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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사랑한다] 09
1. # 민주 집앞 (8회의)
비가 쏟아지고 있다.
윤, 민주의 차에 등을 댄 채 퍼질러 앉아 그대로 비를 맞고 있다.
2. # 민주 집앞 / 민주 차안 (8회의)
윤, 이를 앙물고 끄응 일어서더니 휘청휘청 자신의 차로 걸어간다.
민주 : (그런 윤을 먹먹하게 바라본다)
무혁 : (눈을 감고 있다)
3. # 서경 마당 (8회의)
비가 쏟아지고 있다.
은채, 핸드폰을 열어 윤에게서 온 문자 메시지를 본다. “은채야! 나 살고 싶지 않다....우리 스타”
은채, 씁쓸한 표정으로 메시지를 보다가 문자 메시지 지워 버리고, 비 내리는 하늘을 보는.
4. # 윤 차안 (8회의)
빗물로 흠뻑 젖은 윤, 캔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며 운전하고 있다.
5. # 무혁 거실 (8회의)
불도 켜지 않은 캄캄한 실내...바깥의 가로등 불빛만 새어 들어온다. 밖에서 비는 계속 내리고 있다.
무혁, 주머니에 손을 찌른 채 질겅질겅 껌을 씹으며 서늘한 표정으로 밖을 응시하고 있다.
6. # 춘천 가도 / 윤 차안 (8회의)
윤, 맥주를 마시며 차를 몰아간다. 시속 150KM를 넘고 있다.
이때, 마주오던 차가 웅덩이의 빗물을 확 들이붓고 지나간다. 한순간 뿌옇게 흐려지는 차창.
윤, 깜짝 놀라 당황하며 핸들을 거칠게 꺽는다.
윤의 차, 가드레일을 들이박고 전복되는데....
윤의 일그러진 표정....비명 소리...W.O.
그 위로 들리는 아이들의 노랫 소리. (어린 은채와 윤이 부르는 ‘은채하고 윤이하고 만든 꽃밭에~’)
7. # 이미지씬 (놀이터)
7살의 은채와 윤, 노래를 부르며 소꿉놀이 하고 있다. 과자와 꽃잎 같은 것 놓고 반찬 만들어 먹는.
은채, 윤이 추워 보이자 자신의 목도리를 빼서 윤에게 둘러 주고, 자신의 장갑을 빼서 윤에게 끼워준다.
은채(E) : 괜찮아, 윤아....별 일 아니야....내가 이렇게 니 손을 잡고 있잖아.
8. # 이미지씬 (가로수길)
비가 내리고 있다.
7살의 은채와 윤, 함께 우산을 쓰고, 가고 있다.
7살 은채, 자신의 한쪽 팔은 고스란히 다 젖어오는데도 윤에게는 온전히 우산을 다 씌워 주었다.
그래도 웃고 있는 7살의 은채.
은채(E) : 다른 어떤 데도 가지 말구, 어떤 소리도 듣지 말구, 내 손만 꼭 잡아....괜찮아. 별 일 아니야....별 일 아니야, 윤아.
9. # 오들희 방 (밤)
빗소리가 들리고 있고. 방 한켠에 놓인 오들희와 윤의 가족 사진 액자.
오들희,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손톱에 매니큐어 바르고 있다. 오들희 손에 끼워진 다이아 반지(잃어버렸던)가 빛난다.
이때, 노크 소리 들리고 벌컥 문이 열린다.
오들희, 고개 들어 보면
대천, 할 말을 잃고 창백한 안색, 먹먹한 표정으로 오들희를 보는데.
오들희, 의아하고 순진한 표정으로 대천을 보는.
바닥으로 쏟아지는 붉은 빛 매니큐어.
10. # 인쇄소 (낮)
윤전기에서 인쇄되어 나오고 있는 신문들. ‘인기가수 최윤, 빗길 교통사고 중태’
11. # 거리 (낮)
비, 완전히 그쳤다.
넋 나간 사람처럼 미친 듯이 달리고 있는 은채.
달려가다 넘어져 뒹굴고...그러나...이를 앙물고 일어서 절룩거리면서도 열심히 뛰어가는.
12. # 병원앞
숨이 턱에 닿아 병원 로비 앞까지 뛰어온 은채, 문득 걸음을 딱 멈추고 선다.
13. # 플래시백
1.8회 #50 오들희집앞
윤 : 뭐야, 너?....그동안 무혁이 형네 있었어?
윤 : (버럭) 무혁이 형네 있었냐구, 그동안?!!...미친 거 아냐?!!
은채 : ...소리 지르지 마.
은채 : 왜 소리 질러? 나한테 왜 소리 질러? 내가 너한테 뭘 잘못 했다구 소리 질러?
윤 : (은채를 잡는) 너 왜 이래, 진짜? 딴 사람 같이?!!
2. 8회 #88. 서경 마당
윤에게서 온 문자 메시지....“은채야! 나 살고 싶지 않다....우리 스타”
문자 메시지를 지우는 은채.
14. # 병원앞
은채, 갑자기 윤을 볼 자신이 없어진다. 내가 어떻게 무슨 면목으로 윤일 봐...
이때, 은채의 뒤로 취재 기자들 예닐곱명, “최윤이 지금 어딨대?”“수술 중이래?"
“상태가 어느 정도래?”하며 하며 은채를 스쳐서 뛰어간다.
멍한 표정의 은채, 한 발짝...두 발짝 천천히 뒷걸음질치더니 돌아서서 병원을 빠져 나간다.
이때, 은채를 스쳐서 들어서는 민주의 차.
민주, 차에서 내려 병원 안으로 급히 뛰어 들어간다.
15. # 거리
온 몸에 힘이 빠진 채 걷고 있던 은채, 문득 고개 돌리는데,
한 화장품 가게에 윤의 브로마이드(윤을 모델로 찍은)가 크게 붙어 있다.
멍하게 보다가 다시 고개 돌리고 휘청휘청 가던 은채, 결국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만다.
은채 : ........
16. # 수술실 앞 / 일각
병원 직원들, 기자들을 통제하고 있다.
민주, 죄책감으로 눈물이 그렁해서 바들바들 떨며 서 있다. 대천, 그런 민주를 씁쓸하게 보는.
17. # 수술실
윤의 수술이 진행되고 있다.
18. # 오들희방
오들희, 실신해서 누워 있고, 주치의와 간호사, 링거를 꽂고 오들희의 맥박을 재고 상태를 체크한다.
무혁(E) : 푸하하하하...
19. # 서경방
‘짱구는 못 말려’ 만화가 티브이에서 방송되고 있다.
무혁, 드러누워서 서경과 갈치는 앉아서(팝콘 같은 것 놓고) 신나게 웃으며 티브이를 보고 있다.
서경과 갈치, 울라울라 짱구 흉내를 내고.
무혁, 팝콘을 입안 가득 넣고 재밌어 죽겠다는 듯 껄껄껄 웃는.
20. # 거리
쌩쌩 부는 찬 바람 속...하얗게 얼어 넋을 놓고 길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은채.
수 많은 사람들이 옷깃을 여미고 은채를 지나간다. 은채를 의아하게 보며 가는 사람들도 있고.
21. # 수술실
윤의 수술, 계속 진행되고 있고.
갑자기 심장 모니터의 하트가 느려진다...의사, 긴장하는.
22. # 백화점
무혁, 서경과 갈치에게 최고급 옷을 사 입힌다.
서경과 갈치,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고,
무혁, 멋지다고 엄지 손가락 세워 보이며 환한 미소로 그들을 바라본다.
