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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눈꽃 최고의 명소 제 17회 태백산 눈꽃축제(2010년 1월 31일)
- 태백산은 예로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천제단이 있어 민족의 영산으로 여겨지는데,
지금도 매년 개천절에 이곳에서 하늘에 제를 올린다.
- 겉보기에는 웅장하고 거대하게 보이지만, 산세가 비교적 완만하여 누구나 산행하기 좋다.
- 우리나라 겨울철 최고의 눈꽃 명소 태백산 겨울 여행 및 민족의 명산 태백산 자유 트래킹
- 한국 석탄 산업의 변천사와 석탄의 역사적 사실들을 한데 모아 놓은 세계 최대의 석탄 박물관 관람
- 동심의 추억을 느껴 볼 수 있는 눈썰매장 이용
- 국,내외 유명 눈조각들의 화려한 눈조각
- 개 썰매타기, 은가비 정원, 전국 대학생 눈조각 대회
- 얼음 미끄럼틀 따기, 나만의 눈싸람 만들기 등 다양한 이벤트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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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의 여행때문인지 설잠을 자고 말았다.
더 오지도 않는 잠을 꿰차고 씨름하기 싫어 알람보다 이른 시간에 일어나
친구들에게 모닝콜을 띄우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누가 이쁘게 봐줄 사람도 없것만 화장대 앞에 앉아 공들여 화장도 하고 가장 활동 편한 옷으로 갈아 입기 위해
옷방으로 주방으로 욕실로 들락거리며 여행에 필요한 준비를 분주히 했다.
일기예보에는 어젯밤 강원도 쪽에 눈이 조금 올거라고 하였지만 부정 보다는 긍정쪽에 무게를 두고
정말 눈꽃을 불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마음을 토닥였다..
일찍 일어나 준비를 했것만 거울속의 여자는 그 시간도 모자라 더 빠르게 동동거린다.
이것저것 남은 가족들을 위한 배려도 소홀할 수 없는 본연의 자리이기에...더 바뻤다.
그렇게 준비를 마치고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도 않는 새벽길을 호호 입김으로 말며
택시에 몸을 실고 급하게 아저씨 대전역이요 하고 외친다.
대전역에 닿기도 전 수연이의 전화가 나를 더 재촉한다.
지금 가고 있다니까 조금만 기다려...웃음반 힐책반 친구에게 너나 시간 잘 지키라고 당부한다.
곁에서 지켜보던 기사님이 한마디 거든다?
여행 가시나 봐요? 참 부럽습니다.
예 친구들과 태백산 눈꽃축제에 가고 있어요.
아직 젊으시니까 열심히 좋은 시간 많이 가지며 사세요.
이 나이 되고 보니 저도 참 후회가 많습니다. 자유롭게 저만을 위한 시간 한번 가져보지 못하고
이렇게 생활의 노예로만 살아가고 있다 보니 때론 허무할 때가 많습니다.
젊어선 꿈도 야망도 참 컸었는데 이젠 조급함 뿐입니다.
그렇게 인생을 자책만할 연세는 아닌듯 한데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지금부터라도 그렇게 사시면 되죠 뭐?
실례하지만 지금 연세가 어찌 되시는데요?
52입니다. 예???
난 속으로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다.
칫.. 내 또래구만 뭔 인생 다 산사람처럼 그렇게 비화를 한담?
그렇게 표면적으로 볼때 나이들어 보이는 얼굴도 아니구먼 속으로 중얼대다
나도 모르게 갑자기 아저씨!~~ 하고 목청을 높였다.
아저씨는 대답대신 빽밀러로 날 놀라 쳐다 본다.
혹여 내가 가고자 하는 행선지를 잘못들어 전혀 다른 곳으로 가고 있는
자기의 잘못을 따져 묻기라도 하는가 하는 표정으로...
그러나 말없이 그냥 웃고 있는 나를 바라보며 아저씨는 왜 왜???
뭐가 잘못된거냐는 표정으로 아무 관계없는 차의 속도를 낮춘다.
대전역으로 가신다고 안했습니까?
나는 실소를 터트리며 예 맞아요.
내가 아저씨를 부른건 그 이유가 아니라 인생 다 사신분처럼 말씀하시기에 웃으워서 그런겁니다.
사실은 저도 아저씨와 같은 연배인데 젊었을때 많이 누리며 살라는 말씀이 어이가 없어서요.
