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7월1일 표시·광고법의 시행으로 그동안 비교광고를 둘러쌓던 수많은 논란들이 상당부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광고실증제, 임시중지명령제, 주요정보 공개의무화 등의 내용을 통해 비교광고의 허용범위가 크게 넓어지고, 이로 인한 크리에이티브의 활성화도 기대되며, 소비자의 권익 역시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제도의 정착을 위해선 관련법규의 시행과 더불어 적극적인 참여와 성숙한 운용이 절대적이다. 광고인의 역량과 사회윤리의식이 강조되는 이유가 여기있다.
『콜라를 마실 것인가, 사이다를 마실 것인가』 대홍기획이 올해 초 제작한 칠성사이다 광고의 카피 원안이다. 광고는 칠성사이다가 카페인이 없고, 색소가 안들어갔으며, 로열티를 내지않는 한국상품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소비자의 선택을 권유하려는 의도로 만들어졌다.
이 광고는 특히 비교광고 기법을 본격적으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비교광고는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비방광고로 흐를 위험성이 높아 국내에서는 무척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광고작품들이 이런 점에서 법정소송까지 가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다소 도발적으로 보이는 이 카피는 방송위원회의 사전심의를 거치는 동안 『어떤 음료를 마실 것인가』 라는 애매하고 무덤덤한 내용으로 변해버렸다.
카피에서 콜라라는 상품명을 직접적으로 거론한 것이 문제였다. 광고를 제작한 대홍기획 관계자는 『광고의 카피에서 코카콜라라는 다국적 거대기업을 직접적으로 거명한게 관계당국의 심기를 거슬린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광고관련 법규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으로 자의적으로 해석될 소지가 많고 크리에이티브가 제약받는 상황에서는 실질적인 비교광고를 만들기 힘들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비교광고 시대의 개막
1999년 하반기부터는 비교광고에 대한 이러한 제약이 크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표시·광고법)」을 제정하며 비교광고의 허용범위를 대폭 넓히겠다고 밝힌 것이다.
국내에서 비교광고는 독자적인 법률안이 없이 공정거래법상 「일반 불공정 거래행위」의 한 유형으로 적용받아 규제돼 왔다.
그러나 산업의 발달과 시장경쟁의 격화에 따라 비교광고가 급증하는데도 관련법규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규제조항이 포괄적이고 애매해 심판관에 따라 다른 해석을 내릴 여지가 많다는 점이 큰 불만을 사왔다.
이번 표시·광고법의 제정은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비교광고의 허용범위에 대해 구체적인 기준을 명시해 이러한 논란이 상당부분 줄어드는 것은 물론 비교광고의 활성화도 기대되고 있다.
표시·광고법은 오는 99.7월1일 시행을 앞두고 현재 시행령안의 마무리작업을 진행중이다. 따라서 오는 7월부터 방송되거나 신문 잡지 등에 게재되는 광고는 새로 제정된 표시·광고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표시·광고법의 내용
새로 제정된 이 법안의 골자는 크게 세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광고실증제의 도입이다.
비교대상과 기준이 명백하고 객관적으로 증명된 사실이 있다면 이를 광고속에서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공정위는 그동안 자사에게만 유리한 사실을 발췌해서 비교하는 경우에는 이를 부당광고로 규정하고 광고중지명령에서 과징금 부과 및 형사고발까지 다양한 제재를 가해왔다.
그러나 새 법은 「객관적이고 입증이 가능한 사실」에 한해서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명문화함으로써 비교광고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예를 들어 식품회사의 경우 콜레스테롤 함유 수치를 밝히거나 제조업체는 수출실적 등을 밝힘으로써 자사의 우수성을 과시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두번째는 임시중지명령제도의 신설이다.