23. # 수술실
윤의 심장 모니터...갑자기 뚜뚜 멎는다.
의사 : (소리치는) 디피 브리레이터!!!
윤 : ........
24. # 오들희방
실신해 누운 오들희, 바싹 마른 입술로 헛소리처럼 윤의 이름을 부른다.
오들희 : 윤아........윤아.....
혜숙, 오들희를 안쓰럽게 보며 수건으로 식은 땀을 닦아준다.
25. # 고급 레스트랑
서경과 갈치, 테이블에 앉아 신기한 눈으로 휘 둘러보고 있다.
무혁, 웨이터에게 메뉴를 주문한다...닥치는 대로 메뉴를 다 부른다. (영어로 표기된)
거의 열가지 정도의 메뉴를 불렀다. 서경과 갈치는 재밌다는 듯 보고.
웨이터, 황당해하면서도 정신없이 받아 적는다.
무혁, 계속 메뉴들을 불러댄다.
26. # 수술실밖
수술실 문이 열린다. 수술을 마친 윤, 침대에 실려 나온다.
기다리던 민주, 죄책감으로 가슴이 무너지고.
대천 : 어떻게 됐습니까, 선생님?
의사 : 심장에 문제가 좀 생긴 거 같은데.....일단 정밀 검사를 해봐야 알 것 같습니다.
대천, 의사와 함께 윤이 누운 침대를 밀며 입원실쪽으로 간다.
민주, 멀어져가는 윤을 보며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는다.
27. # 오들희방
의식 잃고 누워 있는 오들희의 볼을 타고 한 줄기 눈물이 흐른다.
28. # 거리 (해질녘)
거리에 서서히 어둠이 내리고 있다.
은채, 꿈쩍도 않고 그 자세로 앉아 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은채를 지나가고 있다.
29. # 고급 레스트랑 (밤)
와인 컵 하나와 쥬스 컵 두개가 쨍하고 부딪힌다.
테이블 위에 빽빽하게 놓여진(너무 가지 수가 많아서 접시가 겹쳐지기도 하고)
랍스터, 크랩, 온갖 종류의 스테이크, 달팽이 요리, 스파게티 등등...
무혁, 서경, 갈치, 나이프로 썰어가며 서로 입에 넣어줘가며 열심히 먹는다.
웨이터들과 주변의 손님들, 엽기다..하는 표정으로 기가 막힌 듯 보지만,
무혁들, 의식하지 않고 서로 깔깔거리고 웃으며 맛있게 먹는다.
서경 : 있지요, 외삼촌....김밥하구요, 만두하구요 달리기를 했어요.
무혁 : (웃으며) 김밥이랑 만두랑?
서경 : 예, 김밥하구 만두하구요....누가 이겼게요?... (갈치한테 말하지 말라고 쉿!해보이고)
무혁 : 글쎄...누가 이겼나....모르겠는데...누가 이겼어, 누나?
서경 : 음...음....김밥이 이겼대애요.
무혁 : 김밥이?.....왜 김밥이 이겼어?
서경 : 음....음..... (생각이 안 난다. 갸웃하며) 왜 김밥이 이겼지?... (긁적이며) 몰르겠어요.
갈치 : (어이없다는 듯 보다가 무혁 보며) 만두는요, 간장 찍고 온다구 늦었대요.
무혁 : (풋....웃음 터뜨린다...급기야는 고개를 숙이고 큭큭큭큭 웃는다)
갈치 : (자기 말 때문에 웃는 줄 알고 같이 웃고)
서경 : (좋아서 같이 웃는다)
고개를 드는 무혁...웃음 소리 점점 커진다...과장된 웃음 소리....
함께 웃던 갈치와 서경....무혁의 오바에 점점 당혹스러워져 웃음을 멈춘다.
무혁, 레스트랑이 떠나가라고 큰 소리로 웃는다. 눈물까지 맺힌다.
레스트랑 사람들, 미친 놈 아냐...무혁을 어이없다는 듯 보고. 서경과 갈치도 벙찐 표정으로 무혁을 본다.
그래도 냅킨으로 눈물을 닦아가며 큰소리로 계속 웃고 있는 무혁. F.O.
30. # 병원 복도 / 윤 병실안 (낮)
민주, 무너질 것 같은 오들희를 부축해서 온다.
“괜찮으시겠어요, 어머니?” 민주, 잔뜩 걱정스런 표정으로 묻고...
오들희, “윤아...윤아....” 헛소리처럼 되뇌인다. 기운이 다 빠져 거의 죽기 일보 직전의 사람 같다.
그 뒤를 걱정스럽게 따르고 있는 대천, 뭔가를 발견하고 걸음을 멈춘다.
이어폰을 끼고 모자를 푹 눌러쓴 무혁, 윤의 병실 앞에 눈을 감은 채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서 있다.
대천, 가슴이 텅 내려 앉는 것 같다.
31. # 플래시백
2회 네비게이션 화면을 통해 보았던 무혁과 목걸이. (아침 마당에 출연했던)
32. # 병원 복도 / 윤 병실 앞
대천, 현기증이 난다. 저 아이가 어떻게 여기 와 있는 건가? 오들희가 어미란 사실을 알고 온 건가? 단순한 우연인가?....
착잡한 표정으로 오들희를 본다.
오들희, 민주의 어깨에 기댄 채 거의 정신을 놓고 있다.
민주 : 매니저 오빠!
무혁 : (그제야 흠칫하며 눈을 뜨고 이어폰을 빼고 고개를 숙이고는....윤의 병실 문을 연다)
대천 : (표정)
오들희 : (민주의 부축을 받아 오다가 갑자기 무혁을 매섭게 노려 본다)
무혁 : (당황하는데)
오들희 : (갑자기 무혁의 뺨을 찰싹 때린다, 모자가 벗겨진다)
무혁 : (뺨을 잡고 고개를 돌린다...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는....눈빛이 매섭다)
대천 : (놀라고)
민주 : 어머니!
오들희 : (기운은 없지만, 이를 앙물고) 너 뭐하는 자식이야? 매니저란 놈이 대체 어디서 뭘 하구 있었길래,
우리 애가 저런 꼴을 당해! 뭘 하구 있었냐구, 이 자식아!!!
무혁 : (손바닥으로 얼굴 가린 채...매서운 눈빛)
대천 : (심장이 내려 앉는 것 같다...오들희를 말리며) 왜 이래? 차 군이 무슨 잘못이 있다구...차 군한테 왜 그래?!
민주 : (죄인은 난데...무혁을 미안하게 잠깐 보고) 진정하세요. 진정하세요, 어머니.
무혁 : (그대로 손바닥으로 얼굴을 싸잡은 채....눈빛은 여전히 매섭고)
오들희 : (눈물이 그렁해지며) 저 자식이 우리 윤이 제대루 케어했으면 이런 일 없었어, 오빠...
다 저 자식 때문이야! 저 자식 때문이야, 다!!!
무혁 : ....
대천 : 왜 또 엄한 사람까지 잡어? 너 지금 너무 예민하다! 진정해!!...미안해, 차군! 차군이 이해해.
무혁 : .......
오들희 : 우리 윤이 잘못되면...너부터 내가 가만 안 둘거야!.....너부터 가만 안 둬, 알겠어?!!
무혁 : .......
대천 : 들어가자...어서 들어가...