그래서 그랬던 겁니다.
어머 그래요? 그렇게 전혀 안 보이시는데...하면서 아저씨도 따라 호탕하게 웃으신다.
그렇게 약20분 정도 대전역까지 오는 시간동안 난 의도하지 않았던 수다쟁이가 되어 있었다.
아무와도 말 섞기 싫었던 요즈음 몇일의 시간...
맘속에 도사리고 있는 그 불편한 생각으로부터 떨치고 벗어나기 위해 어찌보면 과장된 내 사고를 넘어선 행동이리라.
그래서 택시안에서의 대화도 그렇게 평소의 내 모습과는 다르게 수다스러웠었고 가벼워 졌었는지 모른다.
택시비를 지불하고 "행복한 시간 되세요"하며 서둘러 내 뒷자리를 수습하니
습관처럼 동전통을 짤그락 거리던 아저씨는 "예~ 좋은 여행하고 오세요"로 거스럼돈을 대신한다.
새벽 시간인데도 그렇게 공기는 차갑지 않았다.
시간이 늦지 않았음에도 내가 달리니까 예약해 둔 기차라도 마치 놓쳐 버릴것 같은 사람처럼 보였는지
손님들은 앞다퉈 안타까운 표정으로 내 앞길을 성급히 터 줬다.
대전역 광장에 도착해 친구들을 점검하고 아직 도착하지 않은 한 친구에게 전화를 한다.
쩌렁한 벨소리에 난 의식적으로 귀에서 멀리 떼어 놓으며 왜 이렇게 소리가 커??
야들아~~ 이 가시나 전화 안 받는다?
왜 안오지??? 하며 친구들에게 이야기 할때만 해도 ...
같이 그 자리에서 지켜보던 친구들도 동동 거리며 친구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리는데 온 정신을 쏟았을 뿐
이의를 제기하거나 의구심을 표한 친구는 하나도 없었다.
전화벨 소리가 죽자 나는 다시 재다이얼 버튼을 눌러 답을 기다리면서도
그때도....어 아까는 뭐야? 왜 벨 소리가 안나지?? 갸우뚱 그때까지도 감지하지 못했었다.
전화신호음이 (상대방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소리샘으로...)...
일상에서 통화를 시도하며 익숙하게 듣던 맨트 소리였으므로 짜증을 섞어 난 폴더에 힘을 실어 닫았다.
순간 난 아불싸....난 내 머리를 스스로 친다.
친구들이 왜 그래? 아직도 안 받어?
야 이 바보들아 에구...미친다. 나는 그렇다 치고 니들은 뭐야.
아까 그 벨소리는 명숙이가 나에게 전화건거였잖아 내가 한게 아니고
다시 전화를 하려고 폴더를 오픈했었을때
부재중 통화라고 빨갛게 등록되어 있었던 것을 보고서야 깨닫게 된 점...
알고 보니 친구와 난 서로 전화를 하고 있었던 것인데...
쯧쯧
멸리서 명숙이가 다가 오면서 되려 화를 낸다 왜 전화를 안받고 그래??
우리는 광장이 떠나가도록 나이탓으로 돌리며 어이없는 행동을 웃음으로 때우고 기차에 몸을 실었다.
1호차 중간쯤으로 나란히 자리를 잡고 앉은 우리 일행은 히히호호 겨울 여행에 들떠 있어야 하는데
상큼해야할 아침 공기를 불쾌하게 만드는 것이 있었다.
심한 화장실 냄새.
아마도 22일부터 연속으로 눈꽃 축제 기차여행이 이어졌었으니까
술취한 취객이나 아이들이 기차의자에 혹시 실례를 ???
우리는 즉각 승무원을 찾아가 호소했지만 빨리 찾아와 해결해 주지 않았다.
맞불작전으로 대처하자 하며 재화가 준비해 온 오징어를 꺼내 씹으며 냄새를 덮으려 했다.
요증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승객의 친절에 즉각적이지 못하고 무심하담?
우리 모두는 상황에 불만을 터트리며 불쾌한 그런 기분을 친구 숙자에게 농담하며 깔깔 거렸다.
승무원을 부르러 갔었던 명숙이에게 바보야 그 승무원 이름표 다시 보고와 투고해 버리게....
이름 생각안나면 숙자 남편 이름이라도 적어 투고하자 하면서 웃었다.