부당한 광고행위로 의심되면 소비자 단체나 상대회사들은 정식 심판절차를 밟기 이전에라도 광고를 일시적으로 중지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따라서 문제가 있는 광고라 해도 심의가 결정되기까지는 시일이 소요된다는 점을 악용해 일단 방영부터 하고 보는 게릴라식 광고전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공정위 기획과의 박제규 사무관은 『지금까지는 부당광고로 의심이 가도 이를 심의하고 최종 결정을 내리기까지 시일이 많이 소요됐다』 며 『앞으로는 2~3일의 빠른 시간 안에 임시중지명령을 내릴 수 있어 소비자와 경쟁기업의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시중지명령제도는 미국의 엑스파티 히어링(Exparte Hearing)과 입법취지가 비슷하다. 비방광고전은 비방성 비교광고를 긴급하게 중지시킬 수 있는 법적제도가 없기 때문에 빚어진다.
미국법원은 부당한 광고행위에 대한 청구가 있을 경우 24시간만에 한시적 광고중지 가처분 결정을 내려준다.
사안이 시급한 경우 가처분 신청자는 상대방에게 24시간 전에 엑스파티 히어링 시간과 장소를 통보함으로써 법원에 갈 수 있다. 다음날 판사는 양측의 변론과 반론을 들은 후 즉각 가처분 여부에 관한 판결을 내리게 된다고 이원조 한국IBM 상임법률고문은 설명했다.
세번째는 주요정보의 공개를 의무화한 것이다.
앞으로 소비자가 구매를 할 때 참조해야 할 중요한 정보는 반드시 광고 내에 표현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관계법령에서 표시가 의무화된 것들 외에 숨기면 소비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사항들이 이에 해당된다.
예를 들어 여행상품 광고의 경우 대부분 상품가격만 표시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여행경비에 영향을 주는 식비나 숙박비 기타 옵션품목들에 대한 설명을 곁들여야 한다.
백화점 세일광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전관에서 이뤄지는지 세일대상은 어떤 품목에 한해서 이뤄지는지 광고에 명확히 밝힘으로써 소비자를 오인하는 일이 없게 했다.
■비교광고란 무엇인가
비교광고란 자사 상품을 타사의 동일상품과 직접 비교하여 보여줌으로써 자사 상품의 우수성을 주장하는 광고를 말한다.
비교광고는 잘만 쓰면 소비자의 선택에 도움을 주고 나아가서는 품질에 대한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는 순기능을 가지고 있다. 특히 광고제작자들에게 비교광고는 늘 유혹의 대상이 되고 있다.
평범한 내용의 일반광고보다 상품의 장점을 쉽고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 소비자의 기억에 오래 남기 때문이다. 인지도가 낮은 무명상품의 경우 기존 제품에 맞서 곧바로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좋은 진입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비교광고는 광고에 경쟁상품을 등장시켜 희화화하기 때문에 조금만 정도가 지나쳐도 타사에 대한 중상모략이나 비방에 빠질 우려가 많은게 약점이다. 국내에서 최근 상당수 비교광고가 제작되었으나 대부분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뒤 슬그머니 중단된 것도 바로 그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교광고는 이러한 점에서 때로는 의도적으로 스캔들 즉, 사회적 파문을 일으켜 화제를 모으는 네가티브 마케팅의 한 수단으로 쓰이기도 한다. 좋든 나쁘든 일단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점에서 제품인지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이용되는 것이다.
고려화학이 지난해 실시했던 바닥장식재 우드피아 광고가 대표적인 사례다. 고려화학은 문제의 광고에서 여자어린이를 등장, 『우리집은요, 하나네보다 예지네보다 좋아요』라고 말하고 있다. 당시 바닥장식재 시장은 한화종합화학과 LG화학, 고려화학이 치열한 삼파전을 벌이던 상태였다. 당연히 하나는 한화를 예지는 LG를 의미한다는 뉘앙스를 풍겼고 이에 대해 양사는 즉각 반발했다.
우드피아광고를 제작한 금강기획측은 『하나와 예지는 각각 고려화학 담당 AE와 카피라이터의 조카와 친구이름』이라고 변명했지만 관계당국은 한화와 LG가 제기한 혐의를 인정했다.