오들희 : (눈물 글썽해서) 윤아...윤아....내 새끼이....어뜩해...내 새끼... (하며 대천의 부축을 받아 안으로 들어간다)
무혁 : (그대로 고개 숙인채 뺨을 싸잡고 있는데)
민주 : (무혁의 모자를 주워서 내민다) 죄송합니다. 제가 대신 사과 드리께요.
무혁 : (한손으로 얼굴 가리고 한 손으로 모자를 받는다...표정)
민주 : (무혁을 보다가....어디서 많은 본 얼굴인데.....잠깐 흠칫하지만...이내 병실로 들어간다)
무혁 : (그제야 고개 들고 모자를 쓰고....감정을 달래려 다시 껌을 꺼내 씹는다)
33. # 윤 병실
다리에 깁스를 한 윤(얼굴도 상처 투성이다), 의식을 잃고 누워 있다.
윤을 대면한 오들희의 눈에 다시 눈물이 고인다.
오들희 : ....아들...엄마 왔다...윤아....엄마 왔어. (윤 곁으로 다가가 윤의 손을 잡는다)
윤 : .......
민주 : (뒤따라 들어와 눈물이 고인다)
대천 : (차마 마음이 아파 못 보고 시선을 돌리는)
오들희 : 미안해, 윤아....늦게 와서...엄마가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해..... (윤의 얼굴을 손으로 매만지며 오열하는)
34. # 병실앞
무서움이 느껴질만큼 무표정한 무혁, 입에 든 껌을 손가락으로 쭉쭉 늘이며 손장난 하고 있다.
이때, 주치의, 스텝과 간호사와 함께 윤 병실 앞으로 온다.
무혁, 얼른 다시 병실 문을 열어준다.
32. # 병실안
주치의, 오들희에게 윤의 상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주치의 : 오른쪽 복숭아뼈와 무릎 전방 십자 인대가 파열됐습니다.
다행히 한쪽 아래만 손상돼서 깁스만 풀면 걷는덴 지장이 없을 겁니다.
오들희 : ......(안도하는)
민주 : .....(안도하는)
주치의 : 문제는 심장쪽인데...
오들희 : ...시...심장이요?
주치의 : 사실은 수술 도중에 갑자기 심장에 문제가 생겨서 수술 시간이 많이 지연됐습니다.
오들희 : (쿵...놀라는)
이때, 열린 문 사이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는 무혁의 모습이 보인다.
주치의 : 기록을 보니까 최윤씨가 선천적으로 심장이 많이 약하더군요.
오들희 : (창백해지며) ........네...그런..데요?
무혁 : ......
주치의 : 정밀 검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사고 당시 운전대에 가슴을 심하게 부딪힌 거 같습니다...
심장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을 수도 있어요.
오들희 : (휘청하는)
민주 : (오들희를 얼른 잡는다)
무혁 : ........
주치의E : (오들희 얼굴 위로) 일단 안정을 취하면서...경과를 두고 봅시다.
무혁 : (조용히 문을 닫는다)
33. # 병실앞
무혁, 벽에 머리를 턱 기대고 선다....여전히 무표정한....껌으로 풍선을 분다.
잠시후, 문 열리고, 주치의와 스텝들, 나온다.
무혁, 있는 힘껏 풍선을 불어 터뜨린다.
34. # 병실안
오들희, 윤의 손을 꼭 쥐고 흐느껴 울고 있다.
민주, 죄책감으로 마차 윤을 못 보고 벽을 보고 선 채 눈물을 흘린다.
대천, 멍한 표정.
잠시후, 윤, 천천히 눈을 뜬다. 잠깐 멍한 표정 짓다가 자신의 손을 꼭 붙들고 흐느끼고 있는 오들희를 본다.
윤 : (힘겹게) ...엄마...
오들희 : (흠칫 놀라며) 윤아....윤아, 정신이 들어?....그래, 엄마 여깄어.....여깄어, 엄마.
민주 : (돌아보는)
윤 : (민주 잠깐 표정없이 보다가 대천을 보며 힘들게 말하는) 은채..는요, 아저씨?...은채.. (하다가 힘겨운지 다시 눈을 감는다)
민주 : (....쿵하는 느낌....씁쓸하다)
윤 : .......
35. # 병실 앞
무혁, 아예 퍼질러 앉은 채 껌을 가지고 손가락으로 온갖 모양을 다 만들고 있다.
민주, 병실문 열고 나온다.
민주 : (표정이 허탈하다) ......은채 좀 데려 오세요.
무혁 : (그대로 돌아보지 않고....)
민주 : (애써 쿨하게) 윤이가 은챌 찾아요. 은채 좀 데려 와 주세요.
무혁 : (일어나서 등을 보인 채 걸어가는데)
민주 : 저기요!
무혁 : (걸음 멈추는)
민주 : (긴가 민가) 우리.....혹시...다른 곳에서 한번 본적 없나요?
무혁 : (그대로 걸어가 버리는)
민주 : (설마...그럴 리가 없어....고개 젓는)
무혁 : (서늘한 눈빛)
36. # 오들희 집 대문앞 / 무혁 차 안
무혁의 차, 와서 멎는다.
무혁, 심난한 표정으로 생각하는.....윤이를 위해 은채를 데리러 온 상황이 씁쓸하다.
37. # 은채방
빼곰히 열린 방문 틈으로 고개를 들이밀고 있는 혜숙, 숙채, 민채....걱정스런 표정이다.
핼쓱한 은채, 침대에 등을 댄 채 쪼그리고 앉아 있다.
은채 앞으로 밥과 반찬이 놓인 작은 게다리 소반 놓여 있다. 숟가락도 안 댔다.
38. # 은채방
무혁, 민채의 안내를 받으며 함께 들어선다.
은채, 여전히 웅크리고 앉아 있다.
민채 : 언니야! 왕 느끼.. (하다가) 매니저 아저씨 왔어!
무혁 : (무표정하게 보는)
은채 : (그 말에 고개를 들다가.....힘없이 다시 고개를 떨구고 웅크린다)
무혁 : .......
민채 : 우리 언니 물 한 모금 안 먹구, 잠 한숨 안 자구, 거의 자폐 증셀 보이구 있거든요....
경끼하니까 큰소리 내지 말구, 느끼하게 굴지 말구, 조심해 주세요. (미심쩍게 바라보다 나간다)
무혁 : (멀건히 은채를 보는)
은채 : (그대로 웅크리고 있다)
무혁 : .....윤이 깨났다.
은채 : (흠칫 놀라서 고개 들며 무혁을 보는) ....깨났어요? 윤이...살아 났어요?
무혁 : (고개 끄덕이는)
은채 : .....(그제야 안도하는....비로소 눈물이 맺힌다)
무혁 : ....널 찾는다, 윤이가.
은채 : (눈빛이 심하게 일렁이는)
무혁 : 가자. 빨리 데리구 오래.
은채 : (잠깐 멍해 있더니....다시 고개를 푹 숙이고 원래의 자세가 된다)
무혁 : 돌딩아.
은채 : .......(끄떡도 않는)
시간 경과.
무혁, 벽에 등을 기대고 은채의 맞은 편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
은채, 여전히 꼼짝도 않고 그 자세로 앉아 있다.
시간 경과.
창문으로 지는 해의 햇살이 스며 들고 있다.
무혁, 그 자세로 은채만 보고 있다. 은채, 여전히 꿈쩍도 않고.
이때, 빼꼼히 문 열리며 혜숙, 숙채, 민채, 고개를 들이밀고 본다. 눈동자를 굴리며 두 사람을 의아하게 번갈아 본다.
시간 경과.