참고로 숙자 남편이 열차 기관사였다. 오히려 이 여행을 주선하고 수고한 친구에게 고마움을 표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런 식으로 고마움을 표현했던 셈...
예전에도 기차테마 여행을 해 본적 있었는데 그때는 지금처럼 여행사에서 대행하지 않았고
직접 철도청 직원들이 파견되어 행사를 주관했던 시기였다.
오늘도 그때를 회상하며 친구들과 웃었다.
그때는 그랬었다 장난을 좋아했던 우리는 한 친구의 등판에 애인구함 이라고 써 붙이고
그 옆에 재화의 휴대폰 번호를 적었다.
그리고 연숙이가 재화를 앞세우고 기차칸칸을 돌며 함께 익살을 떨었던 관계로 인기짱~
당시 행사를 주관하던 철도청 새파란 신입사업들과 어울려 여행 분위기를 일순간 up시켜 놓았던 추억들...
그때만 해도 가장 농염했던 30대 초반의 나이들이었으니 뭔 짓을 한들 이쁘게 보이지 않았었겠나
먼 옛날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지금...
오늘의 시간과 비교해 보며 지금은 개인 사정으로 곁에 없는 친구를 회상해 보며 아쉬워하고 씁쓸해 했다.
잠시후 승무원이 아닌 이벤트를 주관한 여행사 직원이 왔다.
우리는 상황을 호소하고 자리를 바꿔 주던지 방향제 같은거라도 쫌 뿌려 해결해 달라고 했다.
즉각 방향제를 가져와 뿌리고 나니 이건 더 못견디게 역겨운 상황으로 돌변.
그칸에는 빈좌석 없이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유독 우리의 자리 근처가 심했다.
그들도 미안했던지 그러면 손님들 이벤트 칸으로 자리를 옮겨 드릴 수 있는데
좀 시끄러워도 괜찮으시겠냐고 양해을 구한다.
우리는 애초 조용한 분위기속에서의 여행을 원했었으므로 내키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곳보다는 났겠다 싶어 우리는 주섬주섬 짐을 챙겨 자리를 옮겼다.
우와~ 그런데 우리가 생각했던 그런 분위기와는 전혀 달랐다.
주말여행이다 보니 가족단위로 참여한 여행객들도 많았으므로 각종 이벤트 행사 내용 또한 건전하고 알찼으며
묻지마 관광과 같은 그런 분위기로만 착각했던 우리들의 생각을 일시에 뒤엎어 버렸다.
그렇게 자리를 옮기고 부산을 떨은 관계로 우리는 어느 여행객들보다 이벤트 여행사 직원들과도 많이 친근해져
먹을 것을 서로 나누며 특별히 대접받는 존재가 되어 갔다.
오전10시를 전후해서 성인들 위주로 오락 시간이 한 1시간 정도 있었고,
이어 아이들을 둔 가족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아이들 수준에 맞춰 오락과 퀴즈 시간을 겸해 진행하였으며
그들은 그에 준하는 푸짐한 경품도 전달하고 그랬다.
이벤트 칸에 탔던 승객들은 본의 아니게 냉장고(냉장고등학교) 동문이 되어 한 마음으로 동화되어 갔다.
무슨소린가 하면? 그날의 퀴즈문제.
복습차원에서 다시 적어 본다.
펭귄이 나온 출신 고등학교 이름은? ---냉장고
펭귄이 타고 다니는 차는 ---알레스카
펭귄이 신고 다니는 신발은??? ----빙신 ㅎㅎㅎ
또 있었다.
태극기 노래에 가사를 바꿔 불러 보며 웃었던 기억도...
송아지는 소새끼 말새끼는 망아지
병아리는 닭새끼 강아지는 X 새끼
우리는 오늘의 시간을, 오늘의 추억을 다시 또 시간이 흐르면
이 내용들을 기억하며 되뇌여 보게 되겠지?
그렇게 오락시간이 끝나고 잔잔한 음악속에 시작된 점심시간
그 이전 우리는 서로가 가방이 터지도록 준비해온 간식들을 풀어 놓고 먹었었으니 점심으로 제공된
김밥이 맛있을리 없었다.
너무 일찍이라 아침들을 챙기지 못하고 왔기에 우리는 내가 준비해온 호박죽 한컵으로 요기를 때우고
떡이며 과일 등등 그중에도 친구 수연이의 가방을 열어 보고 우리는 놀라운과 부러움을...
그 친구는 자기 가방에 무엇이 들어 있는 줄도 잘 모른다기에..
