니다. 회진을 돌던 의사 선생님은 호흡기 수치를 보시더니 입만 쫑긋 내놓으시며 고개를 갸우뚱 하십니다. 간호사님은 또영이의 콧구멍 속으로 붉고 가는 줄을 집어넣어 허파에 가득 고인 가래를 뽑습니다. 또영이는 캑캑거리며 자지러집니다. 어느 틈에 오셧는지 또영이 엄마는 콧물을 훌쩍이시며 또영이의 풀어진 손바닥을 꼭 쥐고 계십니다. 인호는 착찹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또영이와 또영이 엄마를 바라봅니다. 이때 또영이를 찾아온 낯선 손님을 보았습니다. 붉은 색 가운 위에 초록색 면회복을 덧입으신 목사님이십니다. 목사님은 세례를 베푸시고 또영이 엄마와 함께 또영이 가슴을 안고 정성껏기도를 하십니다. 그 순간 또영이의 눈꺼풀도 깜빡였습니다. 인호도 온 힘을 다하여 또영이의 가슴 깊숙이 들어가 응어리진 슬픔의 덩어리를 자꾸자꾸 밀어냈습니다. 또영이는 칵칵 기침을 하면서 한 움큼 가래를 쏟아놓고 시원한 울음을 웁니다. 비로소 호흡을 되찾은 것입니다. 이제 또영이는 인호의 도움 없이도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 밖에서 서성거리던 또영이 할머니는 또 한 분의 목사님이 모시고 또영이 아빠와 오빠를 데리고 들어오십니다. 풍채 좋으신 목사님은 또영이의 얼굴에 또 한 차례의 세례물을 흩뿌리십니다. 잔잔하게 숨을 몰아쉬던 또영이는 화들짝 눈을 떳습니다. 이를 지켜본 엄마, 아빠, 할머니의 눈빛은 신선한 기쁨으로 가득합니다. “어머 우리 또영이 눈떳네!! 또준아, 동생 좀 봐.” “또준이는 장난 섞인 목소리로 또영이를 부릅니다.” 방실이 간호사님도 달려왔습니다. “어머, 또영아! 아이 기특도 하지. 의지의 한국인이네, 자 , 엄마 아빠 잘 봐라. 오랫동안 못 봤지?” 하시며 또영이의 뺨을 토닥입니다. 인호도 가벼운 흥분으로 부푼 가슴을 또영이에게 보내려는 순간에 “이제 이 호흡기는 그만 떼도 되겠네” 하시며 간호사님이 인호를 만지작거리십니다. 인호는 또영이와 헤어질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파옵니다. 그러나 또영이를 위해서는 얼마간의 외로움도 견뎌내야 한다는 것도 압니다. 한순간 인호의 입김은 착잡한 마음으로 부풀어 오릅니다. 인호는 마지막으로 또영이에게 사랑 가득한 입김을 불어넣습니다. 또영이도 인호와의 헤어짐이 안타까워 긴 한 숨을 내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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