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학습서나 참고서 중에서 최근 몇 년간 가장 '핫하다' 는 <매3> 시리즈. 저자 인터뷰를 앞두고 대형 서점을 찾았다. 직원에게 책이 잘 팔리는지 묻자 '당연한 걸 왜 묻느냐' 는 표정이다. 국어는 시간 투자와 성적 향상이 비례하지 않는 과목으로 악명 높다. 영어나 수학은 잘하는데 국어는 해도 안 된다고 호소하는 학생도 많다. 그러나 <매3> 시리즈는 공부한 만큼 성적이 오르는 정직한 책이란 평이다. 국어 때문에 괴로웠던 저자의 딸과 독자들의 생생한 고민을 바탕으로 탄생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네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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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가 되게 하는 책 |
2010년 <매일 지문 3개 푸는 비문학(독서) 수능 기출>(이하 <매3비>)이 처음 나왔다. 책은 매일 3개씩 비문학 지문을 풀면 6주 뒤 국어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된다고 말한다. 저잣거리 약장수의 만병통치약 얘기가 아니다. 저자 안인숙(48)씨는 수많은 기출 문제집이 있지만 "몇 번을 풀었나, 얼마나 오래 공부했나가 아니라 '어떻게' 공부했나가 중요하다"고 믿는다. <매3>시리즈는 '어떻게' 공부하는지 알려주는 데 주목했다. 저자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는 '선생님, 저는 태어나서 책 한 권을 끝까지 다 본 건 이 책이 처음이에요' 같은 독자 후기가 넘친다. 교재가 혼자서 공부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는 증거. 저자는 독자에게 이런 말을 들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매3비>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문학과 문법을 다룬 <매3문> <매3문법>이 나왔다. 올 3월에는 <매3비>를 어렵게 생각하는 학생을 위해 <예비 매3비>도 출간됐다. <매3> 시리즈는 출간 이후 주요 인터넷 서점에서 판매 순위가 EBS 교재 바로 뒤를 잇고 있다. 수능 연계라는 EBS 교재의 특성을 감안하면 사실상 판매 1위인 셈이다. |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miznaeil.com%2Fcommunity%2Fimages%2F666_04%2F016_019_02.jpg) 독자의 질문에 답하느라 때론 20시간씩 컴퓨터 앞에 있기도 한다는 안인숙씨. 그러나 그 과정에서 책이 나왔기 때문에 소중한 시간이다. 딸의 메모를 보면서 아이들 나름의 기억법도 알았어요. 실수로 틀린 문제 옆에는 '돌탱'(돌머리), 스스로 근거를 찾은 문제 옆에는 '예리데스'(칭찬) 식으로 메모해놓은 것을 보면서 그렇게 오답노트를 정리하면 자신의 취약점이 한 번에 정리되겠다 싶었죠. |
<매3> 시리즈, 어떤 책인지 궁금하다 한마디로 '매일 꾸준히 공부하면 성적이 오르는 책' 을 목표로 했습니다. 영어나 수학은 잘하는데 국어를 못하는 아이, 정말 열심히 하는데도 국어 성적이 안오르는 아이들을 위한 책이에요. 학력고사 시대에 국어는 의지를 가지고 집중해서 공부하면 성적이 올랐지만, 수능 국어는 시간만 투자한다고 성적이 오르지 않습니다. 독해력과 이해력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흔히 독서를 강조하지만 고등학생이 책 읽을 시간이 있나요? 좋은 지문을 많이 읽히면 좋겠다는 생각에 수능 기출문제를 도구로 삼아 만든 교재예요. 특히 국어는 스스로 공부해야 하는 과목입니다. 제대로 된 '학습' 의 비율은 배우는 것이 3이고 익히는 것이 7이 되어야 하는데, 국어·논술 클리닉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이 이 부분이 잘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죠. 이 책은 질 좋은 기출 문제로 문제 푸는 법, 채점하는 법, 복습하는 법, 오답 노트 작성하는 법을 통해 공부하도록 해줍니다. 취약점을 알고,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는 기본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