재미있는 것은 고려화학측의 다음행동이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자사가 제재를 받았다는 사실을 숨기는게 보통이지만 이 회사는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야단맞은 사실을 「자랑」하고 나섰다. 스캔들 광고로 일단 경쟁사를 공격하고 제재를 받으면 이를 기사화하여 다시 한번 인구에 회자되려는 네가티브 홍보전략의 기본 수순을 정확히 밟은 것이다.
■마케팅 활성화의 새 전기 기대
공정위는 이번 표시·광고법의 제정으로 비교광고에 대한 강온 양면책을 분명히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비교광고의 허용범위는 확대하되 부당광고라고 판정될 경우에는 과감히 제재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광고업계도 비교광고 및 관련법규가 가진 여러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이를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크리에이티브의 활성화는 물론 기업에게 새로운 마케팅기회를 제공한다는게 주요한 이유다.
대홍기획 김영민 국장은 『표시·광고법의 제정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들에게 새로운 시장창출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분석했다. 지금까지 국내의 광고전은 크리에이티브나 마케팅의 대결이라기보다는 자금이 풍부한 대기업이 물량공세를 퍼부어 중소기업의 항복을 받아내는 식이었다는게 그의 진단이다. 그는 비교광고의 활성화를 통해 중소기업이라도 자사의 강점을 명확히 내세움으로써 보다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도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비교광고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소비자에게 풍부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비교광고의 확대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미국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 72년 비슷한 이유로 경쟁사의 실명을 등장시키는 직접비교를 허용했으며 유럽연합도 내용이 조작되지 않고 가격이 객관적으로 검증될 때는 제품 비교광고를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표시·광고법의 제정으로도 비교광고의 활성화는 그다지 기대하기 힘들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교광고는 기본적으로 감성보다는 이성에 소구하는 광고기법』이라며 『신문, 잡지 등 인쇄매체라면 모를까, 불과 15~20초밖에 방영시간이 없는 TV광고에서는 활성화가 힘들 것』이라며 매체환경의 한계를 지적했다.
상표법과의 충돌문제를 어떻게 피할 것이느냐도 문제다. 금강기획 법무팀의 조재용 대리는 『상표법상의 규제때문에 타사의 브랜드네임을 거론하기가 힘들어 직접 비교광고는 아직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도의 올바른 정착은 광고인의 몫
비교광고는 조금만 잘 쓰면 산업의 윤활유가 될 수 있지만 과하면 업계가 공멸로 치닫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한국은 이미 엔젤녹즙기의 쇳가루 파동, 파스퇴르유업과 유가공 협회간의 고름우유 파동에서 뼈아픈 경험을 얻은 바 있다.
이점에서 미국의 렌트카업체인 에이비스가 지난 60년대에 집행한 「2등 광고」는 국내 광고계에 좋은 모범을 보여준다. 이 회사는 이때 『에이비스는 단지 2위입니다(Avis is only No.2)』라는 유명한 광고를 전개했다.
당시 미국의 렌트카업계는 허츠(Hertz)가 점유율 60%로 압도적 1위였고 에이비스는 비교도 안됐다. 그러나 이 비교광고를 4년 집행한 이후 1위인 허츠의 점유율은 45%로 떨어지고 에이비스는 확고한 2위를 굳힐 수 있었다.
표시·광고법의 제정만으로 비교광고와 관련된 각종 문제점과 논란들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제도의 틀안에서 새로운 크리에이티브의 개발로 한국광고계를 보다 풍부하게 만드는 역할은 여전히 일선 광고제작자들의 몫으로 남아있는 셈이다.
