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비게이션 판매 사기사건 (2005.10. 라디오 여성시대 방송)
네비게이션을 공짜로 업그레이드 해 준다는 문자를 무차별로 날려서 반응이 오는 사람들한테 무작정 네비게이션을 달아주고 대금은 300~400만원씩 청구하는 사기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는 뉴스를 보며 네비게이션 판매 일을 했던 사람으로서 그 피해의 심각성이 너무나 엄청나기에 몇 자 올립니다. 잘 들으시고 같은 피해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조심하세요.
내가 네비게이션 방문 판매를 했던 때는 약 2년 전이었다. 십수 년을 부산에서 외판일 만 했었기에 말로 하는 장사는 뭐든 자신이 있었다. 네비게이션 한 대를 팔면 100만원정도는 순수익으로 떨어진다는 말에 혹해서 나도 시작한 일이었다. 나는 일주일도 넘기지 못하고 그만두었지만 그 때 그만두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팀은 크게 도우미팀, 상담팀, 설치팀, 이렇게 세 팀으로 나뉘었다. 우리가 일을 했던 곳은 사람들이 잠깐 차를 세웠다가 다시 떠나면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는 휴게소나 공원 주차장 같은 곳이다.
오전 10시가 되면 작전 개시에 들어갔다.
상담 팀이 가지고 온 고급 승용차 다섯 대가 나란히 줄을 지어 섰고 그 뒤편으로 설치 팀의 차량이 섰고 설치 팀의 차량에는 현수막이 크게 걸렸다. 거기에 써진 글씨는 ‘카, 네비게이션 출시 2주년 기념 시연회 무료 관람! 차에 오셔서 고급 시디 무료로 받아가세요!’라고 써 있었다.
잠시 후, 영문도 모르고 누적된 피로를 풀기 위해 휴게실에 온 손님 한분이 차를 주차시켰다. 트럭을 운전하던 그 손님은 남성이었다. 운전자가 나오자마자 도우미 팀의 여직원이 착 따라붙었다. 도우미들은 대부분 이십대 초반의 여성들로 짧은 미니스커트에 빼어난 미모가 따라주는 커리어 우먼들로 이루어져있었다. 도우미가 말을 건넸다.
“오빠! 저기 보세요! 지금 카 네비게이션 시연회 하면서 영화 시디 무료로 드리거든요. 한번 구경하시고 시디 받아가세요! 얼른 와요!”
“아니 아닙니다. 저 바쁘거든요.”
“아이, 오빠도 잠깐이면 됩니다. 공짜로 드리니까 받아가세요. 자 어서 타요 오빠!”
도우미는 손님의 팔짱을 끼고 상담 팀이 앉아있는 차량 안으로 손님을 밀어 넣었다. 이제 네비게이션의 판매 여부는 상담 팀의 상담자에게 달려있었다.
상담 팀의 차량 안은 휘황찬란했다. 고급스런 향수와 무드음악이 손님을 압도했다. 상담자는 수년간 상담 하나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라서 언변 구사능력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처음에는 지극히 서비스 차원의 상담만이 이루어지다가 차츰 손님의 호기심이 느껴진다 싶으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네비게이션의 기능은 카메라를 감지해주는 GPS기능과 길을 안내하는 네비게이션 기능 그리고 텔레비전과 영화를 볼 수 있는 DVD기능이 있다. 차에 탄 손님들은 대부분 남성이었다. 상담자는 남성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였다. 그것은 다름 아닌 빨간 시디였다. 음란 DVD시디 한 장을 가지고 틀었다 껐다를 반복하며 다이내믹하게 설명을 해 나가면 손님들 대부분은 거기서 혹 하기 마련이다.
그 다음은 손님이 카드를 가지고 있는가? 없는가? 를 알아보는 순서다. 300·400만 원짜리 기계를 팔기위해서는 현금만 가지고는 역부족이기에 카드가 정지상태인지 한도금액이 얼마나 있는지는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일단 손님의 카드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그때부터는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다. 그때 하는 말이 바로 이것이다.
“손님! 아무리 이 제품이 좋아도 손님 차와 호환이 맞지 않으면 필요가 없습니다. 비싼 게임시디도 컴퓨터와 호환이 맞지 않으면 작동을 안 하잖습니까? 어디 손님 차에 호환이 맞나 한번 볼까요? 차 어디에 있습니까?”
이때 손님이 차가 있는 곳으로 상담원을 안내하면 이미 구매는 거의 이루어진 것이나 다름이 없는 것이다. 차에 안내되면 바로 설치 팀이 따라붙는다.
상담자가 설치기사를 부른다.
“어이! 김기사! 이 제품 호환이 맞나 확인 해 봐!”
설치 기사는 손님 차량의 운전석을 완전히 뜯어 놓고 제품을 설치해버린다. 일부러 선도 끊어서 연결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작동을 시키면 당연히 음란시디의 영화 장면이 나오는 것이다. 이때 손님이 돈이 없어서 다음에 사겠다고 하면 그때부터는 반 강제적으로 판매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미 제품을 뜯어서 설치했기 때문에 반품이 안 됩니다. 카드 할부로 하세요! 카드 아까 있는 것 다 확인했습니다. 손님 지금 저랑 장난하십니까?” 장장 두 시간에 걸린 상담원의 설득 앞에서 손님은 미안한 마음과 공포분위기에서 쉽게 돌아갈 수가 없게 된다. 이미 차는 분해 되어 있어서 시동을 걸고 떠나려 해도 그럴 수가 없는 것이다.
상담원은 한달에 10만원만 투자 하라는 말로 손님을 현혹시킨다. 10만원씩 36개월이면 360만원인데 손님이 생각하기에는 10만원으로만 느껴지는 것이다. 왜냐하면 상담원은 절대 360만원이라는 소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카드를 끊어주고 손님이 집에 돌아가서 다음달 카드 명세서를 받아보고는 기절초풍을 하는 것이다. 거기에는 360만원이 12개월 할부로 끊겨있기 때문이다. 반품을 하려고 전화를 해도 이미 일주일이 넘긴 시한이라 법적 보호도 받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길을 가다 보면 길가에서 차량정비를 해주는 것처럼 하면서 차를 세우는 사람들을 보게 될 것이다. 연료 첨가제 무료로 넣어드립니다. 라고 하면서 말이다. 속내는 GPS를 팔기위한 술책인데 그걸 아는 일반인들은 거의 없다.
위의 판매방법이 가장 흔하게 쓰이는 방법입니다. 지금은 또 다른 판매 방법들이 나왔겠지요. 눈 뜨고도 코 베어가는 세상입니다.
여러분들은 이런 피해를 당하지 마시라는 의미에서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