방안은 완전히 깜깜해졌다. 바깥의 불빛만 희미하게 새어 들어온다.
무혁, 그 자세로 꼼짝도 않고 은채만 뚫어져라 보고 있다.
은채, 역시 꼼짝도 않고 그 자세로 앉아 있다.
무혁,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방안의 불을 켠다.
은채, 꼼짝도 않고 있고.
무혁, 은채의 옷장을 열어 코트 하나를 꺼내 은채의 어깨에 덮는다.
은채, 시선 들어 보는데.
무혁 : 윤이 너 기다리다 죽겠다....가자! (하더니 갑자기 은채를 번쩍 안아 어깨에 맨다)
은채 : (당황하며) 왜 이래, 아저씨!.....내려줘! 내려줘!! (무혁을 때리는)
무혁 : (그대로 방밖으로 나가는)
39. # 은채 거실
무혁, 은채를 매고 나온다. 은채, 무혁을 때리며 “내려줘...내려 줘어...! 엄마아! 엄마!!” 소리 치며 무혁을 때린다.
거실에 있던 혜숙, 숙채, 민채...놀라서 눈이 동그래지고.
무혁, 정중하게 꾸벅 혜숙에게 인사하고 밖으로 나간다.
혜숙 : (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어안이 벙벙해 있다가)..으..은채야...은채야....(따라 나가려 하는데)
민채 : (잡으며) 냅둬, 엄마...저렇게라두 데리구 나가야 돼...안 그럼, 방 구석에서 질식해서 죽어, 언니.
혜숙 : 야, 그래두.
숙채 : 멋지다, 씨이...
40. # 오들희집 앞 (밤)
무혁, 은채를 둘러 매고 나온다. (한 손엔 은채의 신발을 들고)
은채, 발버둥치며 무혁을 때리며 내려 달라고 소리치지만,
무혁, 끄떡도 않고 조수석 문을 열고 은채를 태우고, 문을 탁 닫아버린다.
자기도 운전석에 오르는 무혁.
41. # 무혁 차 (밴 아닌 사무실에서 쓰는 다른 차) 안
무혁, 키를 꽂고 시동을 건다.
은채 : 뭐하는 짓이예요, 이게?!...안 가! 안 간다구요!! 난 안 간다구요!! (하며 내리려 하는데)
무혁 : (문을 탁 잠궈버린다)
은채 : (어이없는 표정으로 노려 보는데)
무혁 : (갑자기 은채쪽으로 몸을 기울이는데)
은채 : (흠칫 당황하는)
무혁 : (안전 벨트를 매준다)
은채 : ......(당황하다가 다시 무혁을 노려 보는)
무혁 : 화내지 마라...소리 지르지 마...
은채 : (계속 노려 보고 있는)
무혁 : (안전 벨트하며) 잠 한숨 안 자구, 물 한 모금 안 먹었다며? 힘 빼지 마!
은채 : (강건한) 나....윤이한테 안 간다구요!! 알겠어요?!! (벨트 풀려고 하는데)
무혁 : (차를 출발시켜 버린다)
은채 : (어이없는 표정으로 보는)
42. # 무혁 차안 (달리는)
무혁, 운전하고 있고, 은채, 노려보다가 기운이 없어 털석 시트에 머리를 기댄다.
은채 : (기운 없지만, 힘주어 말하는) 똑똑히 들어요, 아저씨.....나 윤이한테 안 가요....못 가요.....
(눈물 그렁해지며) 내가 윤이한테 어떻게 했는데.....얼마나 못 되게 굴었는데.... 내가 어떻게 윤이 얼굴을 봐요?....
나 윤이 얼굴 못 봐요. (눈물이 또르르 흐른다)
무혁 : (은채를 스윽 보다가 앞을 보며) 물 한 모금 안 먹었다는 게....눈물을 한 됫박을 쏟냐?
은채 :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엉엉 우는)
무혁 : (마음이 아프다) 청개구리냐?...홍수 나겠다. 그만 울어, 좀!!!
은채 : ......
무혁 : 너 자꾸 울면 내가 너 확 데꾸 산다, 그냥!
은채 : (그 소리에 울음 멈추고 어이없는 표정으로 무혁을 보는)
무혁 : 밥 먹자! 뭐라두 일단 좀 먹자! 뭐 먹을래?
은채 : 차 세워 줘요.
무혁 : 밥 먹을래? 나하구 뽀뽀할래?
은채 : (기가 막힌) 차 세워, 빨리!
무혁 : 밥 먹을래? 나랑 잘래?
은채 : 차 문 열고 뛰어 내린다?
무혁 : 밥 먹을래? 나하구 살래?
은채 : (기가 막힌 표정 지으며 안전벨트를 푸는데)
무혁 : 밥 먹을래? 나랑 같이...죽을래?
은채 : ..... (어이없다는 듯 보는)
43. # 식당
무혁과 은채, 식당에 마주 앉아 있다.
정갈한 한식 상차림.
은채, 까칠한 얼굴로 숟가락 들 생각도 않고 굳어서 앉아 있고, 무혁, 그런 은채를 보고 있다.
주인여 : (다가오더니) 왜 밥을 놓고 제살 지내구 있어요? 맛이 없어요?
무혁 : (은채만 보고 있다)
은채 : (여전히 굳어서)
주인여 : (어이없는 표정 짓다가 가 버리고)
무혁 : (젓가락으로 음식을 이것 저것 건드리며 장난한다. 밥알을 손으로 으깨 상에 바르고, 김치를 물컵에 담가
젓가락으로 빙빙 돌리고...깻잎을 상위에 펴 놓고 온갖 반찬들을 다 얹어놓기도 하고...마치 어린애들 소꿉놀이하듯)
은채 : (그 모양을 멍하니 표정없이 보고 있다)
무혁 : (점점 더 음식으로 장난을 치기 시작한다..생선 눈알 두 개를 빼서 상 위에서 구슬치기도 하고)
은채 : (결국 못 참고) 먹는 걸 갖구 장난치냐?
무혁 : (고개 드는)
은채 : 쌀 한톨이 없어 굶어 죽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천벌 받어, 아저씨.
무혁 : (들은 척도 않고 은채의 밥 그릇 밥알을 퍼서 또 장난을 친다...밥알로 은채 이름을 쓰는...
다시 손가락으로 밥 알을 집으려는데)
은채 : (무혁을 손을 쳐 내고는 숟가락을 들어 밥을 먹는다)
무혁 : (그런 은채를 흘끗 보는)
은채 : (입안 가득 밥 넣고 문득 무혁을 보는데)
무혁 : (자기도 얼른 벅벅 밥을 퍼 먹는다)
은채 : (머릿 속 상념을 떨쳐내려 더 열심히 볼이 미어지게 밥을 먹는다....눈에 눈물이 자꾸만 고여 온다)
무혁 : (그런 은채를 애틋함과 서글픔으로 보는....)
44. # 병원앞
무혁의 차, 와서 멎는다.
45. # 무혁 차안
무혁, 사이드 브레이크를 올리며 고개 돌려 조수석의 은채를 본다.
은채, 어느 새 잠들어 있다.
무혁, 차마 깨울 생각을 못하고, 핸들에 엎드린 채 은채를 지켜본다...오래토록 애틋한 눈빛으로...
46. # 병원 로비
오들희, 대천에게 끌려서 나온다. 사람들, 오들희를 알아보고 수근거리고.
오들희 : 싫어, 오빠....나 여기 있을래....윤이 옆에 있을래, 그냥.
