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사람 (마산 '모자아저씨'의 정치행보)

[樂 天]

'불광불급' 대 '과유불급'이라는 대치어가 있다. 불광불급은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세상사를 미친 듯이 해야 이룰 수 있다'는 출처 미상의 말이다.
반면 과유불급은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함 만 못하다'라는 공자의 말로, 이들은 서로 상충하는 사자성어다.
어떤 가르침이 옳은지는 스스로 판단할 일이지만 이러한 말을 곱씹어 볼만한 이들이 있다. 올해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정치인들이다.

마산지역 주민이라면 선거 때만 되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유명(?) 인사가 있을 것이다. 마산시장·국회의원 등 모두 10여 번의 선거에서 단 한 번도 당선하지 못한 '모자 아저씨' 정명준(68) 씨다.

정 씨는 지난 4일 오후 6시 마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마창불교연합회 제20회 이웃사랑 자비나눔 한마당 행사에 참석하려고 시청에 들렀다가 브리핑 룸을 찾았다.

인사차 찾은 그는 종이봉투에서 자신의 간단한 프로필을 기자들에게 나눠주며 악수를 청했다. 운동화에 단정한 머리, 화장을 한듯한 하얀 얼굴.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다만 세월에는 장사가 없는 듯했다. 그의 출생연도는 1942년이지만 실제 나이는 현재 칠순을 훌쩍 넘은 일흔셋이란다.

사실 그는 몇 해 전 마산지역을 떠나 경기도로 이사를 했었다. 그런 그가 또 마산·창원·진해 통합시장에 출마한단다. 그는 "이번엔 통합시장에 출마한다"며 "나를 잘 모르겠느냐. 마산사람은 다 아는데"라고 기자에게 반문했다.
정 씨는 그러면서 "예비등록은 하지 않고 후보등록 마지막 날에 등록을 할 것"이라며 가족이 알면 안 된다며 속삭였다. 그는 현재 창원 모 상가에 선거사무실을 두고 있다. 지인의 도움으로 공탁금도 준비했단다. 그는 아직 정책이나 공약은 생각하지 않았단다

여기서 잠시 그의 출마 이력을 살펴보자. 한마디로 파란만장하다. 제5공화국 때인 1981년 3월 25일 제11대 지역구 국회의원을 시작으로, 제12·13·15대 국회의원,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마산시장, 2006년 5월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마산시의원(다 선거구, 완월·자산·동서·성호·오동), 2007년 제17대 대통령선거 등에 얼굴을 내밀었다. 그러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남아있는 공식 출마 기록은 1995년 6월 27일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1996년 4월 11일 제15대 국회의원 총선거뿐이다.
96년 국회의원 출마 당시 선관위에 등록된 그의 소형인쇄물에는 나이·출생지·각종 언론 보도물과 화려한 경력(37개 직책) 등이 포함돼 있다.
당시 무소속 9번으로 출마한 그는 '큰 머슴 정명준'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마산지역 주택난 해소, 칠서정수장 관리권 경남도 이관, 영세상인 보호책 마련, 마산교도소·가포결핵병원·예비군 관리대대 외곽 이전, 도로망 확충 및 교통난 해소 등 최근에야 해결된 문제들이 공약에 포함돼 있다. 혜안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혹자는 정 씨를 두고 조금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사람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과거 그의 공약 및 행보와, 현재 정치인들의 공천 줄 서기·헛공약·계파갈등 등의 행태를 보면 과연 누가 정상이고 비정상인지 헷갈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남아 있는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때 정명준 후보의 소형인쇄물.

경남도민일보/김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