자기가 싸 갖고 오고 뭐가 들었는지 모르면 어쩌냐고 핀잔했는데
그런데 흐미나 삶은 계란에 그것도 곱게 껍질까지 벗겨 지퍼백에 넣고 쑥개떡에 찰떡 찰옥수수...그리고
작은 지퍼백에 두개씩 포장된 곶감... 더있다 소금과 아주 작은 프라스틱 그릇에 단무지까지 그리고
종이컵, 나무젓가락, 프라스틱 수저...이것을 다 남편이 꼼꼼히 준비해서 싸 주었다니...
친구들은 갑자기 한마디씩 불만을 토로한다. 물론 자기들 남편과의 비교겠지.
난 스스로를 위안키 위해 이렇게 말한다 야~~ 난 이렇게 아무일 없이 잘 다녀오라고 일찍 일어나
배웅해준 남편에게 그래도 고맙다 뭐...너무 많은걸 바라지 말자 하면서 큰 소리쳤지만
겉으로는 내 뱉을 수 없었지만 속으로는 복화술을 하듯 혼자 표나지 않게 중얼거렸다.
물로 내 남편에 대한 불만이었겠지?
11시반쯤 태백 기차역에 도착해 우리는 다른 여행지로 연계되어 있는 대형 버스로 옮겨타고 한 30분간
눈꽃 축제가 열리고 있는 태백산으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동안도 여행사 직원은 우리에게 여행지에 대해 질의를하며 맞추는 사람에게는 상품을 주었다.
우리가 등반하고자 하는 태백산의 높이를 맞추는 문제에서 근사치를 맞춘 내 옆자리 명숙이에게
온천목욕 티켓을 주었다. 옆에 있던 나는 혼자서 어찌 갑니까? 맞춘 친구와 함께 가게 저에게도 하나 주세요 하니까
못이기는 척 봉투를 건네 주고 갔다 .우리는 열어 보고 또 웃음 깔깔...
실재로 문제를 맞춘 친구의 봉투에는 티켓이 한장 뿐인데 덤으로 받는 내 봉투에는 오잉 2장이?
친구는 행사 직원을 불러 항의 하려했다...
그 직원은 왜요?? 하고 달려 온다. 아니예요 하고 돌려 보낸 후
이 바보야 지들 실수로 2장을 넣은거라며 1장 회수해 가면 어쩌냐?
그럼 좋겠냐? ... 너 다 줄테니까 하면서 친구의 입을 막아 버리고 또 깔깔....
이동한 장소에 도착해 자유시간을 4시간 주었다.
태백산 정상까지 등반할 사람은 하고 오라고...우리 일행 다섯명은 일단 출발했다.
그러나 컨디션이 좋지 않다며 수연이가 먼저 쳐지고 이어서 명숙이도 중간에 포기하고
나와 더불어 숙자 재화는 아이젠을 착용하고 눈밭을 올라갔다.
기분이 너무 상쾌하고 좋았다.
이 대자연 앞에서 세속의 찌든 감정에 눌려 이 환희를 제대로 공감하지 못하고 화합하지 못한다면
내 어찌 자연에 예속된 한 생명체라고 단언할 수 있겠는가
그동안 우울했던 심정, 가슴속에서 부글대던 상념도 깨끗이 지우고 눈밭에 모두 묻어 버리고 오리라 다짐하며
힘겨운 순간들을 친구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 친구들보다 앞서 걸으며 땀처럼 쏟아냈다.
앞서 정상을 탈환하고 승자처럼 내 앞을 비켜 내려 오는 등산객들의 밝은 인사말과 농담에도
인색하게 굴며 오로지 자꾸 떠오르는 영상만을 지우려 노력하는 내 한심한 생각에...
또 안 그런척 간간히 뒤돌아 친구들을 불러 격려하고 떠들고 마음에도 없는 농담을 건네고...
mp3에서 흘러 나오는 노래말로 구멍난 내 가슴을 촘촘히 깁기도 하고 다시 조각조각 오려 놓기도 하기를 반복
이를 악물고 정상을 향해 돌진했다. 때론 뒤 쳐지는 친구들 조차도 잊은채 한 생각에 몰두하며...
안내자들 말이 날씨가 포근해서 산 정상에나 가야 눈꽃을 볼 수 있다고 했다.