대천 : 하루 이틀에 끝난 일 아닙니다, 아가씨....집에 가서 주무시구, 아가씨 몸부터 일단 추스리구요....민주가 있잖아요.
오들희 : 그래두 내가 있어야 되는데....엄마가 있어야 되는데.....윤이 옆엔 내가 있어야 돼, 오빠...
대천 : 갑시다, 가요....응?.. (오들희를 부축해서 간다)
47. # 무혁 차안
무혁, 운전석에 앉아 자꾸만 아쉽게 뒤를 돌아보며 대천에게 끌려가는 오들희를 본다.
오들희, “윤아...아들...엄마가 있어야 되는데....내 새끼...엄마가 있어야 되는데...”하며
자꾸만 걸음을 멈추고 병실 쪽을 보며 눈물을 찍어내고 있다.
무혁, 그런 오들희를 무표정하게 본다. 그의 머릿속에 섬광처럼 되살아나는.
48. # 플래시백 (2회 #5. 호주 병원 복도)
총에 맞고 피투성이가 돼서 응급 침대에 실려가던 무혁.
오들희(E) : 아들...엄마가 있어야 되는데.....내 새끼....엄마가 있어야 되는데.....
49. # 무혁 차안
무표정한 무혁, 어느새 오들희와 대천의 모습은 저만치 사라지고 있다.
무혁, 문득 고개를 돌려 본다. 조수석에 은채가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다.
무혁, 은채를 애틋하게 보다가...은채의 어깨에 천천히 머리를 기대며....눈을 감는다.
50. # 윤 병실
윤, 멀건히 눈을 뜨고 천장만 바라보고 있다.
민주, 한쪽 의자에 죄인처럼 앉아 있다.
윤, 민주를 돌아보지 않는다.
51. # 무혁 차안
서로 머리를 기댄 채 차안에서 잠들어 버린 무혁과 은채. F.O.
52. # 병원 외경 (이른 아침)
53. # 무혁 차안
은채, 천천히 눈을 뜬다. 옆을 보면 무혁이 자기 어깨에 기대어 잠들어 있다.
황당한 은채...내가 지금 여기서 이 사람과 밤을 샜단 말인가?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하나...당혹스럽기만 하다.
여기가 어딘가?.....보면, 윤이 입원했다던 그 병원이다.
은채 : .......... (푸...한숨 토하는)
54. # 병실 복도
은채, 두리번거리며 윤의 병실을 찾고 있다. 드디어 윤의 병실 앞에 와서 멈추는 은채.
“최윤”이라고 써진 환자명을 보는 순간, 다시 죄책감으로 가슴이 죄여온다.
55. # 윤 병실
윤, 잠들어 있고, 민주, 뜬 눈으로 밤을 샜는지 윤의 침대 옆에 앉아 윤을 바라보고 있다.
이때, 노크 소리 들린다.
민주 : 네.
문 열리고, 은채, 들어선다.
민주 : (돌아보고 씁쓸한 미소 짓고) 왜 인제 왔어? 어젯밤 내내 윤이가 널 얼마나 기다렸는데?
은채 : (당혹스럽다...민주에게 미안하기도 하고...그러나 무엇보다 윤이 걱정돼 윤을 마음 아프게 보는)
민주 : 난 가께, 그럼... (문 쪽으로 가려는데)
은채 : (민주를 잡으며) 잠깐 얼굴만 보구 갈거야....윤이 옆엔 니가 있어야지.
민주 : 윤이 내가 저렇게 만들었어.
은채 : 무슨 소리야?
민주 : 나 다른 남자 생겼어.
은채 : (놀라는)
민주 : ...그렇게 됐어.
은채 : (갑자기 민주의 멱살을 와락 잡고 노기 어린) 너...너...윤이한테 무슨 짓을 한거야?
민주 : 몰라...모르겠다, 나두.
은채 : 강 민주!!
민주 : (멍한) ....정말 모르겠어....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나두 모르겠어, 정말.
은채 : (부들부들 떨다가 멱살을 놓고...) 꺼져.
민주 : .....
은채 : (민주 안 보고) 꺼지라구.
민주 : (씁쓸한 표정 짓다가....나가는)
은채 : (당혹스럽게 민주 뒷모습 보다가...돌아서 윤을 본다....윤에게 다가 간다)
윤 : (잠들어 있다)
은채 : (눈물이 그렁해지고, 먹먹해지는) ....미안해, 윤아....니가 그렇게 힘든 지 몰랐어....
니가 그렇게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는지 몰랐어, 난....
윤 : ......
은채 : ......
윤 : (눈을 감은 채 갑자기 손을 내밀더니 은채의 손을 잡는다)
은채 : (당황하는)
윤 : (그대로 눈 감은 채 은채의 손만 꼭 잡고 있다)
은채 : ........
56. # 무혁 차안
무혁, 잠에서 깨어난다. 옆을 보면 은채는 없다. 갑자기 가슴 한구석이 허하다.
한동안 멍하게 있다가...손바닥으로 얼굴을 부비고 보면, 저 앞으로 민주가 털레털레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민주, 차에 오를 생각은 않고, 멍하니 넋 나간 듯 서 있다.
그런 민주를 서늘하게 보는 무혁.
57. # 민주집 엘리베이터 앞
민주, 휘청휘청 터벅터벅 걸어서 엘리베이터 앞으로 온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고개를 떨군 채 서 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드는데,
엘리베이터 문에 무혁(박현우, 가방을 들고 가벼운 스포츠 웨어 차림)의 모습이 비친다.
엘리베이터 문에 비친 무혁과 민주.
민주는 표정이 굳어 있고, 무혁은 씨익 웃고 있다.
잠시후, 엘리베이터 문, 열린다.
58. # 엘리베이터 안
엘리베이터, 올라가기 시작한다.
민주, 표정이 굳어 앞만 보고 있다.
이때, 무혁, 갑자기 안경을 벗는다...그 모습이 엘리베이터 문에 비친다.
민주 : (흠칫 당황하며 무혁을 본다)
무혁 : (아무 표정 없이 수염도 뗀다)
민주 : (기함을 하는)
무혁 : (워터 스프레이를 머리에 뿌린다. 곱슬거리는 파마결이 살아난다)
민주 : (충격으로 보고 있다)
무혁 : (가방에서 모자를 꺼내서 쓴다...완벽한 무혁의 모습이 되었다)
민주 : ...... (비명이라도 나올 것 같아 손바닥으로 입을 가린다)
무혁 : (껌을 꺼내서 씹는다)
민주 : .......
무혁 : 어떤 사람한텐 껌처럼 아무렇게나 씹구 버리는 게 사랑이겠지만, 어떤 사람은 그 사랑에 목숨을 걸기두 해.
민주 : ....... (안색이 창백해진다)
잠시후, 무혁의 층에서 엘리베이터 멈추고, 문 열린다.
무혁 : (내리려다가 문득 뒤를 돌아 민주와 시선 마주치고) 벌 받았다구 생각해, 아줌마!
(시익 웃으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걸어간다)
민주 : (충격으로....넋나간 사람처럼 멍해 있다.....엘리베이터에 턱 뒷머리를 기댄다)
무혁, 껌을 씹으며 껄렁하게 걸어오는 뒤로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있다.
59. # 무혁 거실
무혁, 거실로 들어서더니, 인터폰을 들어 수위실 버튼을 누른다.
무혁 : .....집을 좀 내놓구 싶은데....요.
무혁, 주머니에서 통장 두 개를 꺼낸다. 펼쳐서 보면, 예금자명에 ‘김갈치’ ‘윤서경’ 이라고 적혀 있다.
