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에 사는 사람들의 차이는 있겠지만, 건강을 위해서는 타고난 체질에 맞추되 고기와 생선와 야채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사회의 성인병을 이겨내기 위해 채식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100% 채식만 하는 것도 건강상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채식을 중시하는 식문화는 환경과 생태계 보호측면에서 그리고 국제적인 기아문제 해결과 먹이가 되기 위해 희생되는 동물들의 복지(welfare)문제를 생각해 보면, 매우 중요하다.
소와 기타 가축들은 지구상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3분의 1을 먹어 치우고 있다. 오늘날 미국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70퍼센트 이상이 가축의 먹이로 제공된다. 또한 목초지 조성을 위한 삼림 훼손은 물론 기업농일 경우 사료로 들어가는 곡물의 양이 상상을 초월한다. 축산 폐수 문제 또한 만만치 않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고기에는 성장촉진제, 항생제 등 화학물질이 상당량 축적되어 있어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
미국 코넬대학의 데이비드 피멘틀 교수의 추정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축의 먹이를 완전히 풀로 바꾸면 1억 3천만톤의 곡물이 절약되어 4억이 넘는 사람들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육류 섭취량을 10%만 줄여도 4천만명의 기아를 구제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전세계적으로 가축 대신에 인간을 먹이는 데 곡물을 이용한다면 십 억 이상의 사람들이 먹을 수 있게 된다.
1984년 에티오피아에서는 날마다 수천명의 사람이 기근으로 죽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에티오피아는 영국 등 유럽국가들에 가축사료를 수출하기 위한 작물을 대부분 심고 있었다는 것이다. 현재 제 3세계 토지 수백만 에이커가 유럽의 가축사료를 생산하는 데 전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형편이다. 곡물을 식량으로 쓸 것이냐 사료로 쓸 것이냐 하는 문제는 다가오는 21세기 지구촌의 거대한 윤리 문제가 될 것이다.
채식을 하는 것은 이 지구상에서 좀더 가벼운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 준다. 여러분이 필요한 것만 섭취하고 과잉섭취를 줄이게 될 뿐 아니라, 식사할 때마다 생명체가 희생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면 훨씬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채식으로 식단을 바꾸어야 하는 이유는? 아마 이러한 질문을 던진다면 열 사람 중에서 예닐곱 사람은 건강 때문이라고 답할 것이다. 육식을 많이 할 경우 콜레스테롤치가 높아져 각종 성인병에 걸리기 쉽다는 건강 상식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맞는 말이다. 더욱이 최근의 연구는 동물성 지방의 소비와 심장질환 및 암과 관련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장수한 노인들이 한결같이 채식 위주의 식사를 선호해왔다는 기사를 신문이나 건강 정보지에서 한두 번 읽어본 사람이라면 이 생각은 거의 확고할 것이다.
그러나 채식으로 식단을 바꾸어야 하는 진짜 이유 즉, 육식 중심의 식단을 채식으로 바꾸어야 하는 이유는 생태계의 건강 때문이다.
축산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도 크기 때문이다. 목초지 조성을 위한 삼림훼손은 그 대표적인 것이고 축산폐수 또한 그냥 지나칠 문제는 아니다. 혹자는 육식 중심의 식단이야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 국한된 얘기 아니냐고 물을 지 모르겠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의 식생활 패턴이 서구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남의 나라 일만으로 생각할 수는 없는 것이다.
현재 지구상에는 약 13억 마리의 소들이 있다고 한다. 몸무게로 따지자면 지구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몸무게보다도 더 많은 것이다. 놀라운 것은 소를 비롯한 가축들이 지구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3분의 1을 먹어치운다는 사실이다.
삼림을 벌채해 목초지나 경작지를 만들고, 여기에서 생산된 사료나 곡물을 다시 가축에게 먹이는 과정을 통해서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되는 것이다. 한 예로 미국인들이 육류 섭취량을 단 10%만 줄여서 가축들이 먹는 곡물과 콩을 절약한다 하더라도 6,000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을 충분히 먹여 살릴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그것도 그럴 것이 약 450그램의 쇠고기를 생산하기 위해선 약 7킬로그램의 곡물과 콩, 그리고 1만리터의 물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른바 생태계의 <먹이 피라미드>의 개념이 이를 잘 설명해준다.
1,350킬로그램의 콩과 옥수수를 가지고 22사람이 먹을 수 있는 반면, 콩과 옥수수를 소에게 먹여 고기와 우유를 먹을 경우 겨우 한 사람만이 먹을 수 있는 양이 된다고 한다.
채식을 주로 하는 아시아 농업국가들이 육식을 주로 하는 유럽 국가들에 비해 많은 높은 인구밀도를 유지하면서도 식량 공급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한다.
식량 수급의 비효율성, 그리고 가축 사육을 위해 벌채되는 엄청난 면적의 삼림 소멸, 이 모든 것이 육식보다는 채식을 해야 하는 이유이다. 미국의 경우 가축 사육을 위해 4억 4,000만 정보의 삼림이 벌채되었다고 한다.
육식을 줄이고 채식을 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생명 사랑에 있다.
미국에서만 하루에 10만 마리 정도의 소들이 도살되고 있다고 한다. 이 소들은 제초제로 절은 곡물을 먹고 각종 성장 촉진 호르몬을 맞으며 "사육"된 생명들이다.
소, 돼지, 닭과 같은 가축들이 야생생물이 아니라고 해서 생명의 무게가 가벼운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육식을 전혀 하지 말자는 얘기는 아니다. 줄이자는 말이다. 육식을 줄이면 한 국가와 지구의 식량 사정은 좀더 나아질 것이다. 환경문제의 개선 효과도 있고 굶주리고 있는 지구 저편의 사람들에게 식량을 원조할 수 있는 여유도 생기게 될 것이다.
"쇠고기와 같은 육식 중심의 식단을 채식으로 바꾸자." 이러한 말에 대해 육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개인적인 미각에 대해 너무 간섭한다고 항의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필자가 왜 이런 얘기를 하는지, 미국의 저명한 환경운동 이론가인 제레미 리프킨의 글을 읽어 본다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갈 것이다.
"소들은 일렬로 도살장으로 들어간다. 들어가자마자 공기총을 맞고 소들은 기절한다. 동물이 주저앉을 때 도살장 노동자가 재빨리 뒷다리의 발굽에 쇠사슬 하나를 건다. 그리고 동물은 기계적으로 마루에서 들려올려지게 되고, 몸이 뒤집힌 채 걸려있게 된다. 피에 흠뻑 젖은 사람들이 길다란 칼을 가지고 황소의 목을 베는데, 칼날을 후두 속으로 깊이 1, 2초 동안 들이밀었다가 재빨리 칼을 거두면서 그 과정에 경동맥과 경정맥을 절단한다. 피가 용솟음치듯 터져나와 노동자들이나 장비가 피칠갑이 된다. (...) 그리하여 깨끗하게 진공 포장된 이 쇠고기 조각들은 슈퍼마켓으로 수송되고, 거기서 환하게 밝은 불이 켜진, 방부처리가 된 판매대에 전시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