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때 주인 사모님과 방문짝을 고르고 있다.
골조공사를 하다보니 이제부터는 주인과 이것저것 결정할 일이 많이 생겼다. 그 문제가 제일 먼저 터진 게 방문짝이었다. 방문과 문틀을 먼저 주문하고 다른 자재들과 한꺼번에 주문해야 하기 때문에 시급히 결정할 일이 생겼다. 그래 주인한테 팜플렛을 주고 결정을 하라고 하니 결정을 못하고 있었다.
이럴 때는 집주인은 잘 모르니까 내가 권하는 문짝을 시방서 대로 결정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집을 짓게된 주인은 이것저것 신경을 쓰고 집 짓는데 관심이 많아 문짝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난 제일 무난한 게 홍송 원목을 권했고, 자재 납품하는 회사에서도 목조주택에서는 거의 대부분 그걸로 들어간다고 참고해 주었다.
그런데 주인 사모님은 아파트 모델하우스며 잡지를 여러 군데 알아보고 그대로 해달라는 거였다. 보통 잡지나 아파트에서는 랩핑이나 PVC 계통의 문짝도 많이 쓰지만 우린 목조주택에서는 홍송 원목 문짝을 쓴다고 하자, 주인이 여기저기 알아보고는 우리가 이야기 하는 문짝이 원목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홍송문짝을 "농가주택에서나 쓰는 문짝"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내가 열이 받아 획, 돌아버렸다. 아니 기껏 비싼 원목 홍송문짝을 해준다니까 농가주택에서나 쓰는 문짝이라고 하니 열이 안 받을 수 있나?
원목이란 아름드리 나무를 직접 깎아 만든 문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가 쓰는 홍송 문짝은 원목을 잘게 재단해 집성목 형태로 문짝을 만들었는데 그게 원목이 아니라고 몰아붙였다. 원목이 아니긴 아니었는데 통나무로 직접 깎아만든 문이 제대로 문짝으로 기능을 할 수 있는지 물었다.
지붕 싱글을 고르는데도 힘이 들었다. 제일 먼저 내가 권했던 건 가을 갈색이었다. 대부분 적삼목인 베벨사이딩에는 가을 갈색이 잘 어울리고 지금껏 거의 대부분이 가을 갈색을 해왔지만 이번에 만난 주인은 이 부분에서도 내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 우선 시간을 주고 결정하기로 했다. 집안 회의까지 했는데도 합의를 못하고 있었다. 그래 나도 이제는 더이상 내 의견을 고집하고 싶지 않아 어떻게 하든 집주인이 결정하게 만들었다.
나중에 지붕 시공팀이 와서 보통 베벨사이딩에는 가을 갈색을 한다고 하자 집주인이 쉽게 내가 권했던 색깔로 싱글을 선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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