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박진영이 컴백했다. "원더걸스"라는 올해 최대 히트 상품을 내놓은 그는, 새삼스레 비나 GOD,그리고 최근 미국진출을 타진하는 임정희라는 스타들의 히트 메이커로서도 주목받으며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발군의 말솜씨를 뽐내고 있다.
이제 "박진영 효과"란다. 박진영만 등장했다 하면 올라가는 시청률 덕에 붙여진 이 단기간만 연명할 것이 분명한 네이밍은 또다시 신문 지상을 장식했고, 그러하기에 박진영 모시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예능 프로그램 구조의 한계는 이번에도 여실히 들어나고 말았다. 단지 박진영이라는 특정인물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절대 아니거니와 "박진영"에게만 지워야 하는 책임이라기 보다 예능 프로그램의 고질적인 문제를 생각해 보고자 하는 것이지만 요즘 최대의 이슈메이커인 박진영씨와 원더걸스양들이 총대를 매주어야 하겠다.
- 쓴맛 단맛 구린맛까지 우려 먹어야 직성이 풀리나?
박진영의 6년만의 컴백이 이루어진지 한달이 채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동안 박진영이 출연한 예능 프로는 야심만만, 놀러와, 불후의 명곡, 상상 플러스, 일요일 일요일 밤에 경제야 놀자등이다. 여기다가 컴백하기 얼마전에 나온 무릎팍 도사까지 합치면 박진영은 컴백 후, 자신이 출연할 수 있는 모든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한번은 비췄다고 보면 된다. 게다가 다음번엔 황금어장의 또다른 코너인 라디오 스타에 출연까지 한단다.
박진영의 이같은 출연은 심지어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 나온 스타들이 한주정도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추는 것 이상의 것이다. 물론 박진영의 가수로서의 특징을 잘 생각해 볼 때 단지 홍보하는 얼굴을 비추는 연예인들과는 다르지만 이 같은 방송사들의 경쟁식 박진영 섭외는 좀 볼멘소리를 불러일으킨다.
게다가 이같은 박진영에게 쏟아지는 주목은 히트 상품 원더걸스가 없었더라면 불가능 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박진영은 원더걸스와의 관계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씨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야심만만에서는 원더걸스의 리더 민선예와 함께 출연했으며 경제야 놀자는 원더걸스편이었음에도 박진영은 깜짝 게스트로 등장했다. 그리고 윤도현의 러브레터에서도 역시 원더걸스와 함께 등장하며 각종 뮤직차트 쇼에서도 원더걸스와의 관계를 강조하며 심지어 원더걸스가 1위를 한 순간에서 조차 박진영의 소감을 들었을 정도다. 다른 프로에서도 원더걸스의 응원메세지라도 안나오면 이상할 정도다. 게다가 이번에 방영될 라디오 스타에서도 박진영의 지원사격군으로 원더걸스가 동반출연한다.
이 같은 구성은 물론 원더걸스나 박진영 본인의 입장에서, 그리고 방송사의 화제성 면에서 엄청난 이익이 될 것이 틀림없으나 이같은 행보를 보는 시청자의 입장으로서 썩 좋은 기분이 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박진영이 더 이상 무엇을 더 할 수 있나?
일단 놀러와나 야심만만은 프로그램의 포멧자체가 비슷하다. 일단 나오게 되면 박진영이 키웠던 애제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당연지사. 역시나 원더걸스에 대한 이야기가 두번 다 동시에 등장했으며 박진영이 UCC로 화제를 모았던 "텔미댄스"에 관련한 내용까지 공유할 정도였다.
게다가 "박진영"이라는 스타에 대해 물어보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박진영 그 자체 보다도 그가 키웠던 가수들에 관한 이야기가 더 흥미를 끌게 했으며 그 대상이 단지 원더걸스에서 임정희로, 비로, 지오디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박진영이 출연해서 시청률이 오르는 것은 그만큼 그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리고 박진영의 입담이 듣는 귀를 즐겁게 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박진영의 무조건적인 방송출연이 결코 바람직 한 것은 아니다. 방송은 생동감이 있고 다양해야 한다. 방송이 만약 획일화 된다면 그것이야 말로 정체의 시작이다.