눈꽃 축제란 명제에 걸맞게 그래도 이곳까지 힘겹게 왔는데 눈꽃은 내 눈으로 확인하고 가야 하지 않을까?
아쉽다면 순간들을 카메라에 담지 못하는 것.
아들이 외국여행때 갖고 가는 바람에 옛날 구형 카메라라도 챙겨 갔어야 했는데 친구만 믿고 그냥 간것이 실수
전날 늦은 시간에 숙자에게 카메라 꼭 챙겨 오라고 했었는데 아침에서야 그 문자를 봤다는 것.
정상까지 오르는데 2시간반이 걸렸고 내려오는데 1시간 반이 걸렸다.
중간 중간 비닐소재를 이용해 눈 썰매를 아슬아슬하게 타고 내려오는 여행객 모습들도 종종 보였다.
다정이 이끌고 챙겨주는 연인들의 모습 앞에서는 잠시 그들을 부럽게 지켜보며
아릿한 내 감정을 꺼내 눈밭에 굴렸다.
눈사람으로도 재현해 놓을 수 없는 지난 시간들의 영상들...
갱년기 증상으로 일축해 버리기엔 좀 미약한 나의 심리....딱히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심경.
정상에 다달으니 점점 동화속 같은 눈꽃들이 펼쳐져 장관이었다.
물론 눈꽃이 소담하고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애잔하리만치 가지를 감고 있는 풍경들이
정말 혼자 보기 아까울만큼 아름다웠다.
친구와 서로 휴대폰을 맡겨가며 그 광경에 서로를 끼워 넣었다.
정상에 올라 보니 설명으로만 듣건 천제단이 거기에 있었다.
하늘에 제를 지내는 천제단 지금도 개천절이 되면 그곳에서 그 제의식이 치뤄 진다고 한다.
신라시대때 부터 행해져 내려 왔다고 하니...그 역사도 만만치는 않으리라.
정상이고 보니 바람이 많이 찼다.
태백산이라고 쓰여진 석비를 배경으로 사진 몇장 찍고는 바로 하산
내려오는 동안 정말 마음도 편안해졌고 몸도 가벼웠다.
고생고생해서 올라온 정상을 뒤로 하고 내려 오는 마음속에는 고행을 씹으며 올라 오는 동안
비우고 지우려 노력했던 만큼의 결실이 있었나보다 정상을 코앞에 두고 암자에 자리 잡은 龍井물을
정상을 오르기 전까지는 친구들이 권유에도 난 마시지 않았었다.
돌아 내려오는 길에도...그럴 생각 없었는데
친구들이 같이 마셔야 같이 오래살지 너만 오래 살려고 안먹냐는 등...
아니면 너 먼저 가서 우리 마음 힘들게 하려고 그러냐는 둥...하도 잔소리를 해서 난
그래 그래 그러자 하면서 한 바가지 가득퍼서 마셨다.
마지막 의식을 치르는 무인처럼 제법 진지하게 마음을 뽀얗게 씻어내려 애썼다.
그리고 준비해 갔던 물병에 한병 가득 받아 내려와 산을 오르지 못한 친구들에게도
나눠 주며 친구들이 나에게 했던 말처럼 똑같이 지껄였다.
기다리고 있던 명숙이와 수연이가 건네주는 옥수수를 먹으며 우리는 먹자거리로 내려 왔다.
이곳에 와서 이 고장 특산 막걸리를 마셔야 한다는 친구들 성화에 옥수수 막걸리를 5,000원 주고 샀다.
난 원래 막걸리를 먹고 난 뒤의 그 올라오는 냄새가 싫어서 안먹는다고 거부하자.
요즈음은 그런점들을 보완해서 나왔기 때문에 냄새가 안 올라온다고도 꼬여 댔다.
유난히 권하는 바람에 그냥 기분도 그런데 확 먹고 취해 버려봐??
그렇게 갈등하다 결국엔 내가 한병 사서 주는걸로 효부하고 그렇게 맛있다고 난리치는 친구들을
지켜보며 마시지 않아도 달달하게 취한 기분으로 동요되며 즐거워했다.
잠깐의 휴식 시간을 보내고 바로 버스에 승차 태백역으로 이동하여 우리는 다시 이벤트칸으로 올라 탔다.
조금 후 바로 이어서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다.
준비된 백반 도시락을 전달받고 쪼잘쪼잘 맛있게 남았던 간식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마쳤다.
7시부터 시작된 저녁 이벤드시간...나이트...