61. # 서경방
케익 위에 꽂히는 스물 일곱 개의 초....갈치가 꽂고 있다.
서경, 좋아서 혀 쏙 내밀고 헤헤거리고 있다.
갈치 : 잠깐...엄마랑 쌍둥이니까 외삼촌도 오늘이 생일이네....외삼촌한테두 전화 하자, 엄마.
서경 : (헤헤거리며 크림을 손가락으로 쿡 찍어서 빨아 먹는다)
62. # 서경집 앞 (낮)
무혁, 걸어오고 있다. 내가 태어난 날이 오늘이구나....한번도 제대로 챙겨 보지 못했던 생일....마음이 묘하다.
갈치(E) : 외삼촌!
서경(E) : 외삼촌!
무혁, 고개 들어보면, 저 앞에서 서경과 갈치가 반갑게 무혁을 향해 양 팔을 흔들어 댄다.
무혁, 씨익 환하게 웃으며 그들에게 빠른 걸음으로 걸어간다.
무혁과 서경, 갈치를 가운데 두고 함께 손 잡고 즐겁게 골목길을 걸어간다.
그들의 모습 사라지자, 뒤이어 나타나는 대천....표정이 무겁다.
63. # 서경방
스물 일곱 개의 촛불에 불 밝혀져 있다. 무혁, 서경, 갈치, 박수치며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른다.
64. # 서경 마당
대천, 대문을 열고 들어선다.
서경방에서 무혁과 서경, 갈치가 부르는 생일 축하 노래 흘러 나오고 있다.
대천, 쾅 한 대 얻어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느낀다. 회한으로 눈물이 그렁해 진다.
이때, 생선이 든 비닐 봉지 들고 민현석이 들어선다.
민현석, 대천의 표정을 보며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하는 표정으로 수돗가로 가 비닐 봉지에서 생선을 꺼낸다.
민현석 : (생선을 다듬으며) 27년전에 한 처녀 여배우가 가정이 있는 감독이랑 사랑에 빠졌대요. 그래서, 쌍둥이를 낳았는데..
대천 : (흠칫해서 돌아보는)
민현석 : 낳자 마자 그 핏덩이들을 고아원에다 내다 버렸다는구만....세상 눈이 무서워서 그랬겠지?
자식 새끼야 어떻게 돼두 저는 살아 남아야 했었겠지?
대천 : ....... (쿵.....부르르 떨린다)
65. # 서경방
“이제 촛불 꺼요.” 갈치의 신호에 따라서 무혁과 서경, 후 불어 촛불을 끈다.
무혁, 초를 빼는데, 갈치, 장난기가 발동해 무혁의 얼굴을 케익에다 박아버린다.
무혁, 이 자식이 하며 갈치 얼굴에다 케익을 바르고 장난을 치는 위로.
민현석(E) : 어쨌든 그 중 한 놈은 외국으로 입양돼서 양부모라는 인간들한테 이리 버려지구, 저리 채이구....
길바닥에 똥개처럼 자랐구.
무혁, 이번엔 서경의 얼굴에 케익을 바른다....
서경, 까르르 웃으며 열심히 도망다니고...넘어지고...
갈치가 무혁과 눈짓하며 서경의 얼굴을 잡고, 무혁, 서경의 얼굴에 케익을 열심히 바르는 위로...
민현석(E) : 한 놈은 다섯 살때 에미 찾으러 나갔다 트럭에 치여서....정신 연령이 여섯 살이래나 일곱 살이래나...
애비도 모르는 자식 하나 의지해서 근근히 살아가구 있대요.
무혁과 서경, 갈치, 서로 마주 보고 까르르 웃는 위로.
민현석(E) : 사필귀정! 인과응보!
66. # 서경 마당
대천, 눈빛이 무섭게 떨린다.
민현석 : (여전히 생선 다듬으며) 선조들이 참 똑똑해...그런 기가 찬 말을 어떻게 만들어 냈을까?
대천 : .......당신...누구야?
민현석 : (다듬어진 생선 들고 일어나는) 많이 늙었구만, 자네두.....27년전에 내가 한참 잘나가던 기자였을 때,
고아원 앞에서 쌍둥이랑 같이 봤었지...세월 앞에 장사가 없나보이. (씁쓸하게 웃고 자기 집으로 들어가는)
대천 : ...... (기가 막힌다. 충격으로 더 이상 아무 말 못하고, 멍하게 민현석의 뒷모습을 보다가....손바닥으로 눈을 가리는)
67. # 서경 욕실
무혁, 서경, 갈치, 비누 거품을 얼굴에 가득 묻히고 있다. (커다란 대야에 물 받아 같이 세수하고 있다)
갈치 : 참, 은채 누나두 오라 그럴걸.
서경 : (따라하는) 맞어, 오라 그럴걸.
무혁 : (생각하는)
갈치 : 은채 누나 보구 싶다.
서경 : 나두 보구 싶다.
갈치 : 은채 누나 어딨어요?
서경 : 어딨어요?
무혁 : .......
68. # 서경집 근처 골목길 (밤)
무혁, 걸어내려 가고 있다.
담벼락 한 켠에서 눈물이 그렁해 무혁을 지켜보고 있는 대천. 멀어져가는 무혁의 뒷 모습을 시린 눈으로 오래토록 쫓는다.
69. # 병실 복도 (밤)
무혁, 털레털레 걸어오는데, 윤 병실쪽에서 보온병과 찬합을 든 숙채와 민채, 오고 있다.
숙채 : (핸드폰하며) 완전 골 때려, 엄마, 지금!....윤이가 은채 손을 절대 안 놔준대.
무혁 : ..... (멈춰 서서 듣는)
숙채 : 그렇다니까요...화장실두 못 가구 있어, 우리 은채가, 그래서....잠을 자면서도 은채 손은 꼭 잡구 있대니까, 그 자식이...
뻥 아니래니까....아, 진짜... (하며 민채에게 전화를 바꾼다) 내가 뻥 깐다구 너 바꾸래....아, 무슨 엄마가 이러냐?
민채 : (핸드폰 받아 들며) 어, 엄마...숙채 말 맞어....간호사 언니두 신기하대...죽어라두 언니 손만 붙들고 있어.....
언니가 잠깐 손을 놓기만 해두 심장 박동수가 장난이 아니게 높아져서 떼 놓을 수가 없대.
무혁 : .......(민채의 전화 내용을 들으며...표정이 없는)
숙채와 민채, 걸어오다가 무혁과 마주친다.
숙채, 얼굴이 빨개져서 무혁에게 꾸벅 인사하고,
민채, 슬쩍 눈 인사만 하고, 무혁을 스쳐간다. (자꾸만 무혁을 돌아보는 숙채의 손을 끌고)
민채 : (계속 통화 하며) 그 심리 상태가....의학 용어로 뭐라구 간호사 언니가 그러던데....
당근 암것도 못 먹구 있지....화장실만 겨우 간대, 화장실만. (복도를 돌아 사라지는)
무혁 : (멈춰 선 채....표정이 굳어진다....갑자기 불 같은 질투가 인다)
70. # 윤 병실앞 / 윤 병실
조명등만 켜진 방.
빼꼼히 열리는 병실 문 사이로 보이는 은채와 윤의 마주 잡은 손.
잠들어 있는 윤....은채 손만은 꼭 잡고 있다.
은채, 침대 옆 의자에 앉아 고개를 앞으로 주억거리며 꾸벅꾸벅 졸고 있다.