딸의 공부 경험에서 책이 나왔다던데 딸이 유난히 국어를 힘들어했어요. 운영하던 학원을 그만두고 구상하던 책 얘기를 했더니 좋겠다고 하더군요. 이 책의 '제대로 채점법' 은 딸이 푼 문제를 제가 채점하는 과정에서 나왔어요. 문제에는 정답과 오답만 표시하고 정답을 체크하지 않은 상태에서 2차로 문제를 푸는 거예요. 맞았는지 틀렸는지, 몇 개가 틀렸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실수로 틀렸는지 몰라서 틀렸는지 아는 것이죠. 딸의 오답 노트를 놓고 해설을 썼으니까 오답 노트는 온전히 딸의 것이라 해야 맞겠네요. 수학과 달리 국어는 오답 노트가 필요 없다던 딸이 어느 날 오답 노트를 정리하고 있더라고요. 딸과 친구들을 잠시 가르친적 있는데, 신기하게도 세 아이들이 각기 다른 문제 하나씩 틀리더라고요. 다른 친구들이 틀린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맞았다고 끝이 아니라는 것을 새롭게 알았다더군요. 그때 내가 틀린 것은 물론 다른 친구들이 많이 틀리는 문제도 눈여겨봐야 한다는 사실을 안 거죠. 저는 해설을 쓰면서 답인 이유뿐만 아니라 답이 아닌 이유도 일일이 설명했어요. 딸의 메모를 보면서 아이들 나름의 기억법도 알았어요. 실수로 틀린 문제 옆에는 '돌탱'(돌머리), 스스로 근거를 찾은 문제 옆에는 '예리데스'(칭찬) 식으로 메모해놓은 것을 보면서 그렇게 오답 노트를 정리하면 자신의 취약점이 한 번에 정리되겠다 싶었죠. 딸아이가 고3 3~4월 모의고사에서 연이어 100점을 맞더니 9월에는 한 문제를 틀려 2등급이 되었어요. 그러면서 국어는 끝까지 손을 놓으면 안 되는 과목이라는 것도 알았죠. 이런 경험이 상담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이 책은 70~80%를 딸이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
독자와 함께 만든 책 |
저자가 포털 사이트에서 운영하는 '국어클리닉&컨설팅 카페'는 한마디로 '살아 있다'. <매3> 시리즈를 공부하다 궁금해진 독자가 질문하면 저자가 답하는 형태. 마주 보고 대화하는 느낌이다. 독자들은 저자가 직접 답해준다는 사실에 한 번 놀라고, 핵심을 찌르는 클리닉과 답변에 한 번 더 놀란다. 그래서 독자들은 서슴없이 '과외 받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질문에 답변하느라 밤이고 낮이고 컴퓨터 앞에 매달려 있는 안씨에게 가족의 원성이 높다. "제발 그만해라" "거기서 뭐가 나온다고 그렇게 매달리냐"고. 그 과정에서 <매3> 시리즈가 나왔다. 앰뷸런스에 두 번이나 실려 갔을 정도로 힘든 일이지만, 답변을 멈추지 않는 이유다. |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무엇인가요? 공부 방법이에요. '공부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해도 안 돼요. 이렇게 공부하는 게 맞나요? 계획을 세웠는데 수정할 부분이 뭘까요? 선생님은 책에서 25분이 걸린다고 했는데 저는 3시간이나 걸렸어요. 저 잘하고 있는 건가요?' 같은 질문입니다. 자신의 공부 방법이 옳은지 확인하려는 거죠. 저는 정말 기본적인 것부터 접근했다고 생각했는데, 올라온 질문을 보면서 그것도 모르는 아이들도 많다는 것을 알았죠. 국어는 차치하고 공부 방법조차 모르는 아이들이 많았어요. 잘하는 아이들도 점검받고 싶어 하는 마음은 같아요. |