■국내 비교광고의 사례
국내 비교광고는 77년 삼성전자와 대한전선(대우전자의 전신) 사이에 벌어졌던 냉장고 광고전이 시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산업의 발전에 따라 제품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며 비교광고의 숫자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관련법규상 「상대방을 비방해서는 안되고 제품이름을 명시해도 안된다」는 등 제한이 많아 외국같은 고차원적 크리에이티브 개발이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비교광고=비방광고」라고 여겨질 정도로 부정적인 이미지도 많아 광고제작자들의 운신 폭이 무척 좁은 편이다.
실제로 상당수의 비교광고가 공정위 등에 의해 비방광고라는 판정을 받고 있어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논란을 일으켰던 비교광고들을 일람하면 경쟁사의 브랜드네임을 의도적으로 이용하거나, 경쟁사 제품을 직·간접적으로 광고에 등장시켜 슬쩍 깎아내리거나, 자사가 일부 유리한 부분을 전체적인 것인양 과장하는 등 몇가지 유형을 찾을 수 있다.
경쟁사의 브랜드네임을 의도적으로 비틀은 사례로는 올해초 진로와 두산이 벌였던 소주광고전이 대표적이다.
사건은 두산이 숟가락이 꽂혀있는 소주병과 함께 『흘러간 노래』라는 문구로 업계 1위인 진로를 공격하면서 시작됐다. 유행이 한물 지나간 소주를 왜 마시느냐는 투였다.
진로측이 이에 발끈 『왜, 그런 소주를 마셨는지 모르겠다』고 반격하며 공방전은 본격화됐다. 주목할 단어는 「그런 소주」. 진로는 글자의 서체와 색깔을 그린소주와 비슷하게 처리해 언뜻보면 그린으로 읽히게 만든 고도의 수법을 썼다.
비슷한 사례는 올해초 현대자동차와 대우자동차가 벌였던 승용차광고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발단은 현대자동차의 아반떼 린번 TV광고. 길건너로 현대자동차 영업소가 보이는 타사영업소(대우를 암시)에서 벌어진 종업원과 손님의 대화가 문제였다. 손님이 린번엔진에 대해 묻자 종업원이 『그건 현대로 가셔야죠』라며 은근히 현대를 치켜세웠다.
대우자동차는 곧장 신문광고를 통해 『서울 부산, 누비라Ⅱ로 힘차게 왕복할 것인가? 아,반대로 힘없이 왕복할 것인가?』라며 현대를 공격하고 나섰다. 「아,반대」가 현대의 아반떼자동차를 지칭한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96년엔 미스터 피자가 『피자, 헛 드셨습니다』 라는 카피로 파문을 일으켰다. 광고의 내용은 피자의 도우(빵)를 굽는데 기름을 많이 쓰면 안좋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카피를 보면 이 광고가 경쟁사인 피자헛을 겨냥한 것임이 드러난다. 「기름을 많이 쓰는 업체=피자헛=헛 먹는 업체」라는 연상이미지를 만들려고 시도한 것이다.
■과장광고의 위험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현대전자는 자사의 핸드폰인 걸리버가 한국생산성본부가 조사한 「고객가치평가」에서 경쟁사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며 대대적인 신문광고를 실시했다. 그러나 이 광고는 결과적으로 사실과 다른 내용이란 점에서 공정위의 제동을 받았다.
조사에서는 종합만족도와 제품 품질, 고객유지율 등 여러가지 중요한 비교항목이 10개나 되는데도 현대전자는 자사에 유리한 항목만 골랐으며 수치도 정확하지 않다는게 공정위의 지적이었다. 현대전자는 결국 다음날 신문에 「고객가치평가」 를 「고객인지 가치평가」로 고쳐서 광고해야 했다.
고인돌 자동차를 타고가던 이들이 11번과 16번 도로의 갈림길에서 PCS에 나타난 교통정보를 보고 16번 도로를 택한다는 내용이다. 단말기에는 『11번 도로 막힘, 16번 도로 소통원활』이라는 활자가 분명히 찍힌다. 이 광고 역시 SK텔레콤측이 011을 표적으로 한 것이라며 반발해 수정해야 했다.