전문 사설 나이트클럽 수준은 되지 않았지만 제법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기차이벤트 칸.
창가에 장식한 꼬마전등이 번쩍이고 위 천장에서는 싸이키 조명이 호화찬란하게 번쩍였다.
전칸에 행사 시간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가자 꾸역꾸역 승객들이 이벤트칸으로 몰려 들었다.
삽시간에 우리의 공간은 나이트클럽으로 변했고 현란한 춤과 광기로 그 열기가 가득...
딱 1시간동안 이어진 광란의 시간속에 우리의 참여는??
한 친구가 막무가내로 우리를 끌어 냈다. 등산하느라 온 몸이 응축되어 있었기 때문에 몸을 풀어줘야 병이 안난다나 뭐라나
거부할 수 없는 난 에이 음악이 너무 안 맞아서 싫어. 이따가 음악 바뀌면 그때 놀께...
그렇게 궁색한 변명으로 모면하려 했으나 통하지 않았다.
그래 그래 한번 미쳐보자 하면서 난 초년에나 했었던 행동들을 그 분위기에 맞겨 하나가 되고 말았다.
나이트 분위기가 끝나고 조용한 가운데 잔잔히 여행자들이 그룹별로 적어낸 여행 소감을
방송을 통해 진행자가 발표하는 시간으로 이어졌고
맨 마지막으로는 작은컵과 앙증맞은 초 하나씩 건네 받았다.
조명을 죽이고 초에 불이 당겨졌다. 숙연한 분위기속에 차분한 여행사 직원의 기도가 이어졌고
서로를 기원하는 축원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우리는 그것을 영상에 담기 위해 각자 휴대폰을 켰지만 ....영 아니었다.
좀전에 옆자리 아저씨가 다가와 촛불을 들이대며 "사랑합시다." 라고 하길래 난 장난끼를 섞어
"안할래요" 했더니 어쩜 그렇게 대답하냐고 핀잔을 했던 아저씨께 난 부탁을 하였다.
우리가 카메라를 준비 못해와서 그런데
사진 좀 찍어 이멜로 보내 주실 수 없냐고 ...
아저씨는 아까 그렇게 무안 줄때는 언제고???... 하시면서도 흔쾌히 우리들을 카메라에 담느라
넘어지고 자빠지면서도 애써 주었다.
이멜 주소를 건네주고 혹시 몰라 전화번호를 받았다.
이멜로 보내려면 자기는 그 작업을 할줄 몰라 마누라에게 맡겨야 된다고 했다.
나이는 한 40대 중반쯤 된것 같던데...
나는 이멜 주소를 적어주며 그곳에 이렇게 덧붙였다.
죄송합니다. 함께 기차여행을 했는데 카메라를 준비못해 신세를 졌습니다.
번거로우시겠지만 사모님 부탁드린다고....
이벤트가 끝나고 여행사 직원들은 주변 장식물들을 제거하느라 분주한데
차창밖에 멈춰선 풍경은 그리 낯설지 않았다.
조치원 조금 후면 대전에 도착...
눈을 감으니 또 내가 원치 않았던 상념속으로 빠져 들었다.
숨통을 조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난 주머니를 뒤져 mp3 이어폰 볼륨을 최대로 키워 꽂고
3분마다 바뀌는 음악 속에 고단한 영혼을 묻었다.
대전에 도착하는 시간동안 비몽도 사몽도 아닌 그 아까운 시간을 그렇게 난도질하며...
9시반에 대전역에 도착 우리는 또 다음 여행지를 구두로 약속하며 각자 보금자리로 돌아갔다.
집에 돌아와 간단한 샤워를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나름으로는 오늘의 여행이 좀 피곤했었나 보다.
하지만 오늘 친구들과의 여행은 또 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페이지로 번호 메김 될 것이다.
정말 즐거웠다.
다른때 같으면 묻지도 않는 오늘의 일정을 종알종알 혼자 신랑앞에 떠들어 댔을텐데
왠일인가 싶은가보다 어디 아프지 않았어?
잘 놀다 온거야? 재미 있었어? 등등
평소보다 나에게 많은 관심을 보이는 남편의 행동을 바라보며 왠지 낯설다 라는 느낌을 받으며
그래 나이를 먹어가다 보면 세월앞에 불변이란 것도 없는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간략한 내 대답은 서둘러 오늘의 하얀 세상을 까만 밤으로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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