박진영은 이 이상 무슨 이야기를 더 할 수 있나? 이미 그의 성공 스토리는 인터넷을 통해 듣고 좀 더 자세히 (그리고 이때는 신선하고 재밌기 까지 했던) 무릎팍을 통해 듣고 야심만만을 통해 듣고 놀러와를 통해 듣고 심지어 경제야 놀자를 통해 다 들었다.
또 "불후의 명곡" 같은 프로에 출연했지만, 거기서도 박진영이 사실 정말 오래도록 사랑받았던 불후의 명곡을 남겼냐 하는 문제를 상기해 보면 그것도 아니다. 박진영이 사실 노래 잘하는 가수도 아닐 뿐더러 퍼포먼스형 엔터테이너에 가까운 것이 현실이고 "박진영"하면 가수보다도 사업가가 더 익숙해질 지경인 지금, 엔터네이너 사업가인 박진영을 가수로서 소비하려는 것은 단지 화제성을 이끌어 내려는 전략에 지나지 않았다.
여기서도 역시 "텔미 댄스"를 춰야만 하는 박진영은 이미 이전의 많은 가수들과 원더걸스를 히트시킨 히트제조기로 평가받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같은 박진영의 화제성 만발의 출연은 방송사의 소모적 전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박진영이라는 잠시잠깐 시청률 보증수표를 이용해 요행을 바라는 예능 프로는 참신함과 온전한 재미로 승부해야 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본질을 심하게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비슷한 일은 예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일례로 어느 나라 방송이든 한 MC가 5개, 6개의 프로그램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나라는 없다. 우리나라의 "권력형" , "귀족적"진행 군단들은 일면 진행의 질을 올려 놓았다는 평도 받았지만 우리나라 방송을 획일화 시킨면에 대한 책임 역시 크다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패널들의 다양성으로 승부해야할 수 밖에 없는 프로그램들이 그 패널들 마저 획일화 시킨다면 그것이 우리 방송에 무슨 의미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우리나라에는 인재가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손놓고 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바로 그 인재를 발굴하고 키워내는 것도 방송이 할일중의 하나다.
화제의 인물을 출연시키려는 심리를 십분 이해한다 쳐도 한달동안 같은 얼굴을 수없이 마주해야 하는 시청자들은 그 문제를 인식하지도 못한 채, 비슷한 이야기들과 비슷해 질 수 밖에 없는 화제거리들을 무작정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그러한 박진영의 출연이 아직까지도 통한다는 것이다. 그 통하는 시청률 덕에 "박진영"이 떳다하면 기본은 해주는 시청률 덕에 방송사는 잠시잠깐 함박웃음을 짓겠지만 이제 조금 후 박진영의 호기심도 화제성도 사라지면 그러한 잠시잠깐의 웃음은 언제 그랬냐는 양, 또다른 화젯거리를 찾아 또 그것을 우려먹고 소비하고 쥐어짜먹은 후, 아무렇지도 않게 뒤로 던져 버리는 행태를 반복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렇다고 해서 방송의 질이 향상되는 것도 아닐 뿐더러 오히려 방송의 전체적인 구성의 창의성을 저해 할 뿐인 것을.
이것은 분명 문제다. 재미있으면 됐지 뭘 더 기대하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바로 그 재미가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할 때, 그 프로그램은 삼류가 되는 것이다.
일시적인 호기심에 채널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화려하진 않아도 새롭고 무언가 기대할 만한 방송을 보고 싶다. 그러한 기대를 무참히 밟아 버리는 프로그램들에게 더이상 무엇을 기대하겠냐 마는, 새로운 포멧과 참신한 구성이야말로 프로그램을 살리는 힘이요, 시청자들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확실히 말해두기는 해야 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