병실 밖에서 무혁, 은채의 등과 꼭 잡은 손과 잠든 윤을 보고 있다.
무혁, 병실 안으로 들어선다. 은채를 보다가 의자를 가져 와 은채 옆으로 놓고 그 의자에 앉는다.
무혁, 꾸벅거리는 은채의 머리를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해준다.
은채, 그 느낌에 흠칫 눈을 뜬다.
무혁, 은채의 다른 손을 보더니...그 손을 꼭 잡는다.
은채, 당혹스러워 다시 눈을 감아 버린다.
무혁, 은채의 잡은 손을 자신의 호주머니에 넣는다.
은채의 감은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무혁, 유리창에 비친 은채와 자신과 윤을 모습을 서늘하게 보고 있다.
F.O.
71. # 편의점
민채(얼마간의 시간이 흘러 헤어 스타일 약간 변화 생긴), 친구들과 컵라면과 삼각 김밥 먹고 있다.
민채 친구, 스포츠 신문 하나를 들고 온다.
친구 : 민채야! 민채야! 최 윤 오빠 기사 났어!!
민채 : 인줘 봐.
민채, 스포츠 신문을 들어서 본다. “최윤, 교통사고 부상 딛고 열창 투혼” 이라는 제호 아래 윤이 노래하는 모습이 실려 있다.
72. # 인터뷰 화면
얼굴 상처가 완전히 다 아물고 단단해 보이는 윤, 땀이 송글송글 맺힌 얼굴로 인터뷰 하고 있다.
윤의 뒤로 윤의 옷을 들고, 걱정스럽게 보고 있는 은채의 모습도 잡힌다.
윤 : (예전과는 다르게 많이 의젓해진) 그동안 걱정 많이 끼쳐 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여러분 염려 덕분에 상처도 많이 아물고, 다친 데도 다 나았습니다.
73. # 오들희 방
오들희, 대견스런 표정으로 TV에 나오는 윤의 인터뷰를 지켜보고 있다.
윤 : 더욱 열심히 해서 앞으론 여러분들께 좋은 모습만 보여 드리께요...감사합니다.
오들희 : (대견스런 표정 짓다가 문득 걱정스런 표정되어) 무리하지 말라구 했는데....괜찮겠지?....괜찮지, 윤아?....
엄마 걱정 안해두 되지? 아들?
TV화면에 녹음실에서 노래 연습하며 열창하고 있는 윤의 모습이 자료 화면으로 나오고 그 위로 리포트의 멘트도 들린다.
리포트(E) : 교통사고 이후 놀라운 회복 속도를 보이며 한층 더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온 최윤씨는....
74. # 방송국 주차장
윤의 밴이 서 있다.
75. # 윤 밴안
무혁, 핸들에 머리를 박은 채 두통으로 몹시 괴로워 하고 있다. 마치 비라도 맞은 사람처럼 머리와 얼굴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괴로움으로 이를 앙무는 무혁.
이때, 무혁의 핸드폰 울린다. 무혁, 핸드폰을 받으려고 손을 뻗치다가 아악! 소리 내며 머리를 감싸쥔다....
언젠가부터 고통의 강도가 심해지기 시작했다.
실신하듯 조수석쪽으로 쓰러지며 눈 감아 버리는 무혁.
76. # 분장실
은채, 핸드폰을 귀에 대고 있다. 갸웃하며 핸드폰을 끊는다.
은채 : 어디 갔지? 핸드폰을 안 받네?
윤 : (거울 앞에서 머플러를 매고 있다)
은채 : 잠들었나...잠깐만 있어 봐, 차에 갔다 오께.
윤 : 은채야!
은채 : 응?
윤 : 너랑 나, 둘이서 갈 데가 있어.
은채 : (어디?...하는 표정으로 윤을 보는)
77. # 자동차 판매장
은채, 황당한 표정으로 자신 앞에 놓인 차를 보고 있다.
여성용으로 나온 독특하고 깜찍한 스타일의 승용차.
윤 : (한쪽에 목발을 짚었다. 흐뭇한 표정으로 은채를 보며) 이쁘지? 꼭 너 같이 생겼지?
은채 : (여전히 황당하고 얼떨떨한 표정 풀지 못하고) ...이게...뭐?
윤 : 니 차야, 이제.
은채 : 엉?
윤 : (옆에 서 있는 영업 직원에게 카드 주며) 이걸루 결재해 주세요.
은채 : 윤아!
윤 : 일시 불루 해주세요.
직원 : 네....감사합니다. (인사하고 카드 단말기 있는 곳으로 가고)
은채 : 자..잠깐만요, 아저씨...이거...안 살거예요. (직원 있는 곳으로 가려는데)
윤 : (은채의 팔을 탁 잡는다) ...당분간 나두 좀 태워주구....나, 면허 정지 돼서 운전 못하는 거 알지?.
은채 : 그래두....나, 이런 거 못 받아 윤아!!
윤 : 열벌 스무벌 니 몸무게보다 무거운 내 옷 들구 다니면서 너 팔 늘어지는 거, 늘 가슴 아팠어.
은채 : 난 괜찮아, 윤아....아직 팔 근육두 딴딴하구, 팔 힘두 세구...내가 원래 팔이 짧아서 좀 늘어져두...
(하다가 답답한 마음에) 왜 이래? 내가 니 코디네이터 하루 이틀해? 그동안 암 말 없다가 왜 이래, 갑자기?
윤 : (정색하고) 딴 여자한테 정신이 팔려서 널 미처 못 봤지, 그땐!
은채 : !
윤 : 그 여자가 내 눈을 다 가리구 있어서 니 팔 늘어지는 거, 너 힘들어 하는 거, 볼 수가 없었지, 그땐!
은채 : (점점 당혹스럽다...예전의 윤이 아니다)
윤 : 너무 늦어져서...미안하다.
은채 : ...... (은채의 얼굴 위로 들리는)
윤(E) : 이거 바루 좀 끌구 나가두 돼요, 아저씨?
78. # 윤 밴안
실신한 듯 쓰러져 있던 무혁, 천천히 눈을 뜬다....힘겹게 끄응 몸을 일으켜 앉는다.
정신을 차리려고 애쓰며 손을 뻗어서 핸드폰을 본다. 부재 수신에 은채의 이름이 찍혀 있다.
79. # 거리
은채의 차, 달리고 있다.
80. # 은채 차 안
은채, 곤혹스런 표정으로 어쩔 수 없이 운전하고 있다. (왼손으로 핸들 잡고, 오른 손은 기어에 얹고)
윤, 조수석에 앉아 빙긋 웃고 있다.
은채 : 니 속셈을 알지, 내가...선심 쓰는 척 하구, 날 완전히 멀티루 부려 먹을라 그러지? 코디네이터에다 운전 기사에다가.
윤 : (빙글거리며 웃는)
은채 : 교통사구 나서 잔머리만 는 거 같애. 얍삽한 자식.
윤 : (그저 웃는)
은채 : 좋아...기꺼이 받지...사실 내가 널 위해 충성한 세월이 얼만데...이 정돈 받을만하지....줬다가 뺏기만 해봐, 너.
윤 : (씨익 웃으며 기어에 얹혀진 은채의 손을 꼭 잡는다)
은채 : (당황하지만) 야아... 뭐야?...간지러. (손을 빼려는데)
윤 : (꽉 잡으며) 니 손이 날 살렸다?
은채 : .....
윤 : 그때, 사고 날때....이제 죽는 구나...여기서 다 끝나는구나.....그런 생각을 하는데...니 목소리가 들렸어.
