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문에 관광객이라도 점포에 들어가면 기대 이상의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각국 앤티크 딜러들의 주요 거래 장소인 이곳에는 그림 소품부터 도자기, 핸드메이드 소품, 주얼리 제품 등 다양한 상품들이 전시 판매되고 있습니다.
특별히 오리엔탈 앤티크 제품을 판매하는 점포에서는 우리나라의 뒤주나 약장, 소반 같은 가구들도 종종 눈에 띈다. 최근에는 유럽에서 열풍이 일고 있는 차이니스 오리엔탈리즘 때문에 붉고 화려한 빛깔의 중국가구들과 칠기제품들도 많습니다.
골동품 시장에서 완만한 언덕을 따라 내려가면 청과상들이 나오고 웨스트웨이 교차로 아래에서는 싸구려 옷들과 골동품이라고도 보기 힘든 고물들, 조잡한 보석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꼭 쇼핑을 목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시끄럽고 밝은 시장 분위기에 젖어들고 싶다면 한번쯤 시티투어 끝에 짬을 내서 둘러볼 만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노점상들에게서조차 영국식 국민성이 엿보인다는 것입니다. 즉 유럽의 다른 어느 도시에서도 본적이 없을 정도로 ‘정직한 상인(?)’들이 대거 진을 치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판매하는 물건의 값을 싸고 정직하게 붙여놓고 흥정에는 참여하지 않습니다.
○ 없는 게 없는 선데이 마켓
골동품 시장 한쪽엔 환전상과 갤러리, 앤티크 아케이드 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염가 판매가 흔하지 않아 벼룩시장이라고 부르기는 애매하지만, 언덕 아래의 다른 시장들(청과상과 노점상들)때문에 종종 주말에만 들르는 선데이마켓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낡은 것도 하찮게 여기지 않는 영국인의 기질 때문에 고가의 제품은 물론 헐값의 낡은 물건까지도 그 가치에 걸맞은 대우를 받으며 ‘시장의 다양성’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골동품 시장에 이어지는 청과상은 평일에도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구하러 오는 런던 주민들로 붐빕니다. 이곳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피시앤드 칩스 같은 음식점이나 보디숍 같은 생필품점들이 길가에 늘어서 있습니다. 또 일용잡화 상점들이 이어지는 래드브로크 그로브 역 주변은 그야말로 영국식 땡처리 물건들을 모아놓은 노점상들과 점포들로 그득합니다.
행인을 잡고 미래를 점쳐보라고 꼬드기는 집시할머니들에서부터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매치기, 우리네 남대문시장처럼 북을 두들기고 박자를 맞춰가며 손님을 끄는 아프리카인들의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주말이면 외국관광객들까지 몰려들어 코스모폴리탄적인 풍경을 만듭니다.
런던에는 포토벨로 로드 마켓 외에도 다양한 스타일의 앤티크 시장들이 많습니다. 포토벨로와 함께 런던을 대표하는 벼룩시장인 페티코트 레인은 의류품들(모자와 핸드백, 모피도 눈에 띈다)을 충실히 갖추고 있는데 이는 17세기에 이곳에 살았던 프랑스인 견직물 기술자들이 페티코트 제조 장인들이었던 데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런던의 어느 곳을 선택하든 위트를 챙기고, 지갑에 손을 얹고, 숨겨진 즐거움 속으로 빠져들 수 있는 앤티크 시장은 그 자체로 영국여행의 모든 것을 대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