직접 답변을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요즘 질문이 많이 밀려서 최근 며칠 동안 답변만 했어요. 제가 아는 선에서 바로 답변하는 것도 있지만, 답변 하나에 이틀이 걸린 적도 있습니다. 20시간을 답변에 매달리기도 했고요. 그렇게 힘들면서도 아르바이트를 쓰지 않고 직접 하겠다 고집을 피우는 이유는 제가 할 때와 안 할 때는 신뢰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에요. 저자가 직접 답해줬다는 사실에 독자가"정말 고마워요" 하면 저도 보람을 느껴요.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질문의 경중이나 유형에 따라 저 스스로 고민하는 가운데 이 책들이 나왔다는 사실이에요. 책이 나오는 과정에 제 딸과 독자가 있었어요. '이런 걸 모르는구나, 그러면 이걸 책에 담아야겠다' 생각했죠. 채점 방법도 그렇게 계속 구체화되었어요. 책 만드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 이유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 책이 되었기 때문이에요. 아이디어도 얻고 보람도 있어서 학생들이 참 고마워요. 근데 정말 미쳐야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남편도 저더러 미쳤다고 그만 하라고 해요. 하하 |
일하는 엄마, 전업주부, 좋은 엄마 |
안씨는 '꽂히면' 몰아붙이는 성격 때문에 가족에게 많이 미안하다. 워킹맘을 둔 아이의 상징이던 '목걸이 열쇠'로 문을 열고 텅 빈 집에 들어가면서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친구가 엄마가 집에서 기다리는 친구"라는 딸의 말을 들었을 때는 마음이 짠했다. 오죽하면 딸의 중학생 때 장래 희망이 전업주부였을까? 그는 학교생활기록부에 적힌 전업주부라는 네 글자를 보고 펑펑 울었다 했다. 그래도 한 가지 잘한일이 있다면 고3 때 매일 도시락을 싸주고 채점해준 일. 학원에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공부해 수능에서 탐구 한 문제만 틀리며 우수한 성적을 낸 딸이다. |
자녀 교육과 일 사이에서 고민하는 엄마들 많다 '일하는 엄마가 좋은 엄마' 혹은 '전업주부가 좋은 엄마' 라고 이분할 수는 없는것 같아요. '아이를 위해서 일을 한다거나 안 한다' 도 아니고요. 내 아이의 성향을 보는 게 중요하죠. 지금 아이에게 엄마가 꼭 필요한지 봐야해요. 시댁에 딸을 넉 달 정도 맡긴 적이 있어요. 딸은 엄마가 오기를 기다리며 신작로에 하루 종일 나와 있기도 하고, 엄마가 갈까 봐 자면서도 옷자락을 잡고 놓지 않았죠. 결과적으로 자립심은 키워졌지만 딸에게 상처가 되었어요. 대신 고등학생 때는 학원을 그만두고 딸과 함께했죠. 채점도 해주고 격려도 해준 일이 딸한테 도움이 많이 됐다고 해요. 워킹맘의 가장 큰 문제는 학원에 무조건 맡기고 아이를 파악하지 않는 거예요. 반면 아이한테 몰입하는 엄마들 중에는 엄마 욕심에 맞춰 아이를 힘들게 하는게 가장 안 좋은 사례죠. 내 아이의 성향에 따라 필요하면 직장을 쉴 수도 있지만, 아이 때문에 무조건 희생하는 것도 아니에요. 저는 과거로 돌아간다면 직장 생활은 안 할 것 같아요. 우리 딸을 많이 울렸거든요. |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사교육이든 공교육이든 공부 열풍 자체가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나친것은 문제가 있죠. 지나치다는 기준은 학생에게 맞지 않는 것, 학과 습이 제대로 안배되지 않은 것, 투자 대비 효과가 안 나오는 것이죠. 제 딸도 학원과 인강을 적절하게 이용했지만, 스스로 공부한 시간이 많아요. 딸이 공부한 것은 하겠다는 의지였죠. 저까지 스트레스 받게 할 정도로 공부하겠다고 독기를 품었거든요. 아이가 뭘 못 하는지 알고 적절한 자극을 주는 것이 중요해요. 엄마가 잔소리하기보다 학교 선생님이든 학원 선생님이든 아이가 좋아할 만한 사람을 통해 공부하고 싶은 계기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어요. |
이제 딸은 엄마의 뒤를 이어 <매3 수학>을 쓰고 싶다 한단다.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엄마와 한다면 하고야 마는 딸. 친구처럼 동료처럼 상대에게 힘이되는 모녀는 참 많이 닮았다. 부러운 모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