은채 : ......
윤 : 괜찮아, 윤아...별 일 아니야....다른 어떤 데도 가지 말구, 어떤 소리도 듣지 말구, 내 손만 꼭 잡아....괜찮아. 별 일 아니야...
은채 : ....... (눈빛이 흔들리는)
윤 : (은채의 손을 더 힘주어 잡으며) 이제 다신...죽을 때까지 니 손 안 놓을 거야.
은채 : (당황하는데)
이때, 은채의 핸드폰 울린다.
윤 : 내가 받으께. 넌 운전해.... (핸드폰 들어서 보고) 무혁이 형이네.
은채 : ......
윤 : 어, 형....은채, 지금 나랑 있어......운전 중이라서, 은채가.
은채 : .......
윤 : 먼저 퇴근해, 형.....은채랑 데이트 할려구 오늘 스케줄 다 접었어.
은채 : (흠칫 윤을 보는)
윤 : (은채의 손을 잡은 손을 더 힘을 주며) 나 은채랑 사겨, 형.
은채 : (끼익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81. # 윤 밴안
멍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귀에 대고 있던 무혁, 천천히 핸드폰을 접는다.
창백하고, 병색이 뚜렷한 얼굴이지만, 눈빛은 매섭고 서늘하게 빛난다.
82. # 거리 / 은채 차안
은채의 차, 비상등 켜고 한쪽에 정차 해 있다.
은채 : (윤이 잡은 손을 빼내며 가쁜 숨을 몰아쉰다...많이 당황했다)
윤 : (씨익 웃으며) 당황했냐, 우리 은채?
은채 : 윤아.
윤 : 과거는 묻지 마...무조건 니가 용서 해, 그냥.
은채 : ......
윤 : 그때야 내가 뭘 알았냐? 니가 잠깐이라두 안 보이면 엄마 떨어진 아이처럼 불안하구,
니가 좋은 거, 맛있는 거 먹으면 내가 먹은 것보다 더 기분 좋구...그게 사랑이란 걸 어떻게 알어, 내가?
은채 : (이상하게...감동해야 하는데....가슴이 답답해 온다...) 윤아.
윤 : 사랑한다, 은채야....것두 너무 늦게 알아서...미안하다.
은채 : (벨트를 푼다) 아빠한테 전화하께.
윤 : (보는)
은채 : 좀만 기다려. 아빠한테 전화해서 이 차, 운전해 가시라 그러께.
윤 : 야.
은채 : (차에서 내린다)
윤 : 은채야!!!
은채 : (돌아보지 않고 걸어간다)
윤 : (당황해서 버럭 고함 지르는) 은채야!!!.... (하다가 심장쪽을 잡고 인상 일그러뜨리며 고통스러워 하는)
은채 : (그대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가는)
83. # 서경집 앞길
병색이 어느 정도 가신 무혁, 털레털레 걸어오고 있다.
무혁, 문득 고개 들다가 뭔가를 발견하고, 표정이 굳어진다.
민주, 차 세워 놓고, 차 앞에 나와 기다리고 있다.
무혁 : (민주와 시선이 마주치고 굳어서 보는데)
민주 : (시익 웃으며) 그 집은 내 놓구 이 동네루 이사 온 거예요?
무혁 : ......
민주 : 그동안 열심히 머리 쥐어싸구 생각해 봤는데, 박현우씨, 아니 차무혁씨 당신에 대해 도저히 정리가 안돼요.
무혁 : .......
민주 : 누구예요, 당신, 대체?
무혁 : (보다가 그대로 스쳐서 가려는데)
민주 : 윤이랑 관련 됐어요?
무혁 : (흠칫....표정)
민주 : 윤이한테 원한 같은 거 있어요?
무혁 : ......
민주 : (표정을 읽고) 역시 맞네....윤이네...
무혁 : (다시 걸음을 떼서 가는데)
민주 : 너 때문에 윤이두 잃구, 은채두 잃구....그나마 날 진심으루 사랑해줬던....내 인생에 두 사람을 잃었어!
무혁 : (걸어가는)
민주 : 나쁜 새끼!
무혁 : (걸음 멈추고 돌아보고 꾸벅 정중하게 고개 숙이고)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다시 걸음 돌려서 가는데)
민주 : 윤이한테 말 할 수도 있어!!
무혁 : .....
민주 : (무혁이 전혀 미동도 않자 소리치는) 윤이한테 다 말 할수도 있어!!
무혁 : (잠깐 생각하다가 발길 돌려서 민주에게 다시 걸어와 앞에 서며) 맘대루 해.
민주 : .....(눈빛이 흔들리는)
무혁 : 니 매니저란 놈...그 나쁜 새끼한테 유혹 당했었다구...윤이한테 말해.
민주 : .......
무혁 : (시익 웃고 돌아서 간다)
민주 : ...(스스로에 대한 혐오감으로 눈물이 그렁해지며) 그런 나쁜 새끼한테...아직두 유혹 당하구 있다구...
무혁 : (흠칫...표정)
민주 : 것두...말해? (눈물이 또르르 흐른다)
무혁 : (당혹스런 표정으로 돌아보는)
84. # 거리 (밤)
은채, 심난한 표정으로 걸어가고 있다.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85. # 플래시백 (7회 #59 서경 마당)
은채의 허리에 머리를 댄 채 은채를 등 뒤에서 껴안은 무혁.
무혁 : 가지 마라.
은채 : ......(당황하는)
무혁 : 가지 마라, 은채야.
은채 : ......
무혁 : 힘들게 안할께....가지 마라.
86. # 거리 (밤)
무혁을 생각하며 걷고 있는 은채.
87. # 플래시백 (7회 #78 노래방앞 계단)
은채 : 아저씨...한번 안아 주구 싶은데.
무혁 : (흠칫 눈빛이 흔들린다)
은채 : 접때 못 안아 준 거....지금 안아주께요. 그래두 돼요?
무혁 : .....
은채 : (무혁을 따뜻하게 꼬옥 끌어 안아 준다)
무혁 : ......(가슴이 콱 막힌다)
은채 : .......따뜻해요?....외롭지 않죠, 이제?
무혁, 은채에게 입 맞춤하던.
88. # 거리 (밤)
은채, 마음이 아려온다.
89. # 플래시백 (9회 #74 윤 병실)
윤과 손을 꼭 잡은 채 꾸벅 거리며 졸고 있는 은채의 머리를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하던 무혁.
은채의 손을 꼭 잡아 자신의 호주머니에 넣던 무혁.
90. # 거리
은채, 먹먹해 오는 가슴을 누르며 걷고 있다. 그때, 문득 떠오르는.
윤(E) : 나 은채랑 사겨, 형.
은채, 걷던 걸음을 딱 멈춘다.
91. # 서경 마당
무혁, 심난한 표정으로 나와 서서 까만 밤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다.
92. # 서경집 앞
은채, 숨이 차게 뛰어 와서 선다....애틋한 눈빛으로 서경 집 쪽을 보는.
93. # 서경 마당
하늘을 보던 무혁, 약간의 현기증을 느끼는데, 무혁의 코에서 코피가 흐른다.
무혁, 당황해 하며 코를 막는데.
은채(E) : 아저씨!
무혁 : (흠칫 그대로 굳은 채)
은채 : (대문 안으로 들어서 무혁의 등을 본다) ...아저씨.
무혁 : (차마 돌아보지 못한다...멈추지 않고 쏟아지는 코피를 두 손바닥으로 당혹스럽게 막고 있는데)
EN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