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릴리 슈슈의 모든 것 All About Lily Chou-Chou >
감독: 이와이 슈운지 주연: (사이버 가수) 살유
중편영화 <4월 이야기>이후의 긴 휴지기.
그 동안 이와이 슈운지는 포니 캐년 영화사의 Y2K 3부작
프로젝트를 포기했다. 홍콩의 스탤리 콴이 <섬 이야기>로
베를린영화제에 진출하고, 대만의 에드워드 양이 <이 이>로
깐느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결과에 비하면 이와이 슈운지의
도중하차는 그의 커리어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와이 슈운지는 '하고 싶은 영화'만 만드는 매우
까다로운 취향의 소유자이다.
이제 밀레니엄의 시간을 떠나 보낸 그는 새로운 세기에
사로잡혀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부산영화제의 PPP 프로젝트에 선정된 이 영화는
이미 여러 가지 변화를 겪어왔다. 처음에는 시나리오로
출발했지만 소설로 출판되었고, 또 인터넷 게시판을 이용한
인터랙티브 소설로 발전하였으며, 여주인공 '릴리 슈슈'를
연기할 살유(Salyu)라는 사이버 가수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이브의 모든 것> 또는 <내 어머니의 모든 것>에 이름을
빚진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은 인터넷 시대의 스릴러
카세트테이프의 비밀을 놓고 여러 사람들의 욕망이 얽혔던
이와이의 실험적인 미래 영화 <스왈로우 테일>을 연상시키는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마치 하나의 키워드처럼 놓여진 '릴리 슈슈'는 1980년
12월 8일에 탄생한 인기 가수이다.
그녀의 생일은 비틀즈의 존 레논이 사망한 날이다.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상처를 입은 릴리는 음악을 통해 자신의 생명을
부여받는다. 여기까지의 단서만으로도 릴리 슈슈가 그녀를
추종하는 팬들이 빚어낸 환영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인터넷과 음반을 통해서만 존재하는 사이버 '디바(여신)'.
이야기는 2000년 4월 1일, 릴리 슈슈에게 바쳐진 새로운 웹사이트
'릴리홀릭'의 오픈과 함께 시작된다. '사티'라는 호스트가
이끄는 이 사이트는 지금은 사라진 웹사이트 '릴리필리아'와
깊은 관련이 있다. 5개월 전 릴리 슈슈으 시부야 콘서트에서
15세 소년으 잔혹한 살인사건이 있었으며, 그 날로 살인자와 '릴리필리
아'의 호스트 '필리아'가 동시에 사라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릴리필리아'의 멤버들은 콘서트에서 그들만의
사인을 보게 된다. 초록 사과를 든 '블루 캣', 노란 캡 모자에
노란 셔츠를 입은 '사티', 사이트 셔츠를 입은 '필리아',
테디 베어를 든 '테디' .... 그때부터 이 다양한 인물들이
하나씩 살해되면서 가수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이 밝혀진다.
수신자 없는 편지로 새로운 유행을 창조해 냈던 <러브레터>의
이와이 슈운지가 이번에는 발신자를 모르는 이미지 조작극의
사이버 미스터리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