컴팩이 작년말 IBM을 겨냥해 실시한 광고는 경쟁사의 이름을 직접 거명함으로써 직접비교광고의 물꼬를 텄다는 평을 받았다.
『지는 IBM이 있으면 뜨는 컴팩도 있다』는 카피 때문에 이 광고는 법정분쟁으로까지 확대됐다.
결국 공정위는 컴팩광고가 정당한 비교광고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정했다. 컴팩은 곧바로 『비싸면서 좋은 컴퓨터, 싸고도 좋은 컴퓨터』라는 새 카피로 자사 제품이 품질 대비 가격이 싸다는 점을 강조했으나 이 광고 역시 IBM에게 다시 비방광고라는 반발을 받았다.
■마케팅 활성화의 새 전기 기대
공정위는 이번 표시·광고법의 제정으로 비교광고에 대한 강온 양면책을 분명히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비교광고의 허용범위는 확대하되 부당광고라고 판정될 경우에는 과감히 제재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광고업계도 비교광고 및 관련법규가 가진 여러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이를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크리에이티브의 활성화는 물론 기업에게 새로운 마케팅기회를 제공한다는게 주요한 이유다.
대홍기획 김영민 국장은 『표시·광고법의 제정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들에게 새로운 시장창출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분석했다. 지금까지 국내의 광고전은 크리에이티브나 마케팅의 대결이라기보다는 자금이 풍부한 대기업이 물량공세를 퍼부어 중소기업의 항복을 받아내는 식이었다는게 그의 진단이다. 그는 비교광고의 활성화를 통해 중소기업이라도 자사의 강점을 명확히 내세움으로써 보다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도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비교광고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소비자에게 풍부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비교광고의 확대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미국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 72년 비슷한 이유로 경쟁사의 실명을 등장시키는 직접비교를 허용했으며 유럽연합도 내용이 조작되지 않고 가격이 객관적으로 검증될 때는 제품 비교광고를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표시·광고법의 제정으로도 비교광고의 활성화는 그다지 기대하기 힘들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교광고는 기본적으로 감성보다는 이성에 소구하는 광고기법』이라며 『신문, 잡지 등 인쇄매체라면 모를까, 불과 15~20초밖에 방영시간이 없는 TV광고에서는 활성화가 힘들 것』이라며 매체환경의 한계를 지적했다.
상표법과의 충돌문제를 어떻게 피할 것이느냐도 문제다. 금강기획 법무팀의 조재용 대리는 『상표법상의 규제때문에 타사의 브랜드네임을 거론하기가 힘들어 직접 비교광고는 아직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도의 올바른 정착은 광고인의 몫
비교광고는 조금만 잘 쓰면 산업의 윤활유가 될 수 있지만 과하면 업계가 공멸로 치닫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한국은 이미 엔젤녹즙기의 쇳가루 파동, 파스퇴르유업과 유가공 협회간의 고름우유 파동에서 뼈아픈 경험을 얻은 바 있다.
이점에서 미국의 렌트카업체인 에이비스가 지난 60년대에 집행한 「2등 광고」는 국내 광고계에 좋은 모범을 보여준다. 이 회사는 이때 『에이비스는 단지 2위입니다(Avis is only No.2)』라는 유명한 광고를 전개했다.
당시 미국의 렌트카업계는 허츠(Hertz)가 점유율 60%로 압도적 1위였고 에이비스는 비교도 안됐다. 그러나 이 비교광고를 4년 집행한 이후 1위인 허츠의 점유율은 45%로 떨어지고 에이비스는 확고한 2위를 굳힐 수 있었다.
표시·광고법의 제정만으로 비교광고와 관련된 각종 문제점과 논란들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제도의 틀안에서 새로운 크리에이티브의 개발로 한국광고계를 보다 풍부하게 만드는 역할은 여전히 일선 광고제작자들의 몫으로 남아있는 셈이다.